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거 #OTT #지식재산권
2022.11.25 (금)

이제는 일상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세계 미디어 시장에서 OTT가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같은 거대 기업들의 OTT는 빼놓을 수 없는 세계적 콘텐츠 유통 채널이 됐죠.

 

특히 디즈니플러스는 출시한 지 3년 만에 OTT 업계 1위인 넷플릭스를 위협할 정도로 급격히 성장했어요. 너무 빨리 구독자가 늘어나서 다들 놀랄 정도였어요. 하지만 1등을 추격하기 위해 ‘무리했다’는 평가도 나왔어요. 지난 20일(현지시간) 월트 디즈니가 갑작스럽게 최고경영자(CEO)를 해고한 걸 보면, 크게 틀린 평가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더는 못 참겠어! 너 해고야!”

디즈니의 경영은 지난 2020년 2월부터 밥 체이팩 CEO가 맡아왔어요. 최근 들어 디즈니의 테마파크 사업이 잘 풀리며 돈을 많이 벌었는데, 이 공로를 인정해 2024년까지 체이팩에게 CEO를 맡기기로 계약도 갱신했고요.

 

얼마 전 체이팩 CEO는 ‘회사 수익성을 높이겠다’면서 구조조정을 예고했어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난주 일요일 밤에 이사회로부터 갑자기 해고 통보를 받았어요. 보통은 이렇게 CEO를 해고하면, 다음 CEO가 취임할 때까지 한동안 시간을 둬요. 일종의 예우 차원이에요.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어요. 해고와 동시에 새 CEO의 취임까지 공식적으로 발표했거든요.

‘이사회’는 회사 경영을 감독할 권한을 갖고 있어요. 주주들이 선임한 이사들로 구성되죠. 그러니까 이번엔 이사회가 부진한 실적의 책임을 물어 CEO를 쫓아냈다고 볼 수 있어요. 체이팩의 CEO 업무는 이 발표와 함께 바로 정지됐어요.

 

테마파크로 벌고 OTT로 까먹고

2024년까지 일할 예정이었던 체이팩 CEO가 계약을 갱신한 시기는 불과 몇 달 전인 올해 여름이었어요. 계약서를 다시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CEO를 갑자기 쫓아낸 거죠. 디즈니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다급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어요.

 

디즈니는 지난 분기 3개월 동안에만 디즈니플러스 관련 사업에서 14억 7000만 달러(약 2조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어요. 1년 전 같은 기간에 기록한 적자보다 금액이 2배 이상 커졌어요. 디즈니플러스를 3년 전 출시한 이후 지금까지 이 사업에서 누적된 손실만 80억 달러(약 10조 7000억원)에 달해요. 디즈니 전체 매출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테마파크 부문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등 좋은 실적을 냈지만, OTT 부문의 손실을 완전히 만회하기엔 역부족이었어요.

자료=Factset, KB증권

OTT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디즈니가 구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막대한 돈을 써야 했기 때문이에요. 디즈니가 지난 1년간 콘텐츠 제작에 지출한 금액은 300억 달러(약 40조원)에 가깝다고 해요. 경쟁사인 넷플릭스의 연간 콘텐츠 제작 예산이 약 170억 달러로 알려진 걸 고려하면, 2배 가까이 많은 돈을 쓴 셈이에요.


디즈니 OTT, 세계 1위는 됐는데...

디즈니 OTT 사업은 올해 3분기에 ‘세계 가입자 수 1위’ 타이틀을 차지했어요.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외에도 별도의 OTT 서비스인 훌루(hulu)와 ESPN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이 서비스의 가입자 수를 모두 합치면 약 2억 2100만명에 달한대요. 넷플릭스(2억 2000만명)보다 많은 숫자예요.

자료=월트 디즈니, 하이투자증권

10월 기준으로는 디즈니 계열 OTT 가입자가 2억 3500만명까지 늘어났어요. 디즈니플러스만 따져도 1억 6400만명으로, 넷플릭스를 맹추격하고 있어요. (아직 한국에선 5~6위 정도이긴 해요)


하지만 돈을 팍팍 써가며 구독자를 늘린 만큼 수익성은 좋아지지 않았어요. 적자 규모는 오히려 더 커졌죠. 결국 해고되긴 했지만 체이팩 전 CEO도 이런저런 대책을 세우고 있었어요.

