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먹고 사는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라잎스페이퍼 시즌2 라잎스페이퍼는 2022 지역문화예술교육 기반 구축 지원사업 참여 단체의 먹고사는 이야기를 담은
뉴스레터입니다. 인간의 생존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의식주와 더불어 이들이 가진 관계, 태도, 관점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각 단체의 이야기를 담아낼 예정입니다. 7월
29일부터 11월 18일까지 매주 금요일 두 팀의 이야기를 메일로 보내드립니다. 본 뉴스레터는
청년협동조합 뒷북의 조합원 충현, 소똥, 혜진이 기획하고 제작합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의 혜리와 샛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 인터뷰: 전통이 어떻게 동시대성을 가질 수 있을까? * 인터뷰이: 정혜리, 김샛별 * 인터뷰어 : 충현, 혜진 * 인터뷰 편집: 충현 💬 음성스케치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 서문 누구에게나 지긋지긋하지만 놓을 수 없는 애증의 무언가가 하나쯤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내 이름이 그렇다. 충성 충(忠)에 밝을 현(炫). 충현. 무엇에도 충성하고 싶은 일말의 마음이 없는 나는, 가문의 의지를 이어받아 졸지에 애국자가 되어버렸다. (충성 : 나라 또는 높은 사람에게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정성) 충현이라는 이름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곤충을 뜻하기도 하는 ‘충’이라는 단어는 요즘 시대에는 거의 욕이나 다름이 없다. 어릴 때부터 충치, 곤충현, 현충일, 해충 등 이놈의 이름은 쉽게 아이들의 놀림거리가 되곤 했다. 성인이 된 후 놀림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는 충현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한다. 누군가 이름의 뜻을 물어보면 늘 부연 설명을 하게 되고, 어떤 순간에는 별명을 지어 이름을 숨기기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사람이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사람은 살아있는 순간에 가장 많이, 가장 자주 이름을 남기게 된다. (이번 주만 해도 3번 정도 서명하고 5번 정도 나를 소개했다.) 아무리 놀림의 대상이 되었더라도, 삶의 가치관과는 반대의 의미를 가지고 있더라도 이름은 늘 앞장서서 나를 대표하고 설명한다. 2n여 년간의 시간은 그렇게 충현과 나를 애증의 관계로 만들었다. 샛별과 혜리는 대학 동기다. 동양화과로 대학을 졸업하고 동양화과로 대학원을 졸업한 뒤에 작가로서 활동하며 현재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에서 함께 일하고 있다. 동양화, 전통성, 한국성, 한국화.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이 들었을 이 키워드들. 샛별과 혜리는 한때 ‘한국’을 정말 놓고 싶었지만, 길을 가다 보면 어느새 한국 앞에 서 있는 자신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결국 이를 인정하고 동시대성과 한국(전통)의 관계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전통이 어떻게 동시대성을 가질 수 있을까?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의 샛별과 혜리의 앞길이 궁금하다. 💭 여러분과 여러분의 단체를 소개해주세요. 