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학생인권조례가 지난 15일 도의회의 표결을 거쳐 폐지됐어요. 지난한 논의 끝에 2020년에 어렵사리 제정된 조례가 3년여 만에 사라졌어요. 지자체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실제로 폐지된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다다닫 이번 호에서는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폐지를 둘러싼 잔혹사를 전해드립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언제 처음 제정됐어?

지자체별 학생인권조례는 2010년 10월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됐어요. 당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선거 때부터 공약한 바였죠. 제정에 반대했던 측에서 제기했던 문제는 학생의 두발과 복장 자율화나 체벌 금지, 휴대폰 사용 허용, 그리고 임신·출산·성적지향·성별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 금지 등이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져오게 된다는 거였어요.

학생인권조례는 어느 지역에 있어?

경기도에 이어 광주(2011), 서울(2012), 전라북도(2014), 충청남도(2020, 올해 폐지), 제주(2021), 인천(2021)에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었어요. 서울학생인권조례는 특히 교육감이나 시의회가 아니라 주민발의를 통해 제정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커요. 차별금지사유에 성별정체성이나 개성을 실현할 권리 등 가장 폭넓은 내용을 담고 있기도 해요.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지역도 많구나?

지자체별 학생인권조례의 제정 연혁을 보면 201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제정되다가 휴지기를 가진 뒤 2020년대 들어 다시 제정되기 시작한 것을 알 수 있어요. 이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무산시키려는 조직적인 반대가 점차 강력해졌기 때문이에요. 지금까지 강원도, 경남, 부산, 세종, 울산 등 지역에서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시도했지만 반대에 가로막혀 왔어요. 반대측은 나아가 이미 제정된 지자체별 학생인권조례를 폐지시키려는 활동도 격렬히 펼치고 있죠.

왜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거야?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폐지를 둘러싼 핵심 쟁점은 물론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등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지요. 임신 및 출산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도 많은 반대를 불러왔어요. 이번에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안을 표결하는 본회의에서 한 국민의힘 도의원은 “남자 며느리를 받고 싶냐”며 학생인권조례의 해악을 왜곡한 발언은 대표적인 사례예요.

최근에는 교권 문제로 시끄럽던데?

학생인권조례에 관한 논쟁이 전통적으로 ‘동성애 반대’의 프레임에 갇혀있었던 것과 달리 최근 ‘학생의 인권 vs. 교사의 교권’이라는 새로운 프레임이 언론에서 힘을 받고 있어요.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로 교육 현장을 망가트리고 교권을 추락시킨 주범으로 학생인권조례가 지목된 거예요. 그런데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침해가 늘어났다는 주장은 근거를 찾아보기 어려워요. 오히려 인권보장 수준이 높을수록 교육권을 존중하는 결과로도 이어진다는 연구도 찾아볼 수 있다.

조례 폐지가 해결책은 아닌 거네?

학생인권조례에 대한 언론의 보도나 정치권에서의 인식이 최근 급격하게 폐지론으로 성급하게 기울면 안 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아요. 특히 ‘교사의 권한’과 ‘학생 인권’을 대립적인 것으로 보는 관점은 현실에 들어맞지도 않는다는 거예요. 오히려 학생인권조례의 제정을 반대하고 폐지를 위해 노력해온 반동성애 진영과 보수 언론 및 정치인들이 서이초 사건 등을 도구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러운 대목이죠.

학생인권조례는 유지될 수 있을까?

서울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가 이어지고 있죠. 법원은 지난 18일 학생인권조례폐지안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어요. 현재 법원에는 학생인권조례폐지안 발의에 대한 무효 소송이 제기되어 있는데, 이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안건 상정을 일시적으로 막아둔 거예요. 법원에서 이 법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그에 따라 사회적 숙의 과정을 거치도록 요구한 거라고 볼 수 있는 대목이에요.

시민사회 및 인권단체에서는 지속적으로 학생인권조례의 유지와 실효성 강화를 요구해왔고,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도 학생인권조례 폐지가 국제 기준에 반할 뿐만 아니라 그 사유가 ‘동성애 반대’라는 점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지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등 전국 9개 시도 교육감은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반대함은 물론 학생인권법 제정에 나서자고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학생인권조례는 어떻게 해야 될까?

사실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찬성하는 측에서도 여러 조례가 가진 한계를 지적하기도 해요. 특히 인권 보장과 증진을 위한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구체화하지 못한 경우 선언적인 조례에 그칠 위험성이 크며, 지자체별 차이가 커서 지역 조례가 아닌 일반 법률로 다뤄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거예요.

실제로 지자체별 학생인권조례를 넘어 ‘학생인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요. 학생인권조례가 경기도에서 처음 제정되기 이전에 민주노동당은 2006년과 2008년 이러한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어요. 학생인권조례의 유지와 폐지라는 단순한 구도를 넘어 더 중요한 논의를 위해 한 발짝 나가야 할 때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