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활용 자체보다 이후를 대비해야 해요
AI는 팀워크를 약화시킨다 (2026.10.14)
구독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요며칠 S 그룹의 AI 해커톤 소식으로 온라인이 시끌시끌했습니다. 대회 운영과 문제 해결 과정에 대한 말이 대부분이었는데, 일하는 방식이 어떤 영향을 줄지를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 적은 듯 합니다. 관련한 아티클을 가져왔습니다.
직원들이 동료 대신 AI에 의존하면 팀워크는 약화된다 (2026.10.15) @HBR


요즘 사무실 풍경 하나를 먼저 그려보겠습니다. 아래는 여러 조직에서 흔히 들을 법한 이야기를 묶어 만든 가상의 장면입니다.

A 리더의 팀은 올해 상반기에 생성형 AI 사용을 적극 권장했습니다. 보고서 초안은 빨라졌고, 엑셀 수식 때문에 옆자리를 기웃거리는 일도 사라졌습니다. 개인별 처리 건수도 눈에 띄게 늘었고요. 그런데 3분기 들어 이상한 일이 연달아 터지더군요. 거래처 계약 조건을 B 직원이 AI 답변만 믿고 정리했는데, 사실 그 거래처 사정은 옆 파트의 C 차장이 누구보다 훤히 꿰고 있었습니다. 사후 회의에서 B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C 차장님이 그 건을 담당하셨던 줄은... 몰랐어요."

생산성 지표는 올랐는데 팀은 묘하게 조용해졌습니다. 누가 무엇을 잘 아는지 서로 모르는 팀. 저는 이게 지금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팀에서 가장 눈에 안 띄는 증상이라고 봅니다. ㅜㅜ

마침 10월 15일 HBR에 이 증상을 정면으로 다룬 글이 실렸습니다. BetterUp의 수석 과학자 케이트 니더호퍼(Kate Niederhoffer)를 비롯한 BetterUp 연구진과 스탠퍼드대 커뮤니케이션학과 제프리 핸콕(Jeffrey T. Hancock) 교수가 함께 쓴 Team Dynamics Weaken When Employees Turn to AI instead of Colleagues입니다.

증상: 질문이 사라지고, 지도가 흐려진다

이 글의 핵심 개념부터 정리하고 갑시다. 사회심리학자 대니얼 웨그너(Dan Wegner)가 처음 내놓은 거래 기억 체계(Transactive Memory System)라는 개념입니다. 팀 안에서 모두가 모든 걸 알 필요는 없습니다. 누가 무엇을 아는지만 알면 되죠. 계약은 C 차장, 시스템 장애는 D 대리, 고객 불만 응대는 E 과장. 머릿속에 그려진 이 지도 덕분에 팀은 한 사람의 기억 용량을 훌쩍 넘는 일을 해냅니다. HBR 글은 수술팀이나 우주선 승무원, 경영진 팀이 바로 이 지도 위에서 굴러간다고 설명합니다.

이 개념을 현장에서 잴 수 있게 한 연구가 있습니다. 카일 루이스(Kyle Lewis, 2003)가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에 발표한 Measuring transactive memory systems in the field는 15개 문항으로 거래 기억 체계를 재는 척도를 개발했고, 실험실 124개 팀, MBA 컨설팅 64개 팀, 기술 기업 27개 팀에서 타당성을 확인했습니다. 이 척도는 크게 세 가지를 봅니다. 구성원마다 전문 영역이 나뉘어 있는가(전문화), 서로의 전문성을 믿는가(신뢰성), 일이 매끄럽게 맞물려 돌아가는가(조정). 리더에게 쓸모 있는 포인트는 이 셋이 따로 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누가 뭘 아는지 모르면 믿을 근거가 없고, 믿지 못하면 일이 엇박자를 내기 마련이죠.

그럼 이 지도는 어떻게 갱신될까요? 대부분 사소한 질문을 통해서입니다. "이거 어떻게 해요?" 한마디에 묻는 사람은 답을 얻고, 답한 사람은 전문성을 인정받고, 옆에서 듣던 사람은 저분이 그걸 아는구나 하고 지도에 점을 하나 찍습니다. 질문 하나가 세 사람의 지도를 동시에 고치는 셈이죠. 바로 그 질문이 지금 AI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수치로도 드러납니다. BetterUp 조사를 9월 말 소개한 Forbes 기고(Yahoo 재게재)에 따르면 직장인의 83%가 간단한 정보를 구할 때 동료 대신 AI를 쓰고, 37%는 동료와 나눌 대화나 안부 확인까지 AI로 대신한다고 답했습니다. 응답자 절반 가까이는 AI 때문에 동료가 자기를 덜 찾는다고 느꼈고요. MyIQ가 지난여름 10개 지역 2만 2천여 명을 조사한 결과를 전한 FM Magazine 기사도 비슷합니다. AI를 정기적으로 쓰는 사람의 74%가 예전 같으면 동료에게 했을 질문을 챗봇에 던지고, 46%는 동료가 어떻게 생각하고 문제에 접근하는지 예전보다 덜 안다고 답했습니다.

