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장과 팀원, 친해질 수 있는가 [풀칠 133호]

안녕하세요, 이번 주 풀칠 마감 당번 마감도비입니다.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이번 주 풀칠레터 주제는 ‘팀장’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팀장과 팀원과의 관계’라고 할 수 있겠네요. 업무적으로는 가장 가깝지만 정작 서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는 관계가 아닐까 싶어요. 혹은 친해지려는 창과 거리를 두고 싶은 방패의 대결일지도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여러분의 팀장 혹은 팀원과 원만히 지내고 계신가요?

직업 특성상 외부 미팅이 많고 저녁 술자리도 잦은 편이다. 비슷한 연차의 상대와 미팅을 진행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팀장, 혹은 부서장급의 상대와 술을 마실 때도 있다. 그리고 팀장급과 술을 걸치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오는 얘기가 있다. 후배, 팀원들과의 소통이 어렵다는 얘기다.

어느 소설 첫 문장에서 행복한 가정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이라고 했던가. 그건 회사의 조직도 비슷한가 보다. 팀장들이 털어놓는 고민도 각양각색이다. 후배 얘기를 할수록 다들 술에 취해하는 건 비슷하지만 말이다.

팀원과 친해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본인을 굉장히 어려워하더라는 고민부터 팀원 한 명이 본인 업무분장을 벗어난 일은 도무지 맡지 않으려해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까지 그들의 고민도 참 다양하다.

일을 시켜도 안 하겠다는 팀원에 대해서는 내가 뭐라 해줄 말도 없고 무엇보다 남의 회사 속사정이 그리 궁금하지 않아 입을 닫았지만(오히려 그 직원의 비결이 궁금할 따름이지만), 팀원과 친해지고 싶다는 고민에는 마음이 동했다.

그래서 묻고 묻다 보니 팀장이 팀원들과 친해지고 싶은 이유는 친구가 없어서라기보다는(아주 아니라고는 말 못하지만) 결국 이 인간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회사는 계속 다닐 건지, 혹시 이직 준비를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알고 싶어서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됐다.

술자리를 마치고 귀가하는 교통편 안에서 나는 어땠던가 생각해보면 극I형 인간인 나도 같이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직장 선배들과의 시간은 늘 어려웠던 거 같다. 긴장되고 재미없고. 솔직히 말해 지금도 표면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기도 하고.

그런데 가끔은 정말 어려운 고민이 있을 때 의지하고 싶은 선배들이 몇 명 있었고 그때부터 차츰 마음의 문이 열렸던 거 같다. 때로는 회사를 향한 내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는 소통 채널로 썼던 거 같기도 하고 말이다.

내 경우에 비춰보면, 팀장과 팀원과의 관계, 혹은 직장 선배와 후배와의 관계도 결국은 인간관계 불변의 법칙과 상통하는 게 아닐까 한다. ‘친해질 사람은 어떻게든 친해진다.’ 물론, 이 명제의 역도 성립할 것이다.

사실 이런 얘기는 나에게 해당하는 것이기도 하다. 후배들과의 단톡에서 같이 커피 마시러 갈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모두가 어렵다고 할 때, 오후 일과 중 공연히 올린 이모티콘이 침묵 속에서 민망해질 때, 나도 저 법칙을 떠올려야 할 테다.

누군가 그랬다. 팀원 입장에선 친구 같은 직장상사, 팀장은 수요 없는 공급이라고 말이다. 직장에서의 관계라는 게 그렇지 않나. 너무 긴장감이 없어진다면 그건 그거대로 문제다. 팀장들이여, 기다려라. 두드리는 건 팀원들의 몫일지니. 물론, 당신이 열릴 만한 문이라면 말이다.

아매오 : 저는 팀장 운이 좋은 편입니다. 지금껏 만난 팀장들 모두… 좋았습니다(진심임). 인간적으로도 좋았지만 ‘팀장’이라는 역할은 저렇게 수행해야 하는구나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생각해보면 회사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관계를 맺을 때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죠. 그 역할을 잘 해낼 때 친해질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팀장을 잘 만나야 하는 이유는 지금 당장 내가 일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훗날 내가 팀장이 됐을 때는 그보다 더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저는 롤모델만큼은 누군가를 반면교사 삼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급하면 익숙한 대로 하게 되고 하다 보면 익숙해지니까요. 그리고 이 역시, 팀장 아닌 어떤 역할이든지 똑같이 적용되는 것 같습니다.

파주 : 회사에서 팀장 역할을 하는 친한 선배들과 만날 때마다 기나긴 하소연을 듣습니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대동소이한데요. 사람을 핸들링하는 게 쌓인 업무를 해결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는 종류의 이야기입니다.

최근에 들었던 일화 중 인상적이었던 건 업무 평가였는데요.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러운 업무 평가 시즌이 오면 ‘이 사람의 성과를 얼만큼이나 인정해줘야 할지’를 고민한다고 합니다. 한 것에 비해 너무 좋은 평가를 주면 ‘내가 잘하나 보다’하고 이 회사를 뜨고, 반대로 한 것에 비해 박한 평가를 내리면 자신을 인정해 주는 곳을 찾아 떠나려 한다고요. 어떤 행동을 해도 결국엔 팀원의 퇴사로 이어지는 이 지옥의 알고리즘… 마치 퇴사 도르마무를 소환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

누군가 팀에서 A를 받는다면 다른 누군가는 C를 줘야한다는 것. 어떤 선택을 해도 누군가의 미움을 받게 된다는 것이 팀장의 숙명인가 봅니다. 참, 선배가 했던 또다른 말도 기억에 남네요. “어떤 때는 팀원이 그저 회사에 다녀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마음이 생긴다”라는 이야기요. 업무에 지쳐 나쁜 마음이 들 때 저는 이 말을 되뇌곤 합니다.