혜리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이하 문예협)는 지역아동센터랑 다문화센터 등 다문화 아이를 대상으로 2013년부터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 단체이고요. 저희는 그 중에서 미디어아트 파트를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문예협은 합창이나 무용을 꾸준히 많이 해왔는데, 합창은 말을 해야 하고 무용은 신체접촉이 있잖아요. 그러다보니 코로나가 시작된 후로는 미술사업 위주로 많이 돌아가고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저희는 2019년부터 함께 하고 있어요. 혜진 직원으로 함께하고 계신 건가요? 샛별 프리랜서로 미디어아트 파트에만 합류해서 함께 하고 있어요. 문예협이라는 단체가 있고, 합창 수업을 위해 성악가를 섭외하듯이 미디어아티스트로 섭외가 된 개념이라고 이해하면 되실 거예요. 충현 그럼 두 분은 누구세요? 어떻게 섭외가 되셨나요? 혜리 김샛별, 정혜리라고 합니다. 사실 문예협보다는 아하콜렉티브라는 단체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어요. 샛별 저희는 동양화과를 나온 대학 동기인데, 어쩌다 보니 대학원까지 같이 나왔거든요. 친하게 지내면서 전통성이나 한국화에 대한 문제, 담론들에 대한 대화들을 많이 나눴어요. 그러다 보니 졸업한 이후로도 담론을 나누는 동아리 형식의 팀을 만들게 되고, 확장되어 이제는 돈도 벌고 같이 작업도 하게 된 거죠. 그 팀의 이름이 아하콜렉티브입니다. 비즈니스적인 관계가 되었지만 다 나이가 비슷해서 친구 같아요. 원래는 동양화과로 시작했는데, 이제 미디어 아트를 많이 다뤄요. 동양화과로 대학원까지 졸업하다보니 더 안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구요. 동양화과에서 배운 개념들은 가져가되 현대에서 쓰이는 재료들로 표현을 해보다 보니 미디어아트를 하게 된 거죠. <아하!> (문예협 사진 제공) 충현 아하. 그럼 두 분은 문예협에서 섭외한 아하콜렉티브의 아티스트인거군요. 저희도 경기문화재단에서 온 것 같아 보이지만 사실 두 분과 비슷하거든요. 그런 개념으로 이해하겠습니다. (웃음) 동양화의 개념을 가져가는 미디어아트는 어떤 건가요? 혜리 충현 샛별 혜리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충현 문예협이라는 이름의 역사를 여쭤보고 싶긴 했는데, 이 이름이 궁금했거든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 너무 대단해 보이는 곳의 이름이잖아요. 혜리 원래 여기가 서울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사단법인이에요. 그래서 이제 되게 크게 시작을 했고, 서울을 중점적으로 전국적으로 하고자 하는 단체이다 보니 이렇게 이름을 지은 것 같습니다. 충현 아 그렇군요. 젊은 예술가들이 지을 법한 이름은 아니라고 생각하긴 했어요. 오히려 이건 한국을 까기 위한 고도의 수법인가? 생각도 했습니다. (웃음) 아니었군요. 💭 문예협 홈페이지와 작성하신 단체 소개글을 보았을 때 아이들의 균형 잡힌 인성 형성에 도움을 준다고 하셨습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행협회가 생각하는 균형 잡힌 인성이란 무엇인가요? 혜리 ‘인성 형성’이라고 나와 있던 거는 지역아동센터나 다문화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다보면 아무래도 힘든 환경에서 살고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저희 미술 사업의 경우는 미디어 장비들이 비싸잖아요. 아이들마다 편차가 되게 심해요. 영상 편집부터 유튜브 업로드까지 거뜬히 해내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컴퓨터 켜는 방법조차 모르는 아이들도 있어요. 나중에는 그런 것들이 분명히 큰 차이로 이어질 거거든요. 아이들이 미술을 통해 미디어를 가볍게라도 접해보면 좋지 않을까, 라는 의미에서 시작하게 됐어요. 