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사이트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를 실소유하고 웹하드를 필터링했던 업체 뮤레카까지 실소유하며, 온라인에서 거대한 성착취 산업 구조를 설계해 운영했던 양진호의 1심 선고가 구속 이후 5년만에 내려졌다. 두 차례의 선고 연기 끝에 재판부는 양진호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그동안 일명 ‘웹하드 카르텔’이라 불린 이 성착취 산업을 쫓으며 양진호가 제대로 처벌받는지 재판과정을 지켜보았다. 온라인 공간의 성착취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지금, 이 폭력을 근절하려면 이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그리고 쟁점이 무엇인지 제시하고자 한다.
이 사건 2019고합182 사건(이하 182 사건)은 양진호 외 7인의 피고인에 대해 여러 혐의를 다룬다. 양진호가 8개 회사를 실소유하며 필터링 업체 운영에 관여한 혐의, 그리고 지분을 소유한 다른 회사들의 자금을 횡령 및 배임한 혐의, 세금을 탈세한 혐의 등을 다루고 있다. 양진호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헤비업로더 보호시스템’을 운영하여 ‘음란동영상’, 불법촬영물과 비동의유포촬영물 등 영상 업로드를 방조하거나 유포하게 한 혐의도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 재판 과정은 ‘웹하드 카르텔’을 제대로 다루고 있는가.
이 사건의 공소장을 통해 이미 웹하드카르텔의 존재를 검찰이 인정하였음에도, 심지어 양진호가 2018년 10월 구속된 이후에도 웹하드와 필터링 업체들의 운영에 지속적으로 개입하며 카르텔을 유지해온 혐의가 드러났음에도, 1심에서의 검찰 구형은 징역 14년, 벌금 2억, 추징금 514억원에 불과하였다. 특히 양진호에 대하여 182 사건의 공소장을 통해 검찰은 영상 관련한 혐의 대부분에 대해 유포에 대한 정범이 아니라 방조범으로 보고있음을 알 수 있다. 회원들이 원하는 ‘음란동영상’을 직접 요청할 수 있는 전용공간인 ‘자료요청게시판’을 통해 음란물을 유포한 업로더들의 혐의에 대해서만 양진호를 공동정범으로 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7월 8일 1심 선고된 2019고단3345사건(이하 3345 사건)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 사건은 위디스크, 파일노리에 소위 ‘음란동영상’과 피해촬영물을 올린 헤비업로더와 이들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갖춰 운영한 임직원들 15인에 대한 사건이다. 이 사건 판결문에서도 웹하드카르텔의 존재를 법원이 인정하였음에도 임직원들의 경우 음란물유포 방조 및 카메라등이용촬영방조 혐의로 고작 벌금 50만원부터 벌금 700만원 정도의 형에 그쳤다.
현 재판에서 웹하드카르텔을 제대로 다루지 못한 이유는 이를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는 관점이 없기 때문이다.
첫째, 양진호가 정범이 아니면 무엇인가.
양진호가 ‘음란동영상’ 다수 업로드로 판매자 자격이 취소되어야 하는 판매자에 대해 그 자격을 유지시켜주고, ‘음란동영상’ 업로더를 ‘우수회원’으로 선정해 아이템을 지급하는 등 ‘헤비업로더 보호시스템’을 운영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양진호가 필터링을 최소화하거나 회피하며, 불법정보 우선 노출 및 불법정보의 삭제를 최소화하는 운영방침을 세웠다는 것 역시 마찬가지이다. 양진호가 웹하드카르텔로 인한 처벌을 피하고자 바지사장들을 세워왔던 역사도,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전체 매출 중 70퍼센트가 ‘음란물’로 인한 수익이라는 것도 전부 드러났는데, 양진호가 정범이 아니면 무엇이란 말인가.
둘째, 기술적 조치에 집착하려는 전략이다.
공판 과정에서 양진호 측의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는 DNA 필터링을 통한 기술적 조치가 무엇이고, 원래 DNA 필터링까지 적용하는 것이 의무가 아니었음에도 적용하려고 노력했다는 등 기술적 조치가 얼마나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지 주장하기 위해 약 한 시간 동안 PPT로 설명하며 재판의 논점을 흐렸다. 검찰은 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판사 또한 잘 이해하지 못하여 공판이 기술적 조치에 대한 설명회 같은 모습이었다. 이 문제가 마치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문제인 것처럼 끌고 가려는 것이다.
셋째, 바지사장들 선에서 꼬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
피고인 측 증인으로 웹하드 업체의 운영팀 직원, 필터링 업체의 기술개발이사가 나와 웹하드 카르텔과 연관된 혐의들을 누구의 지시를 받아서 한 것인지 증언하였다. 이들은 입을 맞춘 듯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의 전 바지사장들을 꼽았다. 기가 막힌 것은 3345 사건의 피고인들은 양진호가 시켜서 한 일이라고 주장하여 감형받았다는 것이다. 양진호가 웹하드카르텔 운영으로 처벌의 위험이 있어 바지사장들을 세우며 처벌을 면하려고 했다는 것 또한 공소장과 판결문을 통해 드러났는데 지금도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전략일 뿐이다.
넷째, ‘음란물’, ’저작재산권’을 위주로 혐의가 구성되었다.
양진호가 웹하드 카르텔을 통해 성착취 구조를 운영하였음에도 공소 내용과 판결 내용은 ‘음란물’과 ‘저작재산권’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검찰이 기소한 공소 사실의 내용을 단순 합산하면 2015년 1월 경부터 2019년 9월 7월 경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업로드 된 ‘음란동영상’의 개수는 무려 3,933,402건(삼백구십삼만삼천사백이 건)이었다. 성폭력처벌법상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거나 유포된 성관계영상물에 대한 혐의는 107건의 영상에 대한 혐의 뿐이다. 저작재산권법위반과 관련한 공소 제기는 세 차례 이루어졌으나, 성폭력처벌법 상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되었거나 유포된 성관계영상물과 관련한 혐의는 단 한 차례 이루어졌다.
