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드 자켓(Tweed Jacket)' 입으려고 봄 기다린 사람 손 들어 보세요, 하면 저는 하늘을 향해 있는 힘껏 팔을 뻗을랍니다. 우아함과 실용성, 상반되는 두 매력을 겸비하고 있는 아이템. 옷장에 하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하고 행복해지는 아이템. 클래식한 무드로 격식 있는 자리뿐만 아니라 캐주얼한 분위기에도 두루 잘 어울리는 트위드 자켓은 그야말로 봄 필수 아이템이죠! 

지금과 같은 봄도, 겨울도 아닌 듯 쌀쌀한 간절기에는 특히나 툭 걸치기 좋은데요. 트위드 재킷은 어떻게 연출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분위기를 표현해 낼 수 있어 스타일링의 폭이 넓은 아이템 중에 하나입니다. 이 트위드 자켓을 어떻게 예쁘게 입을 수 있을지 고민이라면? 트위드 자켓의 간단한 역사, 트위드하면 빼놓을 수 없는 샤넬(CHANEL) 이야기, 그리고 이고진 패션 아티스들이 제안하는 일상 스타일링 팁까지. 트위드를 가장 멋스럽게 탐닉하는 방법이 궁금하시다면 아래에서 확인해 주시길!

트위드, 이름에서부터 촘촘함이 느껴지는 이 소재. 한 번쯤 만져보셨을 텐데요. 트위드는 양모사를 빼곡하게 짜서 만든 옷감을 말합니다. 다소 거친 느낌을 주지만 습기에 강하고 튼튼한 것이 특징이죠. 

서로 다른 색의 양모실을 두세 종류 섞어서 짠 헤링본 트위드(Herringbone tweed), 작은 바둑판무늬 위에 큼지막한 격자무늬를 겹친 건클럽 체크 트위드(Gunclub check tweed) 외에도 색소니 트위드(Saxony tweed), 해리스 트위드(Harris tweed), 도네걸 트위드(Donegal tweed) 등. 디자인적으로 구분되거나 사용되는 양모에 따라 또는 생산 지역에 따라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합니다.

세상의 어떤 옷도 한눈에 알아보기란 쉽지 않은데요. 샤넬의 트위드 자켓을 제외하고는.

트위드가 처음 여성의 의복에 쓰인 것은 1920년 중반, 샤넬의 창립자, ‘가브리엘 샤넬(Gabrielle Chanel)’에 의해서였습니다. 당시 가브리엘 샤넬은 연인 ‘웨스트민스터 공작’과 스코틀랜드의 리버 트위드 강변을 걷고 있었는데요. 그때 많은 사람들이 입고 있었던 독특한 트위드 소재에 매료되게 되고, 최초로 트위드를 여성복 원단으로 활용해 보기로 마음먹죠.

트위드(트윌, twil) 소재의 원산지인 스코틀랜드의 한 공장과 계약을 진행합니다. 더 가볍고 세련된 트위드를 개발하기 위해 모직 혼합물을 제조하는 데 몰두해요. 그러나 특유의 뻣뻣하고 투박한 트위드 소재는 시장에서 각광받지 못했습니다. 당시 대중들은 디올의 뉴룩 실루엣과 사랑에 빠져 있었어요. 가슴을 부풀리고 허리를 조여 개미허리 실루엣을 강조하는 패션. 느슨하다 못해 펑퍼짐한 샤넬의 실루엣과는 정확히 반대였어요.

샤넬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옷이 우아하기 위해서는 움직임이 자유로워야 한다’는 개인적인 철학 아래, 주변의 달가워하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트위드 소재의 수트를 제작하죠.

샤넬 수트의 모든 디테일에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완벽하게 떨어지는 핏을 연출하기 위해서 재킷 안감 끝단에 달려 있는 금속 체인, 재킷의 형태미를 강조하는 재킷 테두리의 땋은 줄, 사자의 머리, 밀 이삭, 카멜리아 또는 교차되는 더블 C 모양으로 장식적인 주얼리 역할을 하는 단추까지.

프랑스와 유럽에서는 혹평이 이어졌지만, 미국에서 반전이 찾아왔습니다. 미국 패션 언론이 열광적인 반응을 보내온 것인데요. 직선적이면서 박시한 상의 재킷. 디올처럼 허리를 강하게 조이는 다트가 없고 오히려 등 쪽에 솔기가 나 있어 편안한 움직임 가능했던 샤넬의 디자인을 신선하게 받아들인 것이지요. 활동성이 좋고 심플한 샤넬 트위드 수트는 당대 유명한 스타들 사이에서 빠르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샤넬의 뒤를 이어 1983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임명된 칼 라거펠트(Karl Otto Lagerfeld)는 샤넬의 트위드 수트를 현대식으로 개조하는데요. 샤넬이 오랫동안 고수했던 무릎 바로 아래 스커트 라인, 일명 ‘샤넬 라인’에서 먼저 탈피하고 미니스커트 형태로 만듭니다. 그리고 트위드 자켓에 데님, 비닐, 시멘트를 덧대고, 파스텔컬러를 과감하게 매치해요. 그뿐만 아니라 롱튜닉 형태의 드레스로 탈바꿈 시키는 등 여러 혁신적인 디자인을 내놓지요.

가브리엘 샤넬이 중년 여성들에게 편안함을 안겨줬다면, 칼 라거펠트는 편안함 위에 위트와 재미를 더하여 젊은 여성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방안을 고안한 것. 그는 이렇게 전하기도 했어요. “절대 패션의 유행에서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데님과 화이트 셔츠, 그리고 샤넬 재킷이죠.”