저는 46%라는 숫자가 가장 걸렸습니다. 동료를 덜 안다는 건 곧 지도가 흐려지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다만 이 조사 스스로도 AI 사용이 관계를 직접 약화시킨다고 입증한 건 아니라고 선을 긋습니다. 상관관계로 읽으셔야 합니다.


손쉬운 오진 두 가지

증상이 보이면 리더는 빨리 이름을 붙이고 싶어집니다. 이때 흔히 두 가지 오진이 나옵니다.

첫째, 요즘 직원들이 원래 개인주의라서 그렇다는 진단입니다. 세대론으로 덮으면 편하긴 하죠. 다만 예전 호 신뢰가 달라졌다 (2) 동료 편에서 짚었듯, 지금 세대의 신뢰는 사라진 게 아니라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친해서 믿는 게 아니라 일로 믿을 만하다면 믿는 거죠(관계 → 일). 그렇다면 누가 무슨 일을 잘하는지 보여주는 지도가 오히려 더 절실한 세대입니다. 지도가 지워지면 이들이 신뢰를 쌓을 재료부터 사라지는 거고요.

둘째, AI가 원흉이니 사용을 줄이자는 진단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처방이라고 봅니다. 앞서 AI 쓰는데 조직 생산성은 그대로?에서 다뤘듯 개인 단위의 생산성 향상은 실재합니다. 고민거리는 그 향상이 팀 단위로 번지지 않는 데 있었죠. 그때 암묵지 손실을 병목 중 하나로 꼽았는데, 이번 연구는 그 손실이 어디서 새는지 한 군데를 더 짚어줍니다. AI를 막으면 개인 생산성만 잃고, 팀의 지도는 흐려진 채로 남을 공산이 큽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사람 탓도, 도구 탓도 아닙니다. 질문이 흐르던 경로가 바뀌었는데, 그 경로가 덤으로 해주던 일을 대신할 장치가 없는 거죠.


원인 1: 질문의 부산물이 사라졌다

첫 번째 원인은 구조적입니다. 예전엔 물어볼 데가 사람밖에 없었으니 지도 갱신이 공짜로 따라왔습니다. 이제는 AI라는 더 빠르고 눈치 볼 일 없는 창구가 생겼고요. 개인으로선 AI를 택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새벽 한 시에도 답해주고, 같은 걸 세 번 물어도 한숨을 안 쉬니까요(제가 신입 때 이런 선배가 있었으면 좋았겠습니다만^^).

살펴볼 것은 간단합니다. 팀 메신저 공개 채널에 올라오는 질문 수가 줄었는지, 신규 입사자가 첫 석 달 동안 몇 명의 동료와 업무 질문을 주고받았는지 보시면 됩니다. MyIQ 조사에서 38%가 신입이 관계를 쌓을 자연스러운 기회가 줄었다고 답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지도 없이 들어온 사람이 지도를 그릴 기회까지 잃는 거죠.

대응은 질문을 막는 게 아니라 부산물을 되살리는 쪽이어야 합니다. 예컨대 AI에게 물어서 해결한 것 중 우리 팀 맥락이 걸린 건 한 줄로 공유하고, 누구에게 확인하면 될지 이름을 붙이는 식입니다. BetterUp 연구진도 AI로 아낀 시간을 사람 사이에 다시 투자하는 규범을 세우라고 권합니다.


원인 2: 사람에게 묻기가 불편한 팀

두 번째 원인은 조금 더 아픕니다. 사람이 AI로 가는 이유가 편해서만은 아닐 수 있거든요. 앞의 Forbes 기고에 따르면 심리적 안전감이 낮은 사람은 동료를 AI로 대체할 가능성이 2.1배, 직장에서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느끼는 정도가 낮은 사람은 1.5배 높았습니다.

