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오후에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의대 정원 문제'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의대 정원 증원안 재검토 등의 중재안을 정부에 제안했습니다. 

중재안은 ▲범사회적 의료개혁 협의체 구성 ▲현재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안에 대한 재검토 ▲의사 복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대처의 3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의대 정원 증원안 재검토와 관련해서는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를 통해 검증하고 필요한 의대 정원 확충 수를 산출해야 한다"는 게 중재안의 내용입니다.

의사 출신의 안 의원은 기자회견에 앞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전공의 등과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는데요, 간담회를 거쳐 중재안을 도출했다고 합니다.

안 의원은 특히 "(간담회를 통해) 4년 전 의료대란 때처럼 전공의들이 결국 돌아오지 않겠느냐 하는 건 정부의 오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전공의들의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안 의원은 그동안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안을 비판하면서 '단계적 증원'을 주장해왔습니다.

최근에는 SNS를 통해 "교수진 준비·교육 및 수련 인프라 준비도 없는, 총선을 앞둔 정치적 접근"이라며 "의료 현장의 수가 문제 등 구조적 문제를 먼저 풀지 않는다면 미봉책 중의 미봉책"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안 의원은 앞서 이종섭 호주 대사 임명 논란과 도태우 후보의 5·18 발언 논란 등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조치를 요구하기도 했는데요, 선거를 앞두고 소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안철수 의원의 의료계 면담과 중재안 도출이 당과 조율된 것인지가 관심인데요,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보고받은 바 없다"고만 했습니다. 

그런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당 차원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재검토할 가능성을 내비치는 발언을 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의·정 갈등의 핵심인 '의대 2000명 증원' 정부안과 관련해 타협이 가능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을 받았는데요, "대화해야 한다. 의제를 제한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 건강을 위해서 의료 개혁, 그러니까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고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의 건강을 최우선해야 하기 때문에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건설적인 대화를 해서 좋은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의료계는 2천 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고 정부는 2천 명 증원에 쐐기를 박은 상태인데요, '의제 제한 없는 대화'라고 했으니까 증원 규모까지도 논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됩니다.

어제(25일)까지만 해도 한 위원장은 증원 규모 조절 필요성에 대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하는 건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고 답변했는데요, 오늘은 대화 의제와 관련해 더욱 구체적인 방향성이 담긴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친한(친한동훈)계로 분류되는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거의 같은 말을 했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해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의제 제한 없이 건설적인 대화를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는데요, 한 위원장의 말과 맥락이 같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오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했는데요, 대구경북(TK) 지역의 보수 지지층 결집을 도모하기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많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의대 정원 문제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고 하는데요, 배석했던 박 전 대통령 측근 유영하 변호사는 "의대 증원 문제도 두 분이 심도 있는 이야기가 있었고 박 전 대통령께서 여러 말을 했다"고 전했습니다.

한 위원장이 박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의대 정원 문제를 논의한 건 총선 악재가 될 수 있는 의·정 갈등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고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면 총선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2천 명' 조정 가능성이 없는 쪽으로 착착 움직이고 있습니다. 의료계가 어제(25일) 대화 조건으로 '2천 명 증원 백지화'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모든 후속조치를 5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 의지는 흔들림이 없으며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고 단호하게 밝혔습니다. '의대교육 지원 태스크포스(TF)'는 대학별 교육여건 개선 수요조사 계획을 논의하고 현장점검팀은 전국의 의대를 방문 중입니다. 

윤석열 대통령도 국무회의에서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돼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습니다.

의료계도 강경한데요, 의대 교수들의 '무더기 사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집단행동을 촉발한 전공의들은 정부와의 협상은 물론 의료계 내부 논의에도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의료 시스템의 파국을 우려하는 환자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요, 안철수 의원뿐 아니라 국민의힘 출마자들이 정부에 대화를 통한 유연한 대처를 촉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한동훈 위원장이 이렇게 치킨 게임과 같은 국면을 어떻게 돌파할지, 유연한 중재자 역할로 표심을 공략할 수 있을지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