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8
2024.03.06.
경칩을 지나며 삼라만상이 꿈틀꿈틀 깨어나는 기운이 느껴져요. 위픽 시즌 2 출간에도 부릉부릉 박차를 가하려고 합니다. 각종 언론에서도 시즌 1 완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사로 다뤄주셔서 큰 힘이 되었어요. 50권을 달리는 동안 외로운 순간도 많았지만, 꾸준히 지켜봐주시는 분들이 계셨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답니다. 한 기사엔 “담당 소설팀 5명이 이 일만 붙잡아야 했다”고 쓰였지만 ‘이 일’ 말고도 붙잡아야 할 일이 백만서른둘쯤 되어서 슬펐고, “소설팀 다섯은 번아웃도, 곁눈질도 아직은 안 되겠다”라고 하셔서 더더욱 슬펐지만, “작가가 품은 가장 최근치 질문을 속도감 있게 던져왔다는 데 이 시리즈의 강점이 있다”며, “이 끝의 질문과 저 끝의 질문 사이가 50권 위픽의 너비”라고 말씀해주셔서 “이 작은 조각이 당신의 세계를 넓혀줄 새로운 한 조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소설팀 다섯”은 응원에 힘입어 다시 열심히 달려보자고 마음을 단단히 모았답니다. 새로운 도전과 모험이 질문과 질문 사이를 점점 더 넓히며 위픽의 너비가 얼마나 더 커질지 저희도 궁금해지네요. 모두모두 기대해주세요!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영화평론가이자 SF 소설가, 우리에게 ‘토끼 프사’로 익숙한 듀나 작가님의 신작 〈바리〉를 위픽에서 공개합니다.

인간을 만들고 인간이 어른이 될 때까지 키우라는 임무를 받은 로봇 ‘바리’가 한 행성에 불시착합니다. 바리를 맞이한 것은 오래전 이곳에 착륙해 행성을 탐사하고 언젠가 찾아올 인간을 위해 도시를 짓고 있던 로봇 ‘하늘구름’과 동료들입니다.

지구로부터 1만 384광년 떨어진 행성, 오로지 착취를 통해서만 존재해온 인간 문명과는 달리 다른 생명을 먹는다는 개념조차 없는 이곳에서 바리는 인간을 만들고 하늘구름은 그 인간들을 위한 도시를 세우기로 합니다.

바리가 타고 온 우주선에는 인간을 만드는 기계가 실려 있습니다. 바리와 로봇들은 기계에 배양액을 채워요. 249일 후, 완성된 인간 아기를 기대하며 기계를 열자 팔 네 개와 긴 꼬리가 달린 트럼펫처럼 생긴 동물들이 발견됩니다. 하늘구름은 이것은 인간이 아니라며 실망하고 부정하지만, 바리는 이들은 인간이고, 자신에겐 인간을 키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해요.

바리와 하늘구름은 욕망과 본능에 충실한 트럼펫을 그들이 아는 인간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실험을 합니다. 인간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로봇들은 인간이 없는 곳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요? 바리와 하늘구름의 서늘하고 예측할 수 없는 육아 일기가 시작됩니다.
우주선에서 내린 바리를 맞아준 것은 동그란 얼굴을 한 하늘색 로봇이었다. 키가 160센티미터가 조금 넘는 로봇은 얼굴에 붙은 디스플레이 창 위에 미소를 그리며 환영의 뜻을 표했다.
“환영합니다. 인간입니까?”
로봇이 메조소프라노 음역의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바리는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도 로봇입니다. 제 이름은 바리입니다.”
“제 이름은 하늘구름입니다. 그 우주선 안에는 인간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을 만들 수 있는 기계가 안에 있습니다.”
하늘구름은 당황한 것 같았다.
(중략)
“저희는 바리 님에 대해 많이 모릅니다.”
하늘구름이 말했다.
“저 역시 하늘구름 님에 대해 잘 모릅니다.”
바리가 말했다.
(중략)
“지구에서는 연락이 옵니까?”
“거기에서는 어떤 신호도 감지되지 않습니다. 전파 기반 통신을 하지 않거나 멸망한 것 같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저희는 지구의 도움 없이 모든 것을 잘해왔습니다. 오세요. 저희가 만든 도시를 보여드리겠습니다.”  
  

