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늘은 대장동 개발 의혹에 등장하는 인물들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대장동에서 전직 대법관·특별검사는 뭘 했을까요?

 “대한민국 비좁잖아. 두고 봐. 앞으로 땅만 한 노다지가 없을 테니까.” -영화 ‘강남 1970’에서 민 마담(김지수 분), “땅이 생각보다 재미가 쏠쏠하네요”라고 깡패 종대(이민호 분)가 말하자 부동산 개발 붐을 예상하며.

 “이 과장, 이리 앉아 봐. 미스 김도 이리 와. 여기에 바둑돌이 다섯 개가 있어. 이건 항상 다섯 개야. 근데 여기서 내가 두 개를 갖고 와. 그런 네 건 몇 개야? 세 개지? 근데, 내가 하나를 뺏어와. 그럼 내 건 몇 개야? 세 개지? 네 건 몇 개야? 그러니까 넌 가만히 있었는데도 두 개가 된 거야, 그렇지? 이게 바로 자본주의라는 거야. 내가 안 뺏어오면 누군가가 와서 뺏어가게 돼 있다고. 이 하나를 뺏어오기 위해 나나 이 과장은 ○빠지게 노력해야 되는 거고, 미스 김은 ○나게 노력해야 되는 거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영화 ‘이웃집 남자’에서 부동산 개발업자 상수(윤제문 분).

 “지방 각지에서 돈 벌려고 올라온 아주 가난한 사람들을 거기다가 다 몰아넣어서 처음에는 먹고살기가 아주 개판 5분 전이었습니다. 그러다가 6공 때 분당 신도시 딱 만드니까 지금 어떻게 됐습니까, 예? 지금은 천당 위에 분당 아닙니까? 우리 안남도 나중에 한 번 보십시오. 전국에서 돈 싸 들고 덤벼드는 부자 동네! 저 박성배가 이 손으로 꼭 한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영화 ‘아수라’에서 박성배 안남시장(황정민 분).

 부동산 개발에 얽힌 인간들의 욕망을 그린 한국 영화의 대사입니다. 영화에는 일확천금을 꿈꾸는 개발업자, 투기꾼, 정보와 인허가권을 이용해 이권을 챙기는 권력자, 사업의 성사를 돕는 행정ㆍ법률 기술자, 각종 하수인들이 나옵니다. 

 영화보다 훨씬 더 영화 같은 현실이 있었음을 대장동 개발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이 현실의 드라마에는 지자체장 출신의 여권 유력 대선 주자, 전직 대법관ㆍ검찰총장ㆍ검사장이 등장합니다. 전직 대통령을 감옥에 보낸 특별검사와 그의 딸, 그 전직 대통령의 ‘비선 실세’를 변호했던 검사 출신의 변호사, 청와대 민정수석 출신의 야당 중진 의원과 그의 아들, 전직 기자들, 대기업 총수의 여동생도 등장인물입니다. 한국 영화감독과 작가의 상상력 스케일이 단번에 초라해집니다. 

 개발 시행업자가 무엇 때문에 전직 대법관ㆍ검찰총장ㆍ특별검사, 검찰 고위직 출신의 유명 변호사, 야당 의원의 아들을 주변에 뒀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적게는 억대의 돈이, 많게는 수십억원이 이들 각자에게 흘러갔습니다. 시행업자가 위세를 보이기 위해서, 예상되는 이권 분쟁에 방패로 쓰려고, 사업 성사를 도운 권력자가 입은 은혜를 대신 갚기 위해 등으로 언론이 그 이유를 의심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들이 무엇을 했는지, 각기 챙긴 돈은 어느 정도인지, 왜 이 사업에 개입하게 됐는지가 확인돼야 합니다. 사법의 공정성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법조 권력’의 탐욕과 횡포에 대한 원성도 드높습니다. “모두 다 도둑○”이라는 말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검ㆍ경ㆍ공수처 합동수사본부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특별검사에 의한 수사 요구도 들끓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가 망설이는 이유가 뭔지도 궁금합니다.

 영화 ‘대장동’의 핵심은 어쩌면 지금부터입니다. 한탕에 성공해서 깔끔하게 이익금 나누고 모두 웃으며 떠나는 스토리는 우리 정서에 잘 맞지 않습니다. ‘권선징악’의 익숙한 엔딩을 관객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고전적 결말이 가슴에 쌓인 화를 조금이나마 풀어줍니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화천대유, 복마전이 따로 없다. 설립된 지 몇 년 안 된 부동산 시행사에 고위 법조인들이 줄줄이 이름을 올렸다. 법조기자 출신 대주주인 김모씨의 인맥이라는데, 억대 연봉을 주면서 이들을 옆에 둔 배경도, 또 이들이 응한 배경도 대단히 이해하기 어렵다. 고위 법조인들이 화천대유에 불나방처럼 꼬인 것이다.’ 중앙일보 사설의 한 대목입니다. 그 내용을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조성은씨 알선수재?
 중앙일보가 입수한 조성은씨와 벤처기업 A사의 ‘임원 위촉 계약서’에 '1차 정책자금 유치 직후 계약금 3000만원을 인센티브와 함께 지급한다'는 문구가 있습니다. 😮 차량 제공도 투자 유치와 관련돼 있습니다. 조씨가 국가의 정책자금을 유치와 관련된 활동을 했다면 변호사법 위반이나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는 게 법조인들의 의견입니다. 투자 유치를 위한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A사에 대한 사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2. "대장동 실무자 다른 일 시켰다"
 "당시 담당 실무자가 사업구조를 짤 때 민간사업자에게 과도한 배당금이 돌아가는 걸 우려했다. ‘플러스알파(초과 이익)’가 생기면 민간이 아니라 성남시가 가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근데 유 전 본부장은 이를 무시했다. 이 실무자가 유 전 본부장 사무실에만 들어가면 밖에까지 큰 소리가 들렸다." "결국 유 전 본부장은 이 실무자가 있는 부서를 대장동 사업에서 빼고 다른 부서를 넣었다. 그 실무자가 손을 떼면서 유 전 본부장의 측근이 들어가게 됐다."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의 증언입니다. '유 전 본부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입니다. 😠
3. 합리성의 위대한 소산 '1m'
 '1m는 지구 둘레를 4분의 1로 나눈 후, 그 거리의 1000만분의 1로 정의하였다. 즉, 북극에서 적도까지 지구 표면을 따라 바로 가는 거리를 1000만m, 즉 1만km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왜 1000만분의 1로 했을까? 그것은 1m라는 길이가 사람의 크기와 대략 비슷하도록 정해서 인간들에게 최대한 유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것은 자연주의와 인본주의의 기가 막힌 조화이며, 우주의 객관성과 인간의 주관성을 겸비한 조치였다.' 장하석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가 중앙시평에서 설명한 '1m의 기원'입니다. 그는 '인간들이 다양한 생각을 가지면서도 서로 교류할 수 있는 공동 언어를 어떻게 하면 가장 합리적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심했던 200년 전 프랑스 혁명가들의 정신'이 이에 깃들어 있다고 설명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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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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