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폴라리스 레터는 연금개혁에 대해 살펴봅니다.

국민연금은 정말 고갈될까요? #1 국민연금 고갈이라는 공포 에선 ‘90년대생부터는 국민연금을 못 받는다’는 주장 등, 국민연금을 둘러싼 다양한 오해를 풀어봅니다. 연금개혁을 본격적으로 논하기 전, #2 국민연금의 핵심은 최소한의 삶 에서 국민연금의 사회적 특성과 역할을 짚어봤습니다.

#3 소득대체율 인상 논쟁 들여다보기 와 #4 보험료율 인상 주장 들여다보기 에서는 연금개혁의 커다란 두 축을 짚어보며 연금개혁과 관련된 논쟁을 정리했습니다.

국민연금은 꽤나 포괄적인 보장 제도이지만, 여기에도 사각지대는 존재합니다. 마지막으로 #5 또 하나의 고민: 사각지대 에선 사각지대를 줄이는 일과 함께 국민연금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합니다.

‘보험료 폭탄 돌리기’, ‘연금 내고도 못 받는 세대’. 국민연금 고갈 위기가 제기될 때마다 나오는 말입니다. 사실일까요? 이에 답하기 위해 소득대체율, 보험료율, 부양비 등 국민연금과 관련된 기본 개념을 깔끔하게 정리하고, 기금이 고갈되면 정말 한 푼도 못 받는지, 그 궁금증을 해결할 기사를 가져왔습니다. 해당 기사를 완독하면 '고갈될 기금 미리 걱정하는 게 당연한 거 아냐?’라는 생각이 드실 수 있습니다.

저희 역시 고갈에 대한 공포로부터 이번 레터를 시작하게 됐지만, 전문가들은 기금 고갈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오히려 기금 고갈이 곧 연금 지급 불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식의 공포 조장이 국민연금 제도에 대한 신뢰를 훼손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죠. 관련해 국민연금에 기고된 글 하나를 소개해 드립니다. 해당 글은 공적연금의 수지균형만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고갈의 공포’가 오히려 사회적 연대를 무너뜨리고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하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경제정책이 ‘부유한 사회’를 위한 것이라면, 사회정책은 ‘건강한 사회’를 위한 것이다. 연금은 사회정책이다. 그래서 연금은 ‘부유한 노년’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한 노년’을 추구한다.

앞서 보셨듯 국민연금 기금이 고갈된다고 당장 연금을 못 받는 세대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막대한 기금을 쌓아두고 연금을 지급하는 적립식에서, 거둔 돈을 바로바로 뿌리는 부과식으로 연금 운용 방식이 바뀔 뿐이죠. 다만 고령화로 인해 적은 수의 경제활동인구가 많은 수의 노년층을 부양하는 부담을 진다는 큰 틀은 변하지 않습니다. 퇴직 후 수령할 금액(소득대체율)은 별로 안 오르는데, 직장 다닐 때 내는 금액(보험료율)은 크게 뛰는 상황.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과 가입 거부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정 세대에게 가중이 부담되지 않도록 보험료율 인상 시기와 폭을 조정하는 것은 연금 개혁의 핵심입니다. 이에 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기 위해선 먼저 국민연금의 목적에 대한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공통의 이해를 만들어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국민연금은 근본적으로 재테크 정책이 아닙니다. 노년이 무너지지 않게 받쳐주는 사회정책이죠. 따라서 지금 이어지는 연금개혁 논의도 단순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조정을 통해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돈의 균형을 이뤄 기금 고갈 시점을 늦추는 데 그쳐서는 안됩니다. 연금의 목적은 오랫동안 더 많은 사람들이 퇴직하고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이고,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조정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소득대체율 인상이 정말 ‘진보’적인지도 생각할 지점이 있다. ‘소득대체율 40%’는 월 100만원 소득자가 40년 동안 연금보험료를 내면 소득의 40%인 40만원을 연금급여로 받는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명목’에 불과하다.

국민연금과 관련된 기본 개념과 국민연금의 목적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제 각론으로 들어가보죠.