이 숫자를 보고 제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AI가 질문을 빼앗아 간 게 아니라, 원래 묻기 어려웠던 팀에서 AI가 탈출구가 되어 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역시 인과가 확인된 건 아니니 가설로 남겨둡니다. 다만 이 가설이 맞다면 AI 이전부터 있던 엇박자가 AI 덕분에 조용히 덮이고 있는 셈입니다.

살펴볼 것은 이렇습니다. 회의에서 모르겠다는 말이 나오는지, 질문했다가 핀잔을 들은 경험이 최근에 있었는지, 그리고 리더 본인이 직원에게 마지막으로 뭔가를 물어본 게 언제인지. 리더가 묻지 않는 팀에서 직원이 먼저 묻기는 어렵습니다.

대응은 리더가 먼저 묻는 겁니다. 그것도 AI에게 물어도 될 법한 걸 일부러 사람에게요. "E 과장, 이 고객사 요즘 분위기 어때요?" 같은 질문은 답보다 메시지가 더 큽니다. 이 팀에서는 사람에게 물어도 된다는 신호니까요.


원인 3: 전문성은 늘었는데 신뢰가 못 따라온다

세 번째 원인은 이번 연구에서 제가 가장 흥미롭게 본 대목입니다. AI 덕분에 직원 각자가 다룰 수 있는 영역은 넓어졌습니다. 그런데 니더호퍼는 이렇게 말합니다.

"That trust isn't moving in tandem with our ability to have specialized knowledge." (신뢰가 전문 지식을 갖추는 우리의 역량과 보조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니더호퍼는 이 간극에서 생기는 비용을 조정 비용(coordination tax)이라고 부릅니다. 각자 아는 건 많아졌는데, 그걸 서로 얼마나 믿어도 되는지는 모르는 상태죠. 루이스의 척도로 다시 보면 전문화는 오르는데 신뢰성과 조정이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입니다. 게다가 동료에게 AI로 대체당했다고 느낀 사람은 그 동료와 다시 일하고 싶어 할 가능성이 3.3배 낮았다고 합니다. 묻지 않은 쪽은 편했겠지만, 질문을 받지 못한 쪽은 내 전문성이 무시당했다고 받아들이기 쉽다는 거죠.

여기서 살펴볼 것은 업무 결과물이 누구 검토도 거치지 않고 바로 넘어가는 비율, 그리고 직원에게 이 일은 누구한테 물어보면 되느냐고 했을 때 막힘없이 이름이 나오는지입니다. 이름 대신 AI한테 물어보라는 답이 돌아온다면 지도가 꽤 흐려진 겁니다.

대응법은 AI 결과물에 사람 확인 지점을 두는 겁니다. 물론 모든 걸 검토하자는 얘기는 아닙니다. 그러면 생산성이 도로 날아가겠죠. 고객 이력이나 과거 결정의 이유처럼 AI가 알 수 없는 팀 고유의 맥락에 한해 담당자 확인을 거치게 하자는 겁니다.


이렇게 한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세 원인의 비중은 팀마다 다를 겁니다. 그래서 처방보다 관찰을 먼저 권해드립니다. 그다음 해볼 만한 것들입니다.

  1. 우리 팀 지도를 직접 그려보시면 어떨까요. 팀 회의 15분을 내서 업무 영역별로 누구에게 물으면 되는지 적어보는 겁니다. 빈칸이 많거나 사람마다 답이 다르다면 원인 1이나 3을 의심해볼 만합니다.
  2. AI로 해결한 질문 중 팀 맥락이 걸린 건 공개 채널에 한 줄 남기는 규칙을 시험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질문 내용보다 '이건 C 차장님이 잘 아심' 같은 이름표가 핵심입니다.
  3. 리더가 먼저, 일부러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주 1회라도 직원의 전문성을 공개적으로 빌리는 장면을 보여주는 겁니다.
  4. 신규 입사자에게는 첫 석 달간 AI보다 먼저 물어볼 사람 세 명을 지정해주세요. 지도를 그릴 기회를 일부러 마련해주는 거죠.
  5. AI로 아낀 시간의 일부를 사람 사이에 쓰는 원칙을 정해보시길 바랍니다. 예전 호 회복탄력성을 개인에게만 묻지 마세요에서 말씀드린 도움 요청 표준화와 같은 결의 장치입니다.

AI 활용을 막자는 게 아닙니다. 질문이 AI로 가더라도, 누가 무엇을 아는지에 대한 팀의 기억은 사람 사이에 남도록 길을 하나 더 내자는 거죠. 생산성 지표에는 안 잡히지만 위기 때 가장 먼저 티가 나는 게 이 지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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