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후 경진대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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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걸어도 걸어도〉 아트 포스터

5월 말에서 6월 초, 스페인으로 휴가를 다녀왔다. SNS에 여행 사진을 올리자 나 포함 총 4명으로 이뤄진 우리 여행 팀을 신기해하는 댓글이 주룩 달렸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 팀 멤버는 나와 친한 S선배, 선배의 고등학교 동창인 K언니, S선배의 아버지, 이렇게 4명이었으니까. 친구 넷이나 4인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 일반적인데 그 사이 뒤섞인 4인 구성이니 색다른 조합이긴 하다.
 
네 사람이 같이 떠나게 된 계기는 이랬다. 코로나19 이후 3년 만의 해외여행을 계획하던 나는 혼자는 도무지 엄두가 나지 않았고, S선배는 연로하신 아버지와 함께하는 여행에서 운전도 하고 길도 같이 찾을 조력자가 필요했다. 해외 렌터카 여행 경험이 많은 나는 장거리 운전을 좋아하고, 선배는 그럴싸한 사진에 속지 않으면서 훌륭한 숙소나 맛집을 감별해 내는 노하우가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부터 소문난 모범생이라 친구 부모님들의 ‘최애’였던 K언니는 S선배 아버지와 이미 잘 아는 사이로 편안한 대화 상대. 그러니 서로의 수요와 공급, 역량과 결핍이 적절하게 조우하는 지점이 스페인 남부였다. 우리는 각자 앞뒤로 다른 도시를 방문하는 유럽 일정 가운데 겹치는 일주일 동안 4인조가 되기로 결정했다.
 
여럿이 가는 여행이 그렇듯 서로 원하는 바가 어긋나기도 하고, 피곤한 몸과 마음이 부딪칠 수도 있다는 점은 각오했다. 친하면 친한 대로, 잘 모르면 잘 모르는 대로 또래 친구끼리 가는 여행도 다툼이 생길 수 있고 귀국 이후 어색한 사이가 되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 색다른 조합은 꽤 평화로웠다. 그런 평화가 어디서 왔는지 생각해 보면 ‘적당한 거리감’이었다. S선배는 아버지를 제외한 나머지 3명과 접점이 있는 자신이 여행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일정의 많은 부분을 챙겼고, 나와 K언니는 80대의 아버지가 지치지 않을까, 컨디션이 나빠지지 않을까 살피며 일정에서 욕심을 덜어내고 템포를 조절했다. 아버지도 딸 친구들과 함께 있으니 말수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연세 많은 분이니 잘 모셔야 한다’고 생각했던 아버지는 팀의 훌륭한 일원이었다. 평생 무역 회사에서 일하셔서 해외 출장 경험도 많고, 영어가 능숙해서 의사소통이 원활했다. 우리가 늦잠에서 깨어나 부스스하게 씻으러 나오면 이미 말끔한 셔츠와 바지를 입고 책을 읽고 계셨다. 영문학 전공인 아버지는 론다의 누에보 다리 앞에서 감격에 겨워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Mary Blackwey (Unsplash)