충현 다양한 경험적인 측면에서의 균형은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요새 제3의 어른이라는 말이 제 주변에 많이 들리는데, 부모와 가족 외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는 의미거든요. 두 분도 교육을 통해 만나는 아이들에게 제3의 어른인 거잖아요. 두 분이 생각하시기에 두 분은 좋은 어른이신가요? 혜리 저는 개인적으로 제가 어른이라고 생각하고 수업을 하진 않아요. 그냥 같이한다고 생각을 하죠. 그래서 말도 편하게 하고. “야 너 떠들지 좀 마, 오늘 왜 이렇게 말이 많니? 오늘 즐거운 일 있었니? 난 오늘 기분이 별로 안 좋다.” 그냥 친구처럼 하거든요. 좋은 영향력을 준다던가 좋은 어른이 된다던가 하는 생각은 안 하고, 미술 시간은 편하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충현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지 않으세요? 아이들을 편하게 대하기까지의 고민들이 있으셨을 것 같아요. 혜리 네, 처음에는 아이들이 되게 어려웠어요. 완전 애처럼 있다가 어느 순간 선생님이 되어야 하는 시기가 오고, 어른이 되어야 하는 시기가 딱 왔는데 저는 아직도 애인 거예요. (웃음) 집에서도 막내고요. 모두들 나한테 맞춰줬으면 좋겠고. ‘그럼 내가 어떻게 얘를 어른스럽게 대해?’ 그건 너무 가식적인 거잖아, 라는 생각이 들었죠. ‘너도 애, 나도 애, 그냥 우리 이렇게 애처럼 같이 이야기하자.’가 된 것 같아요, 저는. 샛별 저는 다르긴 한데, 스스로를 어른이라고 생각하지 않긴 하지만 오히려 거리를 두려고 해요. 이 안에서도 저희 역할이 조금 다른 게 또 균형 잡힌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어요. 저는 딱딱하지만 “오케이, 해도 돼.” 한다면 혜리는 친구처럼 가지만 “안돼. 떠들지 마, 위험해. 만지지 마.” (웃음) 저는 거리감을 두려고 하는 게, 사실 길게 가는 수업이라는 게 없잖아요. 이 수업에 온 동안에만은 아이들이 편하고 잘 놀다 갔으면 좋겠지만, 나는 다다음주에는 못 볼 사람이거든요. 그게 아이에게 상처가 되면 어떡하나, 싶기도 해요. <애써 바닥을 보며 아이들과 거리두기 중인 듯한 샛별> (문예협 사진 제공) 😵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궁금한데, 저희는 그런 고민이 있거든요. ‘나의 전문성이란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 고민은 ‘난 어른인가?’랑 비슷한 것 같아요. 돈을 벌고 활동을 하고 있긴 한데, 확신은 없거든요. 누군가에게 증명하거나 설득하는 게 되게 힘들기도 하고요. 두 분은 예술가로서, 교육자로서 어떻게 전문성을 증명하고 설득하고 계시나요? 샛별 아이들에게는 전문성이라는 거는 굳이 내세울 필요 없지만, 사회적으로 내던져졌을 때는 어쨌든 말을 유창하게 하는 게 1차 레이어에서는 중요한 것 같아요. 유창하다는 게 사람마다 조금 다르겠지만. 내가 생각하고 있는 지점들을 언어적으로 어떻게 표현을 하는지가 첫 번째 레이어 같아요. 혜리 당연히 말을 잘하면 신뢰를 주는 거지만, 그걸 정말 느낌이 아니라 굳히는 건 결과물인 것 같긴 해요. 이 혹독한 사회에서는 결과로 모든 걸 증명해야 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란 것도 존재를 하는 거고요. 충현 포트폴리오를 만드시면서 어떤 걸 제일 신경 쓰시나요? 혜리 저희가 단체나 작가로서는 늦게 시작한 감이 있어요. 그래서 일단은 뭐든 많이 만들자. 그중에서 걸러내고 발전시키고 이랬어요. 애초에 팀으로 작업을 같이하다 보면 하나의 완벽한 뭔가가 있을 수가 없어요. 처음에는 좀 투박하게 던져놓더라도 계속 다듬고 만져가고 하게 돼요. 팀 작업이 재밌는 게, 다 같이 똑같은 걸로 한참을 이야기해요. “야 이거 너무 좋지 않냐. 이건 별로다.” 하면서 마침내 모두가 동의해요. 근데 정작 작업을 하다 보면 부딪히는 거예요. “어, 우리 다 합의가 된 건데 왜 부딪히지?” 알고 보면 생각하고 있는 게 너어무 다른 거예요. 얘기했던 모든 요소가 다 있지만 그것이 존재하는 형태가 다 모양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무조건 그림으로 그려서 한 명씩 발표를 해요. 