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 어떤 직무로도 직행이 어렵다는 결론만 나옵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그 직무와 연결시킨 저의 업무는 제가 해왔던 일의 극히 일부입니다. 반대 또한 마찬가지일 수밖에 없었죠. 선인 것처럼 보였던 경계는 사실 벽이었습니다.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성실하게 쌓은 만큼 경계 또한 성실하게 올라 있었습니다. 뒷골이 싸해졌습니다.

‘전문성’은 바로 그런 것 아닐까 합니다. 벽 말고요. 벽 너머에 있는 거요. 명확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누군가의 전문성은 그의 주변에 공기처럼 떠 있습니다. 타인이 쉽게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기도 하고요. 그제서야 질문을 바꿔 던지게 됩니다. 저의 전문성은 무엇일까요? 그것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요?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내 역할과, 회사가 생각하는 내 역할과, 내가 실제로 하는 일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한다면 물론 좋겠지만, 그러기가 어디 쉽던가요. 저는 이제 불가능한 이상을 쫓기보단 현실에서의 생존을 추구하기로 했습니다. 생존을 위해선 주어진 환경에서 최소한의 자원으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것이 중요하죠. 저의 올해 목표는 정시 퇴근입니다. 전문성은…글쎄요…제 신경망은 chat-GPT보다 빠른 속도로 학습할 자신이 없다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