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클 모닝을 하는 일잘러들의 참고서
출퇴근길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 보면 풍경은 언제나 비슷합니다. 고개를 숙인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스마트폰 화면입니다. 그 안에서는 시시각각으로 영상이 흐르고 손가락은 분주히 스크롤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짧고 강렬한 영상 콘텐츠, 이른바 '숏폼' 콘텐츠입니다.
이런 모습은 이제 익숙할 정도로 일상화됐습니다. 저 역시 이동 중에는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하곤 합니다. 영상을 보고, 뉴스도 읽고 어쩌다 마음에 드는 제품을 발견하면 쇼핑을 하기도 합니다. 어떤 정보는 유용해서 지인에게 곧바로 메시지로 공유하기도 하지요.
재미있는 점은 이 모든 행동이 대부분 '피드'에서 시작된다는 대목입니다. 누군가는 "그냥 콘텐츠를 보는 거잖아"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피드 속 콘텐츠는 사람들의 소비 행동뿐 아니라 플랫폼 기업들의 서비스 전략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검색이 아니라 '우연한 노출'이 소비를 이끄는 구조가 됐고, 이는 곧 서비스 설계의 전제를 바꾸고 있죠.
이번 레터에서는 피드 기반 콘텐츠 소비가 플랫폼 기업의 서비스 전략과 생존 방식에 어떤 변화를 요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무슨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지 짚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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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카오의 대변신
- 체류시간 경제학
- 필터버블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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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터 읽는 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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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피드는 시간 순서나 특정 알고리즘 기준에 따라 새로운 글·사진·영상 등이 자동으로 쌓여서 보이는 흐름입니다. 즉 내가 직접 찾지 않아도 관심사에 맞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흘러 나오는 창구죠. <사진=미드저니>
네카오의 대변신 왜 피드가 전면에 섰나
최근 네이버와 카카오(카카오톡)가 동시에 '홈 화면'을 뜯어고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은 10년 넘게 이어져 온 전화번호부형 친구 목록 대신 마치 인스타그램처럼 사진과 영상이 흐르는 피드를 첫 화면에 녹일 계획이죠. 이에 앞서 네이버도 검색창 위주의 앱 구조에서 벗어나 분야별 추천 피드를 전면에 배치했습니다. 겉으로 보면 단순히 숏폼 열풍에 올라탄 UI(유저인터페이스) 개편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더 큰 전략적 변화가 있습니다.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요?
인스타가 되려는 카톡?!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이 큰 변화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카카오톡에 접속하자마자 보이는 첫 화면인 친구탭의 대대적인 개편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신아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초 열린 카카오의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첫 번째 탭인 친구 탭은 단순한 친구 목록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피드 서비스로 변화할 예정"이라며 "하단 피드 형태로 친구들이 공유한 일상 관련 콘텐츠와 단톡방에서 공유된 비디오나 사진과 같은 미디어 콘텐츠를 모아 보여주면서 관계 기반의 다양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소비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지면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죠.
이는 앞서 카카오톡 친구탭에 '멀티 프로필'(여러 개의 프로필을 설정해 특정 인물에게 다르게 보이도록 만든 기능)이나 '펑'(최대 48시간 뒤 사라지는 사진·영상 공유 서비스)을 탑재한 것보다도 더 큰 업데이트 사례가 될 전망입니다. 아직까지 어떤 UI로 개편될지 대외에 공개된 정보는 없으나 카카오톡의 초기 화면이 마치 인스타그램의 피드 형식과 매우 흡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현재 카카오톡의 첫 탭은 친구 이름이 가나다순으로 나열된 방식입니다. 업데이트한 친구들의 프로필이 상단에 보이고 그 하단에 광고 배너가 배치된 구조입니다. 이 공간에서 이용자들이 탐색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습니다. 생일인 친구를 확인해 보거나 프로필을 변경한 친구를 보는게 대부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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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톡 친구탭에 배치된 '펑' 기능 관련 이미지 컷. <출처=카톡설명서>
답답했던 속이 '펑' 터질까
그렇다면 카카오는 왜 친구탭을 피드 형식으로 바꾸려는 걸까요? 그 배경에는 지난 2023년 카카오가 야심 차게 내놓았던 펑이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펑은 카카오가 뚝뚝 떨어지는 카카오톡의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만든 기능이었지만 현재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치 인스타그램 스토리처럼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연결 통로를 강화해 기존 메신저 역할에서 벗어나 소셜 플랫폼으로도 확장하려는 계획이었죠. 하지만 개인 SNS보다는 업무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카카오톡 사용자들 사이에선 거부감이 더 컸던 것으로 파악됩니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펑의 기능을 꾸준히 업데이트해 왔습니다. 펑에 친구를 태그 할 수 있는 기능을 넣거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펑을 별도의 보관함에서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능, 심지어 카톡에 들어가지 않아도 친구들의 펑을 볼 수 있는 펑 위젯까지 만들기도 했죠.
