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 모른다는 것에서부터 스타트업을 알아간다" [공지] 시즌12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쫌아는기자들의 공지입니다. 시즌 12 인터뷰이가 될 스타트업 창업가를 추천 받습니다. 섹터도 상관없고요, 창업가가 '저를 인터뷰해주세요', 팀원이 '우리 대표님을 추천합니다'도 상관없습니다. VC나 AC의 '우리 포트폴리오사가 정말 훌륭합니다'라는 추천도 좋습니다.
단, 한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시리즈 B 이상 스타트업이길 희망합니다. 시즌 12에선 어려운 혹한기를 견뎌낸 스타트업의 인사이트와 교훈을 공유하고 싶어서 입니다. 이런 스타트업을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다보니 시리즈 B 이상 스타트업이라는 조건을 걸게 됐습니다.
실제로 '쫌아는기자들이 아직 저를 인터뷰하지 않았는데, 인터뷰의 조건이 따로 있나요. 저는 아직 부족한가요'라는 콜드메일을 보내 인터뷰한 창업가도 있었습니다(전문보기). 여러분의 추천을 기다리겠습니다. startup@chosun.com으로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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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아는기자들
옆집 스타트업의 숟가락 숫자는 몇 개일까요. 대신 알아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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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son 11 | 베이스인베스먼트 | 신윤호 | June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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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아는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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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인베스트먼트] 신윤호, 'VC의 무지(無知)'에 대한 인정에서 투자는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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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아테나이 사람들이여! 저는 그와 대화할 때 ‘이 사람은 다른 많은 사람들이 지혜롭다고 생각할뿐더러 특히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스스로 지혜롭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에게 보여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결과 저는 그에게 미움을 사게 되었고, 함께 있던 많은 참석자들에게도 미운털이 박혔습니다. 하지만 그곳을 떠나면서 저는 스스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내가 이 사람보다는 지혜롭구나. 아마도 우리 중 누구도 아름답고 훌륭한 것을 알지 못하는 것 같아. 그런데 이 사람은 알지 못하면서도 자신이 뭔가 안다고 생각하는 반면, 나는 실제로 알지 못하면서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비록 작은 차이이지만 나는 적어도 이 점에서 저 사람보다 더 지혜로운 듯하다. 알지 못하는 바를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으니까’…
-<소크라테스의 변론>, 플라톤 지음, 오유석 옮김, 마리북스(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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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화가 자크루이 다비드가 그린 La Mort de Socrate, <소크라테스의 죽음>. 독약을 먹고 죽기 직전까지 제자들을 가르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을 그렸다. 비장함을 덜어대내면 실제 플라톤이 남긴 저서 속 소크라테스의 모습도 엄청난 수다쟁이다... /자크루이 다비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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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는 무엇을 보고 투자할까요. 투자 결과물을 보면 어떤 결을 찾을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그들이 창업자를 찾고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퀀트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기업 가치를 판단할 수도 없고, 특히 초기 투자는 피투자사에게 숫자라고 할 것이 없습니다. 숫자라면 동료의 숫자가 넷인가, 다섯인가 정도일 뿐일 경우도 있고요.
한 번은 국내 톱 VC의 한 심사역에게 물었습니다. ‘이 회사의 밸류가 700억원이다’ 이건 어떻게 판단하나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한참을 오고가던 질문과 답변에 결국 내린 결론은 하나였습니다.
“600억원은 좀 싼 것 같고…800억원은 좀 비싼 것 같다.”
