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무신사 UI 개편 2.SSG닷컴 물류 축소
 2024.06.12 24-025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무신사가 PC화면을 없앤 건 득일까, 실일까?
  02 SSG닷컴의 물류 포기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03 뉴스 TOP5 - '편의점 사장님께 듣는 업계 비하인드'

   

무신사가 PC화면을 없앤 건 득일까, 실일까?

     
design by 슝슝 (w/DALL-E)
  
일단 욕을 먹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무신사가 6월 3일 부로 PC 전용 웹 사이트를 모바일 웹 버전으로 개편하였습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기존 이용자들은 다소 당황한 모양새인데요. 사실 아무리 좋은 의도라고 할지라도, 변화는 일단 무조건적인 거부감을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찬사를 받는 토스 증권의 단순한 UI 역시, 초기에는 기존의 것에 익숙하던 이들은 정보량이 한정적이라며 비판하던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래서인지 반응은 솔직히 좋진 않습니다. 무신사 패션톡은 물론, 다수의 커뮤니티에서 이번 개편에 대한 불만 섞인 피드백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아마 내부에서도 이를 충분히 예상했을 텐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신사가 이러한 변화를 택한 이유를, 업계에서는 주로 비용 절감 목적이 아니겠냐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무신사의 PC 이용률은 한 자릿수 수준에 머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를 위해 PC 버전을 별도로 유지/보수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겁니다.

비용 절감만 노린 건 아닐 겁니다

물론, 무신사는 이번 UI 개편의 목적이 비용 효율화보다는 PC와 모바일에서 일관된 사용자 경험과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라고 공식적으로 밝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설명에 상당 부분 공감하는데요. 무신사가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한 것은 당연하며, 아마도 가장 주요한 목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이 오로지 비용만을 고려한 것이라고 보지는 않고요.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사용자 경험의 변화를 만들고자 하는 의도도 분명 있었을 겁니다. 다만,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일관된 사용자 경험'이 반드시 '더 나은 사용 편의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번 개편의 숨겨진 의도, 그리고 무신사가 노리는 또다른 목적은 전문관, 커뮤니티, 개인화 추천 등 모바일 웹 전용으로 제공되던 기능을 확장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전문관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무신사는 그동안 사업의 외연 확장을 위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전문관을 개설하고 성장시키는 전략을 펼쳐 왔습니다.


그러나 이 변화는 모바일 웹과 앱에 주로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공통된 경험을 제공한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직장인처럼 일상에서 PC를 주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PC 웹과 모바일 웹/앱을 번갈아 가며 쇼핑을 많이 하는데요. 일반적으로 탐색은 PC에서, 결제는 모바일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에서는 전문관 경험이 단절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PC 웹페이지의 레이아웃을 완전히 개편하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무신사가 모바일 중심으로 통합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건

더욱이 사용자 편의성 측면에서도 '대화면을 가진 PC가 모바일에 비해 우위에 있다'는 것 역시 어쩌면 착각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모바일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한 이후 등장한 많은 서비스들은 이미 상당수가 무신사처럼 모바일 웹으로 통일된 UI를 제공해 오고 있고요. 고객들은 이를 불만 없이 잘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에이블리와 지그재그는 별도의 PC 웹페이지를 두고 있지 않고요. 심지어 스마트폰 활용도가 상대적으로 낮다고 생각되는 4050 세대를 타깃으로 한 퀸잇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당장은 무신사의 정책 변화에 대한 불만이 있더라도, 고객들은 금방 이에 적응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은, PC라는 기기가 가진 하드웨어 특성상 모바일 웹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기능을 PC에 별도로 적용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는 것입니다. 비용 관점에서는 이를 통일시키는 것이 당연히 합리적일 수 있지만, 무신사처럼 1위 기업이라면 경쟁자들과 동일한 길을 걷기보다는 이러한 특성을 살려 또 다른 차별점으로 삼을 수 있지 않았을까요? 종합적인 관점에서 이번 개편은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었지만, 디테일한 부분에서는 뭔가 깔끔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SSG닷컴의 물류 포기는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design by 슝슝 (w/DALL-E)
  
SSG 다운! 더 싸울 수 없습니다

신세계그룹이 CJ그룹과 손잡고 전방위적인 협업을 추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무엇보다 이번 협업의 핵심은 물류인데요. 특히 SSG닷컴의 물류센터를 CJ대한통운에게 이관하기로 한 결정은 다소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물류 기능의 축소는 사실상 이커머스 대권 레이스를 포기한다는 선언과도 같기 때문입니다. 물론 SSG닷컴과 G마켓이 현재 시장 3위 자리를 지키는 데도 힘겨워 보이는 건 사실이었지만, 이렇게 갑작스레 물러날 것이라고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협업이 쿠팡을 향한 도전이라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현재 신세계그룹 전체가 현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더욱 그러한데요. 다만 이와 같은 악재가 아니었더라도, SSG닷컴의 물류는 지속되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들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SSG닷컴이 출발점부터 어떤 잘못된 판단을 하였고, 왜 이렇게 손을 들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자동화의 덫에 걸려버렸습니다

