팩토리는 현재 전시 중인 《건축물 미술작품 도큐먼트 : 오늘의 날씨》의 보다 자세한 내용을 재구성해 4회에 걸쳐 전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세 번째이지요. 본 전시는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오늘의 날씨》(팀팩토리 기획, 2018~2021)의 착수부터 완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물론, 전시 속 <입장들> 파트를 통해 건축주, 기획자, 설계자, 시공사, 참여 작가의 퍼블릭아트에 대한 이해 혹은 오해, 다양한 입장과 확장가능성, 공감과 물음 또한 세세하게 들여다보며 하나의 ‘건축물 미술작품’, 더 나아가 퍼블릭아트의 역할과 과제를 차근차근 짚어보고 있습니다.

☁️도큐먼트 DOCUMENT
🌈입장들 1
건축과 조경 계획을 미술작품의 기획과 연결하여 진행하는 것은 건축주, 설계자, 기획자, 작가, 현장 시공팀 모두에게 낯선 방식이었지만, 하나의 장소를 만드는 것에 대한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자의 전문 영역 안에서 생각을 공유하고 지원했다.
인터뷰 참여자
-건축주 태영건설, 엠시에타
-기획자 홍보라 《오늘의 날씨》 예술감독
Q. 건축물 미술작품 프로젝트에 기획자(예술감독)를 선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했는가?
엠시에타
미술작품의 역할을 생각할 때 그 답이 있을 것 같은데요. 단지 전체를 종합적으로 바라보고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건축물 미술작품에 대한 총체적인 기획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기획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의 의도와 작가의 의도가 만나는 지점을 잘 조율하고, 조화로운 건축물 미술작품을 잘 기획해 주시라는 의도에서 선정하였습니다.
Q. 기존의 방식과 다르게 진행하기 위해 마련되어야 했던 업무와 절차 등은 무엇이 있었나?
태영건설
우리가 창조하는 환경과 어울리는 작품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완공되기 3년 전부터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빠른 공사 진행으로 작품과 설치 위치가 선정되고 변경될 때마다 건축 분야의 마감과 구조를 검토해야 했고, 조경 분야는 조경 면적 재확인과 식재 위치 변경이 수반됐으며, 전기 분야에서는 작품과 가로등 간 간섭과 작품에 필요한 전기와 통신 라인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또한 심의 진행 현황에 따라 현장의 시공 스케줄까지 확인하는 다양한 분야의 협업과 책임자의 확인 절차가 필요했죠.
Q. 프로젝트를 마친 지금, 기획팀의 과정과 업무 방식에서 어떤 부분이 프로젝트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었다고 보는가?
홍보라
‘빨리빨리’의 나라인 한국에서 긴 호흡을 가지고 예술 기획을 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온전히 3년을 하나의 프로젝트에 마음을 두고 여러 다른 입장을 가진 사람들과 때로는 갈등도 겪으며 대화와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혀가고, 각 단계마다 최선의 노력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은 한 사람의 인생에서 그리 흔치 않을 것입니다. 교과서적으로는 다른 입장의 사람들이 모여 열린 대화의 장에서 협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하루하루가 이미 많은 일로 가득 찬 우리가 오랜 대화와 협의의 과정에 기꺼이 시간을 할애할 수 있겠어요? 그래도 《오늘의 날씨》 프로젝트에서는 그 불가능해 보이는 과정이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이 다시 생각해도 신기합니다. 그것은 기획팀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것이죠. 그래서 저에겐 더욱 소중한 프로젝트로 남을 것입니다.
Q. 역으로 다르게 이끌어 갔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지점이 있는가? 
홍보라
건축물 미술작품 제도의 특수성에 방점을 두지 않고 여타의 예술 기획을 하던 방식으로 기획을 시작했습니다. 아마 다시 맡게 되더라도 사전 리서치와 작품 개발의 과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프로젝트 전반에 대한 맥락에 대한 고려나 이해가 없이 개별 작품으로 가부를 심사하는 건축물 미술작품 심의과정에 대해 너무 순진하게 접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기획의 의도와 내용이 심의 과정에도 문제없이 전달될 것이라 믿어 버렸어요. 오래 기획한 만큼 매우 짜임새 있게 촘촘하게 작품이 기획되어서 열다섯 개나 되는 작품이 여러 차례의 심의와 재심의를 겪으며 계속 변동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대처가 준비되어 있지 않았어요.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다시 한다고 해도 여전히 모든 작품이 장소성에 벗어나지 않게 꼼꼼히 기획하겠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가 가능할 방법도 함께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참여 작품과 작가 ART & ARTIST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이동훈 Donghoon Yi 