결국 VC라는 업이 아주 정밀한 숫자와 판단 기준을 갖고 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고 그것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 아닙니다. 판단의 기준이 없다면, 기준을 창업자와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고단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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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화제가 되는 무한도전의 명짤. /MB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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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의 시작은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신윤호 대표가 추천한 책, <소크라테스의 변론>의 한 부분입니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는 직방, 캐시노트(한국신용데이터) 등 이미 유니콘이 된 기업을 비롯해 수수료 0원 해외결제 서비스 트래블월렛, 4050 여성들의 무신사를 만든 라포랩스, AI 기반 모조품 판별 서비스 마크비전 등 최근 화제가 되는 스타트업들에 모두 투자했습니다. 운용자산(AUM) 규모는 약 2500억원, 모두 민간 자금으로 구성됐습니다. 신 대표는 VC의 업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소크라테스의 변론>이라는 책을 추천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VC의 시작점은요, ‘무지에 대한 인식’에 대해서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VC 구성권들과 심사역들은요, 스타트업과 기업의 경영에 대해 잘 모릅니다. 특히 창업자 출신이 아닌 저는 더 모르고요, 창업자 출신일지라도 그 기업의 모든 상황과 제품에 대해서 아는 것도 아닙니다. 결국 ‘우리가 스타트업을 잘 모르고, 투자한 회사에 대해 다 아는 것도 아니다’라고 생각해야 스타트업의 성장을 돕고, 수익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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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채널톡의 행사 채널콘에서의 신윤호 대표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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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업은 자연발생적, 그런데 VC는 왜 존재해야 하는가?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이하 베이스)는 설립 6년이 넘은 VC입니다. 또, 초기부터 후속 투자까지 계속 참여하는 것으로도 알려져있고요.
“설립은 2018년에 했고요. 당시 창업을 경험한 분들이나 생태계에 기여하려는 분들의 파트너십으로 만들어졌고, 저도 설립 멤버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카카오에서 최고서비스총괄까지 했던 강준열 대표와 티몬 창업자 신현성 님이 함께 설립을 주도했고, 저는 처음에 심사역으로 들어갔다가 3-4년 후부터 매니지먼트 일을 시작하게 되었죠.
펀드 운영을 기준으로 보면 AUM은 약 2400억 원 규모. 펀드 하나가 청산됐지만, 다행히 2022년 초 시장이 나빠지기 전에 운 좋게 만든 펀드가 1200억 원 정도 규모입니다. 투자는 시드 단계에서 적게는 3-4억 원, 많게는 10억 원 정도를 투자하고요, 투자한 회사들이 유의미한 성장을 거두면 시리즈 A까지 후속 투자까지 적극적으로 하는 방식으로 투자합니다."
-매년 투자 규모가 비슷합니다. 의미 있는 성과를 냈다면 투자 규모가 크게 증가하기도 하는데요. 시장이 안 좋을 때도 일관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는?
“2023년에도 약 300억 원 정도를 투자했으며, 그 전년도에도 동일하게 300억 원을 투자했습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를 급격히 변경하지 않고, 일관되게 비슷한 규모로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이 베이스의 원칙입니다. 지금 시장을 기준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3-5년 후의 시장을 보고 투자하기 때문입니다.
투자 방식보다 베이스가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은 뛰어난 창업자가 처음 시작할 때 필요한 리소스를 제공하여 성장 모멘텀을 잡을 수 있도록 하는 일입니다. 투자의 규모나 방식은 그 다음의 고민이죠. 트래블월렛, 라포랩스 같은 곳들이 초기에 누구보다 먼저 투자했고, 계속해서 후속 투자를 한 대표 포트폴리오사들입니다.”
-VC의 역할에 대한 철학적인 이야기를 던지셨습니다.
“VC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해 자주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제가 VC를 해야 하는지도 고민하죠. 제 결론은, 제가 기업이라는 존재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VC나 베이스인베스트먼트가 세상을 정복하려는 것은 아니고요.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주체, 엔티티가 기업이라고 봅니다.
어쩔 때는 기업이 국가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삼국지나 전국시대 보면 국가나 세력이라고 표현해야하는 것들이 모두 다 기업으로 치환됐다고 봅니다. 그래서 전쟁이 줄고, 기업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졌구요. 예전엔 국가가 땅과 생산수단을 소유했지만, 이제는 기업이 기술과 인재 등 생산 수단을 갖고 있습니다. 그 안에서 삶의 터전도 제공해요.
주말에 동탄이나 판교의 공원을 보면 화목한 가족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모습의 70% 이상 기여한 주체가 삼성전자라고 봐요. 삼성전자라는 기업이 존재하는 것은 현대 한국인들에게 너무 중요한 일이니까요.
단, 기업을 창업하거나 운영하는 데는 두 가지 요소가 필수적입니다. 첫째는 인적 자원, 즉 리스크를 감수하고 무언가를 해보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입니다. 네. 창업자 한 사람입니다. 둘째는 자원, 주로 돈으로 다 치환되고요. 이 두가지면 기업을 만들 수 있는데, 자금을 제공하는 것이 바로 VC의 역할입니다.”
