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이밍과 사회적 낙인 효과에 대하여
Zoe     "사실은 우리 모두 조금씩은 아프다는 걸 진심으로 받아들이기가 참 어려워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Zoe입니다.

최근 전국에서 '묻지마 테러'가 계속해서 일어나던 때가 있었죠. 당시 ‘분당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가 과거 ‘분열성 성격장애’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신질환과 범죄 사이의 인과관계에 관해 사회적 논란이 다시 한번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다수의 전문가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라고 해서 모두 위험한 건 아니라고 입을 모아 말합니다. 미디어 콘텐츠와 뉴스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에 대한 우리의 편견은 더욱 잘못된 방향으로 강해진다고 말이죠. 

그렇기에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조금 특별했습니다. 오늘은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사회의 낙인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해 논의해보고자 합니다. 


* 오늘의 레터에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작품을 스포일러 없이 감상하고 싶은 분들은 작품을 모두 보시고 난 뒤에 이 레터를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1. 그렇게 아침이 옵니다
2. 미디어 프레이밍, 그리고 사회적 낙인의 힘
3. 실제 경험자의 목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 그렇게 아침이 옵니다

불면증, 강박증, 양극성 장애, 조현병, 우울증, 공황장애. 다들 한 번쯤은 이 병명들 들어보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우리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접하고 있는 정신질환 병명이지만, 솔직히 아직은 낯선 병명이 더 많은 게 사실이죠. 그래서일까요? 지난 11월 3일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넷플릭스에서 처음 공개되었을 때, 제목 때문에 드라마에 선뜻 입문하기 어려워 하는 분들도 주변에 꽤 있었어요. 그렇지만 공개 이후 알음알음 입소문을 타더니, 11월 2주차에는 키노라이츠 통합 랭킹 1위에 오르며 천천히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정신건강의학과에 발령받아 근무를 시작하는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을 주인공으로, 정다은 간호사가 병동에 근무하면서 만나는 다양한 환자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원작인 웹툰과 여러가지 설정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주인공인 정다은 간호사가 만나는 캐릭터들의 주요 병명과 상황은 거의 유사하게 그려집니다. 그리고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정다은 간호사가 우울증에 걸리게 되어 입원 병동에 입원하게 된다는 주요 줄거리 역시도 원작과 동일하게 진행되는데요. 사실 작품을 감상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부분이 이 대목이었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던 주인공이 입원병동에 들어가게 된다는 에피소드 자체가 지금껏 정신질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관념을 완전히 뒤집는 연출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넷플릭스 공식 페이스북

저는 이 작품을 몇년 전 코미코에서 웹툰으로 처음 접했어요. 귀여운 그림체에 환자들을 동물로 표현해서 거부감을 줄이고, 쉽게 접하지 못했던 정신건강의학과 입원 병동 간호사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이 이 웹툰의 매력 포인트였습니다. 각 환자들의 진솔한 사연뿐 아니라, 그 사연에 공감하고 치료에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주인공의 마음씨가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그래서 작품의 후반부 주인공이 우울증에 걸려 폐쇄병동에 입원하게 되는 에피소드가 나왔을 때는 충격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포인트가 오늘 레터를 통해 아직 드라마를 접하지 못한 분들께 꼭 이 작품을 소개하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충격적인 부분이라면서 왜 이 부분에 대해 스포일러를 던지냐고 의문을 던지는 분도 있으실 텐데요. 사실 이 대목은 반전이면서도 반전이 아닌 에피소드로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주인공의 우울증 사실에 대해서 언급된 바가 있어요. 특히 이 드라마에 의학적 자문을 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오지훈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 부분이 드라마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언급하며 “누구에게나 정신질환이 올 수 있다. 암 전문의가 암에 걸릴 수 있는 것처럼 의료진조차도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다. 정신병은 의지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 생물학적 원인이 밝혀진 질병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드라마의 원작이 된 웹툰의 한 대목 © 네이버 웹툰

드라마 속에서 정신 건강과 관계된 문제를 겪는 건 비단 주인공인 정다은 간호사뿐만은 아닙니다. 남부러울 것 없이 유복한 집에서 태어나 판사 남편을 가졌지만 조울증에 걸린 환자, 평범한 취준생이지만 어느 날 겪은 보이스피싱 피해로 인해 망상과 불안장애를 겪는 환자, 워킹맘으로 버티기 위해 강박적으로 애쓰다가 해리 증상을 겪는 환자까지. 상황과 직업은 다양하지만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어떨 때는 병동 내의 간호사들의 모습과도 다르지 않죠. 워킹맘으로 일하는 한 간호사는 바쁘게 살다 입원병동에 들어온 워킹맘 환자의 상황에 깊게 공감하고, 또 환자들의 모습에서 스스로를 돌아보며 서로가 서로를 보듬는 치유의 과정을 밟습니다.


