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시멀리스트를 위한 마음의 위로 +마지막 발송 과정에서 세 번째 문장의 인용 부분이 누락된 것을 발견하고 다시 보냅니다. :D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호더에 맥시멀리스트입니다. 디지털 분야에서 가히 추종을 불허합니다. 혹시 여러분은 모바일에서 크롬 탭을 100개 이상 열면 :D 마크가 나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저는 자주 봅니다. 며칠 동안 읽고 싶은 글, 다시 읽어야 할 글, 아직 못 읽은 글을 모으면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런지라 브라우저 탭도 몇 번 날려먹는데요, 이 탭들을 기리며 오늘은 무언가를 모으는 마음에 대한 문장들을 모아봤습니다. 첫 번째 문장 김민철 작가님과 남편의 공통 취미는 맥주 병뚜껑 모으기입니다. 부피가 작아 간직하기 편하면서도, 병뚜껑을 살펴보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리곤 한다고 합니다. 이 취미를 전파한 이후, 주변에서도 새로운 병뚜껑을 가져오곤 한다네요. 각국을 여행하다가도 작가님이 생각나 병뚜껑을 사오고 “이건 없지?”라며 눈을 빛낸다고 합니다. 이미 있는 맥주 병뚜껑이어도,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고 하네요.
한때 저는 책갈피를 모았지만 항상 책과 함께 어딘가로 사라지길 반복하면서 간직하기를 포가했습니다. 마그넷과 병뚜껑을 모으는 마음이 괜찮다면, 메일함에 쌓인 뉴스레터와 브라우저 탭 정도도 봐줄만 하지 않을까 자기 합리화를 해봅니다. 두 번째 문장 수집하는 카테고리가 굉장히 다양해서 다채롭게 보일 수 있지만 좋아하는 이유는 결국 한가지더라고요. 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을 좋아해요. 그래서 오래된 물건을 수집하는 것도, 물건 안에 쌓여온 이야기가 많아서 좋아하는 것 같고요. 결국 '이야기를 수집'하는 사람인 거죠.
세 번째 문장 사서는 기본적으로 맥시멀리스트다. 내가 만난 사서들은 다 그렇다. 또 사서는 이야기 수집가다. 책마다 무슨 사연이 그렇게 많고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가 수백수천 가지이다. 때론 단 한 가지. 그 한 가지는 가장 가깝고 가장 강력한 이유, ‘제가 좋아한다고요!’이다. 문헌정보학과를 나왔지만 사서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좋은 장서를 운영하기 위해 잘 모으는 만큼 잘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전공 과목에서 배웠던 기억은 있습니다. 폐기할 때도 냉정하게 도서관 장서 규칙에 입각해야 하겠지만, 무언가를 폐기하는 마음이 쉬운가요. 자료와 이용자들에 얽힌 이야기는 또 얼마나 많을까요.
사서 고생합니다, 라는 책은 도서관 사서로 일한 저자의 경험을 진솔하게 담은 책입니다. 먼 나라의 도서관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 만나는 사서 분들이 실제로 일하는 마음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를 찾으려고 위의 글들을 곱씹어보면, 무언가를 모으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간직하는 사람들 같습니다. 반면 저는 오히려 이야기를 찾으려고 모으는 사람 같습니다. 혹시 아직 제가 정리하지 못한, 읽지 못한 글들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저는 [문장줍기]라는 편지를 건져 올리기 위해, 저의 브라우저 탭과 밑줄 목록, 스크린샷을 찾아 헤맵니다. 뒤엉킨 문장들 속에서 이야기를 건지는 과정은 그래서 아주 느리고 혼란스러운 과정입니다. 몇 편의 편지를 쓰면 제가 쌓아둔 것들이 말끔해질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이야기를 찾아 헤매는 한 제 브라우저 탭은 영원히 [:D]로 남아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날린 브라우저 속에서, 발견하지 못한 이야기를 다시 한 번 애도합니다. 함께 나누고 싶은 문장이 있으신가요? 오늘의 문장줍기는 어떠셨나요? SENTENCE PICK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