‘음란물’과 ‘저작재산권’에 집중할 때 웹하드를 통한 성착취와 성폭력의 문제는 삭제되거나 축소되고, 나아가서는 왜곡되기도 한다. 엉뚱한 쟁점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음란물’에 집중하는 접근은 어떤 영상이 ‘음란물’인지에 대한 여부를 성기노출 여부로 판가름하기 때문에 성기가 노출되었는가 아닌가에 대한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음란’의 개념을 시대의 변화에 따라 더욱 개방적으로 바라보아야 하기 때문에 신체 노출이 많다고 하여 이를 처벌하는 것은 보수적인 시선이라며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저작재산권 침해의 관점으로만 보았을 때에도 놓치고 가는 지점들이 있다. 예를 들어 이번 182 사건의 공소 내용 중에는 모 주식회사가 배타적 발행권을 가지고 있는 ‘음란한 영상’에 대한 저작재산권을 양진호가 침해했다고 보며 모 주식회사를 피해자로 보고 있는데, 이 때 모 주식회사가 발행권을 가지고 있다는 이 영상은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한 가치 판단은 삭제되는 것이다.
양진호를 비롯한 웹하드 관련자들이 지난 십여년간 그나마 처벌받은 전력 또한 이 두 가지에 집중되어있다. 성착취 산업구조로 접근을 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웹하드카르텔을 근절하지 못한 것이다.
다섯째, 전기통신사업법은 왜 있는가.
웹하드가 ‘불법음란정보’의 유통을 막기 위해 기술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의무를 명시한 전기통신사업 제22조의3(특수유형부가통신사업자의 기술적 조치) 조항은 웹하드카르텔을 왜 막지 못했는가. 공소장에서는 양진호가 기술적 조치를 무력화하여 필터링 업체 뮤레카의 필터링 기술 응답 결과와 무관하게 ‘불법음란정보’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해 위디스크에서 17,094개, 파일노리에서 3,831개의 ‘불법음란정보’가 유통되도록 하였다고 밝혔다. 통탄스럽다. 이 부분은 법이 없어서 못 막은 것이 아니다. 제대로 처벌받고, 범죄수익을 몰수받고, 경제적 타격을 입은 적이 없기 때문에 반복된 것이다.
그 결과 위디스크와 파일노리는 최소 사백이십이억여원의 수익을 벌어들였다.
검찰이 기소한 공소 사실의 내용을 단순 합산하면 2015년 1월 경부터 2019년 9월 7월 경까지 위디스크와 파일노리에 업로드된 ‘음란동영상’을 유통하여 웹하드가 벌어들인 수익은 42,220,114,116원(사백이십이억여원)이다. 이 숫자는 검찰의 공소 결과일 뿐이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많은 규모의 유통과 수익이 발생했을 수 있다. 피해경험자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끼어들 틈 없는 이 수사재판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이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양진호의 재판에만 대응하는 것만이 아니라 큰 싸움을 하고 있다.
앞선 두 사건의 판결이 이 정도에서 그치는 것을 규탄한다. 그리고 더욱 힘주어 주장한다. 수사재판과정에서 다루어졌던 음란물유포방조나 카메라등이용촬영방조로의 시선으로는 웹하드카르텔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웹하드카르텔을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로 보아야만 근절해낼 수 있다. 웹하드카르텔 사건의 근본은 기업과 자본이 여성의 신체를 성상품화하여 수익을 올리는 젠더문제와 자본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음란 개념과의 싸움이다.
음란물 유포의 개념으로 보았을 때 당사자의 몸은 ‘음란’한 것이 된다. ‘음란’한 몸을 소비하고 유통하는 한편, 당사자의 몸을 ‘음란’한 몸으로 규정하는 간극 사이에 웹하드카르텔이 있다. 이 수많은 ‘음란물’은 음란하기 때문이 아니라 이 거대한 유통 구조가 바로 여성의 몸을 성상품화하며 수익을 올렸다는 맥락으로 읽어야 한다.
기업의 책무가 전선이다.
재판 과정에서 양진호 측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웹하드 운영자에게 규범적으로 부과되는 불법파일의 업로드를 차단하기 위한 조처를 어느 정도로 해야하는가” 주장하였다. 웹하드 운영자가 노력했음에도 불법 파일이 어쩔 수 없이 유통된 수준이 아님이 이미 3345 사건의 판결문과 182사건의 공소장을 통해서 드러난 시점이도 말이다. 이는 온라인 공간의 성착취 구조를 외면하거나 적극적으로 방조하거나 그 구조 자체를 만들어낸 기업들의 고전적인 변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182 사건에서 양진호가 정범으로 처벌 받는 선례가 더욱 필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182 사건의 재판 과정에서 검사는 구형을 구두로 하지 않아 재판에 참관한 이들이 구형 내용을 알기가 어려웠다. 이례적인 일이다. 양진호 측은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를 다수 선임하고 있다. 한편 재판 과정에서 피해경험자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드러날 자리는 없다.
그래서 웹하드가 어떤 논리를 내세우는지, 기존의 법의 관점과 수사재판 과정에서는 어떤 점들이 놓쳐지고 있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그들의 논리를 깨부수고 숫자로만 표현된 피해경험자와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그래서 웹하드카르텔이 제대로 다루어지고 온라인 성착취 산업구조를 근절하는 그 날까지 목소리를 낼 것이다.
2023.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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