‘그래서 연금 개혁 어떻게 할 건데?’란 질문을 쪼개 보겠습니다. 크게 두 개의 축이 나옵니다. 하나는 퇴직하고 얼마를 받을 것인가(소득대체율). 다른 하나는 일하는 동안 얼마를 낼 것인가(보험료율). 두 축은 긴밀히 맞물려 있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하나씩 떼어 살펴보겠습니다.

2018년 기준,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43.4%. 65세 이상 자살률은 10만 명당 53.3명입니다. 두 지표 모두 압도적인 OECD 1위입니다. 진보 진영에서 소득대체율을 현행 40%에서 목표치 50%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죠.  ‘아니, 소득대체율을 더 높이면 후속세대의 부담이 늘어나는 거 아닌가?’ 란 물음이 따라붙는데,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이에 판단은 유보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다’는 소수 의견도 한 번 읽어보시죠.

‘소득 대체율 인상 논쟁’을 한층 어렵게 만드는 것은 ‘소득 대체율 인상이 정말 진보적인가?’란 의문이 제기되기 때문입니다. 국민연금을 꾸준히, 그리고 많이 납입하는 이들은 대체로 대기업 정규직(=고소득&안정적인 직장)에 근무한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소득대체율 인상은 꾸준히 많은 돈을 내온 이들에게 더 많은 자원을 배분하는 결과를 낳죠. 소득대체율 인상만이 보장 체계 강화의 왕도가 아닐 수 있는 이유입니다. (관련된 심상정 의원의 이야기)

국민연금 개혁이 늦어질수록 자신의 몫이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높은 보험료를 피할 수 없으며, 이를 조금이라도 나누기 위해서는 현재 장년들이 가입자로 있을 때 재정안정화를 촉구해야 한다.

급여액은 가입기간과 소득 수준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에 명목 소득대체율과 차이가 크다. 근로연령층이 노동시장의 불안정 계층으로 남아 있을 경우 노인이 되었을 때 빈곤층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박선민, <오마이뉴스>, 90년대생부터 못 받는다? 연금개혁 두 마리 토끼 잡는 법

소득대체율과 보험료율 인상, 기금 고갈만이 문제는 아닙니다. 모든 일하는 사람의 노후 보장을 위해 존재하는 국민연금이 포괄하지 못하는 사람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가입기간이 길어질수록 실질적인 소득대체율이 높아지는 국민연금의 특성상, 소득 불안정으로 가입기간이 줄어든 사람들은 국민연금의 혜택도 적게 받습니다.

사각지대를 줄이는 법 중 하나로 연금 가입기간을 더 폭넓게 인정해 연금 지급액을 늘리는 방안이 있습니다. 도시 지역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재정 지원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보험료 납입이 불가능한 상황에도 연금 가입기간을 인정하는 등의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연금 개혁은 국민 대다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걸린 문제입니다. 이로 인해 소득대체율 인상과 보험료율 인상 등은 정치적 부담이 큰 문제이기도 합니다. 연금 개혁 방안이 누군가의 결정이나 선언보다 시민의 토론을 통해 만들어져야 하는 이유는 금전적인 부담과 정치적인 부담을 시민 전체가 나눠서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것이 후세대를 믿고 내 소득 일부를 타인의 노년에 지출하는 국민연금의 연대적 성격에도 들어맞을 것입니다.

📌 국민연금이 고갈될 것이라는 공포가 제기됩니다. 기금이 고갈되어도 연금을 못 받는 것은 아닙니다. 공포보단 국민연금의 연대적 특성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할 필요가 있죠.

📌 연금개혁은 ‘퇴직 후 얼마를 받을 것인가’(소득대체율)와 ‘재직 중 얼마를 낼 것인가’(보험료율)의 축으로 나뉩니다. 둘 다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한편, 반박도 존재합니다.

📌 연금개혁은 국민연금이 놓치고 있는 사각지대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시민 전체가 책임을 나눠야 하는 제도인 만큼 단순 인상을 넘어 깊은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