드라마를 연출한 이재규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정신 건강 문제를 겪는 사람은 ‘네가 정신력이 약해서 그래’라며 손가락질받기 쉽다”며 정신질환은 정신력과 무관한데도 이런 비난이 계속되면 자꾸 자기를 탓하게 돼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사회의 인식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드라마를 통해 보여줘야 한다는 건데요. 이런 감독의 노력이 드라마 곳곳에서 여실히 드러납니다.

🎭 미디어 프레이밍, 그리고 사회적 낙인의 힘

그동안 우리 미디어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정신질환 환자를 다뤄왔어요. 조현병 환자와 그 가족들이 병을 관리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어떻게 사랑으로 극복해 나가는지에 대해 설명했던 ⟪괜찮아 사랑이야⟫ 같은 드라마도 있었지만, 정신질환 환자들이 폭력적이거나 사회 부적응적인 모습으로 묘사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여우각시별⟫, ⟪보이스2⟫ 등 유명 드라마에서 조현병 환자들이 폭력적인 행태를 보이거나 범죄를 공모하는 등의 장면이 방영된 데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제재 또는 권고를 받은 일도 있으니까요.


특히 사건사고를 다루는 뉴스의 경우 그 특성상 범죄사건에 대해 보도하는 경우가 높은 만큼 조현병 환자가 강력범죄에 연루되었을 때 범죄의 원인을 주로 정신질환 이력에서 찾는 경우도 다수 있었습니다.

프레이밍 효과를 재미있게 표현해 낸 그림. 두 요거트는 동일한 제품입니다. © thedecisionlab.com

사회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사고들 중 어떤 내용을 보도할지를 선택하는 것은 기자와 미디어의 역할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취사선택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이미 여러 레터를 통해 말씀드렸죠. 일반적으로 미디어가 사회적 이슈를 보도할 때 특정 부분을 강조, 축소, 혹은 배제하는 과정을 통해 현실을 재구성하는 것을 프레이밍 또는 틀짓기라고 합니다. 뉴스 또는 미디어는 세상을 바라보는 창이고 그 뉴스를 보는 우리는 그 창을 통해 세상을 배울 수밖에 없습니다.


예를 들어, 일반 사람과 정신질환 환자 사이에 어떤 갈등이 발생해 그 현상에 대해 보도해야 한다고 합시다. 어떤 뉴스는 이 갈등 상황 자체에 대해서만 간략하게 다룰 수도 있고, 어떤 뉴스는 해당 갈등이 초래한 사회경제적 손실과 갈등의 최소화 방안에 대해 다룰 수도 있고, 어떤 뉴스는 갈등이 발생한 원인에 대해 다룰 수도 있습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으로 클릭률을 높이려면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이 이 갈등의 중심에 서 있다는 부분을 강조해 특정 프레이밍을 형성할수도 있겠죠.


이처럼 한 상황에 대해서도 다양한 프레이밍이 생길 수 있으며, 미디어를 통해 세상을 보는 수용자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이슈나 사건을 해석하는 방식에 영향을 받게 됩니다. 뉴스 보도와 정신질환에 대해 다룬 선행연구에 따르면,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미디어 프레이밍이 대중의 태도를 형성하고, 이것이 다시 미디어의 보도를 구성하여 쌍방향으로 긴밀한 관련성을 가지게 된다고 합니다.

전국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조현병에 대해 연상되는 단어를 답하게 하여, 그 빈도수를 정리한 결과. © 한국일보