🥐 레아 : 독파와 함께한 《만조를 기다리며》 북토크를 마쳤습니다! 조예은 작가님과 둘이서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처음이라 긴장이 많이 됐는데, 열화와 같은 성원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저의 자랑거리인 표지 얘기를 잔뜩 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 이제 즐거운 시간을 뒤로하고 《도시전설의 모든 것》 교정지로 돌아가봅니다.📚 “반복되는 전이 과정을 통해서 이야기는 더 신랄해지고 더 아이러니해지며, 때로는 웃을 만해지면서도 공포의 기미를 띄게 된다. 그리고 다른 무엇보다도 차마 저항할 수 없이 반복하고, 반복하고, 반복하게…….”😱


🍙 서니 : 6월 출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8 Lives of a Century-Old Trickster》 이미리내 작가님이 한국인 최초로 영국 여성문학상 후보에 올랐습니다!💫 영국에서는 맨부커상 다음으로 권위 있는 상이래요. 이 작품은 한국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시기,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냉전 시대를 지나며 살아남기 위해 얼굴을 바꿔온 여성의 이야기입니다. 살인자, ‘위안부’, 테러리스트, 간첩(진짜 북한 간첩😱), 아내, 어머니 등 여덟 가지의 삶을 살아요. 해외에서는 이미 문학성을 인정받아 여러 나라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는데요. 님과도 얼른 만날 수 있도록 잘 만들어보겠습니다.🫠


🐿️ 소연 : 2월 한 달 리프레시 휴가🏝를 다녀왔어요. 20일 동안은 일을 잊기 위해 노력했고, 나머지 10일간은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아무런 계획도 없이 무작정 비행기표만✈ 달랑 사서 떠난 여행이라 좌충우돌 생존하기에 바빠 덕분에 일 걱정은 완전히 비우게 되었고요.🤣 돌아오자마자 바로 복귀하여 좀처럼 업무 모드 전환이 잘 되지는 않았지만 3월 출간 일정표를 보는 순간, 여덟 권의 마감을 생각하며 정신이 바짝👀 들었답니다. 한 달 쉰 대가로 한 달치 쌓인 일들을 쳐내고 있지만 그래도 싹 비우고 돌아오니 뭐든 채우고 싶은 욕심이 나네요. 또 열심히 달려볼게요!🏃‍♀️


🐯 엘라 : 2주째 껴안고 있던 에세이 원고를 드디어 다 보고 피드백을 정리했고요, 개운한 마음으로 반갑게 작가님들을 만나고 왔어요.💕 요즘은 한국에서 아주 오랫동안 장애인운동을 해온 활동가 선생님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만들고 있어요. 선생님 얘길 듣고 있으면 어쩐지 힘이 나서💪 “샘 그땐 어땠어요? 이 얘기 더 해주세요” 하고 자꾸 채근하게 돼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대표님이 구술하고 경석 샘과 가장 가까이에서 함께 활동해온 정창조 선생님이 기록했답니다. 올해 6월에 출간될 예정이에요. 원고를 미리 본 사람은 모두 얼른 내달라고 저를 독촉하게 되는 멋진 이야기예요! 기대해주세요.😉


🌷 은혜 : 김서해 작가님의 위픽 〈라비우와 링과〉의 조회수가 쭉쭉 오르고 있어서 신이 납니다.🎊 작가님의 첫 장편소설 《너는 내 목소리를 닮았어》에서 느껴졌던 빛나는 문장과 울적하고도 다정한 정서가 그대로 드러나는 작품이라 기대를 많이 했거든요. 님도 연재가 끝나기 전에 꼭 읽어주세요! 지난주에는 고양이가 등장하는 고전 추리소설 《고양이가 보았어》🐾가 출간되었어요. 저자인 돌로레스 히친스는 장뤼크 고다르 감독의 영화 〈국외자들〉의 원작 소설을 쓴 사람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국내에는 처음으로 소개되었지요. 할머니👩‍🦳 탐정 '레이철'과 고양이가🐈‍⬛ 함께하는 코지 미스터리! 함께 즐겨주세요.