-삼성전자가 VC의 투자를 받고 창업을 한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전설적인 기업의 창업이나 초기 성장 과정에는 항상 공통적으로 귀인(貴人)이 등장하더군요. VC가 현대 스타트업들의 일종의 귀인이다?
“투자사니까 자원을 잘 배분해 주는 투자를 잘하는 게 끝인가, 수긍하기 어려운 이유가 있어요. 어차피 기업은 자본주의에서 자연 발생적이거든요. VC가 없어도 만들어져요. 그 두 개는 그냥 속도의 문제일 뿐이에요. 그런데 자연 발생적이지 않은 건 위대한 기업이에요. 위대한 기업은 자원이 충분하다고 해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 위대한 기업이냐 아니냐는 창업자 한 명이 어떤 사람이냐에 달린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있어요. 그 기업을 하는 사람, 창업자, 경영자 중에 천재가 있나요? 저는 없다고 봐요. 피아노, 바이올린, 바둑 같은 건 천재가 있잖아요. 그런데 기업 경영자는 천재일 수 없습니다. 경영은 너무 복잡하고 외부와 맞닿아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에 천재라는 개념은 존재할 수 없거든요.
그런데 자질이라는 개념은 있는 것 같아요. 어떤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성장하고 더 큰 꿈을 꾸게 되는 거죠. 그러면 다시 돌아와서, 그럼 우리가 VC가 기업에게 주는 것이 뭐냐고 묻는 다면. 자본을 대주는 것과 동시에 이 창업자나 경영자가 더 잘되게 해주고 싶어요. 조금이라도 더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고 싶어요. 이게 창업자 개인일 수도 있고, 팀일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일 수도 있어요. 그래서 액셀러레이터라고도 표현하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도와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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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창업자 성장 돕는 그로스팀. 풀타임은 셋, 파트타임은 다섯.
-성공도 창업자 덕이면, 망하는 책임도 창업가의 몫인가
“보통 회사가 망하는 건 대표 때문이에요. 저희 회사도 망하면 제 책임일 거예요. 그건 너무 자명한 일이에요. 그래서 창업자가 중요한 겁니다.”
-그렇다면 자금을 지원하는 것보다 창업자를 가르치는 것, 창업자를 육성하는 방식에 집중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더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면 또 질문이 이어질 수 있어요. 위대한 기업이 만들어지는 맥락이 창업자의 개선이라면, 왜 투자를 하냐고 물을 수 있죠. 코칭을 하면 되지 않느냐고요. 그런데 이건 저희가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이미 미국 VC의 역사가 증명했어요. VC 투자와 스타트업 성공의 핵심 요소는 무엇이냐 하면, 자본을 제공하는 것과 창업자를 개선시키기 위한 지원이 결부됐을 때 폭발적인 결과물이 나온다는 거죠. 이걸 코칭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서포트, 엑셀러레이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부를 수 있어요. 이런 방식이 VC라는 존재가 성공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는 걸 미국에서는 이미 입증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는 이런 사례가 없는 것 같아요. 물론 훌륭한 투자자들이 많고,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그 경험을 전수하고 싶은 분들도 많죠. 하지만 이런 미국 VC의 성공 요소, Key Success factor를 완전히 구현하려고 하는 정념을 완벽하게 가진 투자사는 아직 한국에 없어요. 그래서 베이스가 그걸 하고 싶은 거예요. 투자 후에 유의미한 성장을 이루는 곳에는 빠르게 팔로우 투자를 하겠다는 펀드의 컨셉도 여기서 나오는 거죠.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가장 잘 사용할 수 있을까에 대한 접근이고, 창업자를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더 성장시킬 수 있을까 하는 측면에서 하려는 거예요.”
-창업자와 초기팀 성장을 돕는 방법은요?
“예를 들어, 저희 회사의 파트너들도 풀 타임은 아니지만, 회사에서 이런 실험과 시도를 하면서 팀 자체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을지 고민해요. 제로투원을 잘하는 회사가 1 to 10으로 갈 때 업의 정의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강준열 대표가 참여하고 싶은 모든 사람을 모아서 ‘업의 정의’ 세션을 6~7시간 정도 진행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팀을 성장시키기 위한 실험과 시도를 하고 있어요.”
