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아르떼 에디터 김보라 입니다. ✍️

가족이란 무엇인가. 집이란 무엇인가. 
 
 매년 돌아오는 명절, 무수히 반복되는 질문입니다. 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도 길지요. 각자 크고 작은 계획들로 분주합니다. 누군가는 한껏 들뜨고 설렐 테지만, 생각만 해도 벌써 숨이 턱 막히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겁니다. 어떤 생각들로 올 가을 연휴를 맞이하고 계신가요. 가족이라는 것, 나의 집이라는 것에 대한 생각은 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같은 것이 있습니다. 명절에는, 결국 그 곁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죠.

 여기 평생 가족을 그려낸 화가가 있습니다. 모진 시대를 살면서도 가족에게서 큰 영감을 받고, 어디에 있더라도 늘 마음 속에 집을 품은 사람, 장욱진 화백(1917~1990)의 이야기입니다. 

 둥그런 나무 위에 올라간 노란 초가집, 작은 집보다 몇 배는 더 커진 수탉과 뛰어노는 아이, 한가로이 산책을 즐기거나 나무와 하나가 된 아이들, 식구들이 온몸을 맞댄 채 옹기종기 모여있는 집 안 풍경…. 사람뿐 아니라 소와 돼지, 닭과 같은 동물을 그리는 순간에도 그는 가족을 떠올렸습니다. 소 아래에서 젖을 먹는 송아지, 마당을 뛰어놀거나 힘차게 하늘을 나는 새의 가족들. 아마도 그가 바라는 이상적인 가족의 모습이 아니었을까요. 

 화가의 생의 원천은 가족이었습니다. 삶의 이유, 영감이 씨앗이자 그를 계속 그리게 하는 어떤 거대한 동력과도 같았습니다. 한적한 시골의 오래된 한옥과 정자를 고쳐 아틀리에로 탈바꿈 시켜 집을 작업실로 쓰던 장욱진. 1963년 양주 한강변에 지은 덕소 화실, 75년 낡은 한옥을 개조한 명륜동 화실, 80년 농가를 수리한 충북 수안보 화실, 86년 초가삼간을 개조한 용인 마북동 화실 등을 지었습니다. 그에겐 일터가 곧 집이요, 집이 곧 작품이 되곤 했습니다.

 장욱진은 화백이나 교수라는 타이틀보다 ‘집 가’(家)자가 들어가는 ‘화가’라는 말을 좋아했답니다. 그의 그림을 보며 아련한 기억 속의 가족과 집의 모습을 떠올려 봅니다. 그 어디에도 뾰족하고 모난 것들은 보이지 않지요. 그저 곁에 다가온, 혹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있었던 자연과 동물과 어우러지는 천진한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훌쩍 커버려 어른이 된 우리에게 가족이란 늘 웃음짓게만 하는 든든한 울타리는 아닐 수 있습니다. 때론 무거운 짐일 수도, 때론 걱정과 근심의 시작일 수도 있겠지요. 장 화백에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산문집 <강가의 아뜰리에>에선 이런 말이 나옵니다.  

 “내 일은 언제나 내가 해야 한다. 가족이라도 누가 옆에서 거들어 주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또한 누구보다도 나의 가족을 사랑한다. 그 사랑이 그림을 통해서 서로 이해된다는 사실이 다른 이들과 다를 뿐이다.”

 가족과 집에 대해 여러 생각이 스칠 땐 장욱진의 그림을 들여다보는 게 좋습니다. 이제는 사라진 시골 풍경과,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철학적 사고의 결과물들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의 마음에 공감할 수만 있다면 가족에 대한 그리움도, 사소한 원망이나 미움도 어느덧 녹아내릴 겁니다. 

