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0호]
반의사불벌죄, 어떻게 생각하세요?
by 문혜정 변호사
안녕하세요. 올해의 마지막 뉴스레터로 인사드립니다. 매해 연말에는 한 해를 마무리하는 아쉬움과 새해를 맞이하는 설렘이 공존하는 듯합니다. 2023년 모두 잘 보내셨는지요. 내년에는 우리 모두에게 올해보다 더 나은, 밝은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2021년 8월부터 시작한 뉴스레터가 어느덧 2년이 넘게 계속되고 있습니다. 함께해서 꾸준히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구독해 주신 분들 덕분이기도 하고요. 늘 고맙고 감사합니다.
서론이 길어졌네요. 올 하반기에 반의사불벌죄에 관한 연구용역에 참여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반의사불벌죄’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할 기회가 생겼어요. 그래서 오늘은 뉴스레터에서 이 주제를 한번 다뤄보려고 합니다.
반의사불벌죄(反意思不罰罪)란,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합니다. 즉, 범죄자를 아무리 처벌하고 싶어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이야기죠. 반의사불벌죄는 우리 형법과 다수의 특별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범죄의 경우 법에서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어요. 따라서 피해자가 고소하지 않아도 수사를 할 수 있고 검사가 공소를 제기(기소, 사건을 법원으로 넘기는 것)할 수 있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처벌을 할 수 없습니다.
이러한 반의사불벌죄는 친고죄와 같이 언급되기도 합니다. 반의사불벌죄와 친고죄는 모두 가해자를 처벌하기 위한 소추조건(소송조건)이라는 공통점을 갖기 때문이죠. 친고죄는 고소가 있어야만 검사가 기소할 수 있습니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다면 원칙적으로 수사가 불가능한 범죄이죠. 반면 반의사불벌죄는 고소가 없더라도 수사가 가능하고 기소도 가능하다는 점이 친고죄와 다른 점입니다.
반의사불벌죄에 해당하는 범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외에도 더 많은 특별법에서 반의사불벌죄를 규정하고 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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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 존속폭행(형법 제260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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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 존속협박(형법 제283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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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실치상(형법 제266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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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출판물 등 이용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309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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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1항 업무상과실⋅중과실치상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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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교통법위반(도로교통법 제151조 업무상과실⋅중과실재물손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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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위반(근로기준법 109조 제2항, 제36조(금품청산), 제43조(임금 지급), 제44조(도급사업에 대한 임금 지급), 제44조의2(건설업에서의 임금 지급 연대책임), 제46조, 제51조의3, 제52조 제2항 제2호, 제56조(연장, 야간 및 휴일 근로 수당))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언제까지 가능할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표시를 하면 검사는 공소권 없음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을 하고, 검사가 공소제기를 한 후라면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합니다. 보통 피해자의 처벌불원 의사표시는 가해자와의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지는데요. 피해자는 가해자와 합의를 하고 처벌불원서(합의서)를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제출하는 것으로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하는 것이죠. 이때 피해자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처벌불원 의사표시를 할 수 있고, 한번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이를 다시 취소할 수는 없습니다(형사소송법 제232조). 따라서 가해자로서는 합의의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한 주의가 필요하고, 피해자로서는 한번 합의하면 돌이키기 어려우니 신중히 생각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형사소송법
제232조(고소의 취소) ① 고소는 제1심 판결선고 전까지 취소할 수 있다.
② 고소를 취소한 자는 다시 고소할 수 없다.
③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는 의사표시를 철회한 경우에도 제1항과 제2항을 준용한다.
최근,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피해자의 처벌불원서를 1심 판결선고 전에 제출했는데도 징역형을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된 사건이 있었습니다(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23도12694 판결)(🔗관련기사). 공소기각 판결을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는 것이죠. 제1심 판결 선고 전에 처벌불원서를 제출한 경우라면, 검사의 처분이나 법원의 선고 결과를 잘 살펴서 대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