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은 불타 없어질 수 있어도 직원들의 머릿속에 스며든 지식과 경험, 그들의 손 끝에서 발현되는 노하우만큼은 누구도 훔쳐갈 수 없다는 사실도요.
그리고 직원들의 기술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장 건설 단계부터 최대한 스스로의 힘으로 일을 추진해나감으로써 제품 생산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직원들의 교육‧훈련 과정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라는 사실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가 1년 뒤 대구 침산동 7만 평 부지에 당시로선 국내 최대의 규모의 공장인 제일모직 공장을 지을 때 ‘모든 것을 우리 손으로’라는 모토를 내걸고 공장 건설 과정의 대부분을 삼성그룹 직원들의 힘으로 스스로 담당했던 것도 이 같은 교훈을 실천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제당공장 건설보다 더 크고, 복잡한 건설 사업이었던 데다 생산 설비들도 일본보다 훨씬 더 먼 독일에서 들여왔어야 했는데요. 당초 독일 설비업체에서는 60명의 독일 기술진을 1년간 파견해야 공사를 마칠 수 있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이병철은 “제사, 염색, 가공, 공조 분야마다 각각 한 명씩 네 명의 기술자만 파견해주면 충분하다”라고 말하며 스스로의 힘으로 공사와 기계 조립 작업을 진행해나갔습니다.
공장이 완공된 이후 제품이 사양대로 나오지 않아도 독일 설비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고 시작된 공사였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