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산불 문제가 잘 지나갔다는 내용의 춘분 알림장을 보내기 무섭게 3월 20일부터 아주 커다란,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났어요. 입방정 만이 문제가 아님을... 손가락으로 떤 방정에 대해 후회했어요. 반성하는 마음으로 올해는 80주년을 맞은 식목일 이야기 대신 3월 산불에 대해 정리했어요.

이번 산불은 강한 바람과 건조했던 숲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던 터라 많은 면적이 불탔어요. 올해 LA 산불이 서울 면적의 1/4를 불태웠다면, 이번 산불은 서울 면적의 80%가 탔어요. 많은 인명, 재산 피해가 있었고, 주요 언론들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소식부터 순차적으로 전했어요. 대피 소식을 듣지 못해 참변을 당하신 분들과 집과 밭을 잃은 분들의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했고, 그다음으로 소실된 문화재에 대한 이야기, 두고 나온 반려 동물과 우리에 갇힌 채 숨을 거둔 가축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어요(아쉽게도 농가의 재산으로 다뤄졌죠). 식물하는 분들은 인간 위주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인간의 소유가 아닌, 비인간들, 그러러니까 동식물을 걱정했어요. 싹을 틔우고 있을 찔레나무와 가막살나무, 곰이나 오소리, 다람쥐 같은 겨울잠에서 깼을 동물들을요. 또 우리가 당연하게 밟고 사는 토양과 토양 내 미생물을 걱정하는 가드너 선배도 있었어요. 식물은 다시 싹 틔울지 몰라도 토양은 100년이 지나도 원 상태도 돌아오기 쉽지 않을 거라고요. 어떤 관점에서 보아도 이번 산불은 끔찍한 재앙이었어요. 

🐻 : 지리산까지 번졌던 산불이 진화된 지금. 이번 산불의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사가 나오고 있어요. 하지만 뉴스를 찾아보다가 생각이 정리되기도 전에 고개를 갸웃거렸답니다. ‘뭔가 이상한데?’ 분명 같은 현상을 말하는데, 결론이 꽤 달랐거든요. 어떤 부분인지 6가지 쟁점을 정리했어요.

(1) 이번 산불은 기후변화 때문에 발생했다

• 🐭 : 우리나라는 봄철은 늘 고온 건조했고, 산불 또한 있었지만, 산불의 건수보다는 대형화 양상이 문제라고 말해요. 기후변화로 산림이 더욱 건조해졌고, 앞으로 다른 계절도 변하고 있어 봄 문제만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있어요. 지난해는 평균 기온은 1.5도 높았고, 강수량은 40% 감소했어요.
  
  
• 🦊 : 기후변화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지만, 무작정 기후변화로 원인을 뭉뚱그리는 것은 본질을 흐린다고 말해요. 올해 겨울은 강수량이 많았기 때문에 기후 때문으로 보기 힘들다고요. 이번 대형 산불은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힌 인재임이 분명하고, 국가 재난으로부터 안전해지려면 원인을 제대로 분석해야 한다고 말해요.

(2) 이번 산불이 빠르게 번진 이유는 소나무 위주의 조림 때문이다

• 🦊 : 물을 머금고 있어 잘 타지 않는 활엽수와 달리, 송진 등 정유 물질이 있는 소나무는 빠르게 불이 붙고, 불의 지속 시간이 2.4배 길다고 해요. 소나무는 특히 나무의 가지나 무성한 잎을 태우며 빠르게 번지는 지나가는 산불인 수관화(樹冠火) 현상이 발생하기 쉬워요. 솔방울은 특히 불티가 되어 먼 곳까지 산불을 퍼트려요. 그럼에도 산림을 관리하는 산림청은 소나무 심기를 고수하고 있다고 비판해요. 이번 산불이 난 경북 지역의 40% 이상이 침엽수림이었어요.
  (An Experimental Study on the Combustion Characteristics of Pinus densiflora Surface Layer by Slope Condition (2022))
  
  
• 🐭 : 국내 산림의 66%가 사유림이고, 개인 산주들의 의견과 생태 요소를 종합해서 조림 수종을 선정한다고 말해요. 송이 산업으로 산주들은 소나무를 선호하고, 또 연간 조림하는 소나무 면적은 약 10%밖에 되지 않는다고요. 그래서 소나무만 심는다는 것은 맞지 않고, 전국의 소나무 중 94%는 자생적으로 자라난다고 말해요. 그래서 우리나라에 잘 자라는 나무라는 반증이라고요. 이전에 소나무를 심었던 이유는 척박한 경사지에서도 잘 살아남는 수종이었기 때문이고, 점차 소나무 조림을 줄여나가고 있다고 주장해요.

