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 (2011)
전갈 자수가 놓인 점퍼를 입고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흔해빠진 차종이라는 쉐보레 임팔라의 운전석에 앉아 로스앤젤러스의 밤거리를 헤매는 남자(라이언 고슬링)가 있습니다. 범죄의 경계에서 위태롭고 고독한 일상을 이어가는 중이죠. 아슬아슬했던 삶의 균형이 깨지던 날 이웃집 여자 아이린(캐리 멀리건)을 지키기 위해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집니다.
잔인한 장면이 여과 없이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영화 자체의 미장센이 무척 세련되어서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들어요. 마냥 밝고 따뜻하게만 느껴지던 캘리포니아가 이 영화에서는 날카롭고 서늘하게 그려지기도 하고요. 남자가 차를 몰고 가는 동안 자주색 글씨로 오프닝 크레딧이 올라오는 장면도 인상적입니다. 영화를 본 지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자주색 글씨만 보면 이 영화가 떠올라요.
이번 주에 소개하는 세 편 모두 칸 영화제와 인연이 있습니다. 특히 『드라이브』가 감독상을 수상했던 2011년에는 로버트 드 니로가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이었어요. 둘의 인연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감독 : 니콜라스 윈딩 레픈
러닝타임: 1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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