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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일용할 영감 미리보기 👀

1️⃣ 상상인들의 ‘안식’에 관한 이야기
게임 캐릭터의 HP, 휴대폰 배터리의 잔량 🦁 
아침의 안식 🌳

후, 쉬는 연습 중입니다 🤵🏻‍♂️

쉬자 🦫


2️⃣ 영감님들의 영감 한 조각
박하 | 얌얌 | 일용할 용감 | 에밀 영감

3️⃣ 상상인들의 영감 한 조각
🎞 영화 <쇼생크 탈출> 🎹 강아솔, <충무에서> 공연
📚 북 스캔 🐙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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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휴가철이 시작되었어요. 기온도 높지만 습도도 높은 한국의 여름은 늘어지는 일의 능률을 높이려 하기 보단 차라리 후반전을 준비하는 하프타임으로 삼기에 좋은 계절 같습니다. 영감님은 주로 어떻게 쉬시나요? 영감님에게 쉼이란 무엇인가요? “생산성 있게 일하는 법”, “일잘러가 되는 법” 같이 일과 공부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은 많은데, 쉰다는 것에 대해서, 진정으로 안식하는 것에 대해선 배우거나 익히지 못했던 같아요. 그래서 이번 일용할 영감 9호에서는 ‘안식 대해 함께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잠시 곳에서 쉬고 가시면 좋겠네요.   

게임 캐릭터의 HP, 휴대폰 배터리의 잔량
by. 후이롱🦁

 배우 하정우 씨가 쓴 책 <걷는 사람, 하정우>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방기’*는 결과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누적된 피로를 잠시 방에 풀어두었다가 그대로 짊어지고 나가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과 휴식을 취하는 것은 다르다. 나는 휴식을 취하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배웠다.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하면 그때만 해도 제게 휴식이란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누워 있는 것이었거든요. 이때부터 ‘잘 쉬는 것은 무엇인가’ 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살면서 제가 에너지가 많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에는 저에게 휴식이란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절하는 것’이 되었습니다. 게임 캐릭터의 HP바, 휴대폰 배터리의 잔량을 확인하듯이 저를 살피면서 방전되기 전에 충전기를 꽂고, 회복 아이템도 사용하는 것이죠. 사람들과의 약속이 잦은 한 주를 보냈다면 혼자 충전하는 시간을 가지고, 아웃풋이 많았다 싶으면 인풋의 시간을 더 가지면서요. 틈틈이 회복 아이템 같은 ‘나를 위한 보상’도 챙겨주었습니다. 특히 마음의 여백이 줄어들지 않도록 했는데요. 마음이 바빠지면 텅 빈 동공으로 주변을 스치는 사람, 옆 사람의 이야기를 고막 안으로 담지 않고 흘려버리는 사람이 되는데, 그게 싫어서 더욱 균형과 마음의 여백을 유지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그 둘 다를 잃어버린 것 같았어요. 혼자 있으면 마음이 충전된다기보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밀려오는 우울감을 맞아내야 했습니다. 체했을 때 손가락을 따서 검은 피를 보듯이 울음이라도 터져 나와 갑갑한 감정들이 배출되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었고요. 밤에 자겠다고 누워도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로 마음이 소란해졌어요. ‘이제 그만!’ 하고 생각을 멈추거나 떨쳐버리려고 애쓰느라 오히려 더욱 잠들지 못했습니다. 타인을 위한 마음의 여백은커녕 나조차 돌보지 못할만큼 가득히 꽉 찬 휴지통 같았죠.