 

우선 다음 달 초부터 월 7.99달러였던 미국 내 디즈니플러스 구독료를 10.99달러로 대폭 인상하겠다고 발표했고, 조금 저렴한 대신 광고 영상을 중간중간 꼭 봐야 하는 ‘광고 요금제’도 도입하기로 했어요. 임직원들에겐 출장을 최대한 줄이라며 필요한 경우 해고도 하겠다고 예고한 상태였죠.

70대 전설적 CEO에 도움 청한 디즈니

디즈니가 위기 상황에 꺼내든 카드는 ‘전설적 CEO’의 복귀였어요. 2005년부터 15년간 디즈니의 CEO를 맡았던 CEO 겸 회장 ‘로버트 아이거’에게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 올해 71세인 아이거는 지금의 ‘디즈니 왕국’을 세운 인물로 꼽혀요. 그가 CEO로 일할 때 <토이스토리> 시리즈 등 유명 애니메이션을 다수 제작한 ‘픽사’와 <스타워즈>로 유명한 ‘루커스필름’, <어벤져스> 시리즈를 제작한 ‘마블’ 등 굵직한 회사들을 모두 사들였거든요.

 

디즈니가 수많은 인기작의 *지식 재산권을 보유한 ‘콘텐츠 왕국’으로 거듭나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한 거죠. 아이거가 CEO를 맡았던 15년 동안 디즈니는 꾸준히 성장했어요. 주가는 5배 이상 올랐고, 연간 순이익도 4배 이상으로 늘어났다고 해요. 미국 경제 전문방송 CNBC는 “아이거는 디즈니의 많은 사람들이 존경하고 좋아하는 인물”이라며 “(그가 이끈 거래들로) 디즈니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지식 재산권 재벌이 됐다”고 평가했어요.

아이거의 복귀 소식을 투자자들은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 같아요. 올해 들어 40% 이상 하락하는 등 좀처럼 약세를 벗어나지 못했던 디즈니 주가는 CEO 교체를 발표하자마자 6% 이상 올랐어요. 같은 시간에 주식 시장 전반이 소폭 하락세를 보였던 점을 고려하면 상승세가 더 눈에 띄었어요.

 

‘돌아온 전설’은 디즈니를 구할 수 있을까

아이거 CEO는 앞으로 2년 동안 디즈니를 경영하면서 후임 CEO를 물색할 예정이에요. 사실 세계적 기업이 결정한 ‘전설의 복귀’는 올해만 따져도 처음은 아니었어요. 지난 4월 위기의식을 느낀 스타벅스가 전설적 CEO로 불리는 하워드 슐츠 CEO에게 도움을 요청했었죠.

 

실제로 슐츠가 복귀한 이후 스타벅스의 실적은 많이 개선됐어요. 지난 3분기에 매출순이익 모두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할 정도였어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인 중국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 탓에 매출이 16%나 줄었는데도 좋은 성적을 거뒀죠. 이제 시장은 돌아온 전설적 CEO가 위기에 빠진 디즈니를 구해줄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어요. 과연 이번에도 ‘전설 CEO’ 카드는 통할까요?

 

스타벅스도 연봉 1달러에 ‘전설’ 불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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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줄 요약 ★
① 지난 20일 월트 디즈니 이사회는 2024년까지 CEO를 맡기로 했던 밥 체이팩을 해고했음. 지난 분기에만 디즈니플러스 관련 사업에서 14억 7000만 달러(약 2조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

② OTT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디즈니는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넷플릭스를 제치고 ‘세계 가입자 수 1위’를 차지했음. 하지만 콘텐츠 제작 등 OTT 투자에 너무 많은 돈을 지출해서 적자 폭은 오히려 커지는 추세.

③ 디즈니는 15년간 CEO를 맡았던 로버트 아이거를 새 경영자로 선임함. 그는 디즈니를 ‘지식 재산권 재벌’로 만들어 전설적 CEO로 불리는 인물. 시장은 그가 위기에 빠진 디즈니를 구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음.

