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연극 여섯 편을 준비했습니다. 많은 공연들 가운데 고전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유독 눈에 띄었는데요, 입센의 희곡 <헤다 가블레르>를 각색한 두 편의 공연, 극단 유랑선의 신체극 <헤다>와 즉각반응의 현대극 <슈미>가 비슷한 시기에 올려지는 것이 특히 반갑습니다. 국립극장의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인 엔톡 라이브 플러스 상영작으로는 아서 밀러의 <시련>을 린지 터너의 연출로 영국 국립극장에서 공연한 실황 영상과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베른하르디 교수>가 로버트 아이크의 연출로 <더 닥터>로 제목을 바꾸어 네덜란드 인터내셔널시어터 암스테르담에서 공연한 실황 영상 두 편을 준비했습니다. 신작으로는 창작집단 블루하우스의 <The Room: In The BlueHouse>와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연극 부문 선정작인 극단 작은방의 <견고딕-걸>을 소개합니다. 허시어터에서는 여성의 문제를, 무대 위 여성들이, 여성 연출가에 의해 제기하는 공연들을 더욱 부지런히 찾아내어 여러분들과 나누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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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집단 블루하우스에서 신작 <The Room: In The BlueHouse>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이예은 연출을 비롯해 출연진 전원이 여성 배우로 구성되어 있는 점이 눈에 띄는 공연입니다.
극중에서 블루하우스는 자살을 도와주는 곳으로, 블루하우스의 스태프들은 방문자들의 ‘존엄한 죽음’을 도와준다고 말하며 이를 ‘조력 자살’이라 칭합니다. 자살을 원하는, ‘여행객’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미리 써 온 유서를 제출하고 블루하우스에 입소해 7일간 다른 여행객들과 교류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요, 과연 여행객들은 블루하우스에서 원하던 죽음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블루하우스라는 색다른 배경이 설정되어 있긴 하지만 현실에서도 ‘자살 브로커’라는 이들이 존재하고 동반자살 모임이 꾸려지기도 하는 등 타인의 도움을 통해 자살에 이르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는 만큼 트리거에 눌리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일시 | 02.17 ~ 02.19 장소 | 여행자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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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작은방에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으로 <견고딕-걸>을 올립니다. 2021년 통영민간인학살 문제를 다룬 작품 <달과 골짜기>로 통영연극인예술축제에서 희곡상을 수상한 박지선 작가가 대본을, 극단 작은방 신재훈 대표가 연출을 맡았습니다.
제목의 ‘견고딕-걸’은 고딕 룩에 고딕 메이크업 속에 스스로를 숨기고 살고 있는 주인공 수민을 가리키는 단어인데요, 수민이 이처럼 ‘견고딕-걸’이 된 이유는 쌍둥이 동생이 참혹한 살인을 저지르고 나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기 때문입니다.
가해자와 똑같은 얼굴로 살아가는 것이 힘겨워진 수민은 얼굴과 이름을 모두 바꾸기로 결심하는데요, 박지선 작가는 졸지에 가해자의 가족이라는 낙인과 함께 남겨진 가족들의 고통에 대해 수민은 싱크홀로, 수민의 엄마는 블랙홀로, 수민의 아빠는 맨홀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각자가 빠져 있는 ‘홀’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피해자의 회복이 아닌 가해자가 남긴 상처로부터 회복하고자 하는 가족들의 모습을 그려낸 이 흔치 않은 이야기가 어떤 울림을 전해줄지 무대에서 확인해볼 일입니다.
일시 | 02.17 ~ 02.26 장소 |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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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크 입센의 <헤다 가블레르>는 작품의 명성에 비해 그동안 국내 무대에서는 자주 보기 어려웠습니다. 대표작인 <인형의 집>의 한국 초연이 1925년이었던 데 비해 <헤다 가블레르>는 1987년이 되어서야 국내 무대에 처음 올려졌는데, 이처럼 작품에 대한 관심도 차이가 크다 보니 공연 관람의 기회도 그만큼 적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비슷한 시기에 두 편의 공연을 비교하며 볼 수 있는 무대가 마련되어 눈길을 끕니다.
먼저 올려지는 공연은 극단 유랑선의 <헤다>로, 송선호 연출에 의해 신체극으로 재탄생되었습니다. 헤다 가블레르는 주인공의 결혼 전 이름으로, 극중에서는 결혼 후의 이름인 헤다 테스만으로 등장하는데요, 입센은 이 같은 작품의 제목에 대해 “이 이름을 붙인 나의 의도는 헤다는 개인으로, 남편의 아내이기보다는, 아버지의 딸로서 인정되기를 바라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썼습니다.