 “주여 우리가 잠들 때에 보호하시어 평안히 쉬게 하시고, 우리가 깰 때에 인도하시어 주와 함께 있게 하소서.” 잠들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이 짧은 한 마디를 꼭꼭 곱씹어 보았어요. 뭔가 오랜만에 기도라는 행위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름 휴식을 잘 취하고 마음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러지 못하는 상태가 되니까 쉼을 위해 기도하게 된 것이에요. 신기하게도 소란했던 마음이 점차 잦아들고 고요해지면서 오랜만에 몸과 마음이 휴식하는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그날을 계기로 저에게 있어 휴식은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시간’이라거나 ‘마음의 여백을 마련하는 행위’에서 ‘질서 아래에 있는 것’으로 나아가게 되었어요. 마음의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고 착각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죠. 오히려 그것을 돌려드리고 저를 쉬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시간. 그 질서 아래에서 저는 쉼을 경험했습니다. ‘휴식’의 기술이 먹히지 않는 곳에서 ‘안식’을 찾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신은 우리를 당신을 향해서 살도록 창조하셨으므로 우리 마음이 당신 안에서 안식할 때까지는 평안하지 않습니다.”  (어거스틴, 고백록 중에서)


* 방기: 내버리고 아예 돌아보지 아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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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전도사 10년 차, 교회와 일상 사이 은근한 경계를 지키며 삽니다. 점이 이어져서 선이 되고, 선이 면을 이루어 함께 쌓여 가는 일을 좋아해요.

아침의 안식

by. 창창🌳

언제나 아침은 지옥이었습니다. 도무지 일으켜지지 않는 몸을 억지로 끌어다 화장실에 놓으면, 거울 속 썩은 얼굴이 말합니다. “지구 왜 멸망 안 해…?” 씻는 내내 어두운 잡념이 왜 그렇게 많이 드는지, 인생과 인류에 대한 비관을 씻고 또 씻는 기분이었어요. 그렇게 좀비처럼 회사에 가서 무표정한 얼굴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일상이었습니다.


 퇴사를 하고서야 깨달았습니다. 전 그저 아침에 취약한 것뿐이란 걸요. 그때는 제 자신을 부정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세상이 저에게 맞지 않는 시간표를 요구할 뿐이었죠. 나에게 맞는 생활 리듬이 무엇인지 실험해 보면서, 제게는 아침에 30분 정도의 여유가 필요함을 알게 되었어요. 눈을 뜬 직후 30분만 있으면 아침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처음엔 여느 때처럼 눈도 떠지지 않고, 일어나기가 죽기보다 싫더라고요. 그때 ‘지금 일어나지 않아도 괜찮아’라고 자신을 다독여보았어요. 나에게는 몸을 깨우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상기하고 좋은 기분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오늘 일정을 떠올리며 작은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 간밤에 꾼 꿈을 다시 떠올려보거나 멍때리는 시간을 가졌어요. 그러다 보면 10분 뒤에는 눈이 떠지고, 20분 뒤에는 엎드릴 수 있게 되고, 30분 정도가 지나면 답답해서 일어나고 싶어지더라고요. 


 이직한 뒤에는 아침 습관을 완전히 바꾸었습니다. 우선,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아침에 깰 수 있게 전날 밤을 잘 보냅니다. 무리한 약속을 잡지 않고, 가벼운 운동을 하고, 일기를 쓰고 숙면을 준비합니다. 무엇보다 충분히 자요. 아침에 일어나서 곧장 휴대폰을 보는 습관도 바꿨습니다. 다시 태어난 상태처럼 깨끗한 정신에 인스타그램을 끼얹는 것이 얼마나 해로운지 알고부터입니다. 일어나서는 간단하게 몸을 풀어줍니다. 이렇게 정돈된 맑은 정신으로 아침을 시작해보니 확실히 하루가 상쾌하더라고요. 뿌듯함, 감사, 기대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나눠 줄 에너지를 가득 안고 세상에 나가는 것이지요.


 안식은 시작일까요, 끝일까요? 대게 안식은 어떤 일의 마지막에 취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힘들었던 하루가 억울해서 밤 늦게까지 스마트폰을 붙들고, 한 주의 노동이 억울해서 주말 저녁에는 무리해서 늦게까지 놀곤 하지요. 모두가 경험하듯 그러고 나면 더 괴로운 하루, 더 괴로운 한 주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자아에 매몰된 안식, 수동적인 안식, 더 괴로워지는 안식…현대사회의 왜곡된 안식의 모습입니다. 