샛별 혜리 샛별 충현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혜리 팀으로 활동한 지 꽤 됐어도 소통하는 방식을 알고 있어도, 항상 매번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내 생각과 다르게 흘러가더라도 결국에는 ‘아, 이 친구 여기서 이런 지점을 봤기 때문에 주장했구나.’를 알게 돼요. <친구!> (문예협 사진 제공) 🍑 여러분의 식사는 안녕하신가요? 먹는 행위가 여러분에게는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예술을 통해 먹고 살만 하던가요? 샛별 저희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그런 질문, 얘기들. 저는 요즘 그렇게 뭘 선택하는 게 싫더라고요 메뉴 고르고 이게. 심지어 가끔은 모르는 사람이나 안 친한 사람이랑 먹는 건 너무 힘들고. 그래서 중요한데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은 느낌이에요 저한테는. 충현 먹는 시간에는 온전히 쉬시는 것이 중요하신 것 같기도 하고요. 뭔가 선택하는 것도 그렇고 낯선 사람하고 있는 것도 되게 일하는 기분이잖아요. 먹는 데에 에너지를 쓰고 싶지 않은 걸까요? 샛별 그럴 수도 있는 것 같아요. 점심과 저녁 시간은 모두가 쉬기로 약속한 시간이니까요. 근데 그 먹는 행위가 미팅으로 쓰이기도 하고, 점심 저녁을 일적으로 먹고 나면 집에 가서 너무 힘들어요. 혜리 따로 라면 끓여 먹어야죠. (웃음) 충현 그럼 주로 메뉴는 혜리님이 고르시겠네요? 혜리 아뇨. 저는 합의를 좋아하기 때문에 항상 ‘어때. 뭐 먹고 싶지? 뭐 먹자! 뭐뭐는 어때?’ 샛별 유도해 맨날. 먹기 싫은데 눈으로 자꾸 신호를 줘. (웃음) 충현 합의가 아닌 것 같은데요? (웃음) 혜리 설득이죠. 설득을 통해 이루어 낸 합의. 저는 먹는다는 것 자체는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은데 매일 하는 행위다 보니까 태도에 대한 부분으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옛날에는 먹는 거를 항상 절제해야 되고 스트레스를 받았어요. 이제는 나이가 드니까 그냥 있으면 먹고 없어도 안 먹고. 전체적인 삶의 태도랑 좀 비슷해요. 지금은 수용하고 흘러가는 대로. 그러니까 훨씬 삶이 편해진 것 같아요. 음식 하나만 해도 내려놓으니까 편해진 느낌이 있어요. 어쩌면 다른 데 신경을 쓸 게 많아져서 음식하고 씨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점심메뉴를 눈으로 설득 중인 듯한 혜리. 손에는 칼을 들고 있다.> (문예협 사진 제공) 충현 어떠세요. 예술을 하시면서 먹고 살만 하세요? 프리랜서이신 거잖아요. 얼마 벌고 이런 것까지는 궁금하진 않, 아니 사실 궁금한데. 샛별 뭐, 죽을 만큼은 아니고요. 이 일이 힘들어서 다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어요. 나에게 큰돈을 벌어주지 않아도 좋아요. 저는 교육을 좀 덜 하고 예술 작업을 늘리고 싶은 마음도 있는데 쉽지는 않죠. 그럼에도 교육이라는 분야가 있어서 고맙기도 하고, 교육이 우리를 먹고 살만하게 도와주고 있어요. 혜리 막 배부르게도 아니고, 그냥 죽지 않을 만큼. 샛별 교육이 그냥 멱살 잡고 끌고 가는 느낌. “떠나지 마, 문화 예술계를!” 이렇게. (웃음) 👥 예술인이라는 본캐를 유지하기 위해 수없이 많은 부캐의 모습으로 살아오신 것 같습니다. 두 분은 지금까지 어떠한 부캐를 만들어오셨고, 그 과정에서 어떤 어려움과 즐거움이 있으셨는지 궁금합니다. 혜리 사실 요즘은 본캐가 뭔지 모르겠는 거예요. 주객전도가 많이 돼서 생활이나 생각이 본캐 쪽으로 흘러가지 않는 거죠. 부캐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진 않아요. 스스로 좋아하는 캐릭터도 아니고요.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것 같고, 아직 본캐에서 하고 싶은 것들, 이루고 싶은 것들이 좀 많죠. 