이런 분위기인 가운데 카카오는 일단 다음 달 중순 열리는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이프 카카오'를 통해 친구탭 개편과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한다고 합니다. (과연 카카오는 답답했던 속을 펑 터트릴 수 있을까요? 아니면 인스타그램의 아류로 후퇴할까요? 기대감과 우려감이 나오는 시기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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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숏폼 서비스 '클립' 관련 영상 컷 <출처=유튜브 네이버 공식 채널>
'발견'에서 힌트 얻은 네이버
사용자의 시간을 오래 붙잡기 위한 네이버의 전략도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사용자가 필요에 따라 정보를 '검색'했다면, 이제는 사용자 스스로도 예상하지 못한 콘텐츠를 '발견'하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네이버의 검색 서비스 개편을 보면 이러한 전략의 변화를 더욱 분명히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가 검색어를 직접 입력하지 않아도 관심사와 검색 이력 등을 기반으로 콘텐츠와 상품을 추천해주는 피드 중심의 인터페이스가 강화되고 있는데요. 바로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선 것이 '서치피드'입니다.
서치피드는 이름 그대로 검색(Search)과 피드(Feed)를 결합한 서비스로, 올해 초부터 별도 탭으로 정식 운영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용자가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면 그와 연관된 블로그 글, 숏폼 콘텐츠(클립),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 등을 피드 형태로 한눈에 탐색할 수 있도록 구성돼 있습니다. 단순한 검색 결과 나열이 아니라 관심 기반 콘텐츠 큐레이션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네이버는 스포츠, 엔터테인먼트, 패션처럼 이용자 몰입도가 높은 카테고리에서 피드형 구조를 집중 도입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다음 행동'을 유도하기 위한 설계로 콘텐츠 소비 시간을 자연스럽게 늘리는 효과를 노리고 있습니다. 즉 검색을 넘어 '발견의 플랫폼'으로 네이버는 검색 포털이라는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점점 더 소셜미디어적 요소와 콘텐츠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해가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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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클립에 도입된 '클립 프로필' 관련 이미지 컷. <출처=네이버 공식 블로그>
미니 SNS로 진화하는 클립?!
또 있죠. 요즘 네이버의 움직임 중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바로 숏폼과 소셜 기능의 결합, 그리고 그로 인한 피드 강화 전략입니다. 단순히 짧은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수준을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기능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네이버의 자체 숏폼 서비스 '클립'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버는 이 클립에 소셜 기능을 추가하며 콘텐츠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용자 간 관계 형성과 추천 알고리즘의 확장까지 염두에 둔 플랫폼 진화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클립 프로필'입니다. 이제 창작자는 자신의 영상뿐 아니라 텍스트, 이미지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를 하나의 공간에 모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클립은 단순 숏폼 플랫폼을 넘어 콘텐츠 기반의 미니 SNS로 진화하고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클립 게시물' 포맷의 도입입니다. 기존에는 영상 중심이었지만, 이제는 이미지나 글만으로도 콘텐츠를 올릴 수 있게 되면서 접근성이 훨씬 낮아졌습니다. 덕분에 창작자는 더 자주 더 가볍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고, 이용자는 그만큼 다양한 스타일의 콘텐츠를 피드 기반으로 즐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좋아요나 댓글을 넘어 팔로우 기반의 소셜 구조까지 더해지면서 크리에이터 간 커뮤니케이션과 팬덤 형성도 가능해졌습니다. 네이버는 지금 클립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발견 기반 피드'를 실험하고 있습니다. 숏폼에서 출발했지만 콘텐츠와 관계가 동시에 머무는 공간으로의 진화를 노리는 것이죠.
결국 클립은 네이버가 지닌 검색-콘텐츠-커머스 간 연결 구조에 있어 '관심 기반 피드'의 핵심 퍼즐 조각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클립의 다음 행보가 네이버의 미래 콘텐츠 전략을 보여주는 바로미터가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카카오도 카카오톡에 숏폼을 탐색할 수 있는 신규 탭을 신설할 예정입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서비스 재편에 공통점이 보이지 않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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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시장에선 사용자가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가가 디지털 경제 구조의 핵심 가치로 작동합니다. 체류시간은 곧 플랫폼의 매출 및 영향력과 직결되죠. <사진=미드저니>
수익성을 위해
'체류시간' 경제학
사용자가 앱에서 보내는 단 1분의 시간이 플랫폼에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어냅니다. 이 1분이 늘어날 때마다 노출되는 광고의 수, 그리고 클릭 가능한 상품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그 1분이 곧 수익으로 직결되는 셈이지요.
