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1/04 토요일
vol.3 <주류와 비주류가 모두 존중받는 세상으로!>
안녕, 물결들! 중간고사가 거의 끝났을 시점에 파란레터가 돌아왔어요. 시험을 무사히 마친 물결들에게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시험이 없는 물결들도 열심히 하루를 보내느라 고생했어요!
저희와 처음 만나는 물결들을 위해, 먼저 저희를 소개할게요. 파란은 지워지는 존재들과 순간들을 조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숙명여대 내 자치언론이에요. '작은 물결이 큰 파도가 되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답니다!❄️
오늘의 주제는 주류와 비주류예요. 세상을 크게 둘로 나누자면, 주류와 비주류로 분류할 수 있지 않을까요? 다수가 모이는 곳이 주류, 소수가 비주류라고 불리죠. 그러나 비주류가 소수라고 해서, 그들이 주류만큼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에요.
올해 항저우에서 열린 제19회 아시안게임, 다들 보셨나요? 이번에도 여러 종목에서 뛰어난 결과를 받아 든 선수가 많았는데요. 아쉽게도, 이 경기들을 모두 중계 방송으로 볼 수는 없었어요. 이번 레터에서는 중계되지 못한 '비주류' 종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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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인기 종목의 겹치기 중계, 누구를 위한 것일까?
글 염라🔥
지상파방송 3사와 TV조선이 항저우 아시안게임 인기 종목 경기를 동시에 중계하면서 방송사들의 '겹치기 중계', 즉 중복 편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방송사들이 시청률 전쟁 때문에 편성에 제한을 두면서, 메달을 받았음에도 중계를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이번 제 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대한민국 대표 선수들은 근대5종, 태권도 품새, 펜싱, 남자 10m 러닝타깃 혼합 단체전에서 금메달 5개를 따내고, 롤러스케이트 스피드 또한 은메달을 얻어내면서 종합 3위로 올라섰습니다. 각 종목 선수들은 너나없이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쏟아부어 값진 성과를 거뒀습니다. 더불어 펜싱 여자 에페 최인정과 송세라는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이후 21년 만에 동반 결승에 진출하는 명장면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경기를 공중파 중계로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한국 팀의 여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동료인 두 선수가 서로를 끌어안는 장면은, 같은 시간 중계권을 가진 4개 방송사가 모두 남자 축구 조별리그 바레인전을 편성하면서 전파를 타지 못했습니다. 근대 5종과 태권도 품새 역시 금메달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역시 중계되지 않았습니다.
중계권을 가진 채널은 일제히 인기 스포츠인 축구 중계에 집중했습니다. 유료 케이블 채널 한 곳에서 펜싱 중계를 했지만 별도의 해설은 없었습니다. 중국을 상대로 치러진 남자 축구 8강전이 중계될 때도, 같은 시각 한국 야구팀의 홍콩과의 조별리그 B조 첫 경기를 중계하는 방송사는 없었습니다.
방송사들의 겹치기 중계는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만 문제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2020 도쿄올림픽 당시에도 지상파 3사가 축구, 야구 경기 중계에 집중하면서, 같은 시각 치러진 여자 배구 경기를 중계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비판이 이어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조직위가 비인기 종목에 대한 중계를 진행하지 않더라도 방송사가 별도의 인력을 투입해 중계를 하기도 합니다. 이것은 대규모 제작 인원을 현지에 파견하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관건은 일부 비인기 종목 선수들과 시청자들의 부족함이 이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방송사들이 중계를 안 할 수 없게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는 근대5종 선수의 수상 소감이 이러한 점을 잘 드러내 줍니다.
세상이 주목하지 않고 팬들이 적은 비인기 종목일지라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고집하는 선수들이야말로 다양성과 종목의 견고함을 굳히며, 스포츠계의 균형 발전이 이루어지는 거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스포츠계의 진정한 지킴이는 이름 없는, 우리가 모르는, 가려진 선수들이 아닐까요? 이들에게 우리는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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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믿고 보는 파란의 Pick은 책 <편집자의 일>입니다. 이 책은 다양한 편집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나누는 형식으로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넵니다.
여러분들은 '책'하면 누가 먼저 떠오르나요? 책을 쓴 저자? 아니면 책을 읽는 독자들?
한 권의 책이 나오기 위한 과정에서는 거쳐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중 대중들에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책의 시작과 끝을 함께하는 존재도 있습니다. 바로 '편집자'입니다.
이 책의 재미는 편집자들에게 공통된 질문을 던지지만, 각기 다른 답을 들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얼마나 책을 만드는 일을 사랑하고, 얼마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지를 그들의 인터뷰를 통해 느낄 수 있습니다.