야망백수 : 첫 회사에서, 팀장과 이런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습니다. “제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있는 지 잘 모르겠어요” 팀장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네가 하는 일을 남들이 다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너의 오만이다. 하지만 나는 네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다.” 그 팀장과 저는 굳이 서로 친해지려고 노력하진 않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연락하고 지냅니다. 여느 친구 사이처럼요.

세월이 흘러 저도 작은 팀을 맡게 되었습니다. 팀원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떻게 되고 있는지 조금 더 깊게 알려고, 그러는 동시에 제가 일을 지켜보고 있단 걸 들키지 않으려 애쓰고 있습니다. 정말 쉬운 일이 아니네요.

▲ 시니어

*야망백수 : 더 찰떡인 장면이 떠오르지 않아 82호 <나 때>에 사용한 스케치를 재탕했음을 이실직고 드립니다.
머리가 점점 녹슬어가나 봅니다. 흑흑.

풀칠러A

🐶 일단 공감 이모지로 시작해봅니다. 저희 회사만 아직 네이트온 쓰나요... :) 업무시간 외 연락은 거의 없는 편이라 카톡에 있는 회사 사람은 친분이 있는 극소수 뿐이네요. 나도 슬랙 써 보고 싶다.…

아매오

네이트온이…아직…서비스를 하는군요…? 허허. 슬랙이든 네톤(옛날에 이렇게 불렀던 거 같은데)이든 퇴근하면 알림 끄고 싶은 건 똑같을 겁니다. 하하.

풀칠러B

안녕하세요 대학생 풀칠러입니다. 저는 일을 하다가 대학에 다시 들어오게 됐어요. 얼마 전에 유학 합격 소식을 알게 됐는데요. 학비 마련을 위해 1년 연기하고 종강하자마자 '또' 밥벌이 전선에 뛰어들게 생겼어요. 아직 실연의 아픔에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또 업계로 돌아갈 생각을 하니 안그래도 많이 흘리던 눈물이 더 나네요. 그래도 바쁘게 살다 보면 쉽게 잊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며.. 오늘도 과제를 합니다. 과제하다 보면 또 일할 때가 좋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업무는 돈이라도 주지 과제는...더보기. 풀칠은 일상에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아서 공부하다 간식 까먹듯이 잘 읽고 있습니다. 전국의 모든 풀칠러들, 대학생들, 이별러들 우리 존재 화이팅!!!!

파주

풀칠 멤버들끼리 하는 말장난 중에는 ‘3이’라는 말이 있답니다. 이 ‘3이’라는 건 이사와 이직 그리고 이별을 말하는 건데요. 하나로도 멘탈이 박살나버리는 이 일을 한 해에 끝내고 나면, 그 다음 해에는 분명 좋은 일들이 가득할 거라는 미신 같은 겁니다. 사람이 누릴 행복의 총량이 사실은 정해져 있다는 ‘행복총량의 법칙’의 아류인 셈이죠. 큰일을 끝내신 만큼, 큰 행복이 오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우리 존재 화이팅입니다!!!

풀칠러C

🐶... 저의 경우 메신저가 사색을 동강냈습니다. 살해까지는 모르겠고 일단 종으로든 횡으로든 자른 것 같애요.

야망백수

저 역시 사색이 네 조각 나 버렸습니다. 슬랙을 알기 전 누리던 생각의 사치가 그립네요. 그래도 아직 방법은 있습니다. 먼저 캘린더에 '사색' 이란 이름의 일정을 등록한 다음, 알림이 오도록 설정을 해둬 보시죠...

풀칠러D

일주일 전에 퇴사한 전 직장에서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생길 때마다 카톡방이 새로 만들어졌습니다. 제대로 카톡 지옥에 갇혀버렸죠... 그래서 저는 듀얼 메신저를 매우 애용했습니다! 공과 사가 확실히 분류되긴 했지만, 그래도 출퇴근 시간, 평휴일 상관없이 울리는 카톡 알림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여전하더군요. 퇴근시간, 휴일마다 일일이 알림해제 설정하기가 번거로우니 몇 시부터 알림 자동종료 같은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지금은 자유입니다:)

야망백수

"지금은 자유입니다!" 이번 주에 들은 말 중 가장 산뜻한 말이네요. 메신저 어플들은 하나같이 고약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메신저 어플에 비하면 편지는 얼마나 신사적인지요. 편지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메일이나 문자만 해도 요즘으로 치면 꽤 참을성이 있는 편이죠. 답장을 미룰 수 있는 틈을 주니까요.

이제 5분 뒤면 발송 버튼을 눌러야 하는데, 늦은 밤 알림을 보내는 게 새삼 송구스러워집니다. 메일 도착 알림에도 마음을 실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자유를 마음껏 누리는 행복한 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