• 🦊 : 조림한 소나무의 비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을 수 있어요. 하지만 쟁점은 소나무 조림지의 면적이 아니라 조림이건 자생림이건 많은 수의 소나무 숲이 '숲 가꾸기'를 하며 산불에 더 취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소나무림이 대형 산불을 불러온다고 말해요. 단지 조림한 소나무의 수가 줄었다는 것은 논점을 흐린다고요. (숲 가꾸기는 다음 질문에서 설명할게요)
  

(3) 산불을 막기 위해 숲을 가꿔야 한다 vs ‘숲 가꾸기’ 때문에 산불에 취약해졌다

• 🐭 : 우리나라 산림은 산불에 취약한 구조라 산불을 막기 위해 산림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해요. 산을 가꿔야 한다고요. 1970-80년대 대대적으로 조성된 침엽수 위주 고령 산림이고, 침엽수뿐만 아니라 다른 나무들이 과거 조림으로 빽빽하게 심었고, 점점 간격이 좁아져 주기적으로 간벌을 해야 하는데, 간벌 후 나무를 들고 내려올 수 없어 고사목을 방치하기 때문이라고요. 이런 고사목들이 산불의 불쏘시개가 되었다고요. 그래서 불에 취약한 산림 구조를 바꾸기 위해, 나무를 적절히 베어내고 도로를 건설해서 나무를 꺼내 불에 강한 숲으로 만들자고 말해요.
   
• 🦊 : 오히려 이 ‘숲 가꾸기 사업’이 숲을 산불에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해요. 경제성이 높다는 이유로 그동안 곳곳에 소나무를 심고 활엽수 등 다른 나무를 솎아내는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해 왔고, 그런 사업이 산을 더욱 메마르게 만들었다고요. 침엽수는 햇빛이 바닥에 도달하는 양을 늘리고, 바람을 잘 통하게 하므로 봄철 숲을 빠르게 건조하게 만들어 산불에 취약한 형태를 만든다고요.
  
  그리고 이번 화마로 없어진 사찰을 예로 들어 이야기하는데요, 이미 많은 사찰이 숲 가꾸기 사업을 진행해 사찰 인근 나무를 베어내고 듬성듬성 소나무만 남기고, 낙엽을 걷어냈음에도 화재를 피해 가지 못했다고요. 산불은 바람에 의해 커지는데, 숲 가꾸기를 하게 되면 나무가 그대로 있는 곳보다 바람 세기가 무려 평균 풍속 3배 빨라진다고 연구 결과를 들어 설명해요. 
  (What happens to epiphytic bromeliads in a windy spot? Journal of Tropical Ecology(2022))
  
  🐻 : 잠깐 끼어들게요. 빠진 이야기가 있죠. 지금 해당 이야기들은 생태계, 숲에 살고 있는 생물들은 논의에 들어가지 않았어요. 산에 나무가 빽빽하지 않고, 고사목이 없고, 덩굴 식물이 조밀하지 않으면 동물들은 숨고, 먹고 안전할 공간을 잃어요. 빽빽함의 기준은 목재 생산을 염두한 지극히 인간 중심의 기준이에요. 
  소나무는 사실 숲이 생기는 과정을 보았을 때, 제일 처음 척박한 땅에 자리 잡고, 나중에 활엽수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빛을 좋아하는 천이 단계의 초기 식물이에요. 우리나라 숲은 사실 소나무보다는 참나무 종류(도토리 나무들)를 비롯한 극상수림 수종에게 자리를 내어주어야 하는 단계죠. 이건 모두가 배운 내용이에요. 하지만 산림청은 숲을 천이 단계로 설명하지 않고, 1970-80년대 대대적으로 조성된 침엽수 위주의 산들을 고령 산림이라고 말하며, 주기적으로 베어내 밀도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요. 50년 된 나무 보고 고령이라고 말하는 건 웃기지 않나요? 인간도 50살이 젊다고 말하는 시대에 50년 된 나무가 고령목이라뇨? 이 관점은 결국 탄소 흡수량이 낮아지는 30년 수령의 나무를 베고 어린 나무를 심어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고 말한 산림청의 이전 목표와 소름 돋도록 이어져요. 

(4) 산불을 막기 위해 포장길(임도)을 내야 한다 vs 산불 방제에 효과가 없다. 이권 사업을 포장하지 마라

• 🐭 : 산불은 야간 진압이 불가능하고, 험악한 산악 지형은 소방차, 다목적 진압 차량이 들어가지 못해요. 그래서 산에 도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요. 또 야간 비행이 가능한 진화용 드론과 고도화된 장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요. 하지만 ‘몇몇 환경 단체의 극심한 반대’와 임도를 만들고 난 뒤의 관리 인력과 비용, 책임 여부로 산림청이 임도 건설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해요. 그래서 이를 위해 산림청이 힘없는 작은 기관이라 문제라며 산림청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요.
  