오늘.지금.달 today.now.moon 
2021, LED 디스플레이, 스테인리스 스틸 
Ø1,900 x 120(H) mm
〈오늘.지금.달〉은 낮, 밤, 기후와 상관없이 북반구에서 관측되는 달의 위상을 보여주는 작업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공개한 데이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실제 달의 모습을 LED 스크린에 그려낸다. 매 정시 및 각 절기에는 달에 대한 인류의 역사적인 고찰과 관점이 드러나는 문구, 시구, 시간 정보, 천문학 정보들의 텍스트를 달 이미지 위에 중첩한다. 작품은 시간이나 날씨와 관계없이 지구에서 관찰되는 달의 위상을 365일, 24시간 내내 상영하여 본래 달력 및 시계의 역할을 가진 달을 제시하고자 한다.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이상혁 Sanghyeok Lee

빛이 닿는 곳 Where the Light Touches 
2021, PMMA 아크릴, 철  
Ø3,800 x 1,800(H) mm
〈빛이 닿는 곳〉은 모든 에너지의 근원인 빛을 담는 작품이다. 작품은 자연의 끊임없는 변화와 조우하고, 빛을 중심으로 공전하며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고 움직이는 날씨를 담는다. 연속적인 일상에서 잠시 멈추어 빛을 보고, 또 빛을 품은 그림자를 보고, 같은 빛을 보고 있는 사람과 건물, 하늘을 보기를 권한다. 〈빛이 닿는 곳〉은 일상은 여느 때처럼 빛이 닿는 곳으로부터 시작함을 인지하기를 권한다.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정성윤 Sungyoon Jung

골디락스 Goldilocks
2021, 스테인리스 스틸, 우레탄 도장 
2,040(W) x 2,040(D) x 3,250(H) mm

골디락스 존(Goldilocks Zone)이란 우주에서 물이 존재하고 생명체의 존재가 가능한 특정한 구역을 뜻한다. 〈골디락스〉는 그러한 행성과 인간에 주목하고 물질과 마음, 마음과 의식 사이의 관계를 형상화함으로써 장소와 삶을 연결하는 공감각적인 인식을 넓히고자 하는 작품이다. 〈골디락스〉는 액체의 점도와 장력이 응용되어 서로 이어진 형태로서 유 플래닛의 긴밀하고도 유기적인 삶의 공동체를 상징한다.

-사진 텍스처 온 텍스처 
차승언 Seungean Cha

여섯 개의 일 6 Smears 6 Prayers
2019, 면사, 폴리에스터사
970(W) x 40(D) x 2,270(H) mm, 6 pieces
〈여섯 개의 일〉은 ‘동서양 젠더 신화’의 내러티브를 추상회화의 흘리기, 그리기, 칠하기, 번짐 등 얼룩에서 보이는 우연성을 참조한다. 염색과 태피스트리 기법으로 얼룩을 다층적으로 구성하고, 얼룩과 번짐은 직조된 캔버스의 배경과 결합해 하나의 추상 풍경화가 펼쳐진다. 〈여섯 개의 일〉은 작업을 하는 데 필수적인 지난한 노동의 과정과 시간성을 기도와 같은 선상에 두면서, ‘허술한 시작이 시간의 터널을 지나 결국 여러 층의 신비와 만날 수 있음’을 전달한다. 이는 시시각각 바뀌는 날씨와 같이 직조를 하는 노동의 시간 동안 끊임없이 흘러가는 심상 가운데, 빗물에 번지고 흘러내리는 순간을 표현한다. (설치 파트너, 레어바이크)

작지 않은 규모의 ‘건축물 미술작품’ 프로젝트를 3년 동안 치밀하게 고민하고 기록한 내용을 레터와 더불어 예술공간 속 전시로 풀어낸 귀한 기회를 놓치지 마세요. 광명 유 플래닛에 위치한 《오늘의 날씨》는 오는 11월에 오픈 예정이며, 팩토리2와 맞은 편 막집에서의 전시는 10월 17일까지이니 많은 관심 바랍니다.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