-그로스팀, 그로스 파트너라는 이름으로 직접적으로 스타트업과 창업자 성장을 돕는 팀이 있습니다.
“포트폴리오사와 창업자의 성장을 돕는 그로스팀의 풀타임은 세 분입니다. 이태양 파트너를 중심으로 해서 HR을 비롯해 회사의 다양한 일을 돕고요. 강준열 대표도 여기에 참여합니다. 문제는 풀타으로 그로스 파트너를 할 수 있는 분들이 정말 희소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됐어요.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 우리가 얻고 싶은 것은 명확한데, 그분들에게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라는 고민이었죠. 업계에 인생 2막을 고민하고 계시거든요. 예를 들어, 이미 엑싯했거나 충분히 성장한 스타트업에서 10년 일하고 나와서 경제적인 자유를 얻었지만, 이제 다음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는 분들 말이죠.
이런 분들께 저희도 투자하는 건에 대해 같이 고민해보자고 제안했어요. 그러면 그분들도 자신의 다음 단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고, 대신 저희가 필요할 때 이런저런 도움을 주는 관계를 맺는 거죠. 일종의 파트타임 어드바이저인 셈인데요. 다섯 분이 계시고, 신규로 두 분 정도가 조인할 예정입니다. 이렇게 계시다 실제로 창업을 하고, 베이스가 이 회사에 투자한 경우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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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이태양 그로스 파트너. 토스 공동창업자이자 초기 제품을 설계한 PO였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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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a16z에는 이런 파트너가 100명이 넘는데?
-어짜피 '잘할 창업자'는 VC 도움 없이도 잘할 수도 있습니다. VC의 도움이 투자 대비 효용, ROI가 안 나올 수도 있어요. "이 부분은 저희 내부에서도 논쟁적이에요. 과연 우리가 이런 일이 의미가 있는가? 잘할 사람은 어차피 잘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쟁이 있어요. 그런데 결국 결론은 이렇게 났어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빨리 하게 해주자는 거예요. 우리가 그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투자를 했다면 이미 방향을 정한 거예요. 그게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길일 수도 있고, 성공으로 향하는 길일 수도 있죠. 그런데 무엇이든 빨리 하게 해주자는 거죠. 낭떠러지로 빨리 떨어지게 하면 한 번 더 시도할 기회가 주어질 수 있고, 성공으로 빨리 가게 하면 우리도 그 성공에 동참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투자자로서 해야 할 일은 바로 속도를 높여주는 거예요. 추가로, 우리가 창업팀에 영향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를 어느 순간에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결과는 달라질 수 있거든요. 저도 그랬고, 그래서 안 될 사람이 되거나 될 사람이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히 업사이드는 달라져요. 그래서 두 가지가 중요한 거죠. 첫째는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것, 둘째는 업사이드를 높게 하는 것. 이 두 가지에서는 반드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의 톱 VC 앤드리슨 호로위츠에는 베이스의 그로스팀과 같은 풀타임 인력이 100명 넘게 있다고 합니다. PR만 20명, HR은 그보다 훨씬 많고요. 창업자가 아이디어만 갖고 가면 일사천리로 설립과 초기 운영까지 돕는다고. “이게 양적으로 풀릴 문제인지 어떻게 풀릴 문제인지 솔직히 잘 모르습니다. 베이스가 하는 실험에 대해서도 100% 확신은 없어요. 하지만 하나 확신하는 것은 있습니다. 대표 혹은 창업자가 성장하려면 그 개인이 성장해야 하고, 그 성장에 필요한 유틸리티가 완비되어야 한다는 건 분명해요. 이건 양적인 측면에서의 얘기죠.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사이클을 생각해보면, 성장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이 있어야 해요. 마케팅적으로 고민할 때, HR에 관한 질문이 있을 때, 회계나 자금 조달에 대한 조언이 필요할 때, 이 모든 것들이 다 포함돼요. 기능적인 측면도 있지만, 경영자로서의 성장에 대한 얘기이기도 해요. 그러니까 기능과 그 본질에 대한 두 가지가 다 있는 거죠.