  또 우리나라는 66%가 사유림이고, 이번에 불이 난 산은 100% 사유림이었다고 말해요. 하지만 산주들은 임도를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 이유가 수익은 없고 임도의 법적 책임만 져야하기 때문이라고요. 그래서 오스트리아처럼 목재 생산으로 지속가능한 소득이 나오게 하면, 산주들은 좋아할 거라고 해법을 제시해요. 버섯 말고도 창출되는 성장모델이자 기후대응이라고요. 독일은 자동차 산업보다 목재 산업에서 창출되는 일자리가 더 많다고요. 
  
  
• 🦊 : 🐭의 주장과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해요. 임도는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관련된 개발 업자의 이권 때문에 산불을 이용하고 있음을 꼬집고 있어요. 매년 큰 산불이 날 때마다 산림청은 큰 예산을 받지만, 화재 진압과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요. 대형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서는 관련 예산과 산불 헬기 등 진화 장비, 인력을 산림청이 아닌 소방청으로 일원화해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고 말해요.
  임도가 없어 조기에 진화를 못 한다는 산림청의 주장은 임도가 있는 곳에도 여전히 산불 문제가 사라지지 않은 사례를 보여주며 반박해요. 이번에 불이 난 사찰들도 모두 임도가 있었고, 주변에 나무를 베어 관리하는 ‘숲 가꾸기’를 했음에도 산불을 피해 가지 못했거든요. 또 과거 의성 점곡 저수지의 사례도 임도가 있고 옆에 저수지가 있음에도 모두 불탔어요. 오히려 임도는 산불을 진압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재난을 핑계로 임도 건설과 목재 산업이라는 또 다른 이권 사업을 추진한다고 주장해요.

• 🐭 : 산림 임도의 밀도를 비교해 본다면, 우리나라 임도는 오스트리아의 1/10, 독일의 1/13, 일본의 1/4 수준이고, 일본은 도쿄올림픽에 목재를 많이 사용한 이유가 만든 임도로 간벌한 목재를 활용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요. 나온 목재는 바이오매스 에너지로 사용하기도 한다고요. 자연 보호라고 보호하기만 하면 숲이 천연 불쏘시개가 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국내 산림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1㏊당 최소 6.8m의 임도가 필요하다고요.
  
  
• 🦊 : 절대 우리나라의 임도가 적지 않으며, 왜곡된 통계 자료를 산림청(국립산림과학원의 상위 기관)이 쓰고 있다고 말해요. 쉽게 말해 통계에 쓴 외국과 우리나라의 임도 기준이 다르다는 건데요, 우리나라는 산림청이 산에 낸 도로만 임도로 보고 기준을 삼았고, 미국과 일본, 오스트리아 등 임업 선진국이라 말하는 나라는 산에 있는 도로인 국도, 지방도, 농도뿐만 아니라 사유도로까지 모두 포함해서 통계를 낸 것이라 해요. 정확히 계산하면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임도 비율이 2배 높다고 해요. (산의 도로, 산속 마을의 도로, 사찰의 길 모두 임도지만 포함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임도를 내자고 주장하는 단체들은 모두 산림청의 자료만 가지고 부족하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요. 또 오스트리아의 경우 산림 경계 밖 75m의 모든 도로를 임도에 포함하고 있으며, 비교하는 결과 값 역시 특수한 목재 생산 산림의 임도 비율이라, 그 나라 전체의 산림에 비교하는 오류를 범하면 안 된다고 짚었어요.
  산림청은 임도가 없어 소방차가 접근 못한다고 말했지만, 재작년 강릉 산불이 난 지역 안에 소방서가 있었지만, 산림청 기준으로는 산불 지역의 임도밀도는 0이라며, 그런데 차량이 갈 수 있는 도로를 따져보니 강릉산불 지역의 임도밀도가 170m/ha로 나왔다고 말해요. 산림청의 계산이 잘못된 계산법이라고요.

(6) 지리산 산불을 빠르게 진화한 vs 진압 못한 이유는 활엽수 때문이다 

• 🦊 : 과거 지리산이 다른 산에 비해 산불에 강했던 이유는 물을 가득 머금은 활엽수림 때문이라고 말해요. 산림청의 숲 가꾸기 사업이 닿지 않는 국립공원은 활엽수림 위주이기 때문에 산불에 강했다고요.
  
  
• 🐭 : 오히려 활엽수림 때문에 낙엽이 많이 쌓여서 낙엽 속에 숨은 불씨를 끄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주장해요. 낙엽이 1m나 쌓여있다며, 천연 불쏘시개였다고 표현해요.
  
  🐻 : 흠... 산 낙엽이 있는건 당연한 사실이고, 낙엽이 흙으로 돌아가 땅의 양분이 되는 것 또한 당연한 순리에요. 낙엽 아래를 터전으로 사는 생물도 수없이 많고요. 그걸 낙엽이 1m나 쌓여있다며, 천연 불쏘시개라고 표현하는게 맞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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