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빈 공공연맹 상임부위원장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은 누가 결정하는가.

겉으로는 기관별 노사가 임금교섭을 하지만, 실제로는 정부가 정한 총인건비 인상률이 교섭의 출발점이자 한계가 된다. 기관의 업무 특성과 재정 여건, 노동강도와 인력 부족, 민간과의 임금 격차가 서로 달라도 정부 지침이 사실상 모든 것을 결정한다.


임금은 단순한 비용이 아니다. 노동의 가치에 대한 평가이며,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공공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다. 그럼에도 공공기관 임금 인상률이 어떤 자료와 기준으로 산정됐는지, 노동자의 의견이 얼마나 반영됐는지는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다.

정부는 재정 건전성과 국민 부담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당연하다. 하지만, 재정 논리만으로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을 결정할 수는 없다. 에너지, 교통, 의료, 주거, 복지, 안전, 환경을 담당하는 공공기관에서 적정한 보수는 처우 개선을 넘어 공공서비스의 질을 지키는 투자다.

 

공운위 결정에 당사자가 없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의 운영과 경영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의결한다. 공공기관 예산운용지침도 공운위 심의를 거쳐 정해진다. 문제는 수많은 공공기관 노동자의 임금과 근로조건을 좌우하는 결정을 하면서도, 당사자인 노동자가 자료를 함께 검토하고 정부와 실질적으로 협의하는 구조가 없다는 점이다.

공운위에 노동계 인사가 참여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은 물론 에너지, 의료, 연구, 교통, 금융 등 기관의 성격과 임금 구조가 매우 다르다. 일부 위원이 전체 노동자의 현실을 대변하기는 어렵다.


이제 공운위 산하에 ‘공공기관보수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정부, 공공기관 사용자, 노동조합, 전문가가 함께 소비자물가, 경제성장률, 민간 임금, 공무원 보수, 기관별 임금 수준과 인력 이탈률을 검토하고 총인건비 인상률과 보수정책을 논의해야 한다.

공무원보수위원회가 보여준 길

최근 공무원보수위원회는 정부와 노동계, 전문가가 같은 자료를 놓고 물가와 성장률, 민간 대비 보수 수준, 재정 여건을 함께 검토해 권고안을 마련했다.

노동계와 정부의 입장 차이는 컸지만, 일방적인 통보나 표결이 아니라 대화를 통해 접점을 찾으려 했다. 그 결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당사자들이 공식적인 테이블에서 근거를 제시하고 책임 있는 합의를 시도했다는 사실이다.


공공기관에도 이런 과정이 필요하다.

공공기관보수위원회는 단순히 매년 인상률 숫자 하나를 정하는 기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저임금 기관과 고임금 기관의 격차, 정규직과 공무직·무기계약직의 처우 차이, 필수인력 부족과 청년 노동자의 이탈 문제까지 함께 다뤄야 한다.

 

의견만 듣는 위원회는 필요 없다

위원회가 형식적인 자문기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노정 간 균형 있는 위원 구성을 보장하고, 정부가 보유한 임금·인력·재정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위원회가 도출한 합의나 권고는 예산운용지침에 반영하고,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는 그 이유를 공개하도록 해야 한다.

전체적인 인상 기준은 위원회에서 정하되, 기관별 노사가 현장 특성에 맞게 실질적으로 교섭할 수 있는 자율성도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총액부터 배분 방식까지 모두 통제한다면 기관별 교섭은 껍데기에 불과하다.

 

임금 통제에도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공공기관보수위원회 설치는 무조건 임금을 더 올리자는 요구가 아니다. 누가 어떤 근거로 임금을 결정했는지 공개하고, 그 결정의 영향을 받는 당사자가 과정에 참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구조에서는 정부가 임금 총액을 결정하면서도 교섭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고, 기관 경영진은 정부 지침을 이유로 책임을 피한다. 노동조합은 실질적인 결정 권한이 없는 사용자를 상대로 교섭해야 한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둔 채 노사 자율교섭을 말하는 것은 모순이다.

 

공운위 산하 공공기관보수위원회 설치는 공공기관 임금정책을 일방적 통제에서 사회적 합의로 전환하는 첫걸음이다. 위원회가 남겨야 할 가장 중요한 결과는 특정한 인상률이 아니다. 정부와 노동자가 같은 자료를 놓고 대화할 수 있다는 믿음, 그리고 합의한 결과는 정책에 반영된다는 신뢰다.


정부가 임금을 정하고 노사가 도장만 찍는 시대는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