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탐정 뤼팽!! (?) [9월 21일]

안녕하세요. 문앞비일상 권작가입니다.

오늘 여러분의 일상에 노크할 '비 일상 꾸러미' 주제는 ‘명탐정 뤼팽!!! (?)’ 입니다.

권작가는 고정관념에 앞뒤 꽉꽉 막힌 사람이었나 봅니다.

슬슬 찬바람이 부는 상쾌한 가을밤을 추리소설의 그 특유의 흥미진진함과 보내고자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지은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을 집어들었습니다. 얼마전 넷플릭스에서 상영중인 ‘뤼팽’을 매우 재밌게 보고난 이후 뤼팽에 대해 한창 관심이 생겼던 차에 마침맞게 그 원작을 읽게 되었던 거지요 :)

근데 책장을 펴자마자 한동안 헤맸습니다. 뤼팽의 첫번째 단편은 ‘나’라는 1인칭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권작가는 그 ‘나’라는 인물에 대해 아무 의심없이 여타 추리소설 처럼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고 결국엔 해결해내고야 마는 셜록홈즈 같은 인물을 덧씌우고 있었습니다.

괴도라는 뤼팽의 직업을 몰랐던 것은 아니었는데 추리소설을 집어들었다는 생각에 탐정으로서의 주인공의 맹활약을 기대했던 것이지요. 차츰 읽다보니 뭔가 글의 전개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의 첫번째 단편의 말미 그 유명한 가니마르 형사에게 뤼팽이 붙잡히는 지점이 되어서야 뤼팽의 직업 (?)을 다시 상기할 수 있었습니다.

아... 뤼팽 도둑이었지!!

ㅣ뤼팽 = 도둑

권작가는 추리소설에 대해 흥미가 없었던지라 큰 기대는 없었습니다. 근데 왠걸. 탐정이 되어 사건을 해결하는 형태의 플롯보다 오히려 괴도로서 기가 막히게 변장하고 탈출하고 훔치는, 그리고 그 특유의 쿨함 (?)을 겸비한 괴도 뤼팽의 스토리가 훨씬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권작가가 처음에 헤맷던 것처럼 프랑스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지은 괴도신사 뤼팽은 당시 추리소설 애독자들을 의아하게 만든 작품 이었습니다. 당대의 지성들도 탐정이 아닌 괴도의 시점에서 쓰여진 뤼팽의 매력에 푹 빠졌다고 할 정도로 당시 추리소설 계에 센세이셔널한 파장을 몰고 왔었죠. 뤼팽은 무언가를 훔치기전에는 항상 정중(?)하게 사전 예고를 발송합니다.

“남작님께.. 위 물건들을 적절히 잘 포장하셔서 일주일 안에 바티뇰 역 제 사서함으로 부쳐주십시오 (배송비는 선불로)…. 물건이 도착하지 않을 경우 9월 27일과 28일 사이 밤에 제가 물건을 손수 옮기겠습니다.”

- 모리스 르블랑 지음,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 감옥에 갇힌 아르센 뤼팽, 바른번역 옮김, 코너스톤 (2021), p.34

남의 물건인데도 당당하게 본인에게 보내라는 요구를 하는가하면 보내지 않으면 직접 훔치러 가겠다는 특유의 뻔-뻔한 메시지가 발송됩니다. 이쯤 되면 권작가의 기대감은 높아집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방식으로 저 불가능해 보이는 미션을 해낼까에 대한 궁금증과 그 해답을 봤을때의 감탄과 쾌감은 권작가가 뤼팽의 매력에 빠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

ㅣ뤼팽 vs. 셜록 홈즈

1887년에 영국 작가 코난 도일이 셜록 홈즈를 탄생시킵니다. 이에 대적할만한 인물을 요구하는 프랑스의 한 출판사 편집장의 집요한 요구에 괴도 신사 뤼팽이 홈즈에 뒤이어 탄생합니다. 일종의 양국간의 자존심 같은 것이었을까요?

최초 저술연도로는 20여년 차이가 나는 거의 동시대의 두 가상 인물들은 마치 실존 인물인양 양국을 대표해서 창과 방패의 싸움을 펼치기도 합니다. 가상의 인물을 두고서 실제 사람들이 경쟁한다는게 잘 머릿속 그려지진 않지만 꽤나 흥미진진한 일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

뤼팽의 곳곳에서 셜록 홈즈는 ‘헐록 숌즈’라는 미-묘하게 바뀐 철자로 수차례 등장합니다. 지금으로 치자면 원작자의 허락없이 특정 인물 (셜록 홈즈)를 무단으로 등장시킨 패기 (?)를 보여준 것이 당시의 아르센 뤼팽 이었습니다. 실제 양국의 팬들 (셜로키언, 뤼패니앵)간의 감정 싸움 및 실제 작가 (코난도일, 모리스 르블랑) 간의 설전도 있었다고 하니 양국에서 두 가상 인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어땟을지 짐작이 가는 것 같네요.

“아니, 탐정님의 시계로군요! 아르센 뤼팽이 되돌려 보낸 거라고요! 되돌려 주었다는 건 일단 가져갔단 말인데…. 탐정님의 시계를 가져가다니요! 아, 정말 이런 유쾌한 농담도 없습니다. 아르센 뤼팽이 헐록 숌즈의 시계를 훔쳐가다니! 세상에, 이렇게 재밌는 일이! 아니, 이런.. 죄송합니다…. 너무 웃겨서 그만”

- 모리스 르블랑 지음, 괴도신사 아르센 뤼팽 - 감옥에 갇힌 아르센 뤼팽, 바른번역 옮김, 코너스톤 (2021), p.288

서늘해지는 가을 밤, 명탐정 셜록 홈즈마저 업신여기는 뤼팽의 ‘괴도 쇼’의 흥미진진함을 느껴보시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