충현 원하시는 본캐의 모습을 여쭤봐도 될까요? 혜리 아무래도 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은 게 가장 크죠. 성공의 정의도 참 다르긴 한데, 어떤 전시를 가서 ‘어, 나도 이런 데서 전시하고 싶다. 이 사람 너무 부럽다.’ 그런 생각이 안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거만 해도 충분히 성공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나 다음에 여기서 해야겠다, 지금은 딴 데서 전시할 게 너무 많아서 생각도 안 난다, 이런 게 저에겐 성공인 것 같아요. <열심히 인터뷰하고 있어요.> 샛별 저는 요즘에는 집 밖을 나오는 모든 순간이 부캐인 것 같아요. 생활이 해리 포터 호크룩스 나누듯이 영혼을 4개 정도의 역할로 나누는 것 같거든요. 작가로서, 납품을 받을 때는 비즈니스의 마인드로서, 교육자의 마인드도 있고, 학생의 모습도 있어요. 그래서 이거를 왔다 갔다 해야 되는데, 4개가 다 켜져서 막 점프 다니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뭘 선택하기가 싫어서 혼자 있는 본캐가 있는 것 같아요. 👒 정체성이 해리포터의 호크룩스만큼 다양하신 만큼, 그에 따른 복장도 다양하실 것 같습니다. 가장 자신다운 복장을 설명해주세요. 충현 두 분은 오늘 좀 교육자 같아요. 무난무난한 느낌. 혜리 (책상 밑에 숨겨진 샛별의 빤짝빤짝 은색 바지를 가리키며) 여기를 보셔야 하는데. 충현 어, 뭐야! 갑자기 은갈치가 이렇게. 샛별 학생들이 좋아하더라고요. “선생님~ 갈치 같아요~” (웃음) 제 일상복이에요. 저는 바지, 신발, 악세사리, 상의, 귀걸이 다 은색을 사랑합니다. 금색이 받지도 않고, 은색을 왜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어요.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 같은 건가 하하. 혜리 저는 항상 조끼에 대한 욕구가 있었어요. 조끼를 입은 사람은 되게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근데 한 번도 성공해 본 적이 없어요. 잘 안 어울려요. 그래서 안 갖고 있었는데, 이렇게 편한 조끼가 있더라고요. 근데 지금은 조끼 입기에 좀 덥잖아요. 개시를 못 하고 언제 입어보지, 너무 더운데 하다가 오늘은 인터뷰가 있는 날이니까 입어도 너무 더워 보이지는 않겠구나, 해가지고 입고 왔습니다. 충현 더워 보이세요. 혜리 네! 오늘 엄청 더웠어요! 엄청 더워 가지고 안 그래도! (웃음) 바지는 기본적으로 편한 걸 좋아해요. 몸을 죄는 느낌이 싫어요. 그냥 타인과 있는 것 자체가 불편한데, 옷까지 불편하면 너무 불편하더라고요. 그래도 옷이라는 게 결국 내가 어떻게 보여지냐의 첫인상이잖아요. 최대한 가는 장소나 만나는 사람들이나 분위기에 맞춰 입는 편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류의 옷이 많아요. 그래서 그런지 저를 한눈에 못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참 밥 먹고 얘기를 해도 다음에 봤을 때 저를 못 알아보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엄청 더운 혜리와 은갈치 샛별. 다음에 만나도 알아볼 수 있겠지?> 💙 두 분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나요? 두 분이 가장 집이라고 느끼는 장소나 인물이나 순간이 있나요? 샛별 전 부모님이 안 계신 집이 가장. 외출하셨는데 제가 혼자 있을 때가 너무 좋아요. 그때야말로 집. 엄마 아빠가 있으면 또 이제 많은 대화들이 일어나니. 충현 “(부모님曰)너 바지가 은색 그게 뭐야~!” (웃음) 샛별 맞아요. 내 마음대로 더우면 에어컨도 틀고 냉장고 문도 안 닫고 머리 돌림이 밀고 청소하고. 그런 순간들이 가장 집 같다고 느끼고, 실제 집을 나가면 집 같다고 느껴본 순간은 없어요. 혜리 항상 집은 욕망의 어떤 끝..? ‘어떤 곳에 살고 싶다.’가 강한 것 같아요. 저는 결혼을 했거든요. 부모님이랑 같이 살 때는 그냥 혼자 독립해서 나만의 집을 가져서 내가 원하는, 좋아하는 물건들로 채우고 싶었어요. 