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양지로 몰려드는 갤러리들!

[예술계 핫이슈]

휴양지로 몰려드는 갤러리들!

요즘 글로벌 갤러리들이 고급 휴양지로 잘 알려진 지역에 분점을 내거나 팝업 이벤트를 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 사태일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많은 아트 페어나 이벤트들이 취소 또는 연기된 상황에서, 갤러리들은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했을 텐데요. 대도시처럼 밀집도가 높지 않으면서 핵심 고객들이 많이 모여 있는 곳, 바로 고급 휴양지죠. 이곳에서 고객들이 바이러스를 피해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를 활용하겠다는 의도일 것입니다.

휴양지로 찾아 든 갤러리들 중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는 하우저 & 워스(Hauser & Wirth)를 꼽을 수 있습니다. 하우저 & 워스는 세계적인 메가 갤러리이자 세계 3대 갤러리 중 하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은 멋진 작가나 작품들을 선보이는 것은 물론, 갤러리를 중심으로 전체적인 예술 경험과 라이프스타일을 멋지게 보여주고 제안합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하우저 & 워스 분점 중의 하나인 ‘하우저 앤 워스 서머셋 (Hauser & Wirth Somerset)’입니다. 서머셋은 체다 치즈, 사과, 사이더(사과발효주), 글래스톤베리 페스티벌로 유명한 영국 남서부의 아름다운 교외 도시입니다.

2014년, 하우저 & 워스는 서머셋에 위치한 18세기의 농장 건물을 수리하여 갤러리를 열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갤러리를 넘어서는 공간입니다. 세계적인 조경사인 피에트 우돌프가 디자인한 정원은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뽐냅니다. 저명한 건축가인 스밀리얀 라딕이 디자인한 ‘라딕 파빌리온’에서는 아트 세미나, 워크숍, 지역 학교와 젊은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함께 필라테스 같은 웰빙 프로그램도 운영합니다.

이 지역에서 재배한 제철 식재료로 음식을 만드는 레스토랑도 있습니다. 농장 부지에 들어선 갤러리인만큼 농장주가 살던 농가도 예쁘게 리노베이션하여 숙박 시설까지 갖췄습니다. 작가들에게 레지던스도 제공하고 있고요. 한마디로 예술과 자연, 웰빙, 음식 등을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토털 아트 라이프스타일 공간인 셈입니다.

하우저 & 워스는 서머셋 외에도 스위스의 대표적인 휴양지인 생모리츠와 크슈타트, 유럽의 대표적인 고급 휴양지인 모나코 등에서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는 'Fife Arms'라는 호텔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도 그림 감상 외에 색다른 경험을 선사해 주는 갤러리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국제갤러리입니다. 국제갤러리는 1999년 국내 갤러리 중에 최초로 레스토랑을 열었고, 작년에는 피트니스, 요가, 명상 등을 할 수 있는 웰니스 K라는 공간을 선보였습니다. 올해는 갤러리 옆 한옥에 약국도 선보일 예정입니다. ‘마음을 치유하는 미술과 몸을 치유하는 약국은 일맥상통한다’는 철학 때문입니다.

양평에 있는 구하우스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관장님이 평생 동안 모은 예술 작품도 더할 나위 없이 멋지지만, 집을 컨셉으로 한 갤러리와 온실, 카페, 잔디 마당, 파빌리온도 마음에 평화와 행복을 가져다줍니다. 게다가 근처에 맛집도 많아서 여유로운 휴일을 즐기기 아주 좋은 곳입니다.

서울식물원과 같이 있는 마곡 스페이스K 서울,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 역시 미술 작품과 자연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입니다. 이제는 갤러리가 그림 전시와 판매를 위한 장소를 넘어, 라이프스타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우리의 생활 속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 한적한 갤러리나 미술관을 찾아 예술 경험을 해보는 휴가를 보내 보시면 어떨까요?

[10분 미술사]

느낀 대로 그린다 - 중세 미술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면서 미술에 혼란이 오게 됩니다. 교회들이 건축되면서 넒은 교회 공간을 장식할 필요가 생겼는데요. 기독교에서는 우상숭배를 금지하기 때문에 조각 같은 형상으로는 장식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회화가 교회를 장식하게 됩니다.

회화에는 큰 장점이 있었습니다. 글을 읽지 못하는 대중들에게 성경의 얘기를 전달할 수 있었기 때문이죠. 바로 이 점을 교황이 인정했기 때문에 회화가 용인될 수 있었습니다. 자연히 회화의 목적은 성경 속 얘기를 쉽고 분명하게 이해시키는 것이 되었습니다.

미술의 최우선 과제는 인간의 모습을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그리는 것에서, 그림을 봤을 때 누구라도 성경 속 얘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게 하는 게 하는 것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설명적인 로마 미술의 양식을 활용했는데요. 그러다 그림을 통해 전하려는 이야기의 본질에 점점 집중하게 되면서 더 단순하고 명확한 양식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마치 이집트 미술처럼요. 다만 그리스 미술가들이 이룩했던 그림 기술 역시 그대로 활용되었습니다.

