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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일 3매 |  최갑수

어떤 이에게 최선의 사랑은

몹시 바쁜 하루였다. 날씨는 잔뜩 흐렸다. 하늘은 낮았고, 두꺼운 구름 밑 검은 새들이 낮게 날았다. 다행히 바람은 차갑지 않았다.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차가 밀렸다. 아는 사람을 만나더라도 모르는 체하고 싶었다.


집으로 돌아와 피자를 데워 와인과 함께 먹으며 어제 보던 드라마를 이어 보았다. 한 여인을 세 남자가 사랑하는 드라마. 세 남자 중 한 명은 모든 걸 가진 남자. 한 명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남자. 한 명은 적당히 가진 남자.


단 하루만이라도 모든 걸 가진 남자처럼 살아보고 싶었지만,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남자처럼은 단 하루도 살기 싫었다. 그들 모두에게 사랑은 절실했지만, 모든 걸 가진 남자는 양보를 했다. 그는 어떤 비밀이란 알게 되는 순간 이미 늦은 것이며, 인생이 꼭 오래 산다고 좋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챈 듯한 희미한 입꼬리를 가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남자는 희생을 했다. 사랑이 있는 세상 끝으로 힘차게 뛰어갔지만 그는 너무 지쳐 일어설 수가 없었다. 우리는 이 상태를 이별이라 부르지만 그에겐 이별조차 사랑의 한 형태였다. 적당히 가진 남자는 사랑을 했지만 그가 사랑한 사람이 그를 떠나가 버렸다. 아무튼 그들은 그들이 습득한 인생의 습관대로 사랑을 했다. 


나는 남은 피자를 잘라 먹으며 내게 사랑은 어떤 일이었을까 하고 생각했다. 어떤 이에게 최선의 사랑은 포기일 수가 있고, 어떤 이에게는 이를 악물고 끝까지 손을 놓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이에게 최선의 사랑은 가장 먼저 놓아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래야 살거든. 사는 건 사는 게 제일 먼저거든.


내게 사랑은 어떤 일이었을까? 어제 저녁에는 만사가 남의 일이었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하루여서, '나는 아직도 너를 사랑하는데, 나를 떠나간 너는 이 우주의 어느 구석에서 영원히 반짝이며 잘살고 있다는 걸 깨닫는 것, 그게 인생이고 사랑이지.' 여기까지 생각하고 그만 두었다. 사랑 때문에 질질 짜는 건 애들이나 하라지.


나이가 되면 많은 걸 알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모르는 게 산더미다. 내가 모르는 세계가 가득하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 나이를 먹는 거 같다. 사랑도 그 모르는 일 중 하나이고. '근데 뭐,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지, 결국에는 다 이별하지 않나?' 나는 이렇게 생각하며 남은 피자를 냉동실에 넣었다. ✉️

최갑수는 시인이자 여행작가다. 조그만 출판사를 운영하며 책을 만든다. 얼마 전, <나의 아저씨>를 끝내고 요즘에는 <미스터 션샤인>을 정주행하고 있다. 쓴 책으로 『어제보다 나은 사람』 『음식은 맛있고 인생은 깊어갑니다』 등이 있다. 그의 인스타그램 @ssuchoi에 더 많은 이야기가 있다.

🍵 나의 첫 차 수업 |  금진방

차라는 직설적인 관능

차 이야기를 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다구(茶具)다. 다구라 함은 차를 우리는 도구를 총칭하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초보 다인의 마음을 뺏는 것은 늘 마셔도 질리지 않는 보이차도 아니요, 고요하게 차를 마시는 순간도 아니요, 차를 우려내는 차예사의 수려한 동작도 아니다. 바로 다구다.


모든 취미 활동에는 언제나 도구가 앞서는 법이다. 주위에서 골프와 낚시, 테니스, 자전거, 캠핑, 카메라, 오디오를 취미로 가진 지인들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차도 별반 다를 것 없다. 차라는 취미를 즐기기 위해서는 다구가 중요하다. 아니라고는 말 못 하겠다. 다구는 그저 보고만 있어도 매력이 철철 넘치는 차계의 도화살 같은 존재다. 주변에서 차는 마시지 않아도 다구를 사 모으는 사람을 꽤 많이 보아 왔다.


이들을 비판할 이유도 없고 비판해서도 안 된다는 게 내 생각이다. 다구를 좋아하는 것은 하나의 예술품을 사랑하는 마음과 같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운전은 못 해도 자동차를 좋아하는 마음과 같다고나 할까? 예술품을 사 모으다 보면 자연스럽게 예술을 알게 되고, 자동차를 사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운전면허를 따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차관에 앉아 있다 보면 차 이야기는 시큰둥하게 듣다가도 진열장에 올려진 자사호(紫砂壺)를 보고서는 눈이 반짝거리는 사람을 목도하게 된다. 또 찻잔에 담긴 차의 이야기보다는 단아하고 우아한 맵시를 뽐내는 찻잔에 마음을 뺏긴 모습도 심심찮게 본다. 다구를 보고 그것의 관능적인 매력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들에게 돌을 던져도 좋다. 다구를 좋아한다고 해서 다인의 길로 꼭 빠지는 것은 아니지만, 내 경험상 다구를 좋아하는 사람이 차에 빠질 확률이 월등히 높다. 이것이 바로 다구가 가진 매력이자 장점이다.