S선배 아버지와의 여행이 수월했던 이유는 이런 세련된 매너 때문만은 아니었다. 좋은 데를 많이 다녀본 어른이니 충분히 평가하고 깎아내리기 쉬웠을 텐데도 매 순간 감사하고 즐거워하는 마음이 놀라웠다. 가는 도시마다, 짐을 푸는 호텔마다, 주문해서 먹는 음식마다 여기 어떠냐고, 이거 잘 맞으시냐고 여쭤보면 돌아오는 답은 열 번 중에 열 번 “아유, 참 좋구나”였다. 당연히 여행의 모든 순간이 좋았을 리 없다. 좋은 날씨 때문에 선택한 스페인은 이상기후로 거의 매일 비가 내렸고, 준비한 옷가지를 모조리 껴입고도 덜덜 떠는 날이 많았다. 알람브라 궁전 정원에서 소나기를 쫄딱 맞은 날, 따뜻한 국물을 찾아 겨우 들어간 일본 식당은 알고 보니 배달을 위주로 하는 곳이라 활짝 열어놓은 현관문으로 우버 기사들과 함께 찬 바람이 드나들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괜찮다고 말해 주니 우울하던 우리 마음도 편안해졌다. 경상도 출신 가족들과 여행하다 듣던 대사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게 다가? 유명하다 카드니만은 볼 거 한 개도 없네” “맛도 없는 게 뭐 그리 비싸노?” 뭐 한 게 있다고 팁을 주노? 이 돈 낼 거면 집에서 해 먹는 게 낫겠다” 등등. 그런 말을 들으며 애써 준비한 시간과 노력에 상처 입은 기억마저 이번 여행으로 치유되는 것 같았다.
 
친구들 부모님을 어려워하지 않고 잘 지내는 편이다. 그건 적어도 내 부모와 잘 지내는 것보다 쉽다. 너무 가까운 사이엔 쉽게 상처를 주고, 그런 상처를 피하려 무심해지게 되지만 내 친구를 사이에 둔 거리에서 보면 어른들은 충분히 귀여워할 만한 존재들이다. 성인이 되고 나서 친구 부모님과 만나는 일이란 결혼식 다음엔 장례식인 경우가 많다는 게 어쩐지 이상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그리워하거나 괴로워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생각했다. 떠나고 나서 이렇게 위로하는 것도 좋지만, 살아 계실 때 만나서 식사라도 한 번 하면서 기억을 나누면 좋지 않을까? 어릴 때 내 친구는 무슨 과목을 좋아하는 아이였는지, 얼마나 말을 안 들었는지, 체질이나 성격은 누구를 닮았는지 그런 시시콜콜한 질문을 하면서 말이다.
 
여행에서 돌아와 며칠이 지났을 때, S선배 아버지에게서 카톡이 왔다. “선우 잘 지내고 있지? 스페인에서 여러모로 아빠를 잘 돌보고 보호해 줘서 별탈 없이 잘 다녀왔구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자신을 ‘돌보고 보호해 줘서’ 고맙다는 남자 어른의 말이 사랑스럽다. 내가 참 좋아하는 S선배의 다정함과 밝음이 아버지를 꼭 닮았다. 그 품성의 계보를 확인하면서 우리 우정은 좀 더 넓고 깊어진다.  


Writer 황선우
오랜 시간 잡지 에디터로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의 일과 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는 운동 애호가. 인기 팟캐스트 〈여둘톡〉 공동 진행자로 이제 지면을 넘어 목소리를 내고 있다.

- <엘르> 2023년, 9월호 발췌


클러터코어들의 집_ +보이스

아기자기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으고 모아 간직하는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방.

박애리

빈티지 편집 숍 FOE와 소울푸시캣을 운영한다. 20년간 키티만 모았다.


Q. 언제부터 모았나?

A. 중학교 때부터 아버지가 조금씩 사준 것들을 간직하다 보니 20년간 쌓였다. 그땐 키티 인형 위주로 모았지만, 어른이 된 후부터 한정판이나 구하기 힘든 것들을 모으는 중.


Q. 애장품은?
A. 고전 키티 키 링은 가장 큰 자랑거리다. 이래봬도 값이 꽤 비싸다. 이 밖에도 파인애플 키티, 30주년 하와이 키티 등 너무 많다.

 

Q. ‘덕질존’의 최종 목적지는
A. 이번 겨울에 더 큰 집으로 이사하면 거실을 키티로 채울 계획이다. 직접 선반을 제작해 인형을 한곳에 모아놓고, 구석에 박아둔 미니 키티 소파도 꺼낼 생각이다. 오늘 촬영에 함께한 남자친구가 모으는 글루미 베어도 모두 거실에 전시할 예정.