 마침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에서 그의 대규모 회고전 ‘가장 진지한 고백’도 열리고 있습니다. 위에 보시는 그림은 1976년 그린 '가족'(양주시립미술관 소장) 입니다. 둥근 달처럼 뜬 나무 위에 동화처럼 자리 잡은 해와 달, 그리고 장난스러운 아이. 이번 추석엔 이 한장의 그림과 같은 마음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어디에 있든, 누구와 함께 하든, 둥글고 포근한 한가위 보내세요.
마음 속 어딘가에 존재하는, 동심 속 나의 가족들과 함께. 🙏🙏🙏🙏 
 

그 이름만으로 보테가베네타 후원 받은 현대미술계 슈퍼스타 강서경

미국 필라델피아 현대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고, 상하이비엔날레와 리버풀비엔날레에 초청받았다. 아트바젤에서 ‘발로아즈 예술상’을 수상하고, 이듬해엔 베네치아비엔날레 본 전시장에 작품을 설치하는 영예도 따랐다. 그야말로 예술가로서의 꽃이 만개한, 화양연화였다. 그러던 어느 날. 짙은 어둠이 그에게 찾아왔다. 암 판정을 받았고, 그 모든 것을 멈춰야 했다. 

 그 작가의 이름은 강서경(46). 3년간 암과 싸우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 M2에서 ‘버들 북 꾀꼬리’로 우리를 다시 찾았다. 지난 6일 개막한 강서경의 이 전시는 그야말로 지독한 병과 싸운 작가 자신의 기록이자 사투의 결과다.

 세련되고 모던한 그의 작품에 공통적인 모티프는 '동양적인 것들'이다. 오선지 악보보다 더 추상적인 '정간보', 그리고 우리의 전통 춤 '춘행무'다. 세계 미술계를 들썩이게 한 작가의 작품 속엔 ... 

최지희 기자가 만난 <버들 북 꾀꼬리>의 강서경 작가 원문보기

우주 한 가운데 반가사유상의 사유를 훔쳐봤던 그 사람

 
누군가는 입구에서부터 빠르게 걸어와 반가사유상을 잠시 보고 재빨리 나가기도 했고, 누군가는 들어오자마자 바로 나가기도, 누군가는 사진만 찍고 나가기도 했다. 모두가 자신이 필요한 방식으로 반가사유상을 경험하는 방식이었을 테지만 조금만 더 머물렀다 가면 좋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던 중 한 관람객이 들어왔다! 그가 한 일은.. 

공간탐험가 배세연의 <스페이스 오디세이> 원문보기
앞사람 뒤통수 보는데 14만원? 테일러 스위프트 '한국 패씽'의 이유  

지난 23일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미국 팝스타 '포스트 말론 내한공연'에 간 A씨는 1시간 30분 내내 앞사람 뒤통수만 쳐다봐야 했다. 14만3000원을 주고 스탠딩 R석 티켓을 샀지만, A씨의 자리에선 무대는커녕 전광판도 잘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공연장 무대는 스탠딩석에서 잘 볼 수 있도록 높이 배치하지만, 포스트 말론 공연에선 무대를 낮게 만들어 조금만 뒷자리에 배정돼도 무대를 볼 수 없었다. 공연 직후 SNS와 커뮤니티에선 "큰 맘 먹고 주머니를 털었는데, 진짜 지갑이 털렸다", "킨텍스 공연은 다시는 안 간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세계적인 팝스타들, 일본은 가도 한국은 안 오는 까닭 기사보기
"그립습니다, 성철스님" 11월 3일, 벌써 30주기

대한불교조계종 제6·7대 종정을 지닌 성철스님(1912~1993)은 한국 현대 불교를 대표하는 큰스님으로 기억된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그가 남긴 문장은 지금도 꾸준히 회자된다.
 그에게 가르침을 구하려 사람들이 몰려들어도 누더기 장삼을 입고 경남 합천 가야산 백련암을 지키며 참선 수행에 매진했다. 정치인이든 누구든 그를 만나려면 불상 앞에 3000배를 꼬박 올려야 했다. 1993년 그가 열반에 이르자 수십만명의 인파가 해인사로 몰려들었다.