 아침에 안식을 누려보니 안식은 시작에 가깝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안식이 아닌, 준비를 위한 안식이 더 중요하다는 것도요. 


 우리는 안식일을 하나님께서 6일 동안 세상을 창조하시고 쉬신 날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하나님의 안식은 완성된 세상에서 새 창조를 만들어가시기 위한 ‘시작’의 의미가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안식을 시작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주말은 억울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주말 저녁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더 나은 한 주가 시작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유대인들은 저녁을 하루의 시작으로 본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안식을나를 위한 보상 아닌, ‘나를 세상에 내어주기 위한 준비의 시간으로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안식은 그렇게 사용될 자신에게 가장 유익하도록 설계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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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창🌳
콘텐츠 에디터, 북디자이너. 재미와 의미를 찾아 일합니다. 
무화과나무 아래에서 사랑하는 지체들과 예배하고 공부하며 생활합니다.
후, 쉬는 연습 중입니다.
by. 제이제이🤵🏻‍♂️


“왜, 우리는 전에 없던 부와 자유를 누리고 기술적 진보, 의학적 진보와 함께 살아가면서 과거보다 불행하고 고통스러워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우리가 모두 너무나 비참한 이유는, 비참함을 피하려고 너무 열심히 노력하기 때문이다.” _ <도파민네이션> 중에서 

 

 카페를 좋아하는 저지만, 여름에는 그냥 집이 제일 좋습니다(!) 더위를 유독 싫어하는 저는 요즘 같은 더위 + 장마 시기가 일 년 중 가장 힘듭니다. 더위가 너무 싫어서 여름에는 휴가를 생각조차 하지 않네요. 요즘에는 장마까지 와서 우산을 챙기게 되니 여름이 좀 더 싫…어집니다(초당 옥수수는 좋아합니다 🌽). 그래서 여름에는 최대한 집에 빨리 가서 쉬는 것을 제일의 목표로 삼게 되는데, 요즘 이상하게 이게 잘 안 됩니다. 당연히 집에 가서 빨리 씻고 쉬어야 피곤이 가실 텐데, 카페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워서인지(?) 자꾸 카페, 여행 관련 영상들만 멍하니 쳐다보는 날들이 하루 이틀 쌓여 집에 도착하면 저도 모르게 유튜브부터 찾게 되었네요. 📺


 “아 이러다가 습관이 되겠는걸?” 🫠 말로는 ‘쉬고 싶다’ 라고 쉽게 말하지만 쉬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 순간 깨달았습니다. 최근 뇌과학 관련 책들을 보며 “쉼”은 쉽게 되는 것이 아니라 노력, 집중 즉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쉼을 쉽게 생각하면 일상을 유지하고 살아가게 만드는 좋은 휴식이 아닌 더 피곤하게 만드는 이상한 시간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됩니다. 그런 날이 있잖아요, 피곤하고 지쳐서 일찍 자려고 누웠는데 막상 아쉬워서 옆에 둔 핸드폰 보다가 더 늦게 잔 그런 시간들이?(저만 그런 것은 아니죠👀)