 

🧠예쁘기보다 인간이고 싶은 미라?!
🌷 은혜 : 지난주에 르세라핌 멤버 허윤진 님의 독서 리스트가 화제에 올랐어요.🗒️ 가와카미 미에코, 벨 훅스, 존 버거를 지나 제 눈을 사로잡은 책은! 바로 김청귤 작가님의 《재와 물거품》이었지요. K-POP의 팬인 🥐레아 님 말씀으로는, 《재와 물거품》을 들고 가는 윤진 님의 사진이 예전부터 유명했다고 하더군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죠.🤓 저희에게도 있습니다. 김청귤 작가님의 작품! 위픽 《제습기 다이어트》 영업해보겠습니다!

제습기를 틀어둔 채로 잠시 잠에 들었을 뿐인데, 한순간에 미라가 되어버린 ‘선아’는 자신의 모습을 보자마자 “예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완전히 달라진 모습에 두려움, 걱정 등을 느끼는 것이 먼저 아닌가, 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저는 이 장면에서 약간 충격을 받았어요.🫠 제가 선아의 입장이었다고 해도, 겉으론 걱정에 빠져 있겠지만 속으로는 스스로의 ‘예쁨’에 작게 미소 짓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 하지만 너무 깊은 무의식중에 감춰진 욕망과 갈망이기 때문에, 글을 읽는 순간에는 의식하지 못했다가 “예쁘다”라는 선아의 발화를 보자 즉시 알아챈 것입니다.
 
미라가 되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는 선아의 상황과 뼈만 남은 그의 마른 몸은 최근 섭식장애와 관련된 몇몇 콘텐츠들과 연관 지어 읽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책 《날것 그대로의 섭식장애》나 《먹지 못하는 여자들》, 혹은 (🍙서니 님이 알려주신) 도서 《삼키기 연습》, ‘듣똑라’의 유튜브 영상도 있을 테고요.

물론 이와 관계없이 《제습기 다이어트》를 하나의 판타지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죠. 어느 방향이든 독해는 오로지 님의 몫입니다. 모쪼록 즐겁게 읽어주시고, 어떻게 읽으셨는지 종종 소식 들려주세요.🌹

💌 김청귤, ‘작가의 말’에서


하지만 쓰면서, 사람의 몸이 어떻게 변했건 그건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선아를 보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몇백 년, 몇천 년 된 씨앗이 다시 발아했다는 기사를 본 게 생각났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선택할 선아에게 또 다른 생을 주고 싶어 이런 결말을 쓰게 되었습니다. 선아는 아주 오랫동안 푸르겠지요.

이 책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가끔은 힘들고 지칠 때가 있겠지만, 그보다 더 많이 즐겁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위픽 리와인드
🌈 테오 : 작가도 말하듯 버튼은 익숙한 설정입니다. 버튼을 누르는 선택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이득이 누군가에게는 피해가 생기는 발상 말이죠. (사실 우리의 거의 모든 선택이 이 구도 안에 놓여 있기도 합니다.) 김동식 작가는 《백 명 버튼》에서 100명이 참여하면 한 명에게는 성공이, 두 명에게는 파멸이, 아흔일곱 명에게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상황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중요한 건 설정이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설정 앞에서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물음은 내가 이 버튼을 누를 것이냐 마느냐일 텐데요. 문제는 이런 나의 고민과 무관하게 버튼의 작동 방식을 이용해 최대한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이를 막을 방법은 찾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실제로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백 명 버튼》에는 이들이 만드는 최악의 상황이 단계를 거듭하며 끝없이 등장합니다.