SSG닷컴이 운영했던 물류센터 네오는 국내에서 가장 선진적인 인프라를 갖춘 것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주문에서 배송 준비까지의 전 과정 중 80%를 자동화 공정으로 운영하여, 압도적인 물류 효율을 자랑했는데요. 이를 여전히 노동집약적인 쿠팡의 물류센터와 비교하며, SSG닷컴이 최종 승자가 될 거라고 예견한 전문가들이 있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사실 물류센터의 자동화는 아주 치명적인 단점 또한 가지고 있었는데요. 초기 투자 비용은 과도한데 반해, 운영 유연성은 너무 떨어진다는 점이었습니다. 100%의 가동률을 늘 유지해도, 손익 분기점을 맞추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고객의 주문 수요는 늘 일정하지 않고 가변적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급격한 물량의 변화를 자동화 센터는 바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유통 기업이 보유한 자동화 물류센터 가동률은 60%도 안된다고 합니다. 다만 공식적으로 밝히기로는 네오는 한계치에 근접한 가동률을 기록 중이라고 하고요. 부족한 부분은 매장 기반의 PP센터를 적극 활용하여 보완 중이라고 합니다. 다만 안타깝게도 PP센터는 규제로 인하여 새벽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한계가 있기에, 결과적으로 SSG닷컴의 전체 물류 투자 대비 효율은 그리 좋지 못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해보면, 상황의 막막함을 더 직관적으로 볼 수 있는데요. SSG닷컴에 따르면, 세 곳의 네오 센터를 통해 하루 8만 건 가량의 주문이 처리된다고 합니다. 오픈서베이의 온라인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3에 따르면, SSG닷컴의 1회 평균 구매 금액은 57,300원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서 자동화 물류센터를 통해 약 5%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가정하면, 대략 1년에 700억 원 정도의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습니다. 대형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하나 짓는데 최소 3,000억 원 이상이 든다는 걸 감안하면, 회수까지 얼마나 걸릴지 막막한 수준입니다. 더욱이 현재 기준으로는 SSG닷컴은 EBITDA 마진이 마이너스인 상황이니, 네오의 존재가 엄청난 부담이 되었을 겁니다.

이에 반해 쿠팡의 경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유연성이 큰 인력 중심의 물류센터를 일단 구축하고요. 빠르게 이를 확장시켜 초기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덕분에 규모의 경제를 조기에 구현하여, 잘 알려져 있듯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구축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후 자동화 물류센터를 도입하면서 추가적인 효율성 개선에 나서고 있고요. 이는 새벽배송 경쟁자 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초창기 물류 인프라 투자는 최소화하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자 전환에 이르는 과정이 결코 만만치 않았습니다. 아마 상상해 보자면, 신세계 그룹 내부에서 대기업답게 대규모 시설 투자로 경쟁자를 빠르게 따라잡자는 결론을 내린 것이 아닐까 싶긴 한데요. 투자의 순서와 방식이 다소 적절치 못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본래 계획대로 빠르게 네오를 늘려, 쿠팡 못지않게 규모의 경제를 빠르게 구현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요.

앞으로의 시장 변화를 예측한다면

그렇다면 또 다른 당사자 CJ대한통운의 상황은 어떨까요? 영 상황이 좋지 못한 SSG닷컴과 달리, 이번 협업은 CJ대한통운에게는 상당한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CJ대한통운은 기업의 명운을 걸고, 쿠팡과 택배 시장 점유율 경쟁을 하는 중이었는데요.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한 동시에, 첨단 물류센터를 추가로 보유하게 되어 풀필먼트 사업 역시 더 적극적으로 확장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한진 등 2위 이하 사업자와 달리, 쿠팡의 돌풍 속에서도 최소한의 입지는 지킬 가능성이 크고요.

반면에 플랫폼 측면에서는 쿠팡을 견제하는 힘이 어쩔 수 없이 약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CJ대한통운의 힘을 빌려, 쿠팡과의 물류 역량 격차를 줄일 수 있는 걸로 보이지만요. 이미 한계에 도달한 상황이라, 플랫폼 체질 개선을 위한 추가적인 투자를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더욱이 SSG닷컴 이외에도 11번가 역시 자체 물류를 줄이고 있는 상황이라 시장의 경쟁 구도는 더 쿠팡에게 유리해질 겁니다.

여기서 그나마 남은 변수는 여전히 여력이 존재하는 네이버와 카카오 등의 테크 기업들입니다. 이들이 쿠팡 로켓배송과 같은 직매입 확대에 베팅하고, 한숨 돌린 CJ대한통운과 연합 전선을 형성한다면, 분명 쿠팡의 질주는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레이스를 이탈한 SSG닷컴을 대신할 새로운 선수가 등장할지, 아니면 이대로 쿠팡의 점유율이 별문제 없이 계속 상승곡선을 그릴 수 있을지, 업데이트되는 소식이 있다면 다시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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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라 유통업계도 대대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네요

      결국엔 '대형마트' 홈플러스 매각이 관건일 겁니다

      플랫폼 '멀티호밍'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