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int 1.  제품을 제작하는 로우로우에게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에요.
vol. 58  |  Brand

point 1.  제품을 제작하는 로우로우에게 '디자인'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에요. 고객들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문제상황을 고려해 이 문제를 해결하는 제품을 만듭니다. 

point 2.  로우로우에게 '옳은 디자인'이란 쓰임이 명확한 것을 말해요. 만약 왜 그렇게 디자인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그건 옳은 디자인이 아닌 거죠.   
point 3.  쓰임이 명확하고, 이 쓰임을 뒷받침하는 퀄리티를 갖춘 제품이라면 오래 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인지 로우로우에는 오랜 고객들이 많아요. 본질을 지향하는 브랜드와, 잘 만든 제품 하나를 오래 쓰는 팬. 이 둘은 서로에게 찬사를 보내요.

하나,

가방장수 로우로우

가방 장수. 2012년에 시작하여 11년째 로우로우를 이끄는 이의현 대표는 여전히 자신을 이렇게 소개해요. 쉽고 명확한 소개죠. 당시, 패션 기업에서 MD로 일하던 이의현 대표는 또래 동료였던 상품기획자와 디자이너 5명과 함께 로우로우를 시작했어요. 첫 제품은 가방이었어요. 가방다운 가방을 만드는 게 목표였죠. 물건을 안전하게 담아 쉽게 드는 것, 가방의 역할인 '이동'과 '수납'에 충실한 이 제품은 같은 해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의 한 편집숍에 입점하여 로우로우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후로 신발, 안경, 캐리어, 의류, 캠핑용품을 발표하며 브랜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제품의 역할에 집중하는 로우로우가 제품을 만드는 방식은 이름에서 이미 확인할 수 있어요. 날 것의 'raw'와 행렬의 'row'로 이루어진 로우로우는 본질이 계속됨을 의미하죠. 로우로우는 자신들의 제품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며 오래 지속되기를 바라요. 그래서 더욱 제품의 개념에 집중하죠. 예를 들어 가방의 본질이 '담는 것' '보호하는 것' '이동하는 것'이라면 그것에만 집중하면 돼요. 

로우로우가 정의하는 옳은 디자인이란 쓰임이 있는 디자인이에요. 왜 그렇게 디자인되었는지에 대한 이유가 확실해야 하죠. 이동이 쉽도록 바퀴를 단 캐리어, 가운데 구멍을 뚫어 소스가 잘 배도록 한 마카로니처럼요. 한편 로우로우가 생각하는 좋은 브랜드는 raw가 right인 브랜드에요. 본질을 지키는 것이 곧 가장 옳은 게 되는 것. 그래서 로우로우는 무엇보다 제품 자체에 시간과 에너지를 가장 많이 쏟습니다.


현재의 로우로우를 정의하는 단어는 '트립웨어(trip wear)'에요. 가방에서 캠핑용품까지. 로우로우가 만들어 낸 제품이 모두 야외에서 쓰이는 것이기 때문이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모호한 표현보다 훨씬 실체적으로 자신을 정의하고 있는 셈이에요. 이처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다면 로우로우는 그 단어를 쓰지 않아요. 



둘,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 디자인

잘 디자인된 제품은 쓰면 쓸수록 느껴요. 쓰다 보니 이렇게도 쓸 수 있으면 좋겠는 순간이 있는데요. 그것에 딱 맞게 사용이 가능할 때 브랜드에 반하곤 합니다. '여기 잘하네!' 하면서요. 로우로우가 지향하는 디자인도 이와 같아요. 제품이 실제 쓰이는 과정에서 어떤 문제에 부딪힐까를 생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품을 만듭니다.
1. 가방 : R BAG

로우로우에서 처음 나왔던 가방 라인이에요. 가방이 무언가를 담는 도구라는 것에 착안하여 모세의 요람에서 본을 떠 전체 형태를 잡았어요. 또 가방을 뒤로 멨다가 어떤 상황에는 드는 것이 편한 상황을 생각해서 측면에도 손잡이를 달았죠. 손잡이는 통가죽을 써 튼튼하게 마감했어요. 가방의 무게를 견디려면 손잡이는 튼튼해야 하니까요. 또, 손에 닿는 부분임을 고려하여 가죽에 화학적 가공을 하지 않았죠. 소재 역시 로우(RAW)합니다. 가방의 안쪽에는 밝은색의 안감을 더했어요. 덕분에 가방 안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을 쉽게 구별하고 찾을 수 있죠.

2. 캐리어 : R TRUNK

2018년, ‘가장 무거운 짐을 가장 편하게 옮기기 위한 장비'라는 타이틀과 출시되었어요. 로우로우의 캐리어에는 다른 캐리어에서 볼 수 없는 것이 있어요. 바로 알파벳 T 두 개를 겹친 듯한 'TT' 모양의 핸들이에요. 균형을 잡는 역할을 하는 자전거의 핸들에서 착안했죠. 여행 중에 이동하다 보면 손에 든 물건이 많아질 때가 있잖아요. 그럴 때 좌우 손잡이에 탁탁 걸 수도 있고요. 기존의 핸들에 비해 잡을 수 있는 영역이 넓어져 캐리어가 순간적으로 넘어지려 할 때 쉽게 잡아챌 수 있어요. 캐리어의 무게를 바로 잴 수 있도록 저울도 달려 있고요. 캐리어가 만들어진 지 50년 만에 새로운 변화를 만든 로우로우의 이 캐리어는 2019년 iF 디자인 어워드 위너를 수상하기도 했어요.