 칼퇴도 쉽지 않은 이 세상에 맞춰 살아가다 보면 결국, 시간이 있어도 쉬는 법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무서운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달려서(?) 잠깐 멈추는 법을 잊어버린 것은 아닐까요? 물론 물리적으로 쉬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마음을 진정시키고 잠시 쉬면서 자신을 돌보는 연습은 언제나 참 중요하고 절실한 것 같습니다. 🧘‍♂️ 그렇다고 ‘쉬는 법 7가지’ 같은 방법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요. 다들 잘 아는 이야기이겠지만, 잠시 하늘도 보고, 아침에 일어나면 마시고, 자신의 취향을 찾아가면서 자신을 돌보는 작은 습관들로 하루하루의 피곤, 지침, 어려움을 내려놓을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요즘 모닝 페이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앉아서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꿈의 잔상, 지금의 컨디션, 아침 같은 것들에 대해서 끄적이면서 아침을 조금은 천천히 시작합니다. 가끔은 잊고 급하게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지만, 최대한 보이는 자리에 노트와 펜을 두고 여유로운 시간을 잡아보려고 합니다. 이걸로 쉼을 누리게 되었다!라는 결론을 내릴진 아직 모르겠지만, 시도는 해야겠죠? ㅎㅎ 더위 가운데 무탈하게 보내며 쉼을 누리는 영감님 되시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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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제이🤵🏻‍♂️
책과 책으로 연결된 이야기를 애정합니다. 북튜브 제이픽을 소소하게 운영하며 책, 공간, 사람을 연결하는 상상으로 살아가고 있는 N잡러입니다. 최근 유부남과 신입사원이 되었습니다(!)
쉬자
by. 쿼카🦫

나는 너무 바쁩니다. 아무도 나에게 요구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바쁜 사람이 되었습니다. 걷다가 때로는 멈추어야 하는데, 요즘은 멈추는 법을 잘 모릅니다. 불안 때문에 그런 걸까요. 아니면, 단순히 성격의 문제인 걸까요. 명확한 원인은 잘 모르겠지만, 분주한 삶으로 인해 생기는 여러 가지 문제는 분명합니다. 몸이 축나는 경우가 다반사고, 스케줄이 손에 착 감기지 않아 줄곧 혼란할 때가 많습니다. 무언가를 지속하고 있지만, 끝내 지속 가능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딜레마에 빠진 나를 봅니다.


 수 년 전, 사진학을 공부하면서 나름 깨닫게 된 미학이 있습니다. 좋은 사진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피사체를 더하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되도록 피사체를 프레임 바깥으로 빼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사실이었죠. 예술의 완성도는 단순함에서 비롯했습니다. 이 원리는 삶의 영역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하지 않은 일상, 곧 손에 잡히지 않아 복잡한 일상은 삶의 밀도를 흐트러뜨렸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곰곰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일용할 영감의 이달 주제가 ‘안식’이었기 때문에 생각을 더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삶을 단순하게 만들기 위해서 제게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안식이었습니다. 다소 어렵게 느껴질 만한 단어, 안식은 풀어 말해 쉼을 뜻합니다. 쉼은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행위입니다. 나 오늘 쉴 거야, 라고 당차게 말해 본 적이 도대체 언제인지.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 나에게 쉬었니, 라고 물을 때면 종종 불분명하게 대답하곤 합니다. 응, 조금 쉰 것 같아, 라고요. 사실 그건 쉰 게 아니라, 퍼진 거였죠. 줄곧 몸에게 감사할 때도 많습니다. 나의 의지가 하지 못하는 일을 해주니까요. 나는 쉼을 당하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건 올바른 쉼이 아닌데도, 나는 그걸 쉼이라고 여기며 삽니다.


 올바른 안식(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삶의 주도권을 잡은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기꺼이 쉴 수 있는 태도는 이미 그 사람이 살아가는 삶의 완성도를 보여 줍니다. 「창세기」는 하나님이 6일 동안 우주를 창조하고 7일이 되는 날, 안식했다고 기록합니다. 신도 능동적으로 안식을 감행했습니다. 창조와 안식의 순환은 의미심장합니다. 창조가 안식을 낳고, 안식은 다시 그 창조를 유지하고 발전시키죠. 이를 묵상하노라면 안식의 창조성에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더없이 커집니다.