다인들 중 혹자는 이들을 물욕에 빠진 세속적인 이들이라고 욕할 수도 있다. 그럼 나는 손을 들어 그 혹자의 찻장을 가리키겠다. 그곳에 쌓인 값나가는 차들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다면 다구에 빠진 사람들을 욕하여도 좋다. 이것은 나의 다구 예찬론이자 다구를 바라보는 관점이다. 다구는 다인의 길을 열어주고, 다구는 다인의 길을 떠나지 않도록 잡아주는 도구가 된다.


가끔 집으로 돌아와 차 테이블에 놓인 다구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차를 마시려는 게 아니다. 차를 우리지 않고 그저 들여다보기만 한다. 잔 두께가 얇지만 단단한 경덕진(景德鎭) 찻잔과 차향을 더욱 좋게 해주는 흑금강 매화 자사호, 중국에서부터 지금까지 가장 아끼고 애용하는 녹니(綠泥) 자사호, 허달재 화백님이 선물해준 청색 차호, 옹기종기 장독대의 장독처럼 모여 앉은 차총 자사호 6형제, 연꽃 모양의 차하……. 이 모두는 차를 우리지 않고 바라만 봐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귀한 예술품들이다. 값은 나가지 않지만 나에게는 제일 친한 차우라고나 할까.


차가 담기든 담기지 않든 다구는 그렇게 차 생활의 활력이자 평안이자 지속이다. 다구 따위에 무슨 의미를 그렇게 부여하나 싶다면 집 근처 차관에 가 진열된 다구를 찬찬히 바라보시라.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채 10분, 아니 10초 정도면 충분한 매력이 그곳에 있다. 봉긋한 서시호(西施壺), 물줄기가 시원한 수평호(水平壺), 영국의 그것과 닮은 홍차 자기 차호까지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형형색색을 뽐내며 앉은 폼에 마음이 동하지 않을 사람은 없을 테니까.


다구 예찬은 이쯤 하면 될 것 같습니다. 너무 색을 밝히는 호색한이 된 것 같아 체면이 서지 않지만 이 정도로 그친 것도 많이 참아 넘긴 거란 걸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차를 사랑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차를 마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차를 권한다. 대륙의 식탁 베이징을 맛보다 중국의 맛을 썼다. 미식가로도 유명한 그의 인스타그램 @gold_awesome에는 차를 비롯한 다양한 음식 이야기가 있으니 꼭 방문해보자.

✏️ Words | 일을 하며 알게 된 자존감을 지키는 방법


  •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나에게 주었던 관심을 금방 거두고 자신이 살아가는 인생에 집중합니다. 그들의 재잘거림에는 신경 쓰지 말고 내 할 일을 합시다.


  • 저기서 재잘거리는 그들, 누군가를 열심히 깎아내리기는 사람은 자기 꼴이 거지 같기 때문입니다.


  • 남한테 충고를 하고 싶을 때마다 주먹을 꽉 쥐어봅니다. 세상 곳곳에 널려 있는 것이 좋은 충고이고 실패와 성공의 경험담입니다. 상대가 요청하면 도와줍시다. 

  • 반대로 도움이 필요할 때는 도와달라고 합시다. 당신의 요청을 오히려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세상은 아직 '선의'로 가득 차 있답니다.


  • 모든 자발적인 선택에는 리스크가 따라옵니다. 이걸 알면 자신의 실수를 받아들이고 용서할 수 있어요.


  • 내가 노력하는 만큼 다른 사람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예의를 지킵시다. 페어플레이가 자존감을 높여줍니다.


  • 누구나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면 안 좋은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돌아와 길을 찾습니다. 그러니까 화내지 말고 그냥 모른 척해주세요.


  • 평등이 항상 5:5는 아니더라고요. 어떨 때는 6:4, 어떨 때는 3:7, 어떨 때는 1:9일 수도 있습니다. 조금 손해 본 느낌이 들 때도 있을 겁니다. 물론 내가 더 받았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죠. 그땐 감사합시다.


  • 이 일이 대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미 같은 건 원래 없습니다. 세상의 모든 의미는 내가 직접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내가 만든 아주 작은 의미 하나가 끝까지 나를 지켜줄 날이 있을 겁니다.


  • 노력 없이도 얻을 수 있는 것이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얻을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인정합시다. '좋은 게임이었어.' 마지막에 이렇게 말합시다.


  • 업무 결과물의 질을 자신과 동일시 하지 않습니다. 집에 와서는 시원한 맥주 한 잔과 함께 낮의 일을 잊어버립시다. 아참, 맥주는 되도록 컵에 따라 마십니다.

- alone&ar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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