Q. 키티에게 한 마디
A. 11월에 도쿄에 가. 5년 전 너를 만났던 산리오 퓨로랜드에서 진득하게 악수할 수 있기를. 앞으로도 평생 너를 데리고 갈게!

두루미

프리랜스 디자이너이자 1.5평 작은 방에큰 세상을 품고 싶은 지브리 덕후.


Q. 언제부터 모았나
A.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컬렉터 생활을 시작했다. 워낙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이 싫어질 무렵 지브리 스튜디오 영화를 만났다. 평범하지만, 사랑 앞에서 솔직하고 용감한 만화 속 소녀들의 태도에 ‘평범한 소녀’로서 힘을 얻었고, 지브리 스튜디오 만화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지브리는 세상을 씩씩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 선생님이기도 하다.

Q. 제일 행복할 때
A. 지브리 OST를 틀어 놓고 침대에 누워 천장에 매달아놓은 갈매기 모빌이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Q. 언제까지 모을지
A. 덕후에 최적화된 ‘과몰입 장인’에 일편단심인 편. 귀여운 틀니를 샀다며 SNS에 공유하는 멋쟁이 할머니가 될 때까지 모을 계획!

요정

낮에는 프리랜스 디자이너, 밤에는 월트 디즈니 캐릭터만 좇는 오타쿠로 변신한다.


Q. 언제부터 모았나
A. 2년을 채워간다. 인스타그램에서 한 피규어 클러터코어가 진행한 라이브 방송을 본 뒤 월트 디즈니 피규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피규어 ‘덕후’들은 구하기 힘든 제품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을 통해 서로 판매하고 공유한다. 덕후끼리 친목도 쌓고, 특별한 날엔 선물을 주고받기도 한다.

Q. 컬렉션을 바라볼 때 나는
A. 그저 감상한다. 투 룸 내부 방 한 칸을 파티션으로 꾸며놓았는데, 이 공간에 들어오면 다른 세상에 온 듯하다. 어떻게 하면 더욱 멋지게 꾸밀 수 있을지 매 순간 고민한다. 재택 업무라 일하다가도 종종 덕질 존에 앉아 있곤 한다.
 
Q. 덕질 존의 최종 목적지는
A. 이전에 살던 집의 평수는 6평대였고, 지금은 10평대다. 점차 넓히다 보니 욕심이 생겼고, 더 넓은 곳으로 이사해서 방 전체를 디즈니랜드 피규어로 채우고 싶다.  

권상아

반려묘 밤비, 만두, 심바를 뮤즈로 삼아 패브릭 인형을만든다. 다양한 캐릭터를 한계 없이 모으는 중.


Q. 언제부터 모았나
A. 초등학생 때부터 디즈니, 해리 포터, 지브리 스튜디오, 포켓몬스터, 순정만화 등등의 ‘오타쿠’였다. 성인이 된 후 약 10여 년간 각종 굿즈를 모으기 시작했다. 인형을 좇는 취미는 패브릭 인형 디자이너라는 직업으로 연결됐다.

Q. 갖고 싶은 것
A. 월레스와 그로밋의 로켓 오르골. 로켓 모양의 오르골인데, 빈티지 제품이라 매물이 없다.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매물을 발견해도 가격이 비싸다. 판매자 마음대로 가격이 책정되니까.

Q. 되찾고 싶은 것
A. 밤비 램프. 디즈니 캐릭터 밤비가 앉아 있는 파스텔 색감의 조명이다. 몇 년 동안 갖고 싶어 했던 제품이라 결국 구했지만, 집의 색감과 안 어울려 중고시장에 내놓았다. 몇 시간 만에 팔렸는데 아직도 가끔 아른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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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보이스 덕후 경진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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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오늘도 앙버하는 삶! 앙버터 원정대 엘보 담당자 1

오) 최근 도쿄에서부터 쿠로미 장우산을 이고 지고 날아왔다는 엘보 담당자 2  


자타공인, 000 덕후를 모집합니다!