근데 정작 결혼하고 나오니까 일단은 이 집이 저희 집도 아닐뿐더러, 자꾸 계약이 끝나는 기간이 다가오는 장소이기 때문에 불편함도 있죠. 그러다 보니 나만의 집을 계속 생각하는 거예요. 뭐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 근데 만약에 제주도에서 못 살면 그래도 경기도 용인쯤 가가지고 집을 짓고 싶다. 거기에 있을 때 나는 어떤 모습이겠고, 어떤 행동을 할 수 있고, 무슨 감정을 느낄 수 있겠다, 항상 쫓는 쪽인 것 같아요. 혜진 저도 제 집이 생긴 건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재건축 대상인 집을 들어갔어요. 곧, 내년 중으로 시작이 될 거거든요. 그래서 제 마음대로 다 할 수가 있는 거예요. 재건축이니까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도 되더라구요. 벽지도 37년 된 아파트라 벽지가 난리가 나있었어요. 처음에 들어갔을 때 그거를 어떻게 할까 하다가 벽지를 뜯어봤거든요. 사람들이 벽지를 계속 그 위에다가 붙였던 거예요. 그래서 여섯 겹 일곱 겹이 막 나오고. 혜리 너무 재밌겠다. 충현 집 평수가 되게 넓어졌겠다. 혜진 그런 건 아니었고, 이따만한 봉지가 서너 봉지 나왔어요. 거기다가 이제 페인트칠하고, 벽에 못도 마음대로 박고. 이게 너무 좋더라고요. 올해까지만 여기서 살 수 있는데, 그래서 아까 혜리 말씀에 너무 동감했어요. 곧 나가야 되고, 또 어디서 살아야 될까, 이런 고민도 많이 하거든요. 혜리 진짜 온전히 나만의 공간이고 쉴 수 있는 곳이잖아요. 일단 잠을 잔다는 게 굉장히 강한 것 같아요. 저는 외부에서 잠을 자면 불안을 많이 느끼거든요. 엄청 심장이 두근거리고 잠을 잘 못 자요. 그래서 집이라는 존재가 좋은데 불투명하다 보니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나만의 JOYFUL한 그곳을 찾아서> (문예협 사진 제공) 💭 꿈다락를 통해 교육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진행하는 교육을 소개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은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나요? 샛별 꿈다락은 재작년에도 진행을 했었고 올해 다시 했는데 오랜만에 학생들을 대면해서 가르치게 되는 수업이었어요. 미디어 아트를 쉬운 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소개해보고 싶어서 이름도 ‘빛으로 조각한 나의 이야기’라고 정했어요. 미디어 아트라는 말이 저희도 아직은 딱 한 문장으로 설명을 못 하겠어요. 기회가 주어지지 못하는 친구들이나 다문화 가정 친구들, 센터에 속해 있는 친구들에게 제공하려 해요. 우리가 매일 마주하고 있는 디지털 기기와 미술이 어떻게 결합이 되었고, 내 이야기를 이 영상 기기와 미술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는 커리큘럼을 많이 고안 했습니다. 혜리 사실 어린아이들에게 미디어 아트 교육이 예술적으로 유익한가는 잘 모르겠어요.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앞으로 기계를 계속 활용을 해야 돼서 이런 것들로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기는 하는 건데, 사실 진짜 그림 그리는 것보다 유익한가? 미디어아트를 통해 예술성을 높일 수 있냐는 잘 모르겠어서 최대한 미디어 아트와 기존의 미술이 잘 섞일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긴 하거든요. <인터뷰 직전, 수업이 끝나고 분주하게 정리 중이다.> 충현 어떨 때 배웠다고 느끼세요? 혜리 결과를 냈을 때 배웠다고 느껴요. 저는 실제로 누군가한테 배움을 얻었다고 생각한 적도 없고, 결국에는 다 혼자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내가 어떤 결과를 냈을 때 그 과정에서 많이 느끼는 것 같아요. 