한 편집자의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그들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을 추천해 주는 미니 코너도 있는데요. 편집자의 취향이 어떤지 책이 말해주는 듯해, 이를 보는 것 또한 묘미입니다.
"땅을 살리는 퇴비처럼 쌓여서 의미 있는 지식,
다른 지식이 커 가는 양분이 되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책에 대한 태도와 애정은 저자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책의 표지에 내 이름 석 자가 올라가지 않음에도 보여주는 편집자만의 노력. 책을 넘어 그 뒤에 있는 사람들을 마주할 수 있는 뜻깊은 책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맡은 자리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인정받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물결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글 계란🐥
👇먼저 책을 감상한 파란🌊의 책 속 한 구절과 감상도 전해드릴게요.
동경🌟 : "나"만의 글이 아니라 "독자"와 함께 가는 글이라야 해요.
책이라 하면 작가와 독자 간의 소통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사이에는 '편집자'가 존재한다. 그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책을 사랑하며, 독자를 위하고, 출판을 이끌어 나간다. 이 책은 한 번도 읽어보지 못했던 그들의 삶을 읽어볼 기회를 선물한다. 우리가 그들을 떠올리지 못하는 순간에도, 그들은 쉼 없이 우리를 위한 책을 만들기 위해 살아간다.
별밤🌌 : 편집은 시장의 공식에 들어맞는 책이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에 생성되는 것을 한 권 한 권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수많은 책을 읽었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에 대한 관심을 가진 적도 있었다. 그러나 편집자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음을 깨달았다. 하나의 책을 만드는 데 이렇게 수많은 노력이 들어가는데, 나는 왜 지금껏 작가 한 명과 이야기의 반짝거림에만 집중했을까. 보석의 아름다운 모습은 거친 원석을 세공하는 과정이 만들어낸 것인데도. 이 책은 보이지 않는 노력을 볼 수 있게 만들어 주고, 시야를 넓혀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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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믿보파픽은 영화 <기생충>입니다.
우리 사회의 보이지 않는 선명한 경계, 바로 사회적 계층입니다. <기생충>은 자본주의가 선물한 화려한 왈츠, 그 뒤의 숨가쁜 발자국들을 그립니다. 상류층 가족과 하류층 가족의 경제적 대비를 통해 우리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부자인데 착한 게 아니고, 부자니까 착한 거지. 이게, 이 돈이 다 내 거였어 봐? 난 더 착하지!"
낮고 낮은 반지하에 사는 가족이 있습니다. 온 가족이 모두 백수인 이들은, 모여 앉아 피자 박스를 접습니다. 그러나 4년째 수능을 준비 중인 맏아들 기우가 명문대생 친구에게 고액 과외 자리를 소개 받는데요. 가족들의 기대를 등에 업고 높고 으리으리한 부잣집으로 향한 기우는, 아들 다송이의 그림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는 사모님을 보고 눈이 번쩍 뜨입니다. 다송의 미술 선생님으로 미대 준비생일 뿐인 여동생 기정이를 유학파 미술 치료사로 소개하고, 그들은 가족 사기단이 되어 결국에는 온 가족이 그 집에서 일하게 됩니다.
작고 우연한 기회는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극적인 갈등이 전개되며 상류층과 하류층의 숙주와 기생 관계가 펼쳐집니다. 비가 쏟아지는 어느 하루에는 저 높은 산꼭대기 다송이 집에서부터 기우네 가족의 집이 있는 반지하까지, 아래로, 아래로 내려가는 장면이 그려지는데요. 보송하고 밝던 다송이 집과는 달리 반지하 집은 물에 잠깁니다.
같은 사람임에도 사회적 계층의 차이만으로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그 격차는 과연 노력으로 좁혀질 수 있을까요? 반지하에서 고개를 들면 산 위의 부잣집이 선명하게 보일까요?
영화는 같은 하늘 아래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립니다. 영화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로 '냄새'가 있습니다. 아무리 가려도 가려지지 않는, 떨쳐지지 않는 반지하 냄새, 지하철 냄새. 그 낙인과 같은 냄새들은 지독하게 세상을 가릅니다. 냄새가 잔인한 점은, 늘상 맡는 사람들은 그 냄새를 느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가르는 많은 냄새들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는 영화, <기생충>입니다.
글 영원🌀
👇먼저 영화를 감상한 파란🌊의 영화 속 한 마디와 감상도 전해드릴게요.
