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아스파탐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아스파탐’ 은 당이 들어있지 않아 에너지는 제공하지 않으면서 단맛만 제공하는 인공 감미료의 일종입니다. L-aspartic acid 와 L-phyenylalanine의 펩타이드 결합으로 만들어진 아미노산계 감미료죠. 설탕과 매우 유사한 단맛이 나고, 설탕보다 180~200배 정도 단맛이 강하며, 다른 감미료와 병용하면 상승효과가 있습니다. 많은 제로 칼로리 식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칼로리는 없지만 단맛이 필요한 경우 에리스리톨과 함께 흔히 사용되고 있습니다.
사실, 에리스리톨에 이어 아스파탐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발암’ 이라는 말에 대한 무서움은 생각보다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암연구소의 발표내용을 바탕으로 여러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어딜 가나 아스파탐이 함유된 제로 음료 등을 먹어야 하는지에 관하여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의문이 들더군요. 사람들은 국제암연구소(IARC)의 물질 분류에 대하여 얼마나 알고 있는 것일까? 사실 저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고 난 후, 직업환경의학과를 전공하기 전까지는 이 분류에 대하여 그다지 자세하게 들여다볼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아스파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과연 이 분류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더 이야기를 나눌 생각입니다.
IARC? 뭐하는 곳이지?
IARC는 국제 암연구소 (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 의 약자로, 인체 암의 원인, 메커니즘, 예방을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산하 기관입니다. 프랑스 리옹에 본부를 두고 있죠.
국제 암연구소는 1971년 이후 1,108종의 인자에 대해 발암성을 연구 조사해왔는데요. 체외 실험, 동물 실험 및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적 연구에 근거해 발암 요인을 5개 그룹으로 나누게 됩니다.
그룹1 : 확실한 발암 물질 (Carcinogenic to humans)
그룹2A : 발암 유발 가능성이 높은 물질 (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
그룹2B : 발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그룹3 :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물질 (Not classifiable as to its carcinogenicity to humans)
그룹4 : 암을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 (Probably not carcinogenic to humans)
발암성을 평가하는 과정은 그 동안의 문헌 연구와 동물연구 등을 망라하여 12개국 25명의 국제 전문가들이 프랑스 리옹에서 IARC 모노그래프(Monographs)*라는 문서를 작성하고, 회의를 통하여 발암성의 분류나 등재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번 아스파탐에 대한 발암그룹 분류 결정도 이렇게 이루어졌죠.
*모노그래프란 일반적으로 한가지 주제에 대하여 심도 있는 논의나 연구에 대한 출판물을 이야기 합니다. 국제 암연구소의 모노그래프는 암발생 물질에 관한 심도있는 논의와 연구 결과들의 출판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룹 분류에 대한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을 보겠습니다.
그룹1 : 확실한 발암 물질 (Carcinogenic to humans)
<그룹1>은 발암성이 확인된 물질, 혼합물 등의 노출로 사람에 대한 역학적 증거가 충분한 경우 또는 역학적 증거가 충분하지 않지만, 동물 실험 증거가 충분한 경우입니다.
<그룹1>에는 총 126가지의 물질이 있으며, 그 중 대표적인 물질은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술, 담배연기, 가공육이나 불에 구운 고기에서 나오는 벤조피렌을 비롯해 만성 간염의 원인이 되는 B, C형 간염 바이러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석면, 벤젠, 방사선, 카드뮴 등입니다.
직업적으로는 부츠 및 신발 제조 및 수리(가죽먼지, 벤젠), 굴뚝 청소부(그을음), 페인팅 (벤젠), 고무 제조업, 담배 제품 생산, 철 및 강철 제조업, 소방관 등의 직업이 IARC <그룹1> 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그룹2A : 발암 유발 가능성이 높은 물질 (Probably carcinogenic to humans)
<그룹2A>은 사람에게 발암성이 의심되는 물질, 혼합물 등의 노출로 동물실험 증거는 충분하나, 사람에서 역학적 증거가 제한적이거나 부적절한 경우입니다. 실험동물의 발암이 인간에게도 작용할 수 있다는 기전(mechanism)이 있다고 인정될 때 <그룹2A>로 분류되게 됩니다.
<그룹2A>에는 총 95개의 물질이 있으며, 그 중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붉은색 고기, 마테차, 65도 이상의 뜨거운 음료, 구두약, 음식을 튀길 때 나는 연기 등이 있습니다.
노출이 되는 직업군으로는 유리 용기 제품 제조, 미용사 또는 이발사, 석유 정제, 교대 근무 등이 있습니다.
그룹2B : 발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물질 (Possibly carcinogenic to humans)
<그룹2B>은 이번에 아스파탐이 속하게 된 그룹으로, 발암성이 의심되지만, 사람에게 역학적 증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에서도 발암성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 동물 실험 증거는 충분하나 역학적 증거가 불충분한 경우 또는 기타 증거들이 강하게 있으나 동물 실험에서 제한적인 경우들이 포함됩니다. 한 마디로 인간의 발암성 증거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에서도 발암성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그룹2B>에는 총 323개의 물질이 있으며, 놀랍게도 우리가 매일매일 먹고 있는 김치, 피클 등의 절임 채소류, 고사리, 캐러맬 색소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 밖에도 나프탈렌, 알로에 베라, 선박의 디젤 연료, 가솔린 등 다양한 물질들이 있습니다. 직업적으로도 목공 및 가구를 만드는 일, 드라이 클리닝, 인쇄관련 직종, 섬유 제조업 등의 직업들이 <그룹2B>으로 분류됩니다.
그룹3 :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근거가 밝혀지지 않은 물질 (Not classifiable as to its carcinogenicity to humans)
<그룹3>은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는 것으로 분류되지 않는 물질, 혼합물 등의 노출로 역학적 자료가 불충분하거나 활용할 수 있는 자료가 없는 경우, 동물실험 증거가 제한적이거나 분류가 불가능한 경우에 이에 속하게 됩니다. <그룹3>에는 총 500개의 물질이 있으며 대표적으로는 카페인, 형광등, 불소, 자기장, 오렌지, 나일론 등이 속합니다.
그룹4 : 암을 유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물질 (Probably not carcinogenic to humans)
<그룹4>은 사람에게 발암성이 있을 가능성이 없는 물질, 혼합물 등의 노출로 역학적으로나 동물실험에서 발암성의 부재를 시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됩니다.
[Youtube] IARC 모노그래프 발암성 분류 프로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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