실제로 국내 미디어 보도의 프레이밍과 낙인 효과에 대해 다룬 연구에 따르면, 그 보도 경향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2012년과 2021년 보도된 뉴스들을 분석한 결과 2012년 대비 2021년 정신장애 관련 기사가 언급된 횟수가 현저히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조현병의 경우 2012년 5.4% 대비 2021년에는 49.0% 언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기사 제목 또는 본문에서 ‘피해자’, ‘재판부’, ‘피고인'등의 키워드가 다수 확인되어 조현병이 특히 범죄, 살인, 폭행 등 사건사고와 연관성이 높게 보도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시기 진주아파트 사건 피해자 유족 손해배상 소송, 아버지를 살해한 조현병 아들사건, 사촌동생을 폭행한 조현병 환자 사건, 어머니를 살해한 조현병 환자 사건 등에 대한 법원판결 기사가 많았어요. 다시 말해 수용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의학적/예방프레임보다, 정신질환자 개인의 비정상적인 행위나 이로 인한 피해사건에 초점을 맞추는 갈등 및 위기프레임 중심의 보도들이 다수 이어졌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특히 범죄와의 연관성이 높게 일컬어지는 질환이 바로 조현병입니다. 2011년 이전에는 정신분열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조현병은 망각, 환각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정신장애를 의미해요. 앞서 언급했던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주인공 장재열(조인성 분)이 앓고 있는 병이 바로 조현병이죠. 완치가 쉽지 않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일상생활도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2011년 조현병으로 병명을 바꿔 부르기로 한 것도 사회적인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신건강의학계의 대책이었지만, 실제로 미디어 보도에 대한 연구 결과들을 살펴보면 병명이 바뀌었다고 해서 사회적인 편견이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뉴스에서 보도되고 있는 것만큼 부정적 사건들이 다수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요? 경찰청에 따르면 2022년 정신질환 범죄자는 9,875명으로 전체 범죄자 125만330명 중 0.7%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강력범죄(살인 등)자로 좁혀도 비율은 전체 2.2%에 불과합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재진 교수는 헬스조선과의 인터뷰를 통해 “조현병 환자들이 환각과 망상에 빠지면 공격적이과 과격한 행동을 하는 건 맞지만, 반대로 매우 위축되고 공포에 빠져 말이나 행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비율로 치면 후자에 속하는 환자가 더 많고, 대중 매체에서 소개되는 사건 사고들은 전체 조현병 환자의 극히 일부며 대부분 환자는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습니다.

🎙️ 실제 경험자의 목소리도 듣고 싶습니다.  

해외에서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 환자에 의한 사건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으로 보도하면 대중이 정신질환자는 위험하고 예측하기 어렵다는 인식, 즉 ‘사회적 낙인'을 찍게 되고, 이는 전반적인 정신건강의 문제로 확대되어 문제가 있어도 치료나 도움요청을 하지 않으려는 태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합니다. 사회적 낙인의 내재화에 따른 환자 개인의 문제 심화도 또한 문제지만, 이런 인식이 사회를 지배하게 될 때 적절한 치료를 받기 어려워져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속에서도 치료를 받는 게 알려지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질까봐 치료를 거부하며 더 병을 키우다가,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까지 모두 힘들어지는 상황을 결국 주인공들이 맞닥뜨리게 되는 것처럼 말이죠. 그만큼 사회적 낙인의 힘은 강력하고, 이 강력한 낙인을 찍을 수 있는 것 역시 미디어임은 분명합니다. 다만, 어떤 작품이 어떻게 기능하냐에 따라 낙인의 내용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 역시 아직 놓기에 이릅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와 같은 작품이 더 많이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면, 그리고 더 많은 미디어들이 좀 더 다른 시각의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어 간다면 어쩌면 반대 방향의 낙인 효과도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실제 정신질환을 경험하거나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을 가족으로 둔 사람들이 직접 쓴 책들을 몇 권 소개하며 오늘의 레터를 마무리하려 합니다.   

© Yes24

⟪낙인이라는 광기⟫는 UCLA의 임상 심리학자인 스티븐 힌쇼가 어느 날 자신의 아버지가 중증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 본인의 성장 배경을 돌아보며 느낀 감정과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아버지의 성장 배경과 유전적 요인 모두가 정신 질환의 원인이었다고 밝히면서, 가족에게조차 그 사실을 밝히기 어려웠던 1950년대 당시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사회가 찍어둔 낙인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쓰는 데 거의 평생을 바쳤다고 하는데요. 양극성 장애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안 이후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24년이, 그리고 그 이야기를 정리해서 책으로 출간하기까지는 22년이 걸렸다고 합니다. 그 역시도 사회가 찍을 ‘낙인'이 두려웠지만, 바로 그 ‘낙인'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행동해야 한다고 다짐했죠. 그리고 그의 의지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오래전에는 아무도 어머니의 말에 귀 기울이려 하지 않았다. 의사들은 어머니의 의견을 묵살했고 우리 가족의 고난은 당시 사회의 관행이던 침묵에 가려져버렸지만, 결국엔 어머니도 자신의 목소리를 발견했다. 진정한 희망은 수치와 낙인을 떨쳐내야만 싹틀 수 있다.

