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드라이버 #너는여기에없었다 #드라이버
다정한 구독자 님께

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님은 운전 좋아하시나요? 저는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차를 사겠다고 호언장담하고는 도로주행 이후로 한 번도 핸들을 잡아보지 못했습니다. 운전면허증은 신분증으로만 쓰고 있네요... 이러다 갱신까지 할 기세입니다.

이번 주는 차를 모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운전석에 앉아서 시궁창 같은 현생에서 벗어나 누군가의 구원자가 되길 꿈꾸고 있죠. 이들의 사연을 함께 만나 보실까요.
너는 여기에 없었다 (2017)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살인 청부업자 조(호아킨 피닉스)와 상의 의원의 어린 딸(예카테리나 삼소노프). 납치된 소녀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서사는 언뜻 영화 『아저씨』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두 영화가 추구하는 바는 극과 극으로 달라요. 『아저씨』가 액션 영화라면 『너는 여기에 없었다』는 심리 드라마에 가깝습니다. 린 램지 감독은 단순한 서사를 진행하는 대신 주인공 조의 심리를 다층적으로 해부합니다. 이를 표현한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는 두말하면 뭐하겠어요. 그는 이 영화로 2017년 칸 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린 램지 감독의 영화를 언젠가 꼭 한번 소개하고 싶었는데 드디어 기회가 왔네요. 지난번 조니 그린우드 특집에서 이 영화를 골랐다가 살짝 미루어두었습니다. 나중에 드라이버 테마에서 함께 다루어야지 하고요. 이 영화에서도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이 큰 역할을 합니다.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은 영화인데 스포일러가 될까 여기서 줄입니다. 님의 감상이 궁금해지네요.

감독 : 린 램지
러닝타임 : 1시간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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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드라이버 (1976) 
『너는 여기에 없었다』를 보면 자연스럽게 영화 『택시 드라이버』가 떠오릅니다. 두 영화는 여러 모로 닮아 있어요.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로버트 드 니로)도 트라우마의 그늘에서 허우적거리는 가련한 사람입니다. 잠들지 못하는 날마다 택시를 몰며 뉴욕의 밤거리를 배회하던 중 어린 창녀 아이리스(조디 포스터)를 만나 그녀의 구원자가 되고자 하지만 일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지요. 두 영화 모두 성인 남성이 어린 소녀를 구원하는 이야기지만 글쎄요, 저는 두 영화 모두 그들이 진정으로 구하고자 한 대상이 소녀였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인상 좋은 할아버지 배우가 된 로버트 드 니로의 젊은 시절과 조디 포스터의 어린 모습을 영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사전 정보 없이 영화를 봤다가 무척이나 어린 조디 포스터가 화면에 등장해서 기분 좋게 놀랐어요. 마틴 스콜시지 감독의 최고작을 꼽을 때면 거의 매번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이기도 한데 그래서인지 서사와 분위기와 비슷한 영화가 지금까지도 반복해서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감독 : 마틴 스콜시지
러닝타임 : 1시간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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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2011)
전갈 자수가 놓인 점퍼를 입고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흔해빠진 차종이라는 쉐보레 임팔라의 운전석에 앉아 로스앤젤러스의 밤거리를 헤매는 남자(라이언 고슬링)가 있습니다. 범죄의 경계에서 위태롭고 고독한 일상을 이어가는 중이죠. 아슬아슬했던 삶의 균형이 깨지던 날 이웃집 여자 아이린(캐리 멀리건)을 지키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집니다.

잔인한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의 미장센이 무척 세련되어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요. 마냥 밝고 따뜻하게만 느껴지던 캘리포니아가 이 영화에서는 날카롭고 서늘하게 그려지기도 하고요. 남자가 차를 몰고 가는 동안 자주색 글씨로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오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영화를 본 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자주색 글씨만 보면 이 영화가 떠올라요.

이번 주에 소개하는 세 편 모두 칸 영화제와 인연이 있습니다. 특히 『드라이브』가 감독상을 수상했던 2011년에는 로버트 드 니로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어요. 둘의 인연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감독 : 니콜라스 윈딩 레픈
러닝타임: 1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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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이야기 
택시 드라이버 OST - 버나드 허먼

마치 반쯤 꿈을 꾸는 듯 몽롱한 느낌이 드는 택시 드라이버의 OST를 듣고 있으면 트래비스가 모는 택시의 조수석에 앉아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영화의 OST는 미국의 작곡가 버나드 허먼의 작품인데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영화 『싸이코』의 신경질적으로 날카로운 멜로디로 유명합니다. 택시 드라이버 OST는 그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라 의미가 남다르게 느껴져요.

오케스트라 라이브 연주로 만나는 영화 OST는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곤 합니다. 예전에 서부극을 소개하면서 엔니오 모리꼬네의 황야의 무법자 메인 테마를 소개드린적 있죠. 그때 테마를 연주했던 덴마크 국립 교향악단이 택시 드라이버의 메인 테마도 연주했습니다. 늦은 밤, 위스키 한 잔과 함께 들어야만 할 것 같네요.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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