 이제는 정말 안식을 연습해 보려고 합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안식할 수 있는 용기와 실천이 나에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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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카🦫
지속가능한 교회 공동체를 꿈꾸며 신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뜰힘’이라는 작은 출판사를 빚어 가고 있습니다.
매달 영감님(구독자)의 영감
나누는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만남과 나눔 속에 더욱 풍성해질 
일용할 영감을 기대합니다. 
토론 | 매주 금요일 저녁 소셜 모임에 참여합니다. 모임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토론이 자칫 논쟁으로 이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영감을 얻습니다. 좋은 대화와 모임은 과연 무엇일까요. 피할 수 없는 갈등이라면, ‘창의적 갈등’으로 가려고 합니다. 테니스에 비유하자면, 상대를 더욱 성장케 하는 건 친절한 공이 아니라 빠르고 센 공입니다. 그걸 받아쳐 낼 수록 손목과 팔뚝에 근육이 불어나죠. 
통증이 있어도 버티는 자들은 압니다. 성장이 꿀처럼 달다는 것을요. 그것을 함께 체감해야만 공동의 온도는 올라갑니다. 토론은 누가 정답을 가지고 있는지 찾는 행위가 아닙니다. 각자의 지식, 경험, 의견을 테이블 위에 올려 놓고 함께 나누어 가져 가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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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 영감님💌
전업 투자자, 영화관 풋잠 (@theater_puppynap) 주인장. 사회구조 변화와 좋은 커뮤니티 형성 과정에 관심이 많습니다.
눈치 | 둘째의 숙명이랄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눈치가 빠른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남들이 쉽게 알아보지 못하는 미묘한 감정선, 작은 외모의 변화도 저는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눈치가 빠른 것은 사회생활에 일정부분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제 스스로에게 별로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눈치가 빠르다는 것은 지나치게 남들을 의식하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다른 사람들을 신경쓰고 살피느라 정작 내 마음은 어떤지,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 스스로를 그동안 놓치며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점심을 주문해서 먹는 1년 동안 사무실 사람들에게 이 메뉴는 괜찮은지 물어보면서도 저는 이게 먹고 싶다고 한 번도 이야기하지 못했으니 말 다했죠. 나이 3n살이 된 지금도 나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나는 파란 하늘과 가끔 목적 없이 걷는 것, 어릴 때 듣던 애니메이션의 OST를 들으며 운전하는 것, 즉석 떡볶이, 꽉 안아주는 것, 시를 읽는 것과 가끔 시를 쓰는 것, 뿔테 안경, 잘 버티고 있다는 말, 수국과 데이지 꽃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또 무엇인가 더 있겠죠. 조금 늦은 것 같지만 이제야 저는 제 눈치를 보며 살아보려고 합니다. 오늘 당신은 누구의 눈치를 보며 살고 있나요?


     실은 우리들 이야기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은 걸 우리는 잘 알아요. 그래요. 우리 멀리 떨어져 살면서도 오래 헤어져 살면서도 스스로 행복해지기로 해요. 그게 오늘의 약속이에요. - 나태주, 오늘의 약속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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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뚱 영감님💌
    대학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며 퇴사날만 기다리고 있는, 7 아이를 키우는 꿈꾸는 아줌마입니다.
    뉴스 | 익숙한 것에서 낯선 느낌을 받으실 때가 있으신가요? 저는 그 순간, 그 느낌을 사랑합니다. 영감이라는 전구가 환하게 켜지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저에게 뉴스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보도록 이끄는 인도자입니다. 노동, 환경, 젠더, 과학, 정치, 경제, 문화, 종교 등 여러 분야의 뉴스는 제게 많은 것을 목격하도록 도와줍니다. 

     다양한 생각과 관점, 혁신적인 발견과 연구, 소외되고 잊혀가는 것들을 밝히는 목소리, 애써 외면하고 모른 채 하던 것을 일깨우는 불편함, 마음을 따듯하게 만드는 희생과 헌신들, 공포를 양분 삼아 증식하는 혐오와 분노는 이 세상이 아직도 얼마나 낯선 것 투성인지 일깨워줍니다. 

