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안녕하세요, 구독자 여러분! 오늘은 VR 포르노와 섹스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새해를 맞이한 기념으로 시원하게 두괄식으로 말씀드리자면,

❓메타버스에서 섹스할 수 있을까?

❗네, 메타버스에서 "섹스"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계신 지금도 누군가는, 가상 환경에서 열심히 성생활을 즐기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는 이제부터 음란물과 기술의 발전을 톺아보며, 위 질문에 대한 대답이 "네" 로 도출된 과정을 살펴볼 예정입니다. 시작하기에 앞서,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 : 오.. VR 야동하고 섹스라.. 신기하긴 한데 굳이 VR로 할 필요가 있을까요..? 조금 한심한 느낌이랄까나..?

??? : VR으로 기껏 한다는 게 야동 보고 가상 섹스하는 거라고? 진심이세요?

당연히, 어떤 생각을 하든 그것은 우리들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인간이 이제껏 걸어온 길을 보면, 팩트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아래의 인용문과 함께, 버추얼 섹스로의 인간의 여정을 과거에서부터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고안한 모든 통신 수단(텔레비전을 포함하여)은, 발명된 문화권에서 이른바 "포르노그래피"라고 불리는 것에 즉각적으로 이용되어 왔다. 그리고 이는 당시의 '여론'이나 '법률'과 관계없이, 기술의 발전과 인간의 창의적 사고가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활용되었다.

-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자 George N. Gordon

과거 : 음란물과 기술의 발전, 그 역사

인터넷의 영부인

1973년, 전기공학 조교수 알렉산더 소척은 따분한 사진들만 계속 바라보는데 지쳐 있던 연구진 모두가 새로운 사진을 원하고 있었다며 당시를 회상합니다. 마침 한 사람이 성인 잡지 "플레이보이"를 들고 연구소에 들어왔고, 그곳에 실린 "레나 셰블롬" 이라는 모델의 사진을 새로운 테스트 이미지로 사용하게 됩니다. 이후 레나 셰블롬의 사진은 이미지 처리 업계에서 사실상의 표준(?)이 되며, 인터넷의 영부인(The First Lady of the Internet) 이라는 별명을 갖게 되죠.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 발생했던 최초의 "바이럴" 사례가 아닐까 하고 생각해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비디오테이프 산업을 살린 포르노?

레나 셰블롬 사례의 경우 "플레이보이"가 이미지 처리 기술에 미친 영향은 어디까지나 간접적입니다. 이번에는 기술의 확산을 직접적으로 가속했던 사례를 살펴보겠습니다. 바로 VCR, 즉 비디오테이프입니다.

어렸을 적 동네 비디오 대여점에서 비디오나 DVD를 빌려 집에서 영화를 본 경험은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는 과거의 추억입니다. 현재는 홈 비디오 시장이 거의 사장되었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VCR은 1900년대 말과 2000년대 초까지 인간의 안방을 장악했고, 이후로도 소비문화의 틀을 바꾼 가히 혁명이라 불릴만한 기술이었습니다. VCR의 초창기에 생명호흡기를 달아준 것이 바로 포르노입니다.

1975년 소니는 "베타맥스" 라는 가정용 VCR로 처음 홈비디오 시장에 입성했습니다. 이후 JVC에서 "VHS", 그리고 필립스에서는 "비디오 2000" 을 선보였죠. 사실 VCR은 굉장히 큰 단점이 많은 기술이었습니다. 가장 큰 것만 언급하면,

🚨 1. 비쌈. 지금으로치면 250~300만원 상당

     2. 영화 및 TV 스튜디오의 홈비디오 시장 진출 머뭇거림

• 초기에 영화 및 TV 스튜디오에서는 판매 및 대여가 가능한 새로운 포맷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펼쳤습니다. 불법 복제의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1983년 유니버셜 스튜디오와 디즈니는 VCR이 저작권 침해를 부추기면서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소니를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 3. VCR 간 호환이 자유롭지 못함

• 당시 시장을 주름잡았던 두 기업, 소니와 JVC가 각각 내놓은 포맷인 Beta와 VHS는 호환이 되지 않는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초기 소비자들은 내가 산 포맷이 언제 시장에서 도태되어 사라질지 모른다는 위험과 불편함을 감내해야 했죠.

따라서, 이 모든 불편함을 감내하기로 결심한 초기 VCR 구매자들은 소위 말하는 "IT 덕후" 이거나, "안방에서 은밀하게 무언가를 보고 싶은 사람들"이 되게 됩니다.

포르노는 대형 영화사와 TV 스튜디오가 머뭇거릴 때 생긴 홈비디오 사업의 빈틈을 빠르게 메웠습니다. 지저분하고 부끄러운 시설을 배회할 필요가 없도록, 고객의 안방에 직접 제품을 가져다주는 방식을 채택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1980년대 중반 주류 영화사들이 기술을 완전히 받아들이기 전까지 포르노 장르는 계속해서 전체 시장의 반을 차지했다는 결과도 존재합니다. 정말 엄청난 비율임이 틀림없습니다.

💡 이렇게 보면 현재 VR을 둘러싼 애플, 메타, 삼성의 기술전쟁과 비슷한 형국인 것 같기도 합니다. 현재와 그 당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아마 가장 큰 차이점은 더 이상 privacy에 대한 것들이 예전만큼 큰 셀링 포인트가 되지 않는다는 점이겠네요. 핸드폰이 있으니까요.

포르노, 기술을 개척하다

앞선 사례들이 기술에 간접적인 영향 을 주고,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확산 시켰다면, 이번에는 음란물이 기술을 개척하고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 했던 사례들을 소개하겠습니다.

포르노는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전화 기술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선진국에서 폰섹스 사업자들은 버튼 식 전화기에 기반을 둔 신용카드 인증, 접속 코드 인증 등 전자결제와 관련된 많은 통화 기술을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개척정신을 이어받아 2000년대의 성인 사이트들은 인터넷에서 신용카드를 통해 가상의 상품을 결제하는 전자결제의 개념과 메커니즘을 정착시키는데 앞장섰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확실한 것은, 현재 우리가 현금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가장 초기에 기여한 산업이 바로 성산업이라는 점입니다. 폰섹스가 최초의 핀테크 사례로 분류될 수 있을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앞서 보셨다시피 최신 기술이 섹스와 포르노에 융합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기술의 역사를 봤을 때, VR과 성산업의 만남에는 굳이와 기껏이라는 형용사보다는 필연과 당연 이라는 형용사가 더 어울린다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녀석은 어떻게 만나고 있을까요? 한 번 알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