개굴🐸 : "부자인데 착한 게 아니라, 부자라서 착한 거야."
위와 아래의 구분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기생충을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었다. 부자인 다송이 가족이 나쁜 것인지, 그들에게 기생하는 기택 가족이 나쁜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영화는 물음을 던지고 관객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평범한 우리들은 기택 가족에게 연민과 묘한 공감을 느낀다. 그와 동시에 다송이네가 왜 저렇게나 내몰리는지 생각하며 불쾌함에 빠지기도 한다. 평범한 사람들이 이 물음에 정답을 찾기란 어려울 것이다. 단지 앎과 모름의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다. 악은 선을 알지만 선은 악을 모른다는 말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누군가가 선하고 악하지 않다. 그저 지상의 사람들은 지하를 전혀 몰랐고, 지사의 사람들은 지상을 너무 잘 알았던 것이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악인 하나 없는 피카레스크가 탄생했을 뿐이다.
비누🫧 : "아주 근본적인 대책이 생겼어요. 돈을 아주 많이 버는 거예요."
영화를 보는 내내 미묘한 불편함에 몸서리치게 된다. 주류에서 밀려난, 패자에 가까운 이들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과연 내가 어디에 속해 있는지를 가늠하게 된다. 기생충으로 묘사되는 기택의 가족 일지, 아닌 척하지만 은근히 그들을 무시하는 다송의 가족 일지, 지하와 반지하, 지상에 속한 그들이 선을 넘으며 벌어지는 상황은 선과 악을 희미하게 만든다. 과연 누가 나쁜지에 대한 질문은 더는 의미가 없다. 왜 그들이 이렇게까지 처절하게 생존해야 하는지, 그들을 난간 위로 내몬 현실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공생할 수 없는, 오로지 기생으로만 존재할 수 있는 이 완벽히 구조화된 현대 계급 사회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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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니의 비밀일기📝
파라니의 비밀일기는 파란 모두의 의견을 대변하지 않습니다.
당당히 비주류로 남아 있기를
글 흰☁
어린 시절부터 나는 주류보다는 비주류에 속할 때가 많았다. 주로 인형 놀이를 하던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장난감 칼을 가지고 노는 것을 좋아했고, 피아노를 치는 것보다는 태권도를 좋아했다. 주변 어른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 '보통 여자아이 같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의문을 가졌다. 보통 여자아이는 어떤 여자아이를 말하는 것일까? '주류'와 '비주류'는 어떤 기준으로 나뉘는 것일까?
'주류'와 '비주류'라는 단어는 단순히 다수와 소수를 말하는 단어인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주류' 속에는 긍정적인 의미가, '비주류' 속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과거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하게 나타났다. 주류에 속한 사람들이 비주류에 속한 사람들을 무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비주류'가 '주류'가 되었다. 개인의 개성이 중시되면서 '자신만의' 물건, 노래, 취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비주류가 주류가 된다니, 생각해 보면 이상한 일이다. 소수만이 좋아하던 것을 하루아침에 다수가 좋아하게 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것일까? 결국 '주류'와 '비주류'는 사회적인 이미지가 아닐까? 시대가 변화하며 그에 맞춰 주류가 선택되는 것이 아닐까?
예전에는 나의 취향이 비주류에 속하는 것을 보며 특별함을 느끼기도,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이렇지 않은데'라고 생각하면서 '주류'라는 틀에 나를 끼워 넣기도 했다. 그러나 주류와 비주류가 계속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특별함을 느끼기 위해 일부러 비주류를 선택하거나, 많은 사람들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주류를 선택하는 건 무의미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주류는 비주류가 있기에 성립하는 개념이고, 비주류 또한 주류가 있기에 존재한다. '주류'와 '비주류'라는 틀에 갇히지 말고 마음이 가는 대로,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할 수 있도록 존중해 주는 사회, 그리고 비주류라고 할지라도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사회가 비로소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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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파란레터 재미있게 읽으셨나요?
오늘 파란레터에서 전해드린 레터의 주제는 '주류와 비주류'였어요. 즐겁게 읽으셨나요?
물결들에게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파란이 오프라인에서 물결들을 만나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오프라인에서도 즐거운 경험을 만들어드리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 중이랍니다 파란에서 제작한 교지와 굿즈도 판매할 예정이니, 저희를 만나게 된다면 한 번씩 구경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오늘 파란레터는 어땠는지 피드백을 보내주세요! 파란이 꼼꼼히 읽고 더 나은 레터를 보내드리기 위해 노력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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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밤🌌 동경🌟 개굴🐸 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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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결이 큰 파도가 되어,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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