     칼 바르트는 말했습니다.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그에게 신문은 평생을 읽어 익숙해질 때로 익숙해져버린 성경을 늘 새로운 관점으로 읽도록 인도하는 스승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늘날에는 두툼한 신문이 아닌 손에 잡히는 스마트폰 안에 모든 뉴스가 있으니, 영감을 얻을 기회가 많아졌음에 기뻐해야 할까요? 아니면 가짜인지 진짜인지 모를 선생 너무 많은 것에 두려워해야 할까요. 어찌됐건 뉴스라는 매체가 있기에 오늘도 저는 지구 반대편에서 날아온 영감님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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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용할 용감 영감님💌
    아직도 사랑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철없는 예비 신랑입니다. 무화과나무 아래 공동체에서 사랑을 조금이나 배워나가고 있습니다.

    1979년판 삼중당 미스테리 명작 『웃는 경관』

    오래된 책을 만지고 탐구하고 오늘의 세계와 연결하는 일터에서 매일 책을 고르다 보면, 마법 같은 일을 겪기도 합니다. 작년 말에 나온 책 『헌책방 기담 수집가』가 제목으로 살짝 스포하듯 헌책방에는 일종의 마력이 서려 있거든요.

     제가 일하는 헌책방에는 가끔 정체 모를 소리가 끼익끼익 들려오고 (가벽 만큼 벽이 얇은 창고건물이긴 합니다), 폭우가 쏟아지는 밤에 강연회를 하면 어디선가 올드팝이 아련하게 들려옵니다. 직원들이 음악 소리의 정체를 찾아 모든 기기와 스피커를 확인하고 손님들을 쳐다보지만 끝내 그 의문의 음악 소리 출처를 밝히지 못했고요. 가끔 헌책들이 저를 부르기도 합니다.

     지난 일주일간은 1979년판 삼중당 미스테리 명작 『웃는 경관』이 저를 불러 문득 그 오래된 세로쓰기 책을 구석구석 탐구하고 있었죠. 이 책은 왜 날 부른 것일까, 의아한 마음으로 ‘마틴 벡’(1970년대식 표기) 시리즈 중 한 권인 이 책을 퇴근 직전까지 손에 붙들고 읽었어요.

     바로 그날, 퇴근 후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러 갔을 때 저는 기묘한 체험을 했어요. 종일 일한 후, 천하장사도 들 수 없는 무거운 눈꺼풀 상태로 그 긴 러닝 타임의 영화를 보는 중에도, 저는 보고 말았습니다. 아주 잠깐 화면에 스쳐 지나가는 장해준(박해일) 형사 집 책상 위에 쌓여있던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앗, 저 책은... 이번 주에 무슨 연유인지 날 불렀던 그래서 내가 영화 보기 직전까지 탐구하던 책이 아닌가! 저는 이 믿을 수 없는 우연에 한동안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송서래와 장해준의 모호한 사랑에 빠져버렸어야 했는데... 평생 살면서 한 번 볼까 말까 한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본 날, 같은 책을 영화에서 또 만난 이런 신비야말로 제겐 영감 그 자체였습니다. 영감의 통로는 낡은 헌책 그리고 마르틴 베크 시리즈(이 시리즈는 전체 10권으로 현재 엘릭시르에서 8권까지 번역출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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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밀 영감님💌

    오래된 책을 만지고 탐구하고 오늘의 세계와 연결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paniyn