헤다는 남편의 아내로 살다 개인으로 각성하는 <인형의 집>의 노라와 대척점에 있는 인물로, 장군이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 사랑 없는 결혼에 뛰어들지만 결혼생활의 권태 속에서 몸부림치다 결국 자살을 선택합니다. 일상의 권태와 관습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헤다의 몸부림을 신체언어로 재해석한 극단 유랑선의 공연은 헤다와 옛 연인 뢰브보리, 그의 현재 연인인 테아, 이렇게 단 세 명의 배우가 출연해 극을 이끌어나갑니다.
일시 | 02.22 ~ 02.26 장소 | 문래예술공장 박스씨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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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극을 표방하는 유랑선의 <헤다>가 일상의 권태와 관습의 속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도발과 광적인 파괴에 집중했다면 헤다를 19세기 노르웨이가 아닌 현재의 대한민국으로 데려온 즉각반응의 <슈미>는 헤다를 통해 자유와 책임을 동시에 실현하는 것이 아름다움이라는 주장을 펼칩니다. <육쌍둥이>의 하수민 연출이 연출을 맡았고 슈미 역에는 배우 이주영 씨가 캐스팅되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입니다.
일시 | 03.04 ~ 03.12 장소 |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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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TOK Live+(엔톡 라이브 플러스)는 국립극장이 영국, 프랑스 등 주로 유럽의 주요 극장 및 배급사와 협업해 화제작들을 영상으로 상영하는 프로그램입니다. 국립극장이 임연철 극장장 시절 ‘세계국립극장페스티벌’이라는 타이틀로 진행해 오던 국제교류 프로그램이 안호상 극장장 취임 이후 폐지되었다가 2015년부터 극장에서 해외 공연 영상을 상영하는 방식으로 레퍼토리시즌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현재까지 시즌을 거듭하고 있는데요, 올해 상영작 중에서는 <시련>과 <더 닥터>를 소개합니다.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의 1952년 작 <시련>은 1692년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발생한 세일럼 마녀재판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이 재판에서 200명 가까운 마을 주민들이 마녀로 고발되었고 19명이 교수형에 처해졌으며 이 외에도 6명이 옥사 등으로 사망했습니다. 밀러의 희곡은 1953년 미국에서 초연되고 나서 이후 미국은 물론 유럽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하게 각색되며 현재까지 공연을 이어오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1978년 극단 실험극장에서 윤호진 연출에 의해 초연되었고, 최근에는 경기도극단에서 2021년 이연주 작가와 김정 연출의 협업으로 무대에 올려졌습니다. 할리우드에서는 57년과 96년 두 차례 영화화된 바 있습니다.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마녀사냥의 집단적 광기를 고발하면서도 극의 중심서사가 재판의 첫 고발인인 애비게일이 내연관계에 있던 프록터를 차지하기 위해 그의 아내 엘리자베스를 마녀로 지목하는 등의 ‘여적여’ 구도에 의존하고 있는데요, 실제 사건 당시 열한 살이었던 애비게일을 희곡에서는 열일곱 살로 나이를 올려 마녀재판의 배후에는 치정사건이 얽혀 있었다는 식의 각색은 못내 뒷맛을 씁쓸하게 만듭니다.
상영작은 2021년 엔톡 라이브를 통해 <햄릿>을 선보인 바 있는 영국 연출가 린지 터너의 영국 국립극장의 공연 영상이고요, 넷플릭스 드라마 <더 크라운>에서 앤 공주 역으로 출연한 배우 에린 도허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일시 | 02.24 ~ 03.05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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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편의 엔톡 라이브 상영작 <더 닥터>는 오스트리아 극작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베른하르디 교수>를 현대로 배경을 바꾸어 각색한 작품입니다.
<베른하르디 교수>는 1912년 오스트리아 병원에서 일어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낙태 후 패혈증으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젊은 여자 환자에게 종부성사를 하려는 신부와 이를 가로막는 유태인 의사의 대립에서 시작된 논란이 반유대주의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온 영국 연출가 로버트 아이크는 주인공 유태인 의사를 여성으로 바꾸어 현대사회의 성별, 민족, 인종, 계급 갈등에 대해 더욱 깊이 있게 파고듭니다. 아이크의 무대 역시 지난 2021년 엔톡 라이브를 통해 선보인 네덜란드의 인터내셔널시어터 암스테르담의 <오이디푸스>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일시 | 02.26 ~ 03.04 장소 |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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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허시어터를 통해 공연을 알리고자 하시는 여성 창작자들께는 문을 활짝 열어놓고 있으니 메일로 준비 중인 공연 소식을 전해주십시오. 그리고 위클리 허시어터를 구독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래의 구독 폼에서 이름과 메일주소를 입력해주세요. 그리고 허시어터 레터가 스팸메일함에 들어가지 않도록 허시어터 메일(theatreher@gmail.com)을 주소록에 꼭 추가해주시고 지메일 사용자는 프로모션 메일함을 한 번 더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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