그래서 지금의 디지털 플랫폼들은 사용자 '체류시간' 확보에 목숨을 겁니다. 특히 피드와 숏폼은 이 체류시간을 극대화하는 데 가장 강력한 장치로 작동합니다. 한 번 시작하면 끝없이 이어지는 피드, 짧지만 중독성 있는 영상의 숏폼은 사용자의 주의를 붙잡고 시간을 지연시키는 데 최적화돼 있습니다. 바꿔 말하면 '단 1분의 시간'을 어떻게 잡아두느냐가 비즈니스의 승패를 좌우하는 셈입니다.
이와 관련해 무한 스크롤을 고안한 개발자 아자 라스킨은 과거 B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발명에 대해 "마치 행동에 작용하는 코카인을 인터페이스 위에 뿌린 격이고, 그게 사용자를 계속 돌아오게 만든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 시작하면 끊임없이 콘텐츠가 이어지는 무한 스크롤의 피드 구조는 사용자의 뇌리에서 '멈춤' 신호를 지워버림으로써 체류시간을 극대화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러한 영향에서 일까요. 이미 인스타그램, 유튜브, 넷플릭스와 같은 플랫폼들은 모두 '피드'라는 하나의 흐름 속으로 자신을 재편하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전면에 내세우며 더 이상 사진이 중심이 아닌 '발견의 공간'으로 진화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인스타그램은 좋아하는 릴스 및 게시물을 리포스트 하는 기능과 릴스에 친구탭을 만들어 친구들이 즐기는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도록 업데이트 했습니다. 이 외에도 유튜브는 '쇼츠'로 짧고 빠른 소비에 최적화된 알고리즘 기반 피드를 구축했고, 넷플릭스조차 오리지널 콘텐츠의 짧은 클립들이 자동으로 노출되는 수직 피드를 테스트하는 등 콘텐츠 소비 방식을 다시 설계하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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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플랫폼의 '추천 피드' 기능이 강화되면서 '필터버블' 문제도 덩달아 부각되고 있습니다. 선호도에 맞는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이로 인해 편향된 시각을 가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사진=미드저니>
피드 알고리즘이
필터버블을 키운다고?
생각해볼 대목이 있습니다. 바로 '필터버블' 문제인데요. 이 개념은 인터넷의 발달과 함께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 유튜브 같은 디지털 플랫폼이 일상이 된 오늘날 이 문제는 단순한 기술적 논의를 넘어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우리가 보는 피드는 우연이 아닙니다. 플랫폼은 고도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사용자가 클릭하거나 오래 머문 콘텐츠를 학습하고 분석합니다. 그 결과 관심사에 맞춘 '맞춤형 콘텐츠'가 사용자에게 끊임없이 제시됩니다. 사용자 입장에선 유용하고 편리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알고리즘이 선별한 콘텐츠만 접하다 보면 우리는 점점 다른 시선과 다른 의견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필터버블'입니다. 미국의 인터넷 활동가이자 기술 사상가인 엘리 프레이저가 처음 제기한 이 개념은 정보의 다양성이 줄어드는 현상을 경고하고 있습니다. 그는 "인터넷이 우리를 더 넓은 세상과 연결시키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를 더 좁은 세상에 가두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한 편향된 관점이 강화되고 극단적인 의견만 노출되는 현상이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죠.
더 나아가 이 필터버블은 사회적 양극화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의견에 점점 불편함을 느끼고, 대화는 단절되며, 사회는 점점 더 쪼개지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참고로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틱톡 등 일부 플랫폼들은 알고리즘에 의도적인 다양성 요소를 도입하고, 사용자가 관심없음 표시나 해시태그 및 단어 필터링을 통해 원치 않는 콘텐츠를 걸러낼 수 있게 하는 기능 등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필터버블은 단순히 개인의 콘텐츠 소비 문제가 아닌 공동체적 문제로 이해해야 할 부분인데요. 여러분의 생각을 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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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마지막 주가 찾아왔습니다. 특히 8월 말에서 9월 초로 이어지는 이 시기는 '전환점의 시간'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사람들은 해·달·주 단위의 경계에서 더 쉽게 목표를 세운다고 합니다. 이를 '프레시 스타트 효과'(Fresh Start Effect)라고 부르는데요. 월요일이나 1월 1일처럼 '새로운 시작점'에서 우리는 더 의욕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이번 주는 '마지막'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출발선'에 서 있는 순간입니다. 지나간 여름에 아쉬움을 두기보다는 곧 다가올 계절을 어떻게 채울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작은 목표라도 세워서 9월을 시작한다면 연말의 모습은 분명 달라져 있을 것입니다.
그럼 저는 새로운 주제로 9월에 찾아뵙겠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장에서
고민서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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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퇴계로 190 매경미디어센터
매경미디어그룹
miraklelab@mk.co.kr 02-2000-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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