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한 유튜버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그는 나와 나이가 비슷한 또래였는데 4년 간 전업으로 수준 높은 다큐멘터리 영상을 만들고 있었다. 영상을 채우는 깊은 고민과 진솔한 생각들, 영감을 주는 대화는 나의 마음을 오래도록 사로잡았다. 나는 안정적인 길이 아닌 자신이 원하는 길을 과감히 선택한 그가 내심 부러웠다. 그를 움직이는 힘이 궁금해서 '지금은 무엇을 열망하나요?'라고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생각해보면 10대, 20대 그리고 지금까지도 제가 원했던 건 똑같아요. 자유였어요. 처음에는 명문대, 좋은 직장, 높은 연봉과 명함이 자유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20대를 지나고 보니까 내가 원하는 자유와 사회에서 말하는 자유가 너무 달랐던 거예요. ‘아, 이게 아니구나. 지도가 틀렸구나. 다시 맞는 길을 찾아가야 되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때 유튜브가 눈에 들어왔어요. 지금도 저는 자유를 쫓아가는 과정에 있는 것 같아요."
나는 '아'하고 탄식했다. 그가 나와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언제나 자유를 갈망했다. 질서나 도리 같은 무거운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마음이 이끄는 대로 살고 싶었다. 하지만 겁이 많았다. 그래서 늘 타협했다. 자기만족보다는 인정을, 무모함보다는 안정성을, 새로움보다는 익숙함을, 이상보다는 현실을 선택했다. 덕분에 지금의 나는 얼마나 재미없는 사람이 되었는가.
반면에 그는 내가 두려워서 미처 가지 못했던 길을 걷고 있었다. 나는 그가, 어느 결정적인 순간에 서로 다른 길을 선택하기로 한 나의 분신처럼 느껴졌다. 내가 포기한 것을 그는 얻었고, 그가 잃은 것을 내가 누렸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그의 행보를 몇 년 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응원했던 것도,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게 된 일도 어떠한 운명처럼 여겨졌다.
인터뷰를 마친 날 밤에는 마음이 무척 흔들렸다. 나 또한 여전히 자유를 쫓는 길에 서있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조금 멀리 돌아왔을 뿐, 나의 눈은 언제나 자유를 향해 있었다. 어느 날 문득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는 듯 글을 쓰기 시작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일 테다. 자유롭기를 바랐던, 그 언젠가의 간절한 힘으로 지금을 산다. 밥벌이에 밀려 미루어 두었던 마음이 다시 힘을 내주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