    🎞 영화 <쇼생크 탈출> | 오랜만에 인생 영화 발견.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라, ‘엄청 유명한데 영화 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는데요. 무해하고 따뜻하고 생각할 거리가 많은, 취향의 영화였어요. 깨달은 교훈은 많지만 가지만 꼽자면자유는 학습된다 거예요. 주변에 여러분의 생각을 주고, 좋은 삶을 상상하게 하는 존재가 있나요? 그에게서 자유를 배우고, 그와 우정을 나누며 사세요. 자체가 자유의 삶일 겁니다. 창창🌳
    🎹 강아솔, <충무에서> 공연  | 살면서 힘들고 지치고 혼자였을 때 저를 살린 음악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강아솔 음악가의 음악은 잔잔한 호수 같은 다정함 덕분에 많은 밤을 지나가게 도와주었네요. 최근에 정말 좋은 기회가 생겨서 아솔 님의 공연에 다녀왔습니다. 매번 이어폰으로만 들었던 노래들을 라이브로 들었고,  특별히 이번 앨범에 나오는 잃어버린 지명(옛 충무, 현 통영)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음악과 아솔 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날 살리기도 한 음악이 이런 삶을 통해 나왔구나라며 감격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다른 세계에 다녀온 것 같은 잔상을 남긴 채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상하게 마음 어딘가가 따스해져서 밤이어도 괜찮을 수 있었습니다. 제이제이🤵🏻‍♂️


    *강아솔님의 <Dear>을 추천해보는 밤입니다. 위로와 다정함이 있길.  

    📚북 스캔 | 여름방학 미션 하나인북 스캔 시작했어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하면서 전공과 관련된  책들이 늘어나다보니 책장이 넘쳐나기 시작했거든요. 책을 몇 권 스캔해서 가지고 다녀보니 편하기도 하고, 또 무엇보다도 늘어난 책에 맞추어 책장을 사는 것은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 스캐너와 재단기를 구입했습니다. 북 스캔은 근히 중노동이지만, 페이지가 걸림없이 샤샥 들어가는 소리, 재단기 손잡이를 내렸을 때 ‘숭덩’ 썰리는 느낌이 좋아요. 파일이 저장되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전에 밑줄 쳤던 문장을 만나는 반가움과 책장에 자리가 생겨날 때의 소소한 기쁨도 있구요.

     처음엔 스캔을 위해 책을 자르고 버리는 조금 걸리기도 했었는데, 생각해보면 책이 읽혀지지 않고 책장에서 먼지만 쌓이며 색이 바래져 가는 것도 슬픈 일이더라고요. 벽돌같은 책들은 꺼내보지도 않고 어쩌다 겨우 펼쳤었는데 이제 카페에서도 읽을 있다는 것과, 검색이 가능하다는 것이 기대가 됩니다. 낡고 상한 책들을 깨끗하게 읽을 있다는 것도 좋고요. 종이책으로 읽어야 제맛인 책들과 재밌게 읽은 인생 책들은 남기고, 스캔하는 데 드는 노동력이 아까울 것 같은 책들은 과감히 방출해서 새로운 질서로 꾸려진 책장을 만들어보려고 해요. 예전엔 책장 허세가 좀 있었던 것 같은데, 그걸 좀 빼내면서 내실을 갖춘 중년이 되도록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후이롱🦁

    🐙 넷플릭스 <나의 문어 선생님> |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한 해양생물학자의 이야기예요. 그는 1년 동안 바닷속에 들어가 한 마리의 문어와 호흡합니다. 그는 3인칭의 자리에서 문어를 탐구하다가 점점 2인칭의 자리에 다가가게 되어요. 물론 문어는 그에게 탐구 대상 이상의 존재가 됩니다. 어쩌면 모든 앎이란 이런 부류의 관계 맺기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같은 맥락에서 제가 공부하고 있는 신학이라는 분야를 떠올리게 되는데요. 그리스도교의 신은 인간과 관계를 맺는다는 점에서 문어를 닮았습니다. 간혹 돈과 시간이 아까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데, 그건 내가 하나님을 문어처럼 대하지 않고 있음을 발견할 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이따금 하나님을 문어처럼 대하는 신학자들의 글에 마음을 빼앗긴 답니다. 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완전 추천합니다. 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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