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버드의 가장 큰 고민은 버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그 중 대부분의 시간은  스마트폰을 보며 버린다. ‘유튜브 하나만 보고나서 시작해야지’ 마음 먹었지만 정신차리고 보면 3시간이 훌쩍 지나있고, 공부하다가 잠깐 짬을 내서 들어간 인스타그램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다시 책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세상에 재밌는 것들은 또 뭐가 그렇게 많은지 밤새 유튜브의 바다를 배회하며 낄낄대다가 잘 시간을 놓쳐버리는 건 다반사다. 그렇게 잃어버린 시간이 너무 싫어 내일부터는 진짜 그만봐야지 마음을 먹지만 그것 또한 작심 하루를 못간다. 난 너무 나약해.

그렇다. 우린 이런 걸 중독이라고 부른다. 스마트폰 중독. 스마트폰이 없이는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나의 의지와 시간을 모두 빼앗겨버린 상태. 이 중독이 나에게서 빼앗은 건 그것만이 아니다. 짧고 자극적인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세계에 길들여진 나는 이제 2시간 동안 앉아서 영화 한 편을 보고 있는 게 힘들어졌고, 한 시간 넘게 집중해서 책을 읽는 것 또한 힘들어졌다. 휴대폰이 없으면 집 앞 편의점조차 못 가게 되었고 밖에 있을 때 휴대폰 배터리가 얼마 없으면 초조해진다. (초조한 마음에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보려고 계속 화면을 켜서 배터리가 더 빨리 닳아버리곤 한다.)

길을 걸을 때 조차, 가방에 넣는 것도 싫어 손에 꼭 붙들고 다니는 스마트폰은 이제 내 신체의 일부나 다름이 없어졌다. 생각해보면 참 무서운 일이다. 내 손에 든 이 작은 네모난 기계가 내 삶을 지배한다. 나의 시간과, 나의 일상과, 나의 감각과, 나의 생각을 지배한다. 이렇게 무력해지다니 황당하고 어이없지만, 어쩔 수 없다. 스마트폰 이외에도 세상의 많은 것들은 우리를 현혹시키고 그 사이에서 나 자신을 빼앗기지 않고 지켜내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어쨌거나,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많은 중독들은 (그것 자체를 끊어내는) 치료가 가능할 지 모르겠으나, 스마트폰 중독은 그런 식의 치료가 불가능하다. 단순하게 ‘앞으로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을거야’ 또는 ‘하루에 한 시간만 쓸거야’ 와 같은 방법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너무 순진하다. 앞으로 스마트폰은 지금보다 더 나의 일상 속 깊숙한 곳 까지 파고들 것이고 더더욱 나와 가까워질 것이다. 

이렇게 느끼는 건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 모두 같은 물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물은 이미 깊은 곳에서부터 차올랐고, 이 모든 건 돌이킬 수 없다. 우리가 다만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직시하는 것, 또한 바뀌어버린 우리의 감각과 생각을 이용해서 우리 자신을 재구성하는 것, 그래서 우리 자신을 오롯이 다 내어주지는 않는 것, 그 정도이지 않을까.  

어쨌든 그래도 시간은 소중하니까, 유튜브 앱은 잠시 지워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