-그렇다면 기업의 성장 사이클마다의 필요한 요소가 있을 것인데. 어떤 요소들을 지원해줍니까. “마케팅을 어떻게 해야 할지, 회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등 여러 가지 기능적인 측면이 있고요. 결론적으로 요즘에 드는 생각은. 리더십과 HR. 이 두가지가 거의 모든 것이자 핵심이라고 생각됩니다. 요즘 이태양 파트너와 함께 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베이스가 포트폴리오사를 도와주기 위해서 무엇을 도와줘야 할지’를 알기 위한 진단이에요. 이 진단을 바탕으로 메뉴판을 만들어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구조를 생각했어요. 헬스 체크라는 이름으로 재무, 마케팅, HR 등 여러 요소를 점검했었는데, 결국 다 지우고 5가지만 물어보기로 했어요. 그래서 이름도 포커스 체크로 바꿨죠. 포트폴리오사에게 제일 중요한 게 뭐고, 왜 중요한지, 그것 때문에 뭘 하고 있는지, 방해하는 게 뭔지, 이걸로 포커스를 맞추자고 결정했어요. 창업자가 ‘지금 가장 신경 쓰는 게 뭐예요’라고 물었을 때, 바로 답하지 못하면 문제가 있는 거예요. 여러 가지가 문제라면,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거죠. 대표가 명확하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을 설정하고, 그걸 정렬하고 움직이게 하는 게 중요해요. 결국 대표 자체가 창업자 자체가 어떤 종류의 비즈니스를 만들 진정한 창업자가 될 것인가를 여러 각도에서 접근하는 게 요즘 저희가 제일 많이 연구하고 고민하는 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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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리 VC는 생각보다 더 모를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인정
-아쉽게도 신 대표님은 창업자 출신이 아닙니다. VC의 조언에 한계가 있을 수 밖에요.
“당연히 ‘절대 안 된다’라고 답할 겁니다. 과거에도 말한 적이 있었는데, 비노드 코슬라(실리콘밸리의 대표 VC 중 한 곳, 코슬라 벤처스의 창업자이자 전설적인 벤처 투자자)가 그랬잖나요. ‘나는 (스타트업을) 직접 해보지 않은 사람은 파트너로 삼지 않는다’라고요.
저는 당시 정말 열심히 했던 일인데, 지금 돌이켜보면 포트폴리오사들에게 아무 의미 없는 말을 많이 했고요. 베이스를 포함한 대부분의 한국 VC들의 공통적인 문제점. 창업에 대한 경험, 포트폴리오사가 하고 있는 업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지분 5~10%를 갖고 이사회에 들어가,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는 것, 내가 가진 권한보다 너무 큰 영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저 혼자서는 안 될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창업 경험이 있는 강준열 대표(강 대표는 카카오 초기 창업 멤버였다), 이태양 파트너와 함께 하고 더 많은 분들을 모으려는 겁니다. 제가 안 되니까요.
그렇다고 저를 비롯한 심사역들의 역할이 쓸모없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 역할은, 제가 직접 알진 못하지만 필요한 자원들을 모아 적재적소에 배분, 가장 좋은 패키지를 스타트업에게 전달하는 일입니다. 베이스인베스트먼트의 심사역들은 일종의 팀장이자 PM(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이라 규정합니다. 태스크포스를 매니징하는 사람인 거죠. 리소스를 잘 조합해서 전달하고, 계속 커뮤니케이션하고요. ‘심사역이 투자했고, 심사역이 포트폴리오사를 제일 잘 아니까, 심사역이 해결하라’는 방식의 일을 그만하자는 취지고요.”
-VC는 스타트업들이 조언이나 도움을 구하기에 적절한 상대가 아닐 수도 있다는 회의 같은 것인가요. 베이스는 그런 VC들과 좀 다르길 원하고요.
“저는 주주간담회를 잘 가지 않습니다. 아주 예전, 주주간담회에 갔을 때 VC 라운드별로 투자한 회사 여럿이 모였습니다. 모두 한마디씩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왜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이요. 경영에 필요한 조언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건 적절한 타인에게 구해야 합니다. VC 심사역 대부분은 그 적절한 타인이 아닐 수도 있어요. 심지어 실제 창업을 했고, 고군분투했던 분들에게 조언을 구하면 그 분들이 오히려 ‘잘 모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베이스의 관점은, 무지에 대한 인지. 그리고 거기서 출발해 여러 자원을 모아 전달하려는 것입니다.”
