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조명하지 않는 바닷가 마을 이야기

Q. 가까이서 본 피스윈즈, 어떠셨어요?


피스윈즈에게 왜 마음이 갔을까 생각해보면, 저희는 산불을 겪고 너무 많은 상처를 입었잖아요.

정신도 없고, 아무런 준비도 없는 그런 상황에서 젊은 분들이 찾아와 주셨는데, 정말 겸손하게 저희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해 주시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좋았고, 고마운 마음이 컸어요.


지금 저희는 누구라도 붙잡고 우리가 처한 상황을 말하고 싶고, 알아줬으면 좋겠는 그런 마음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와중에 와서 저희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시고, 또 저희가 매일 도시락만 먹는 걸 알고 특식이라고 저녁에는 각 방마다 치킨도 나눠주시고, 필요한 것 다 집어가라고 ‘만물트럭’도 운영해주시고… 이런 모든 행동들이 정말 감사했어요.


물론 여기저기서 옷이나 물품도 많이 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리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그리고 내 목소리를 누군가가 받아주는 것이더라고요. 

대피소 생활은 같은 도시락, 식당 지원이 며칠 째 이어지고 있어 물리게 되니, 피스윈즈에서 태흥모텔(당시 대피소로 운영)에 치킨을 지원했다. 금요일 저녁 치킨 한 마리 시켜 가족끼리 도란도란 맥주 한 잔 하는 게 얼마만인지, 이게 우리의 일상이었구나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Q. 이번 산불로 어촌은 어떤 상황일까요?

"지금 산 쪽은 미디어도 그렇고 사람들도 그렇고 피해 상황이 눈에 보이는데, 여기가 바닷가잖아요. 바다 쪽은 그런 게 확인이 잘 안 돼요. 티가 안 나는 거죠. 산불=바다? 매치가 안 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이번엔 불이 바다까지 다 태우고 멈췄던 말이에요. 대게 잡는 선주들은 하필 이번에 새로 그물을 장만했거든요. 그물만 몇 천 만원이 넘어요. 집 탄 건 잿더미라도 보여줄 수 있는데, 그물은 타서 다 없어졌어요. 그런데 그 피해를 어떻게 확인해서 증명할 방법이 없는 거예요.


새 그물을 사서 컨테이너에 이만큼 쌓아뒀었는데, 그게 다 불에 타버렸어요. 정말 큰 돈 들여서 준비해놓은 건데, 지금은 그게 있었다는 걸 증명할 길이 없으니까, 보상이나 지원받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거죠. 너무 억울하죠...

Q. 영덕은 대게가 유명하니까... 그리고 이곳(경정리)은 바닷가라 피해가 막심할 것 같은데요.


피해 규모도 컸고, 준비해둔 것도 많았는데, 전재산이며 생업 도구가 다 타버리니까 복구가 안 되는 거죠. 우리 지역은 건물이라든지, 주택, 시설 같은 것도 피해가 있었는데, 그런 거 대해서도 지금 아무런 이야기가 없어요. 정말 깜깜하죠.

그물은 다 녹아 없어졌어요. 흔적조차 안 남아요. 그러니까 아무리 봐도 증명할 게 없는 거예요.


올해는 대게잡이도 제대로 못 했어요. 그 당시에는 물살이 너무 세서, 그물이 엉키고 난리였거든요. 그래서 결국 한 문(그물 세트)만 던져놓고 그물 작업은 아예 안 했어요.
대게 작업도 그걸로 끝이었죠.


그래서 대신에 창고에 고기잡이용 새 그물을 많이 준비해놨었어요. 대게철이 끝나면 바로 다시 미역, 고기잡이에 나가야 하니까요. 그래서 비싼 새 그물을 창고에 쌓아두고 준비 중이었는데, 그것마저 불에 다 타버린 거예요.

이 상황에서 도대체 우리가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정말 막막합니다.


우리 아저씨가 그러더라고요.
“집 탄 건 솔직히 안 아깝다. 근데 그물이 너무 아깝다”고요.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리고 속상해요.


바다에서 사업하면 다 계절 따라 움직이잖아요. 여름에는 일이 없고, 겨울철에야 본격적으로 하는데, 그렇게 되니까 대부분이 빚을 내서 건물도 사고, 장비도 마련하고 그렇게 하는 거예요.


겨우 한 철 장사하려고 빚내서 준비 다 해놨는데, 이번에 불이 나서 건물도 다 타고, 다른 설비도 다 타버렸죠. 게다가 집까지 타버렸으니...

집을 다시 짓고 싶어도 신용 등급이 문제예요. 왜냐면, 그물 사느라 빚냈고, 한철 장사해서 그걸 갚고, 또 다음 철 장사하려면 다시 빚을 내고... 이렇게 계속 돌려막듯이 해왔거든요. 그러니까 이미 빚이 많은 상태라서, 주택 담보 대출도 잘 안 나와요.


어디서는 2년 무이자에 연 1.5% 금리로 대출을 해준다는데, 그건 신용이 돼야 가능한 거잖아요. 근데 여기 바닷가 사람들 중에 빚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서 결국 아무런 도움도 못 받는 상황이에요.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바로 그런 부분들이에요. 정말 크고 절실한 문제죠.

우리는 지금 당장 생활 자체가 안 되고 있어요.


조금만 더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석리나 노물리 같은 어촌 지역들은 완전히 다 망가졌어요. 시설이고 뭐고 다 쓸어버렸잖아요. 그런 분들도 일은 해야 하니까, 어떻게든 일 나가고, 또 돌아오고 하면서 버티고 있지만, 그 어려움은 정말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바람


바다 자원도 예전 같지 않아서 점점 고갈되고 있잖아요. 이렇게 힘든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삶을 이어가고 있는 분들이 있는데, 정말 도저히 안 되겠다고 느끼면 결국은 이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지금도 인구가 자꾸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그분들까지 떠나버리면 이 마을은 정말 유지되기 힘들어질 거예요.


지금 여기에 터를 잡고 버티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야
이 지역이 유지되고, 다음 세대도 이어갈 수 있잖아요.


그런데 만약 이분들조차 버티지 못하면, 앞으로 누가 이 바다 일을 계속할 수 있겠어요?

그래서 저는 정말, 이런 부분은 구조적으로 제대로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실질적인 도움과 대책이 꼭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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