그래서 이번 2022 FW 샤넬 컬렉션 또한 온통 트위드로 뒤덮였는데요. 가장 큰 특징은 오버사이즈 실루엣! 과거 가브리엘 샤넬은 종종 그녀의 연인인 웨스트민스터 공작의 옷을 빌려 입었다고 하죠. 샤넬은 연인의 옷을 넉넉하게 입는 실루엣을 트위드 재킷으로 표현했습니다. 샤넬은 이렇게 말하죠. “사랑하는 사람의 옷을 입는 것보다 섹시한 것은 없어요.”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컬러인 ‘블루’, ‘퍼플’, ‘핑크’, 그리고 ‘버건디’와 주머니가 여러 개 달린 아우터는 뽀송한 소재와 만나 시골 소녀들의 순수함을 표현했습니다. 특히 이번 컬렉션에서는 다양한 룩에 고무부츠를 매치해 가브리엘 샤넬 특유의 아이코닉한 이미지를 연상케 했는데요. 편안하고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나들이 즐기는 컨셉을, 타이츠와 샤넬 로고가 박힌 고무 부츠를 더하여 좀 더 현대적으로 재해석한거죠!

예쁜 트위드 재킷 하나로 다채롭게 완성하는 스타일링 팁! 끝으로 이고진 패션 아티스트들이 클래식한 트위드 재킷을 이용해 직접 연출한 3가지 리얼웨이 룩을 소개합니다.

별안간 트위드 자켓을 좀 더 유니크하게 입고 싶다면. 슬렉스에서 눈을 돌려 조금은 무모한 선택을 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이걸 매치해도 될까? 어색하진 않을까? 독특한 옷이라도 옷장에 던져놓을 바엔 한 번이라도 입어보는 것이 자기 멋을 찾기 위한 첫걸음이죠.

저는 트위드 자켓과 다른 소재의 퍼팬츠를 과감히 매치하여 재미를 더했습니다. 상의는 크롭 스웻셔츠와 탱크탑을 레이어드하여 좀 더 디테일한 스타일링을 완성했죠. 티셔츠에 그려진 그래픽이 캐주얼함을 더해주는 느낌. 그리고 트위드자켓의 하운드투스 패턴과 정반대인 귀여운 플로럴 양말을 믹스매치했어요. 캐주얼, 유니크 두 매력을 잃지 않기 위해서.

여기다 트위드 자켓의 고급스러운 멋을 연결시켜주는 로퍼를 더하고,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트위드 재킷에 컬러 포인트로 백팩을 매치하면, 끝. 데일리로 입을 수 있는 이지한 룩의 완성!

트위드 자켓은 ‘당연히’ 페미닌한 원피스나 슬렉스와 매치해야 한다는 생각은 버려주시길. 대신 ‘데님’해보시길 바라요. 클래식한 재킷과 캐주얼한 청바지의 만남, 언밸런스하지만 둘의 궁합이 그 어떤 매치보다 트렌디해 보이는 마법.

목걸이, 티셔츠, 슈즈에 블루 포인트로 경쾌하고 시원한 느낌을 더했습니다. 누가 봐도 편해 보이는 티셔츠이지만, 여기다 선글라스 하나 더해주는 것을 잊지 마시길. 이만하면 이고진 구독자들은 말하지 않아도 도전할 만한 센스일 텐데요. 긍정적인 느낌 뿜뿜, 어딜 가도 주목받을 캐주얼한 페미닌 룩의 탄생!

제 스타일링은 저울질과 비슷합니다. 좀 더 펑크한 아이템을 넣어볼까? 캐주얼한 아이템으로 무게감을 덜어볼까 고민하죠. 제가 시도하는 조합에 조금씩 재미를 더하여 어색하지 않은 중간지점을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컬러 톤은 화이트, 블랙, 그레이로 통일 시켰어요. 컷아웃 디테일이 들어간 부츠컷 팬츠와 펑키한 그래픽의 티셔츠, 펑키한 디자인의 베레모가 한데 어우러져 헤링본 패턴이 주는 은은한 펑크함을 강하게 부각시키죠.

트위드는 특유의 화려함 때문에 강한 존재감을 자랑하는데, 이를 부드럽게 중화시켜줄 스포티하고 가벼운 느낌의 운동화를 매치했습니다. 자켓과 맞춰진, 숨은 패턴 디테일이 ‘스타일링 고수’임을 증명해 주는 기분 좋은 느낌.

마지막으로 더한 나일론 소재의 곰돌이 가방은 펑크한 느낌을 조금은 순화시켜주는 역할입니다. 완성도를 높여줄 펑크한 키링까지, 중간지점을 잘 잡고 ‘절제’하며 옷 입는 사람의 표본.

오랜 역사를 가진 트위드 자켓. 그 유구한 세월만큼이나 다채롭게 변화된 여럿 모습으로 우리들에게 다가오고 있는데요. 트위드 자켓만큼 과하지 않은 고급스러운 멋과 아름다운 미를 가진 아이템도 없어서 더욱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완연한 봄을 앞둔 간절기, 어떤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 중에 있다면 트위드 재킷을 선택해 보시는 건 어떤가요? 이번 이고진을 읽은 이상, 트위드 자켓을 꺼내 입은 여러분은 그 어딜 가든지 주인공이 되어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