-이 업의 본질은 아주 좋은 창업자를 찾는 것인가, 좋은 창업자를 빨리 찾는 것인가. 둘다 일 수도 있는데 비중이 어디가 더 중요한가.
“본질은 결국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거잖아요. 결과적으로 후행 지표는 수익률의 극대화인데, 그 수익률은 어떻게 극대화되는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해요. 결국, 자질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원을 한다는 게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는 거죠.
정해진 답은 없지만 저희는 투자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생각해요. 투자할 것인가 말 것인가 결정하는 것밖에 없어요. 그래서 모든 스타트업을 돕는 게 아니라, 우리와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오래 함께하고 싶은 팀을 선정하는 거예요. 오래 하고 싶은 이유는, VC로서 투자하면 보통 5년 동안 함께해야 하니까 아무리 성과가 좋아도 사람이 싫으면 안 되잖아요.
1차 고객은 투자 스타트업으로 정의하고, 행위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거예요. 보통 기업이 20-30년 걸릴 일을 스타트업은 3-4년 만에 해야하니까요. 저희는 생존이나 운영, 사업 턴어라운드를 하는 사람들 아니에요. 성장 여지가 있는 곳에 집중하는 것이고요. 성장은 사람, 산업, 주변 환경, 운 등이 다 작용해야 하는데, 그중에서 저희가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에 베팅하는 것이죠.
저희가 믿는 것은, 투자한 스타트업에게 최고의 고객 경험을 제공하면, 브랜드가 생기고, 그러면 또 자질이 훌륭한 창업가가 베이스를 찾아와 지속 가능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수익의 관점에서도 5배 올릴 수익을 10배를 내는 것도 가능해지죠. 성장의 각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해야할까요. 결론적으로 둘다 무척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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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노드 코슬라의 독설이 담긴 영상. 그는 이 강연에서 "이사회에서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VC 심사역이 한 트럭이며, VC의 95%는 회사 가치에 도움이 안 되고, 70~80%는 오히려 해를 끼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자신의 조언에도 확신이 없다고. 전설적인 창업자이자 투자자인 비노드 코슬라에 대한 소개는 여기
/유튜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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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AUM을 늘리는 것은 VC 투자의 핵심이 아니다"
-총 5개의 펀드를 운용했고, 1개는 청산했습니다.
“지금 투자한 회사를 보면 처음 투자한 금액의 40~50배 수익은 나옵니다. 물론 청산한 것, 실질적으로 금액으로 돌아온 것은 아니고요. 재밌는 현상은, 펀드 1개 당 포트폴리오사가 40~50군데 정도 됩니다. 적지 않아요. 그런데 대부분의 펀드가 그 40~50개 중 하나의 스타트업이 리턴(수익 회수)하는 구조입니다. 청산한 펀드는 비욘드뮤직에 대한 프로젝트펀드고요. 25% 이상 수익을 올렸습니다. 4개 펀드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요.”
-성공적인 투자를 계속했다면 AUM을 불릴 수도 있습니다. AUM을 크게 늘리지 않는다고요?
“AUM 5000억이 되고, 상장사가 되는 건 후행 지표일 뿐이에요. 그런 목표에 별로 관심이 없어요. 제가 관심 있는 것은 한국에서 제일 훌륭한 창업자가 저희에게 제일 먼저 찾아와서 투자받고, 경영상의 고민이 있을 때 베이스를 먼저 찾는 것입니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여러 투자사를 찾겠지만, 그중에서도 베이스가 원앤온리 투자사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가 상상하는 모습에, AUM은 별 영향을 미치지 않아요.
다르게 표현하면 VC도 회사고, 회사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결국 고객 때문이잖아요.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주는 게 최고입니다. AUM을 늘리는 것이 고객에게 좋은 가치를 주는 것이라면 그렇게 할 거예요.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는 그게 고객 가치에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한국에서 제일 훌륭한 창업자가 저희에게 시드 투자를 받고, 무제한으로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 가치가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만이 고유한 가치는 아니에요.
어짜피 세상에 돈은 많고, 우리가 창업자에게 줄 수 있는 고유한 가치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AUM을 늘리는 것은 핵심이 아닙니다.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어도 시리즈 A, B 정도 할 자금을 마련하면 이제 창업자에게 더 뾰족하고 압도적인 경험을 할 수 있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입니다.”