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동료들이 주장한 지점을 내 눈으로 확인했을 때도 많이 배우죠. 샛별 혜리 샛별 👆 파란색 텍스트를 누르면 음성을 들을 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됩니다. 충현 샛별은 좋은 친구시네요. ‘너도 먹어봐라!’ (웃음) 샛별 네, 큰 배움을 드렸습니다. <큰 배움을 주고 받는 샛별과 혜리> 💭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가 지금까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또 앞으로는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가고 싶나요? 혜리 저는 최대한 교육을 줄이고 싶어요. 아예 그만둔다기보다도 제가 제 방향성을 못 정하고 있는데 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드니까 아이들에게 미안한 부분도 있어요. 물론 아는 안에서는 해주지만 내가 어떤 결과를 이루어낸 것도 아닌데, 지금 누구를 교육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래서 알려주고 싶은 게 없어요. 나도 아직 다 못 알았기 때문에. 압박감이 심해요. 충현 이해가 가는데 어떤 면에서는 확신을 가진 사람이 과연 좋은 교육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또 들어요. ‘나는 이제 내 길은 확실해.’라고 생각하는 사람한테도 배울 점은 있겠지만. 조금 더 자기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하는 사람한테 배울 때 그 고민을 나누는 게 되게 좋을 것 같아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샛별 저는 생각보다는 좀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아직은 제가 교육자로서 너무 부족하다고 오히려 느끼고 있어서 좀 더 이렇게 저렇게 알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아는 걸 알려주는 정도이기 때문에 사실은 또 그렇게 큰 부담은 없어요. 현장에서 배웠던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바꾸는 정도라서 나쁘지는 않아요. 이번에 그림을 많이 그리게 시켰는데 애들이 굉장히 귀찮아하고 색깔도 많이 안 써요. 근데 아이패드로 그리게 시켰더니 2시간 동안 말도 안 하고 팬 바꾸고 난리가 난 거예요. 과거와 또 달라지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아이들의 속도에 맞춰 저희도 빠르게 배워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 마지막으로, 만약 당신이 라잎스페이퍼의 진행자가 된다면 다음 팀에게 어떤 질문을
해보고 싶나요? 혜리 각종 상황들을 행정적으로 어떻게 처리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해요. 어떻게 운영하고. 그냥 정말 개인적인 질문으로. 샛별 너무 어렵더라고요. 혜리 세금 처리는 어떻게 하시는지, 그런 게 궁금해요. 꿀팁들을 알고 싶다. <작업 중인 샛별. 세금 처리는 다 했을까?> (문예협 사진 제공)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 인터뷰: 전통이 어떻게 동시대성을 가질 수 있을까? 끝. 님! 해당 뉴스레터를 읽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협회'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아래 링크로 들어가 작성해주세요! 응원의 메시지, 인터뷰를 보며 느낀 생각, 궁금한 점, 함께 해보고 싶은 일, 전하고 싶은 소식 등등 글의 내용은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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