우리나라 인구, 35개월째 줄기만 해요

출생아가 줄고 사망자는 늘면서 우리나라 인구가 35개월째 감소하고 있어요.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7~9월) 출생아는 6만 4085명이에요.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래 3분기 기준 최소치죠. 1년 전 같은 기간보다는 3.7% 감소했고요. 3분기 사망자 수는 8만 5229명으로 3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고, 1년 전보다는 10.2% 늘었대요. 한국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35개월째 감소하고 있어요.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9월까지 인구가 8만 6775명 줄어들었대요.


올해만 여섯 번째 기준금리 인상

한국은행이 연 3%였던 기준금리를 어제(24일) 3.25%로 인상했어요. 한국은행은 약 6주에 한 번씩 1년에 총 8번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하는데요. 올해 들어 지난 4월부터 여섯 차례 연속(4·5·7·8·10·11월)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죠. 다만 지난달(10월) ‘빅 스텝(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것과는 달리 이번엔 0.25%포인트로 인상 폭을 좁혔어요. 물가 상승세가 다소 완화됐지만, 오름세가 아직 확실하게 꺾이지는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경제 성장 속도, 더 느려질까요

내년 우리나라 경제 성장 속도가 생각보다 더 느려질 것으로 보여요. 어제(24일) 한국은행은 내년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1.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발표했어요. 기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1%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수치죠. 1%대 성장률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했던 2020년(-0.7%), 전 세계가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에요.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은 2.6%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어요.


대규모 시위 벌어진 세계 최대 아이폰 공장

세계 최대의 아이폰 생산 기지인 중국 정저우 폭스콘 공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어요. 수백 명의 노동자가 임금과 근로 환경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발생한 사태죠. 중국에선 코로나19 재확산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가 봉쇄되고 공장들의 가동은 중단되고 있어요. 폭스콘 공장도 이달 초부터 시설이 전면 봉쇄되고 노동자의 외부 출입은 금지됐죠. 시설 내에서 감염이 확산할 거란 우려가 커졌고, 약속했던 임금은 물론 음식까지 제대로 제공되지 않으면서 직원들의 불만이 폭발했대요. 이번 사태로 아이폰14 시리즈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정저우 폭스콘 공장 가동이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여요. 회사가 직원들에게 사과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아이폰 생산이 차질을 빚을 거라는 전망이 나와요.

*지식 재산권이 뭐야?

지식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 Right)은 지적 능력을 활용해 만들어낸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의미해요. 재산이라고 하면 보통 건물이나 가구, 보석처럼 구체적인 형태가 있는 것들을 떠올리잖아요. 지식 재산권은 음악이나 소설, 상표, 디자인 같은 무형의 창작물이라도 재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다면 그 권리를 법으로 보호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개념이에요. 지식 재산권은 크게 저작권과 산업 재산권으로 나눌 수 있어요.


▶저작권(Copyright)

저작권은 미술, 음악, 영화, 시, 소설, 소프트웨어, 게임 등 문화와 예술 분야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예요. 이런 창작물을 이용하려면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거죠. 이용 허락을 받기 위해 사용료를 지급하기도 해요. 저작권 중에는 그 권리 자체를 거래할 수 있는 종류도 있어요. 우리나라에선 저작자가 사망한 후 70년까지 저작권을 인정해요.


산업 재산권(Industrial Property Right)

산업과 경제활동 분야의 창작물에 대한 권리예요. 발명이나 상표, 디자인 같은 것들이 포함되죠. 특허권이 대표적인데요. 새로운 기술을 발명한 뒤 특허청의 심사를 통과하면 특허권을 갖게 돼요. 특허권이 인정되면 특허권자의 동의 없이는 그 기술을 사용할 수 없고요. 상표와 관련된 권리를 상표권, 디자인과 관련된 권리는 디자인권이라고 해요.


왜 권리를 보호하는 거야?

사람들이 창조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예요. 작곡가가 밤을 지새우며 곡을 만들고, 발명가가 우리 삶을 윤택하게 해줄 기술을 개발했다고 가정해볼까요. 만약 다른 사람들이 멋대로 곡을 사용하거나, 기술을 모방한 제품을 만들어 팔아도 아무런 제재를 하지 않는다면 누가 힘을 들여 창작 활동을 하겠어요. 창작물에 대한 권리를 법적으로 보호해야 문화와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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