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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의사불벌죄, 어떻게 생각하세요?


by 문혜정 변호사

안녕하세요. 올해의 마지막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매해 연말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공존하는 듯합니다. 2023년 모두 잘 보내셨는지요. 내년에는 우리 모두에게 올해보다 더 나은, 밝은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한 뉴스레터가 어느덧 2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함께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구독해 주신 분들 덕분이기도 하고요.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서론이 길어졌네요. 올 하반기에 반의사불벌죄에 관한 연구용역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오늘은 뉴스레터에서 이 주제를 한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합니다. 즉, 범죄자를 아무리 처벌하고 싶어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죠. 반의사불벌죄는 우리 형법과 다수의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 법에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따라서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를 할 수 있고 검사가 공소를 제기(기소, 사건을 법원으로 넘기는 것)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반의사불벌죄는 친고죄와 같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는 모두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소추조건(소송조건)이라는 공통점을 갖기 때문이죠. 친고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검사가 기소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수사가 불가능한 범죄이죠. 반면 반의사불벌죄는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가 가능하고 기소도 가능하다는 점이 친고죄와 다른 점입니다.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범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외에도 더 많은 특별법에서 반의사불벌죄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 폭행, 존속폭행(형법 제260조)

  • 협박, 존속협박(형법 제283조)

  • 과실치상(형법 제266조)

  • 명예훼손, 출판물 등 이용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309조)

  •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업무상과실⋅중과실치상죄),

  • 도로교통법위반(도로교통법 제151조 업무상과실⋅중과실재물손괴죄)

  • 근로기준법위반(근로기준법 109조 제2항, 제36조(금품청산), 제43조(임금 지급), 제44조(도급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 제2항 제2호, 제56조(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 수당))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언제까지 가능할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검사는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고, 검사가 공소제기를 한 후라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합니다. 보통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가해자와의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요. 피해자는 가해자와 합의를 하고 처벌불원서(합의서)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죠. 이때 피해자는 1심 판결선고 전까지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한번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를 다시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따라서 가해자로서는 합의의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고, 피해자로서는 한번 합의하면 돌이키기 어려우니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①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②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할 수 없다.
③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제1항과 제2항을 준용한다.

 

최근,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를 1심 판결선고 전에 제출했는데도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3도12694 판결)(🔗관련기사). 공소기각 판결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것이죠.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경우라면, 검사의 처분이나 법원의 선고 결과를 잘 살펴서 대처해야 합니다.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대신할 수 있을까?

 

친고죄의 경우 고소 또는 고소의 취소는 대리가 가능합니다(형사소송법 제236조).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 또한 고소의 취소처럼 대리가 가능할까요? 이와 관련하여 최근 대법원에서 의미 있는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습니다(대법원 2023. 7. 17. 선고 2021도11126 전원합의체 판결)(🔗관련기사).


*형사소송법 제236조(대리고소) 고소 또는 그 취소는 대리인으로 하여금하게 할 수 있다.


해당 판결의 사실관계를 보면, '피고인은 자전거를 운행하던 중 전방주시의무를 게을리하여 보행자인 피해자를 들이받아 중상해를 입게 하였다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의 공소사실로 기소되었다. 위 사고로 의식불명이 된 피해자에 대하여 성년후견이 개시되어 성년후견인으로 피해자의 법률상 배우자가 선임되었다. 성년후견인은 피고인 측으로부터 합의금을 수령한 후 제1심 판결선고 전에 피해자를 대리하여 처벌불원의사를 표시하였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판례는 “위 특례법 제3조 제2항에서 차의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인하여 범한 업무상과실치상죄는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규정하여 문언상 그 처벌 여부가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달려 있음이 명백하므로,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신하여 처벌불원의사를 형성하거나 결정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법의 문언에 반한다”고 판시하면서 성년후견인이 피해자를 대신해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반의사불벌죄에서 성년후견인은 명문의 규정이 없는 한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에 대하여 처벌을 희망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결정하거나 처벌을 희망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하는 행위를 할 수 없다. 이는 성년후견인의 법정대리권 범위에 통상적인 소송행위가 포함되어 있거나 성년후견개시심판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년후견인이 소송행위를 할 때 가정법원의 허가를 얻었더라도 마찬가지이다.”라고 하면서 “양형기준을 포함한 현행 형사사법 체계 아래에서 성년후견인이 의사무능력자인 피해자를 대리하여 피고인 또는 피의자와 합의를 한 경우에는 이를 소극적인 소추조건이 아니라 양형인자로서 고려하면 충분하다.”라고 판시하였습니다. 따라서 반의사불벌죄의 처벌불원의사는 원칙적으로 대리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주의해야 합니다.

 

반의사불벌죄, 과연 필요할까?

 

반의사불벌죄는 1953년 9월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것으로 우리나라에만 있는 특유한 제도라고 해요. 피해자가 심리적 압박감이나 후환이 두려워 고소를 주저할 것을 대비해 우선 수사를 하고 피해자가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하면 공소를 제기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나 당사자 사이의 분쟁 해결을 촉진하기 위한 취지도 있습니다(대법원 1994. 4. 26. 선고 93도1689 판결 참조). 그런데 피해자에 대한 합의를 강요하는 등 2차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 반의사불벌죄의 문제점으로 꾸준히 지적되고 있는데요. 신당역 살인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던 반의사불벌죄가 2023. 7. 11. 폐지되기도 했죠.

 

국가의 형벌권 발동이 ‘피해자의 의사’에 따라 달라진다는 점이 반의사불벌죄의 가장 큰 특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형벌만이 가해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해요. 피해자가 진정으로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분명 있으니까요. 범죄 유형별로 반의사불벌죄의 필요성을 고찰해야 할 문제이지 않을까 합니다.

 

여러분은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럼 이상 뉴스레터를 마치겠습니다.

따뜻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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