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죽으라고 한다면 죽을 수 있을까?”

이 질문을 듣고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는 순간 아프지 않을까. 죽음의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곳은 칠흑같이 어둡지 않을까. 그래서 외롭고 무섭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들을 다시는 만나지 못할 텐데 슬프지 않을까. 나를 떠나보내고 남은 사람들은 괜찮을까. 이 모든 두려움을 뒤로 할 굳은 결심이, 스스로 마음먹지 않고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일까.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그럴 수 없다”입니다.

이 질문을 던진 사람은 강한수 민주노동조합총연맹 건설노조 수석부위원장입니다. 강 부위원장은 지난 22일 서울 중구 조선일보 본사 앞 규탄 기자회견에서 “당신들은 과연 누가 죽으라면 죽을 수 있는 사람입니까”라며 최훈민 조선NS(<조선일보> 계열사) 기자에게 물었습니다.

이 기자는 건설노동자 양희동씨가 윤석열 정부의 노조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한 그날 현장에 있던 다른 노조원이 이를 방조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습니다. 당사자도, 곁에 있던 기자도,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모두 아니라는 데도, 소리 없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영상과 익명의 제보자 말만 듣고 기사를 쓴 겁니다.

윤석열 정부는 양씨의 분신에 대해 지금껏 단 한번도 입장을 밝힌 적이 없습니다. 마치 양희동이란 노동자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마냥 계속되던 침묵을 깨트린 건 공교롭게도 <조선일보>의 보도입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보도 직후 분신 방조 기사를 거론하며 양씨의 분신을 ‘의문스런 죽음’으로 뒤바꿨습니다. 민주노총이 양씨의 죽음을 대정부 투쟁의 동력으로 삼기 위해 ‘기획분신’을 벌였다는 점을 강조한 겁니다.

애시당초 ‘누군가 죽으라’고 한다가 아니라 ‘누군가 죽으려’고 한다로 시작했어야 할 질문이었습니다. 그 지극히 상식적인 질문을 피하려고만 했던 정부와 보수언론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 노조 탄압을 비판하며 산화한 노동자가 다시금 노조 탄압의 제물이 되어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정말 궁금했던 건 무엇일까요. 이번 만큼은 꼭 알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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