- ⟪낙인이라는 광기⟫, 424쪽

© Yes24

《조율하는 나날들》은 양극성장애와 조현정동장애를 겪고 있는 저자 에즈메이 웨이준 왕이 직접 쓴 책입니다. 그녀는 스탠퍼드대를 졸업 후 스탠퍼드대 뇌 영상 연구원으로 일했고, 문학잡지 ⟨그랜타⟩에서 선정한 ‘40세 미만 미국 최고의 젊은 소설가 21인’에 뽑힐 정도로 뛰어난 소설가이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정신질환을 앓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그녀의 삶에 어떤 고통이 있었는지를 이 책은 세세하게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녀 자신의 개인적 서사 뿐 아니라, 정신질환자에 대한 비자발적 치료 논쟁, 조현병과 범죄 사건, 정신질환을 겪는 학생을 위한 대학 시스템 부재 등 정신질환과 관련된 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요. 저자의 생생한 경험을 따라가는 한편, 그럼에도 모든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내는 방식에 더욱 감화되시리라 생각합니다. 


만성 질병이 있으면, 병이 급격히 악화하지 않는 한 삶은 질병을 끌어안은 채 초연하게 이어질 뿐이다. 그때에는 1초에서 다음 1초까지 생존하자는 것이 내가 품을 수 있는 가장 대단한 야망이다. 수술과 입원을 하는 동안에는 하고 싶은 일들과 이루고 싶은 꿈들을 나중으로 미룰 수 있지만, 만성 질병을 앓고 있는 동안에는 그런 것 자체가 아예 없어진다.

- ⟪조율하는 나날들⟫, 244쪽

© Yes24

《나의 조현병 삼촌》은 저자인 이하늬가 조현병을 앓고 있는 자신의 외삼촌에 대해 쓴 책입니다. 기자로 일해온 그녀는 본인 역시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는데요, 삼촌의 유일한 형제로 40년간 실질적인 보호자 역할을 해온 자신의 엄마를 보며, 늦기 전에 삼촌과 가족의 목소리를 기록으로 남기고자 이 책을 썼다고 합니다. 책 속에는 조현병 환자로 살아온 삼촌의 목소리부터, 그런 삼촌을 돌봐온 할머니와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의 목소리, 그리고 삼촌 뿐 아니라 유사한 병을 앓고 있는 다른 환자들의 이야기까지 다양한 목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삼촌의 이야기를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이 더 많다면, 삼촌의 생각이 ‘미쳤다’는 단어 하나로 납작하게 표현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라면, 입원 외의 선택지가 더 있다면, 가족이 도움을 청할 곳이 있다면, 조현병을 오픈하고 할 수 있는 일자리가 많다면…… 삼촌의 손상은 지금처럼 심각한 장애는 아니었을 것이다.

- ⟪나의 조현병 삼촌⟫, 255쪽

2021년 보건복지부 발표에 따르면 성인 4명 중 1명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 건강 문제를 경험할 만큼 정신질환은 흔한 질병이라고 합니다. 우리도 예외는 아닐 수 있다는 얘깁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제목에는 다양한 의미가 있습니다. 입원병동에는 환자들의 안전 이슈로 인해 커튼이 없어, 병원에서 가장 먼저 아침이 찾아오는 장소라고 합니다. ‘아침'이라는 매일 찾아오는 가장 일상적인 순간이 정신병동에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어두운 밤이 끝나고 아침이라는 이름의 ‘희망'이 언젠가 찾아오게 되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죠. 드라마의 첫 소제목에도 나타나 있듯, ‘아침이 오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운 법'이니까요.

Edited by. 찬비  

(충격주의) 조현병 환자들이 평소에 듣는 환청을 일반인에게 들려준다면?

에디터 <Zoe>의 코멘트

몇년 전 유튜브에서 우연히 이 영상을 접하고 엄청난 충격을 받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실제 조현병 환자들이 평소에 어떤 경험을 하는지를 환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지를 실험해본 영상이었는데요. 영상을 보면서 조현병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를 할 수 있었던 계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혹시 아직 이 영상을 보지 못하신 분들이 있다면 이번 기회에 꼭 한번 시청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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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Zoe • 구현모 • 후니 • 찬비 • 식스틴 • 나나 • 오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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