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2 #히트 #아이리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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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큐레이터 Q입니다. 지난 주말 대부 삼부작을 보았어요. 분명 1편을 예전에 보았는데 내용이 거의 기억나지 않아 마음먹고 세 편을 몰아봤습니다. 그러다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니로가 함께 나왔던 영화들이 생각났어요. 그래서 이번 편지에서 그 이야기를 들려 드리고자 합니다.

두 배우가 처음으로 함께 했던 영화 『대부』 2편이 1974년, 마지막으로 함께한 영화 『아이리시맨』이 2019년 영화이니 햇수로 45년입니다. 실제로 두 배우가 교류했던 시간은 이보다 길 테니 거의 반 세기에 달하는 시간이네요. 감히, 짐작조차 어렵습니다.
대부 2 (1974) 
"그에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할 거다."
(I'm gonna make him an offer he can't refuse.)

영화 대부』는 이탈리아계 이민자 꼴리오네 집안의 이야기입니다. 패밀리라 칭하지만 사실은 마피아 조직이죠. 같은 이탈리아계 이민자들의 뒤를 봐주고 매춘, 도박 등 불법적인 일로 부를 축적했습니다. 집안의 가주는 "대부"라 불리며 안으로부터는 충성을, 밖으로부터는 감시를 받습니다.

1편이 마이클 꼴리오네(알 파치노)가 아버지 비토 꼴리오네를 이어 새로운 대부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면 2편은 가족 사업을 합법으로 만드려 애쓰는 마이클의 현재와 갓 미국에 건너와 맨손으로 삶의 터전을 일구는 아버지 비토(로버트 드 니로)의 과거가 교차됩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비토의 이야기에는 새롭게 무언가를 시작하는 자 특유의 산뜻함이 있는 반면 마이클의 이야기에는 물려받은 유산을 지키는 자가 내뿜는 피곤함과 지리멸렬함이 있습니다. 이 둘의 이야기가 영화 내내 강렬하게 대비되지요.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같은 영화에 나오긴 했지만 정작 두 배우는 영화에서 한 번도 만나지 못합니다. 두 이야기의 시대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죠. 비토의 과거사는 아직 마이클이 태어나기도 전에 시작해 그가 아주 어린 소년일 때까지 벌어진 일들이었거든요. 

감독 :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
러닝타임 : 3시간 22분
Stream on Watcha & Tiving
히트 (1995)
"다시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I'm never going back.)

두 배우가 다시 만난 건 그로부터 11년 후였습니다. 그동안 알 파치노는 마틴 브레스트 감독의 영화 『여인의 향기』로 로버트 드니로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분노의 주먹』으로 각각 1993년과 1980년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액션의 전설이 다시 돌아온다!"라는 선전문구가 전혀 과장으로 느껴지지 않는 영화예요. 갱스터 이미지가 강했던 알 파치노가 이번에는 LA 경찰국 강력계 반장 빈센트 한나로 등장합니다. 로버트 드 니로는 냉철하고 빈틈없는 범죄자 닐 맥컬리를 연기했습니다. 

세 번째 결혼생활은 살얼음판 위를 걷는 듯 위태롭고 의붓딸은 종잡을 수 없어 바람 잘날 없는 일상이지만 형사로써의 감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빈센트와 대담한 범죄 행각을 냉정하고 치밀하게 리드하는 닐은 서로 대조되면서도 닮았습니다. 실질적으로 두 배우가 함께 맞붙는 장면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각자의 시점이 반복적으로 교차하며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영화 내내 둘이 함께 등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감독 : 마이클 만
러닝타임 : 2시간 50분
Stream on Watcha, Tiving & Disney+
아이리시맨 (2019)
"듣자 하니 자네가 페인트칠을 한다던데."
(I heard you paint houses.)

그로부터 24년 후 그들은 다시 부른 건 감독 마틴 스콜세지였습니다.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차갑고 날카롭게, 때로는 냉소적으로 그려온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미국의 장기 미제 사건인 "지미 호파 실종 사건"을 영화로 만들게 된 거죠. 로버트 드 니로는 그의 페르소나로 불릴 만큼 오랜 기간 함께 작업해온 반면 알 파치노는 이번 영화가 마틴 스콜세지와 함께한 첫 영화였습니다. 둘 모두 갱스터 영화하면 쉽게 떠오르는 인물인데 의외였어요.

1950년대와 70년대,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긴 세월에 걸쳐 전미트럭운송노조의 전설적인 위원장 지미 호파(알 파치노)와 마피아 조직원 프랭크 '아이리시맨' 시런(로버트 드 니로), 마피아 보스 러셀 버팔리노(조 페시)의 얽히고설킨 인연과 흥망성쇠가 세 시간 반 동안 펼쳐집니다. 좁게는 세 인물의 인생이며 넓게는 미국 현대사 전반을 아우르는 긴 이야기예요. 그렇지만 마틴 스콜세지 감독 특유의 박진감 넘치는 전개로 지루할 새가 없습니다. 

젊은 역할에 다른 배우를 쓰지 않고 디에이징 기술로 주연 배우들의 젊은 시절 모습을 구현한 게 화제였죠. 넷플릭스에서 영화의 제작 과정에 대해 세 배우와 감독이 이야기하는 23분짜리 다큐멘터리도 볼 수 있습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많으니까요, 놓치지 마세요. 여담입니다만 이 영화 때문이었습니다. 제가 넷플릭스 구독을 결심하게 된 건. 

감독 : 마틴 스콜세지
러닝타임: 3시간 29분
Stream on Netflix
덧붙이는 이야기 
L'italiano (2012)
- The Gypsy Queens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 대부와 이탈리아 마피아 이야기를 잔뜩 보고 있자니 이 노래가 떠올랐어요. 원곡은 이탈리아 가수 토토 쿠투그노(Toto Cutugno)의 1983년 노래인데 소개드리는 건 밴드 집시 퀸스가 커버한 버전입니다. 밴드의 데뷔 앨범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어본 듯 쉽게 기억에 남는 멜로디라 저도 모르게 흥얼거리곤 합니다. 같은 앨범에 수록된 곡 "L'Americano"도 함께 들어보세요. 첫 소절이 나오자마자 "아! 이 노래!"를 외치게 될 겁니다.

다음 편지에서 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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