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의 ixi 담당자 최수영입니다. 전쟁이 났습니다. 평소 같다면 새벽에 일어나 뭔가 새로운 XR 소식이 없나 살펴보고 있겠지만 오늘은 그쪽으로는 눈길이 가지 않더군요. 저도 모르게 지금 우크라이나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어떤 상황인지만 찾아보고 있더라구요. 

그냥 좀 다른 느낌이 듭니다. 지난 수년 간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에서 벌어지고 있던 일과 뭐가 다르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이렇게 대놓고 한 국가가 다른 국가에게 공식적으로 선전포고하고 '침공'하는 건 제게는 낯설게 느껴집니다. 그런 건 베트남전 이후 끝난 거 아니었던가요? 그 이후에는 국가 간 외교 분쟁은 폭력이 개입되더라도 누군가를 암살한다거나 특정 세력을 은밀히 지원해서 내란을 일으키는 등 주로 전쟁이 아닌 '작전'의 형태로 진행되지 않았던가요? 그저 '침공'의 주체가 미국이 아니라서 이렇게 낯설게 느껴지는 걸까요? 
여러분은 일상에서 전쟁을 실감할 수 있나요?
이런 전쟁 국면에 뉴스레터에 뭘 쓸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얼마 전 선댄스 영화제 뉴 프론티어에 소개되었던 'On The Morning You Wake'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됐습니다. 역시 평소같다면 이 작품의 제작사 아틀라스 파이브(Atlas V)가 어떻고, 여기에 쓰인 볼류메트릭 비디오의 퀄리티가 어떻고 등을 얘기하겠지만 오늘은 그냥 이 작품이 다루는 소재에 대해서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2018년 1월 미국 하와이에서 실제로 일어난 실화를 다룹니다. 1월 13일 오전 8시 8분, 하와이 거주민 140만 명에게 다음과 같은 문자가 갑니다. "탄도미사일이 하와이를 향하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대피소를 찾으십시오. 실제 상황입니다" 당연히 난리가 났고 대피소를 찾는 사람들,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는 사람들, 그냥 그 자리에서 최후를 맞으려는 사람들 등 다양한 반응이 나타났습니다. 

이 작품은 그날 그 문자를 받았던 실제 경험자들의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전쟁이 나와는 상관없는 얘기로 인식하는 사람들에게 정말로 전쟁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지에 대해 대한 감각을 일깨워주고자 합니다. 물론 눈치 채셨겠지만 2018년 1월 13일 하와이에는 미사일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날 사건은 해프닝이었죠. 

하지만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에는 정말로 미사일이 떨어졌습니다. 
On The Morning You Wake는 3월에 열리는 SXSW에도 초청 받았습니다. 선댄스에서는 전체 3부작 중 1부만 공개가 됐고 나머지 2~3부가 SXSW에서 공개된다고 합니다. 솔직히 처음 1부를 봤을 때에는 무슨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이미 할 얘긴 다 한 것 같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SXSW에서 이 작품이 공개될 때 2018년 하와이를 넘어 2022년 우크라이나와 연계지어 어떤 감상과 논의가 전개될 지 궁금해집니다. 

동시에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과 느낌에 대해서도 우리가 전달 받을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상황이 다 끝나고 몇 년이 흐른 뒤에 그 때를 '회고'하는 형태로만 우리는 이 사건을 뒤늦게 '실감'해야 할까요? 그런데 미국의 감독이자 배우 숀 펜은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들어가서 영화를 찍고 있다고 합니다. 숀 펜은 지금 무엇을 찍고 있을까요? 어떤 사람들을 만나고 있을까요? 

한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하루 전,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은 대만군에게 '전투 준비태세 강화'를 지시했다고 합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걸 누구도 막지 않는다는 게 확인된다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는 것도 누구도 막지 않을테니까요. 대만에도 뛰어난 XR 작품들을 만드는 작가들이 많은데 그 분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우크라이나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다치지 않길 바라고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지금 이곳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사람들이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래서 그런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굳이 XR까지 필요한 상황이 오지 않기를 바래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원래는 저처럼 타임라인에 XR 소식들만 올리던 사람들로부터 지금 상황에 대한 반응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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