30년 전 열반에 든 성철스님 기리는 추모행사 뉴스보기
아르떼 추천 클래식과 영화 리뷰 👀  
천재 제자 장한나와
천재 스승 마이스키의 만남,
하지만..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다. 라트비아 출신의 ‘첼로 거장’ 미샤 마이스키가 1992년 내한 공연 당시 열 살짜리 첼리스트 장한나의 연주 비디오를 보고 단번에 천부적인 재능을 확신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사제의 연을 맺은 두 사람이 2012년 이후 11년 만에 한 무대에 올랐다. 스승인 마이스키는 첼로를 잡았고, 그의 유일한 제자 장한나는 지휘봉을 들고 포디엄에 올랐다. 2030세대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프로젝트 악단 디토 오케스트라와 함께... 
전쟁의 상처를 어루만진
우크라니아의 여제 리니우

지난 17일에 열린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정기연주회.객원지휘자 옥사나 리니우는 최근 국제 무대에서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여성 지휘자 중 한 명이었다.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독일 드레스덴에서 공부한 리니우는 지난 2021년 여름 ‘바그너의 성지’ 바이로이트 페스티벌 145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지휘자로 발탁돼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지휘했다. 그 여세를 몰아 같은 해 이탈리아 굴지의 오페라극장인 볼로냐 시립극장의 음악감독으로 임명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역시 이탈리아 시립 오페라 극장 259년 역사상 최초의 여성 음악감독이라는 기록이다. 그의 이날 연주는...   
아르떼가 추천하는 책 👀  
소설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소설
 첫째, 한국사회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둘째, 수십 년 전이나 먼 미래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현장을 다룬다. 셋째, 판타지를 쓰지 않고,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장강명 작가와 뜻을 함께 한 11명의 작가는 '월급쟁이'의 삶을 경험해본 이들이다. 우리 시대의 밥벌이를 다룬 소설을 엮어 첫 동인지 소설집을 냈다는데... 

장강명과 작가들의 동인지 [서평 보기]

한국인의 '김볶', 그 탄생 스토리
<역사와 문화로 보는 주방 오디세이>는 프라이팬, 냄비, 칼, 도마, 젓가락, 그릇, 냉장고 등 주방 물품에 담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몇 권의 책을 쓰고 번역하다 남대문에서 장사를 했던 저자는 ‘장사꾼 DNA’가 없다는 걸 깨닫고 글쟁이로 돌아왔다. 그리고 쓴 이 책은 재미와 정보를 다 잡은 수작이다. 


주방 오디세이 [서평 보기]
추석 연휴에 극장에서 뭐볼까? 👀  
욕하면서 낄낄대는 영화<거미집> 

1970년대 한국 영화계를 풍자한 블랙 코미디를 지향하고 있지만, 시대를 풍자했다기보다는 단순히 소재를 빌려와 희화화한 코믹 드라마에 가깝다.
 송강호가 연기한 김 감독이 고(故) 김기영 감독을 모티브로 하고 희화화했다는 논란도 있지만, 신연식의 원래 각본을 김지운 감독이 직접 각색하면서 그런 색깔은 거의 없어졌다. 
힘껏 내달리는 국뽕 <1947 보스턴>

추석 연휴 하루 전날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45년 광복 이후 1948년 ‘대한민국’이라 국호의 정부가 세워지기도 전인 1947년 미군정 체제에서 조선 마라톤 대표단이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고 ‘KOREA’ 이름으로 국제 스포츠대회에 출전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과 대회 현장 및 결과를 감동적으로 담아냈다. 108분짜리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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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 🖐️
몬테카를로 발레단의 로미오와 줄리엣

뉴욕 메트오페라 '돈 조반니' 🔥
메가박스에서 빵빵한 사운드로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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