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 끝나가요.
이번 여름 어떻게 보내셨나요.
곧 2학기가 시작됩니다.
오늘은 좀 툭 터놓고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인스타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잘 못 합니다.
보는 분들 생각이 다 다르니까요.
그래서 늘 한 겹 걸러서 말하게 돼요.
그런데 여기는 좀 다르잖아요.
친한 친구한테 하듯이, 동생한테 하듯이 해보려고 합니다.
먼저 이 이야기부터요.
지금 초등학생인 아이들이 어른이 되는 세상에서는, 공부가 지금만큼 중요하지 않을 겁니다.
이 말에는 대부분 고개를 끄덕이세요.
그런데 여기서 끝나면 아무것도 안 바뀌어요.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지식의 값이 떨어졌다는 겁니다.
우리 때는 아는 사람이 힘이 있었어요. 뭘 알고 있느냐가 그 사람의 실력이었습니다.
그래서 외우고, 정리하고, 문제를 빠르고 정확하게 푸는 훈련을 시켰어요. 사회에 나가면 그게 그대로 값이 됐거든요.
지금은 그걸 기계가 합니다.
외우는 것, 정리하는 것, 계산하는 것, 자료 찾아서 요약하는 것.
우리가 십몇 년 들여서 갖춘 능력이 이제 삼 초면 나와요. 저보다 잘하고요.
얼마 전에 자료를 하나 봤는데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AI가 퍼진 뒤로 젊은 사람들 일자리가 줄었다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줄어든 자리가 어디였냐면 프로그래밍, 출판, 법률, 회계, 광고 이런 곳이었습니다.
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가던 자리잖아요.
반대로 별로 안 줄어든 자리도 있었어요.
사람을 돌보고, 관리하고, 그때그때 판단해서 상대해야 하는 일들이었습니다.
그럼 그런 쪽을 시키면 되겠네, 싶으실 텐데 저는 여기서도 마음이 편치가 않아요.
사람을 상대하는 일은 지금 대우가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몸도 마음도 제일 많이 쓰는데 받는 건 적은 자리가 많아요.
그리고 그마저도 마음을 놓기가 어렵습니다.
로봇이 들어오고 사람 손이 가던 일이 자동으로 넘어가면서, 그쪽도 줄어들 거예요. 생각보다 얼마 안 남았을 거고요.
그래서 저는 어느 쪽으로 가라는 말을 못 하겠어요.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해 보입니다.
우리가 살았던 십대의 기준으로 아이 십대를 채우면, 그 아이가 스무 살이 됐을 때 손에 쥔 게 별로 없어요.
십몇 년을 들여서 쌓았는데, 정작 그 시점에는 값을 못 받는 겁니다.
이런 이야기를 처음 들으면 좀 혼란스러우실 거예요. 그럼 어떡하라는 건가 싶으시겠죠.
그래도 저는 불편하지만 이야기를 합니다.
이게 인정이 돼야 그럼 뭘 해야 하나가 나오거든요. 여기가 안 넘어가면 계속 이 자리예요.
그래도 공부 조금은 해야지. 그래도 해두면 언젠가 쓰이겠지. 그래도 좋은 대학 나오면 좋지 않을까.
이 그래도가 남아 있는 한 그다음이 안 보입니다.
그러다 십대가 다 가요.
공부가 나쁘다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거기서 얻는 것도 분명히 있습니다.
제가 걸리는 건 기회비용이에요.
십대는 지나면 다시 안 오잖아요.
이 시기에 아이들은 가치관이 만들어집니다.
처음 해보는 일들을 이때 해요. 처음 실망하고, 처음 억울하고, 처음 뭔가에 미친 듯이 빠져보고요.
처음 겪은 일은 오래 남습니다. 그때 새겨진 생각을 가지고 남은 인생을 살아요.
그 몇 년에 뭐가 들어가느냐.
저는 이게 제일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뭘 채워야 하냐고 물으시면, 저는 여전히 책이라고 답해요.
그런데 여기서도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책 읽는 아이는 많습니다.
학원 갔다 와서 자기 전에 삼십 분, 주말에 한두 권. 그 정도는 웬만한 집에서 다 해요.
그 정도 읽으면 우리 애는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 싶으시죠. 이만큼 읽으니까 언젠가 뭐가 되겠지 하고요.
그렇게 따지면 안 읽는 아이가 어디 있나요.
그런데 왜 표가 안 날까요.
적당히 읽기 때문이에요.
읽기 편한 책, 이미 아는 수준의 책만 계속 읽으면 그 자리에 있습니다.
고만고만한 책은 아무리 쌓아도 안 늘어요. 읽는 동안 머리가 하나도 안 힘들거든요.
