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7일  (No. 599)
변치 않을 '확실성'을 찾는 방법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시대에 리더들은 이 거대한 불확실성의 파도 앞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미래를 대비하려 애씁니다. 이때 많은 조직이 찾는 도구가 저의 주요 컨설팅 분야이기도 한 ‘시나리오 플래닝(Scenario Planning)’입니다.

시나리오 플래닝은 불확실성(incertainty)를 탐색하고 대비하는 도구인데요, 옥스포드 대학교 사이드 경영대학원의 신시아 셀린(Cynthia Selin)은 시나리오 플래닝에 관해 참신한 시각을 제시하더군요. 그녀는 시나리오 플래닝의 진정한 가치는 불확실성의 바다 속에 숨겨진 ‘확실한 것(Certainties)’을 찾아내는 데 있다고 말합니다.

왜 셀린은 이렇게 말했을까요? 많은 리더가 미래를 무한한 가능성이 열린 백지상태로 간주하는데요, 사실 미래는 백지가 아닙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깊은 홈(grooves)들이 미래의 지형을 상당 부분 결정하기 때문이죠. 시간이 지나도 인프라, 제도, 인구 구조 등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녀는 확실성을 무시하고 불확실성에만 매몰되면 막연한 공포에 질리거나 비현실적인 낙관론에 빠지게 된다고 꼬집습니다. 그리고 확실한 요소를 명확히 정의하면 그것이 전략의 ‘닻(Anchor)’이 되어 우리가 무엇을 통제할 수 없고, 어떤 제약 조건 안에서 움직여야 하는지 알게 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확실성은 상상력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전략이 발을 디딜 단단한 지반을 제공한다고 덧붙이죠. 

저는 늘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해야 한다고, 그리고 그 도구로 시나리오 플래닝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해 왔기에 제 주장과 확실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그녀의 견해가 언뜻 대립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불확실성과 확실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습니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불확실성과 확실성 모두를 잘 파악해야 하죠. 그녀가 제시한 주장의 핵심은 과거의 패턴을 그대로 미래에 투영하려는 회귀분석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서 확실한 요소들을 '제대로' 통찰하라는 데 있습니다.


신시아 셀린은 다음과 같이 5가지의 렌즈를 가지고 확실한 요소를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첫째, 물질적 및 물리적 확실성: 지리적 위치, 천연자원의 한계, 기후 조건 등은 인간의 의지나 트렌드와 무관하게 존재하는 물리적 제약입니다. 아무리 혁신적인 물류 기업이라도 항만 인프라의 물리적 한계나 기상 악화를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겠죠.

둘째, 지식 및 전문가가 주도하는 확실성: 특정 업계에서 표준으로 굳어진 기술 규격이나, 전문가 집단이 합의한 성공 지표(KPI)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러한 지식 체계는 보이지 않는 규범이 되어 우리가 무엇을 ‘진실’로 받아들일지 결정하죠.

셋째, 시간 및 경로 의존적 확실성: 이미 막대한 자본이 투입된 설비나, 되돌리기 힘든 인구 구조 변화(고령화 등)가 대표적입니다. 이는 미래를 예측할 때 가장 강력한 상수가 됩니다.

넷째, 정치 경제적 확실성: 누군가의 이익과 권력에 의해 유지되는 확실성을 말합니다. 특정 규제나 시장 구조가 불합리해 보여도 기득권이 강력하게 지지하고 있다면 그것은 쉽게 변하지 않는 상수로 작용합니다.

다섯째, 규범 및 문화적 확실성: 사회 구성원들이 당연하게 여기는 가치관이나 금기를 말합니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더라도 소비자의 문화적 신념이나 윤리적 기준에 어긋난다면 그 기술은 시장에 진입할 수 없겠죠.

이러한 확실성들은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트렌드'라는 이름을 부여받아 모든 시나리오들을 지탱하는 기본 뼈대가 됩니다. 확실성이란 뼈대를 먼저 튼튼하게 세운 후에 그 위에서 불확실한 변수들이 어떻게 미래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갈지 상상하는 것이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또한, 지난 경영일기에서 언급했던 '유령 시나리오'를 규명하고 퇴치하는 방법으로 셀린의 5가지 확실성의 렌즈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암묵적으로 전제하고 있던 잘못된 가정들,  예를 들어 “인구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혹은 “규제는 곧 풀릴 것이다" 을 끄집어내어 팩트 체크를 하도록 만드니까요.

불확실성의 시대일수록 리더에게 필요한 능력은 재인식(Re-perception)입니다. 미지의 것을 두려워하기보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것, 변하지 않을 것들을 새롭게 바라보는 눈을 가지기 바랍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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