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이 많은 꽃이 피었다 이내 지는 4월이었습니다. 꽃은 식물에서 여러 역할을 하지만 그중에서도 씨앗을 만듭니다. 꽃잎은 아주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밑씨를 갖은 풍파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웅크린 모습으로 씨를 감싸고 있는 것이죠. 만개한 꽃은 이제 떨어졌지만 식물들은 또 부지런히 자라기 위해 이파리들을 쏟아내어 열심히 볕을 받아내어 본격 호흡에 집중합니다. 팩토리도 꽃처럼 아름답고 소중하게 품어두었던 씨앗들을 하나하나 꺼내어 5월 첫날 여러분에게 선보이고자 해요. 바로 올해 첫 기획전시, ⟪돌고돌고돌고: 날벌레⟫입니다.
✉️ 돌고돌고돌고: 날벌레 2021. 5. 1. - 5. 11.
빛, 식물 그리고 유해가 있다. 식물은 유해를 먹고 빛을 따라간다. 이 같은 것에는 날벌레가 찾아온다. 민덕기, 정해민, 주은형은 날벌레를 부른다. ‹돌고돌고돌고 : 날벌레›는 오는 이가 날벌레가 되는 경험을 선사한다. 덕기, 해민, 은형은 친구이다. 대학 동기로서 함께 수업을 듣고 작업을 하며 서로를 지켜봐 오던 어느 날 해민과 은형은 각각 사진과 영상으로 덕기가 만든 브랜드 ‘기이'의 촬영을 돕게 되었다. 그 짧은 협업 이후 셋은 종종 새로운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작업을 공유하며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했다. 셋의 협업은 점점 각자의 작업을 조화롭게 엮는 시도로 이어졌고, 2021년 5월 이곳 팩토리2에서 첫 전시를 열게 되었다. 민덕기는 귀신같은 오브젝트를 만들었고, 정해민은 식물 이미지를 뒤섞었으며, 주은형은 나비의 장례식을 치른다. 서로 다른 장르, 다른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셋의 작업은 각자의 이야기를 가진 채 서로의 배경이 된다.
  기이움
gghiium/ø400×1750mm/순지, led바, 아연 귀신 버섯
ghost mushroom/노방천 1. 긴 전선 꼬리를 가지고 있는 ‘이것’은 덩치가 크고 상당히 예민하다. 바람이 불면 종이 부딪히는 소리가 난다. 2. 스스로 형태를 유지할 수 없는 굉장히 수동적인 ‘이것’은 별안간 내 몸을 휘감아 버릴 것만 같다. 3. 작은 움직임에도 쉽게 반응함으로써 존재감을 드러내는 ‘이것’도 있다. 민덕기는 날벌레가 쉬이 꼬이는 ‘이것'들을 제작했다.
  파도에 쓸려가는 나무 두 그루
Two trees being swept away by the waves/297×450mm/모조지, 아연 줄기의 길이
Length of stem/394×740mm/모조지, 아연 정해민의 ‘파수꾼이 지키고자 하는 것’은 식물 이미지 시리즈이다. 주변에서 발견한 식물을 다른 자연물, 인공물과 섞어 이미지로 만들었다. 액자는 밑 부분이 없어 이미지가 전시장의 바닥과 맞닿는다. 그렇게 전시장에 옮겨 심어진 식물 이미지엔 각자 다른 제목이 붙어있는데, 그것이 파수꾼이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다. ◼ 정해민 @teaofwater
  나비 장례식 Butterfly funeral/1080×1920px/단채널 비디오 떠나는 소리 Butterfly sound/1080×1920px/단채널 비디오 주은형은 죽은 나비에 대한 의식을 기록했다. 투명한 손이 나비를 위한 의식을 거행할 때 부서진 벌레와 먼지가 다섯 개의 창문 너머로 조용히 지켜보고 있고, 그곳에 우연히 찾아든 관객들은 나비의 장례식을 지켜본다. 장례식의 끝맺음은 두 개의 종을 동시에 흔드는 것이다. 나비가 떠난다. 이제는 당신이 날벌레가 되어 전시장을 누비며 자유롭게 관람하길 바란다. 그리고 전시장을 나오면 당신은 어디서나 날벌레를 의식하게 될 것이다.
✉️ 타인의 삶2 미리보기 2021. 5. 15. - 6. 6.
<타인의 삶 2(The Lives of Others 2)>가 <Traces>를 타이틀로 출간 기념 전시를 엽니다. 강주성 디자이너 기획으로 2018년 발행된 첫 번째 책 <타인의 삶>이 머무는 이들이 채운 ‘공간’을 주제로 출발했다면, 이번에는 타인과의 무수한 교류가 남긴 ‘흔적’을 주제로 12명의 창작자가 10편의 사진과 에세이를 기록했고, 그 기록들이 전시장에서 함께 합니다. 그 기록들이 전시장에서 함께 합니다. 이어지는 본 전시의 자세한 소식은 다음 뉴스레터에서 전해드리겠습니다!
🟦 Serendipity
이번 레터에서 소개해 드리고 싶은 <Serendipity>의 키워드는 ‘협업(collaboration)’입니다. 이번 ‘돌고돌고돌고’ 시리즈의 첫 전시를 살피다 보니 팩토리가 그간 무수히 해왔던 협업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에도 한 번씩 들러주셔요.
지난 레터에서 팩토리의 올 상반기 키워드를 ‘순환’으로 꼽으며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돌고 돌아 갖은 에너지를 만들어낼 지 예고드린 바 있죠. 올해 기획전시 시리즈는 ‘돌고돌고돌고’ 타이틀로 계속해서 소식 전할 예정입니다. 열심히 돌고 돌고 또 돌아 머잖아 또 다른 소식으로 인사 나누어요.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