3. 안경 : R EYE
이의현 대표는 본래 제조업에 대한 존경이 깊었어요. 신발의 아웃솔을 만들던 비브람, 지퍼 하나로 세계적인 브랜드가 된 YKK. 아주 작은 부분을 만들지만 이들이 어떻게 세상을 좋게 만드는지 궁금해하고 그들을 팔로업하고 존경했죠. 이에 못지않은 업체들이 국내에도 많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로우로우의 안경은 1985년부터 '티타늄'이라는 소재만 다뤄온 대구의 대한하이텍과 함께해요. 평균 무게가 5g밖에 되지 않는, 풍선보다 가벼운 안경이죠. 로우로우는 이 안경을 소개할 때 이 안경은 로우로우가 아닌 이 '장인'이 만들었다고 얘기해요. 제품에는 대한하이텍의 로고도 함께 새겨져 있죠.

로우로우는 안경 외에 신발, 가방도 하나의 일에 오래 종사한 협력업체와 함께하는데요. 이 역시 제품의 역할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그 역할을 제대로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raw에만 집중한 이들을 찾는 것이죠. 시력을 교정해 주는 의료 장비로서의 안경을 만든 로우로우는 고객에게 평생 수리를 책임지는 일생워런티를 제공해요. 한 번 만든 제품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로우로우의 다짐이자 자신감이에요.

셋,

로우로우의 보이스 '생생함과 찬사'

'지속 가능하며 절제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자.' 이의현 대표가 로우로우를 만들기 전 하라 켄야와 디터 람스의 전시회를 보고 다짐했던 것이에요. 한 번 사면 10년은 거뜬하게 만드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로우로우에는 유독 한 제품을 오래 사용한 고객들이 많아요. 심지어는 헤진 부분을 꿰매어 사용하는 경우도 많죠. 로우로우는 이들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습니다. 가장 처음 출시한 R BAG의 헌 가방을 새 가방으로 바꿔주는 Change Your Bag으로 선물을 하기도 하고요. 제품을 직접 수리하여 쓰고 있는 고객의 글을 리그램 하여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해요.


본질이 중심에 있는 브랜드여서요. 말하는 톤도 조금은 무겁고 절제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전달하는 목소리에는 생동감이 묻어 있어요. 이는 로우로우가 고객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살아있음을, 생생함을 느끼길 바라기 때문이에요. 고작 집 밖에 나선, 등굣길이지만, 출근길이지만, 로우로우는 모든 순간이 의미 있는 여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순간을 로우로우와 함께하길 바라요. 로우로우의 슬로건인 'Live More'처럼요.

 

로우로우는 그 여정을 확장하고 있어요. 올해 자사몰을 '월드와이드월드(World Wide World)'라는 이름의 온라인 셀렉트 숍으로 바꾸고 '월드와이드서울' 매장을 서울 성수동에 열었어요. 로우로우와 함께 아메리칸 캐주얼 브랜드 '노티카', 록 클라이밍에서 탄생한 '그라미치', 1917년에 론칭한 일본의 구두 브랜드 '하루타' 등 협업 브랜드들을 만날 수 있어요. 로우로우가 이들을 선택한 이유는 곧 Live More로 이어져요. 더 많은 삶의 곳곳에서 로우로우를 만나고, 종전에는 Live More하길 바라는 마음인거죠. 



본 레터에 사용된 이미지의 출처는 모두 '로우로우'입니다. ⓒrawrow


Editor's comment 

올해 생일에 로우로우 가방을 선물 받았어요. 어깨로도 크로스로도 멜 수 있는 가방이에요. 노트북과 충전기, 책, 노트, 파우치가 쏙 들어가는 용량과 무엇보다 지퍼없이 스트링만 잡아당기면 가방이 여며져서요.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출근할 때 자주 사용하고 있죠. 사실 처음 가방을 봤을 때 눈에 들어왔던 건 네임택이었어요. 가방 안쪽과 바깥쪽에 하나씩 있는데요. 'WHO AM I', 'CONTACT'이라 쓰인 라벨이 붙어있죠. 이걸 보고 물건에 내 이름을 적어본 지가 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똑같아서 섞여 버린다거나 잃어버릴 수 있다는 걱정을 하지 않는 직장인이지만요. 학생 때 내 물건에 이름을 적는 것이, 물건을 소유하는 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행위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당장이라도 많은 것을 쉽게 살 수 있는 지금, 하나하나를 고심해서 사는 것 역시 나를 돌보는 일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궁금하네요. 로우로우 가방을 쓰고 있는 물결님들은 네임택에 이름을 적었는지요.


Editor  초이   |    사람과 브랜드를 좋아해요. 매력적인 브랜드 뒤에는 늘 매력적인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오늘 물결님과 나누고 싶은 노래는 'Bruno Mars & Anderson Park - Fly As Me'입니다.

로우로우의 가방을 메고 어딘가를 걸어보고 싶어요!

물결님의 호수에 닿은 쉰여덟 번째 돌멩이, 어떠셨나요?

돌멩이레터, 함께 읽고 싶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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