힘들지 않은 건 안 남습니다.
수준을 올려야 해요.
수준을 올린다는 게 뭐냐면, 지금 아이가 편하게 읽는 것보다 반 뼘쯤 위를 주는 거예요.
처음에는 안 읽힙니다.
한 페이지 읽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해요. 앞으로 다시 돌아가고, 같은 문장을 두 번 읽고, 답답해합니다.
그 구간이 진짜예요. 거기서 논리가 생깁니다.
문장이 길어지면 앞뒤를 붙잡고 있어야 하고, 붙잡고 있으려면 머릿속에서 정리를 해야 하거든요.
이게 쌓이면 아이 말이 달라져요. 생각이 꼬리를 물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그 구간을 대부분 못 넘어가요.
아이가 어려워하니까 다시 편한 책으로 내려주게 되거든요. 저도 그 마음이 뭔지 압니다.
그리고 절대적인 시간이 듭니다.
이게 제일 오해가 많은 부분이에요.
하루에 한 시간 읽어서는 책으로 뭘 얻기 어렵습니다. 그건 취미생활이에요.
취미가 나쁘다는 게 아니라, 취미로 얻을 수 있는 만큼만 얻는다는 뜻입니다.
몰입이 안 되거든요.
책은 들어가는 데 시간이 걸려요. 앞에 이삼십 분은 그냥 워밍업입니다.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고, 인물 이름이 익숙해지고, 그제야 페이지가 저절로 넘어가는 상태가 돼요.
거기서부터가 독서예요.
그런데 딱 그쯤 되면 학원 갈 시간입니다. 잘 시간 입니다.
매일 워밍업만 하다 끝나는 거죠.
그래서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이것저것 다 하면서 책까지 읽을 수는 없어요.
시간이 남아서 책을 읽는 아이는 없습니다. 뭔가를 빼야 그 자리에 책이 들어가요.
학원 하나를 줄이든, 주말 일정을 비우든, 뭘 포기하지 않고는 안 됩니다.
이게 제일 어려운 이야기라는 것도 알아요.
뺀 자리가 한동안 불안하거든요. 남들 다 하는데 우리만 안 하는 것 같고요.
그런데 안 빼면 그냥 취미로 끝납니다.
이건 어느 쪽이 낫냐의 문제가 아니라, 물리적으로 시간이 없는 문제예요.
그리고 이렇게 다져진 게 있어야 그다음이 있습니다.
책으로 쌓아놓은 게 없는데 체험만 다니면, 그건 놀이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이 즐거워하니까 그것대로 좋죠. 그런데 거기서 뭘 깨닫고 가치관이 생기고 하지는 않습니다.
그 체험들은 대부분 지식 위에 설계돼 있거든요. 과학이 그렇고 사회가 그렇고 국어가 그래요.
아는 게 있는 아이한테는 그게 얹히는데, 없으면 하루 재밌게 놀고 오는 겁니다.
선행 이야기도 안 할 수가 없네요.
이건 정말 조심스러운 이야기예요. 꺼내면 비난으로 돌아오거든요.
그래도 하겠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선행은 필요 없어요.
제 생각만은 아닙니다.
선행학습이 효과가 있는지 따져본 연구들을 모아본 자료가 있는데, 대부분 효과가 없거나 미미하다는 결론이었어요.
저학년 때 잠깐 반짝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오히려 떨어진다고요.
성적을 가르는 건 선행이 아니라 수업 태도였습니다.
혜린이를 6학년까지 키우면서, 그리고 그 사이 많은 아이들을 보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게 이거예요.
1학년이 2학년 문제집을 풀고 있고, 2학년이 4학년 걸 하고 있어요.
5학년쯤 되면 수학이 본격적으로 어려워집니다.
그때는 제 학년 것만 제대로 소화하기에도 빠듯해요. 사고력까지 다져가면서 가려면 시간이 정말 부족하고요.
그런데 미리 당겨놓으면 어떻게 되냐면, 선행도 어중간하고 현행도 어중간해져요.
선행 속도가 조금씩 밀리다가 지금 진도랑 붙어버립니다. 그러면 그 몇 년을 왜 당겼나 싶죠.
영어도 비슷합니다.
한참 앞선 영어 문법을 미리 가르쳐봤자 암기밖에 안 돼요. 당장 학교에서 시험을 보지 않으니까 잘하는지 못하는지 표도 안 납니다.
잘하고 있나 보다, 하고 넘어가는 거죠.
물론 정말 앞서가는 아이도 있어요. 그런 아이는 하면 됩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건 대부분의 아이들 이야기예요.
이런 이야기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그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안 하면 불안하니까요.