내가 빠져있는 '무엇'이라도 좋아요.

엘르보이스에 마음껏 자랑할 기회를 드립니다.

덕후 경진대회 최종 1인으로 선정된 분에게는 덕질 장려금(신세계백화점 상품권) 5만 원과 엘르보이스 뉴스레터에 소개될 기회를 드립니다.

EVENT INFO

📚이벤트 기간 : 9월 19일(화) ~ 10월 9일(월)

📚당첨자 발표 : 10월 10일(화) 뉴스레터 내 공개 예정

📚경품 : 신세계백화점 상품권 5만 원(1명)

💚스티비에 소개된 엘르보이스💚

"아리님들은 정말 다양하지만, 제가 느끼고 있는 ‘아리' 페르소나는 긴 호흡의 글을 사랑하고 활자와 친한 사람들이에요. 사회가 더 나아지기를 원하고요. "
 
지난 9월 13일 스티비 뉴스레터인 '스요레터'와 스티비 블로그에 엘르보이스가 소개되었어요:)
(인터뷰에 다 나오지는 않았지만 엘르보이스를 위해 애써주는 다른 팀원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하며!)

엘르보이스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인터뷰 보기

🔊지난 주 구독자 보이스🔊
매주 여러분의 목소리 중 일부를 전해드립니다. 모든 분의 소중한 피드백 하나하나 귀 기울이고 있으니 오늘의 <엘르보이스>가 어땠는지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 

- 담당자님도 최은영 작가님 독파 줌토크에 계셨다니! 너도나도 이름 기부할 때 재밌었는데 레터에서 보니까 너무 반가워요><

- 저에게 잡지란 미용실에서 만날 수 있는 명품으로 가득한, 나는 가질 수 없는 그 무언가였는데요. 우연히 뉴스레터에 대하여 알게 되어 이렇게 메일로 받아보고 있습니다. 다양한 이들이 보내온 에세이를 통해 진짜 편지를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미용실에서 만난 멋지고 화려한 셀럽들이 가득한 잡지가 아니라 좀 더 내 삶에 가까운 이야기가 있어서 거리감이 확 줄어든 것 같아요.

- 늘 잘 읽고 있습니다. 가볍게 읽고 넘길 때도 있는데요, 오늘처럼 시선을 잡아끄는 문장을 발견하면 조금 더 시간을 내어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제게 있어 '지속 가능한 것'은 무엇인지 오늘 종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 저는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에요. 타인에게 쏟는 관심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다니기 바쁜 편이죠. 그래서일까요? 이번 레터는 여러번 반복해서 읽었어요. 늘 알고는 있었지만 애써 외면했던. 나에겐 불편하지만 그래도 이제 조금은 필요한 타인을 향한 애정과 관심들. 부끄럽지만.. 매일 조금 조금씩이라도 설레는 질문들을 시도해 봐야겠어요.

- 뉴스레터를 읽고 오랜만에 I’m confessin 을 들었는데, 참 좋았어요:) 최은영 작가님의 작품을 비롯, 요즘은 책과 함께 들을 수 있는 플리를 함께 수록해 주시는 작가님이 많아 독서 경험이 풍부해지는 것 같아요. 뉴스레터에도 가끔 추천 음악을 담아주셔도 좋겠네요!

- 편하게 읽을 수 있었어요.
💌  님, <엘르보이스> 74번째 레터 어떠셨나요? 
님의 감상은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아래 링크에 남겨주시면 정성껏 읽고 다음 레터 준비하겠습니다💕
👋 엘르보이스를 이웃에 소개해주세요! 
더욱 다양하고 반짝이는 여성들의 목소리가 담길 <엘르보이스>, 나만 볼 수 없죠?
동시대를 살아가는 님의 이웃에게도 <엘르보이스>가 널리 읽힐 수 있도록, 아래 링크를 공유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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