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은 이례적인 속도로 개발됐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논문들이 빠르게 확산했습니다.
코트레터
2026. 10. 9.

코트워치 기자들이 이번 주 주목한 이야기를 '키워드' 중심으로 풀어갑니다.

팬데믹 이후에도 이어지는 질문

안녕하세요. 김주형 기자입니다.


10월 '이달의 판결'에서는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보상 판결을 다뤘습니다.


취재를 하며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전문가 인터뷰 기사, 칼럼 등을 읽어봤습니다. 관련 글에서 공통으로 나왔던 키워드는 속도, 불확실성, 소통이었습니다.


코로나19 백신은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개발·승인됐고,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논문들이 빠르게 확산하고 인용됐습니다. 각국 정부는 '어느 수준의 정보까지 공표할 수 있는지' 판단하며 국민과 소통했습니다. 모든 것이 불확실하던 시기, '무엇을 사실로 받아들이고 어떻게 알려야 할지' 질문이 제기됐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치료법과 백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축적됐습니다. 하지만 백신 접종과 개별 피해 사이의 인과관계는 여전히 불확실한 영역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불확실성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판단의 근거와 한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는 지금도 유효한 질문입니다.


지난 9월 19일, 코로나19 백신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장성철 부회장은 피해보상에 관한 7가지 요구사항을 밝혔습니다. 그중 하나가 '피해보상 심의 결과의 이유를 구체적으로 공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장 부회장은 "피해자와 유가족이 가장 힘들어했던 부분 중 하나는 피해보상이 왜 인정되지 않았는지 충분히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결정문에 ①인정하거나 배제한 의학적 가설은 무엇인지 ②피해자의 기저질환 등이 질병의 경과나 사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③국내외 연구 자료가 인과관계 판단에 어떻게 작용했는지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이유를 공개해야 한다는 원칙은 이미 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시행된 코로나19예방접종보상법(코로나19 특별법)에 따라 질병관리청은 피해보상을 청구한 사람에게 결정의 법적 근거와 구체적인 이유를 통보해야 합니다.


질병관리청은 발언 요지와 결정 근거가 담긴 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피해자가족협의회 측은 그 설명이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 * *


이번 '이달의 판결'에서는 법원이 어떤 기준을 가지고 피해보상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지 살펴봤습니다.


취재를 시작할 때 '코로나19 특별법 시행 이후 법원이 피해보상을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특별법의 취지 중 하나가 기존 규정보다 완화된 기준으로 피해보상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법원도서관 판결문 열람 시스템에 '예방접종 피해보상' 키워드로 검색해 2022년 이후 선고된 1심 판결 54건을 살펴봤습니다. 특별법이 시행된 뒤 원고 승소율은 조금 높아졌지만, 새로운 판결의 경향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서울행정법원의 한 재판부가 산업재해 사건에서 쓰이는 법리(업무가 기존 질병을 악화시켰다면 업무상 재해로 본다는 논리)를 가져와 피해자 측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근거로 썼다는 점이었습니다.


재판부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이 사망한 경우에도 백신 접종이 '기존의 질환을 악화시켰거나, 새로운 증상을 촉발했다면'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기저질환이 있거나 고령인 사망자의 경우 피해보상을 인정받기 어려웠던 기존의 흐름을 조금은 바꾸었다고 볼 수 있는 판단이었습니다.


판결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이달의 판결' 본문에서 읽어보실 수 있습니다.


* * *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피해보상 신청이 기각됐던 사람들도 다시 심의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10월 23일까지 특례 이의신청을 받습니다.


완화된 인과관계 판단 기준이 실제 보상 결정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그 결정에 이른 이유가 피해자와 유가족이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설명되었는지 앞으로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백신 부작용 피해자에게 기저질환이 있더라도 국가가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법원은 백신 접종이 기존 질환을 악화시키거나 새로운 증상을 촉발했다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이번 '이달의 판결'에서는 백신 피해보상의 판단 기준을 살펴보고, 특별법 시행 이후에도 남아 있는 과제들을 짚어봤습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87분의 지원을 받아 김주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courtwatch@c-watch.org
(코트레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기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