그런데 아이들이 보내는 DM은 솔직합니다.
학교 수업도 다 이해가 안 되는데 선행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요. 그냥 시키니까 한다고요.
제가 인스타 스토리에 아이들 DM을 가끔 올리는데, 그건 그나마 괜찮은 것들이에요.
이 정도는 올려도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겠다 싶은 것만 고릅니다.
진짜 날것은 못 올려요.
여기서 좀 다른 이야기를 하나 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공부에 관심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래요.
이 나이 아이들의 관심은 온통 친구예요. 누가 누구랑 친하고, 오늘 누가 나한테 어떻게 했고, 내가 어느 무리에 있는지.
거기에 에너지를 다 씁니다.
그러고 남는 걸로 공부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친구 관계에 문제가 생기면 공부에 쓸 에너지가 아예 없습니다.
이 순서를 모르고 공부 얘기만 하면 아이랑 멀어져요.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제일 힘든 걸 엄마는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 되는 거니까요.
이건 마음이 좀 아픈 이야기인데요.
많은 문제의 시작점은 휴대폰입니다.
안 사줄 수 없다는 것도 알고, 필요하다는 것도 알아요. 그래서 이 얘기는 꺼내기가 참 어렵습니다.
그래도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늦게. 가능하면 전화랑 문자만.
휴대폰 문제는 저학년 때부터 조금씩 쌓이다가 5학년쯤 터지기 시작해요.
중학교, 고등학교 가면 손에서 놓지를 못하고요.
여기서 오해가 제일 많은 게, 다들 공부에 지장이 있을까 봐 걱정하시는데 그건 사실 작은 문제예요.
진짜는 중독이고, 그다음은 사고방식입니다.
자극적인 콘텐츠, 단톡방, DM, 오픈채팅.
하루 종일 여기 노출돼 있으면 생각이 서서히 바뀝니다. 가치관이 바뀌어요.
우리 알고리즘에 안 뜨는 것들이 아이들 알고리즘에는 뜹니다.
정치 이야기가 그렇고, 성에 관한 이야기가 그렇고, 외국인 이야기가 그래요.
어른들끼리도 조심해서 꺼내는 이야기들인데, 아이들한테는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갑니다.
그것도 제일 자극적인 모양으로요. 그래야 조회수가 나오니까요.
거기서 아이들이 배우는 게 있어요. 누구를 미워해도 되는지, 누구를 우습게 봐도 되는지.
그게 웃긴 영상 얼굴을 하고 지나갑니다. 아이들은 그걸 하루에 몇백 개씩 봐요.
진짜 문제는 여기 있습니다.
어렵다는 거 압니다.
그런데 이건 타협의 문제가 아니에요. 선택의 문제도 아니고요.
저는 이것만큼은 끝까지 붙잡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휴대폰 이야기를 하면 아이들한테 엄청난 악플과 DM이 와요.
그것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우리한테 휴대폰과 아이들한테 휴대폰은 천지 차이라는 걸요.
마지막이에요.
우리가 아는 아이가 그 아이의 전부가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랑 이야기를 해야 해요. 정말로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주변에 무슨 일이 있는지, 뭘 보고 어떻게 판단하는지, 어떤 가치관을 갖고 있는지.
어릴 때는 묻지 않아도 술술 말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말을 안 해요.
그때가 진짜 중요한 때입니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이들은 편집해서 말해요. 자기 모습을 다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잠깐씩 스치는 순간들로 짐작해내야 해요.
우리가 클 때는 이럴 필요가 없었습니다.
주변에서 들어오는 게 별로 없었으니까요. 동네 아이들 속에서 배운 게 다였고, 그렇게 커도 됐어요.
지금은 아니에요.
유튜브 쇼츠에서, 친구들 대화에서 아이들이 이상한 걸 배워 옵니다. 알게 모르게요.
가끔 아이 입에서 이게 뭐지 싶은 말이 나올 때가 있어요.
그게 어디서 왔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래서 자꾸 이야기해야 해요.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사실 조심스럽습니다.
아이 키우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제가 왜 모르겠어요.
마음먹은 대로 되는 일이 거의 없잖아요. 알면서도 안 되는 게 대부분이고요.
그래서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맞나 싶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하는 이유는, 제가 다른 이야기를 못 하겠어서예요.
이것만 하면 됩니다, 이 방법이 좋아요, 공부 열심히 시켜서 좋은 대학 보내고 좋은 회사에 취업시키면 되죠.
이런 말을 못 하겠습니다.
그런 세상이 안 올 것 같아서요.
우리 함께 하나씩 하나씩 풀어나가봐요. 우리는 할수 있습니다.
늘 응원하겠습니다. 쿨한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