여러분도 이 책을 읽기 전에 각자가 떠올릴 수 있는 가장 극악무도한 백 명 버튼의 활용 방법을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누가 어떻게 되든 무관하게 나의 이득을 최대한 늘릴 수 있는 방법을요. 그리고 작품에 나오는 갖가지 상황과 여러분의 예상을 비교해보시기 바랍니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이해와 기대와 희망이 그 언저리 아닐까 싶습니다. 네, 실망과 좌절이 아니라 기대와 희망입니다.

  
📖우리는 모두 내 삶의 저자?
🐯 엘라 : 〈섭식장애 인식주간(Eating Disorders Awareness Week)〉을 아시나요? 《삼키기 연습》(글항아리, 2021)을 쓰신 박지니 작가님이 주도하는 잠수함토끼콜렉티브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섭식장애 인식주간〉을 개최했습니다. 섭식장애를 경험한 당사자들의 세션으로 시작해 당사자 가족 이야기, 디지털 헬스케어, 섭식장애와 의료시스템, 자기이론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행사였어요.
 
‘먹기’라는 행위는 아슬아슬한 선 위에 있어요. 저는 몇 년 전 채식을 시작하던 때나 운동하면서 단백질을 챙겨 먹을 때, 제가 식품 라벨을 무척 잘 읽는다는 걸 알고 놀랐는데요. 대학을 졸업하고서 잊어버렸지만 어렸을 땐 내내 식품 라벨을 읽으면서 ‘이걸 먹어도 괜찮을까?’ 생각했던 거예요. 몸을 편안하게 느끼는 건 쉽지 않고 고저가 있는 일이었어요. 아프고 약하고 이상한 몸과 정신의 말에 이끌린 건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몰라요.
 
‘칼로리를 재는 건 역시 좀 이상한 일일까, 아니면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걸까’ 궁금해하며 다른 사람들 이야기를 찾아보기도 했죠. 이번 〈섭식장애 인식주간〉 행사에선 그 ‘이야기’를 성찰하는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질병서사를 넘어서 - 신자유주의 시대 ‘자기이론(autotheory)’의 실천가들” 세션에 🍙 서니 님과 함께 다녀왔어요.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해석하고 서사로서 재구성하는 일은 필요하지만 과연 당사자가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내 경험은 남들이 읽을 만큼 특별하고 고유한가, 자기를 재료로 한 글이 자기연민과 나르시시즘으로 향했을 때 고립을 강화하지는 않는가, 그런데 지금 자기를 연민하는 사람들을 미워할 만큼 충분히 연민할 수 있긴 했나…….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는 ‘모르겠다’는 결론으로 향하기 마련이지만 그 과정에서 용감하게 자기 이야기를 꺼내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저는 자기 경험을 쓴 책을 읽는 것도, 만드는 것도 무척 좋아해요. 

그래서, 이번 주 미션은 “ 님이 좋아하는 ‘사적인’ 이야기”입니다. 님은 다른 사람의 어떤 이야기를 왜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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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픽을 만드는 사람들
    🥐 레아, 🐬 도리, 🍙 서니, 🐿️ 소연, 🐣 쎄오리, 🐯 엘라, 🌷 은혜, 🌈 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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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아 : 누워서 아이돌 유튜브 볼 때가 제일 행복합니다.

    🐬 도리 : 당신의 가슴에 위픽 새기는 마케터.

    🍙 서니 : 매일 야외 록 페스티벌(의 생맥주)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 소연 : 책과 아이들 사이에서 매일 종종거립니다.

    🐣 쎄오리 : 친절한 세호 씨.

    🐯 엘라 : 이다음에 커서 웃긴 사람이 되는 게 꿈입니다.

    🌷 은혜 : 제 이름을 정확히 발음하는 사람은 오직 저뿐입니다.

    🌈 테오 : 10년 단위로 별명이 바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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