그러다 754년 이후, ‘성상파괴주의자’들이 득세하면서 동로마 교회에서는 모든 종교적인 미술이 금지되게 됩니다. 이들에 반대하는 세력들은 “우리는 형상 그 자체를 숭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상을 통해서 하느님과 성인들을 숭배하는 것이다”라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이 논리는 미술사에서 큰 중요성을 가지게 됩니다. 이런 주장을 하던 이들이 다시 득세를 하면서, 회화의 위상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그 전까지의 그림이 성경의 내용을 전하는 설명서 같은 역할만을 했다면, 이제는 이를 넘어서 신비롭고 성스러운 대상이 된 것입니다. 그렇기에 더 이상 화가 마음대로 그릴 수 없었고, ‘이것이 바로 성스러운 대상의 모습이다’라고 인정되는 전통적인 규칙을 반영해서 그리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비잔틴의 회화들은 어떤 대상을 표현할 때 전통적으로 인정되고 신성시되는 규칙을 엄격하게 따르게 되었는데요. 덕분에 그리스 미술의 업적이 그대로 보존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미술가 개개인의 개성이나 상상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웠지요. 그래도 표현의 자유를 전혀 가지지 못했던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엄격한 틀 안에서 기독교적인 진리를 표현하면서도 엄숙함이나 웅장함 같은 느낌을 잘 살려서 작품의 효과를 극대화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초기 기독교 시대도 로마 제국이 붕괴하면서 막을 내립니다. 이어서 ‘암흑시대’라 불리는 중세 시대가 시작되었는데요(약 500년-1000년경 정도). 암흑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 시기는 여러 양식이 뒤섞인 혼돈의 시대였습니다. 수도자, 성직자들은 고대 미술을 부활시키려고 했지만, 북쪽에서 내려온 침략자들 때문에 그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하고 서로 다른 두 미술은 뒤섞이게 됩니다.

그러나 혼돈과 충돌은 늘 새로운 것을 창조해내듯, 두 양식이 섞이면서 전혀 새로운 미술이 서유럽에서 자라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 미술은 대상에 대해 아는 대로 그렸고, 그리스 미술은 대상이 눈에 보이는 대로 그렸는데요. 중세에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대상에 대해 화가가 느낀 감정을 그림 속에 담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술적 책읽기]

예술가 19인의 인터뷰에서 영감 얻기 -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

각자의 분야에서 큰 획을 그은 19명의 예술가들에게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인터뷰집이 있습니다. <하퍼스 바자>와 <보그>의 피쳐 디렉터를 역임하고 지금은 국제갤러리의 디렉터로 활동하는 윤혜정님이 쓴 「나의 사적인 예술가들」이란 책입니다.

인터뷰에 응한 이들은 우고 론디노네, 에드 루샤, 제니 홀져를 비롯해 프랭크 게리, 디터 람스, 틸다 스윈튼, 박찬욱, 류이치 사카모토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입니다.

가장 재미있게 읽은 부분은 장-필립 델롬의 인터뷰였습니다. 장-필립 델롬은 샤넬의 아트북을 그린 것으로 유명한 프랑스 출신 작가입니다. 패션, 디자인, 예술, 문학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경계를 넘나들며 라이프스타일 전반에서 활약하고 있기에 마음에 더 와닿았습니다. 오늘 타르트 첫 코너에서 다뤘던 이야기와 결이 맞는다고나 할까요. 인상 깊었던 인터뷰 문답 몇 개를 적어보겠습니다.

“매일 할 수 있는 일을 포기하지 않을 때 삶은 가장 빛난다.” 메이슨 커리가 쓴 책 「리추얼」(2013)에서 발견한 이 문장은 왠지 위로가 되었어요. 본인만의 의식이라 할 만한 습관이 있습니까?
매일 스튜디오에 가요. 어려운 작업을 해야 하는 날엔 더 일찍 시작해요. 극적인 상황보다는 심플한 것, 풍경에 드리운 순간적인 빛,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모델을 그리는 걸 좋아하죠. 내가 머무는 거의 모든 곳에서 뭔가를 그려요. 뭐라도 매일매일 그려 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전시나 아트 페어 등 예술을 대면하는 그 시간을 즐기는 당신만의 방식이 있나요?
무언가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마음, 언제나 놀랄 수 있는 상태를 스스로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가끔 전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걸으며 작품을 훑어보다가도 눈길을 확 잡아끄는 매력적인 작품 앞에 딱 멈춰 설 때가 있어요. 이렇게 하면 작품을 하나하나 연구하듯 들여다보느라 지칠 일은 없을 거에요. 한 군데의 아트 페어 혹은 전시에서 그렇게 걸음을 멈추게 하는 세 작품 정도만 발견해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보고 접하는 것들을 모두 그림으로 옮기려고 노력하는 편인가요?
그냥 삶에서 내가 본 걸 그려요. 관찰하는 모든 것이 반드시 아이디어 혹은 행동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에요. 드로잉이나 일러스트레이션 작업을 할 때, 그건 실제로 본 거리의 풍경일 수도 있고, 실제일 거라 상상한 풍경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나는 매일 스튜디오에 들어서면서 스스로 어떤 영감을 받았는지, 그렇다면 무엇을 먼저 하는 게 최선일지를 결정해요.

예술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점점 다채로워져요. 보고 즐기는 대상일 뿐 아니라 인생에 내포한 수많은 의미를 찾아내고 경험하지 못했던 감각을 열어 두게 하죠.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까?
예술이 반드시 존재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예술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지, 억지로 만들어낼 수는 없어요. 반면 예술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곳은 야만성에 의해 인간의 존엄성이 쇠락할 겁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의 예술은 초월성을 위한 공간이에요. 인간은 사업, 일 그리고 게임에만 집중하면서 살아갈 수 없으니까요.

장-필립 델롬의 말 중 ‘뭐라도 매일 매일 그려내는게 중요하다’는 부분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타고난 재능도 중요하지만, 내 목표와 우선 순위를 정확히 알고, 그걸 꾸준히 해 나가는게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또 예술가들의 인터뷰에서 인생의 교훈을 배워가는데요.

한 분야에서 큰 획을 그은 예술가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자신만의 철학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는 인터뷰 모음집이라, 각자의 상황에 대입해보면서 인생에서의 크고 작은 해답을 얻어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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