-초기 투자가 수익률이 40배, 50배도 날 수 있다고 하지만 이건 함정이 있습니다. 그렇게 수익을 나는 곳이 아주 드물다는 것이죠.
“회사 구성원 면접할 때 제가 주로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돈 많이 벌고 싶은가요?'예요. 만약 그렇다고 하면 잘 설명해 진로를 바꾸라고 설득합니다. 진짜 인생을 바꿀 돈을 벌고 싶으면, VC보다는 헤지펀드 같은 곳에 가는 게 맞다고요. 왜냐하면, 멀티플에 속으면 안 됩니다. 절대 금액이 클수록 투자 수익을 절대 유리합니다.
결국 멀티플, IRR도 핵심이 아니고 절대값만이 남습니다. 어쩔 수 없이 그냥 우리에게 주어진 문제를 풀어 100배 수익을 추구하는 겁니다. ‘어, 돈 그렇게 버는 게 더 어려워’라고 한다면 알고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그냥 100배 수익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고요.
이 일을 하는 둘째는…한국이나 해외의 큰 투자사 몇 곳을 상상해보세요. 그 투자사가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별일 없을 겁니다. 아무일도 없어요. 그 돈은 다른 경쟁 투자사로 가게 될 겁니다. 거기에 머무르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사라지면 세상에 영향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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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결국 모든 회사는 대표처럼 된다. 0에서 1은 포커처럼 운과 실력의 조합, 문제는 1에서 10을 가서 돈을 버는 것"
-세콰이어캐피탈이나 a16z, 와이콤비네이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요 “그렇게 큰 영향이 있을까요? 물론 그건 있습니다. 우리나라 VC 홈페이지에서 이름을 지우고 보면 모든 하우스를 구분할 수 없다는 것. 적어도 a16z와 세콰이어캐피털은 구분할 수 있겠죠. VC가 왜 존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10년 평균 IRR만 보면 VC가 PE, 혹은 지수 인덱스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분석이 계속 나온다. 베이스는 특히 100% 민간 자금이다. 그럼에도 기관투자자, LP 들이 VC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최근에 정말 흥미롭게 읽은 책이 있는데, 존 보글 아저씨의 책이에요. 그분은 인덱스 펀드를 만든 분으로 유명하잖아요. 그분이 11권의 책을 썼는데, 최근 그분이 돌아가시기 직전에 나온 책을 보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어요. 존 보글은 1950년대에 ‘액티브 펀드는 절대 인덱스를 이기지 못한다’고 증명해냈어요. 적어도 미국에서는요. 한국 시장에서는 이길 수 있지만요. 미국 S&P500이나 미국 인덱스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이 팩트죠. 존 보글이 실제 9~10% 수익률을 달성하면서 실천적으로 증명했고요.
문제는 평균의 함정입니다. 어떤 VC 펀드의 수익은 100이고, 어떤 펀드는 0이기 때문에 평균으로 보면 알 수 없거든요. 물론 존 보글의 논리는 대수적으로 맞아요. 하지만 활동하는 우리는 100을 추구하니까요. 0이 될 수도 있지만, 100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그렇다면 왜 기관 투자자들은 다 S&P500에 투자하지 않고 우리에게 배분할까요? 이건 자산 배분의 관점에서 이해해야 해요. 우리 LP들도 자산이 10이 있으면, 그중 1 정도는 0이 될 수도 있지만, 100이 될 수도 있는 곳에 걸어두는 거죠. 기대값적으로는 인덱스보다 낮을지언정, 우리는 그 기대값에 머물지 않고 알파를 만들 거라는 믿음과 확신으로 접근해야 해요. 알파를 만들려면 전략이 있어야 하고, 차별점이 있어야 하잖아요. 그게 저희가 하는 일입니다.”
-초기 투자의 함정도 있다. 잃는 것도 크게 잃을 수 있다. 운의 영향도 크고요. “창업자와 계속 대화가 통해야 합니다. 초기 투자자의 함정이 있습니다. 초기 투자를 계속 하다보면 기업의 성장 주기를 전부 알기 어렵게 됩니다. 계속해서 VC도 똑똑해져야 하고요. 창업자들에게 ‘저 하우스는 나중에도 이야기가 통할 거야’라는 이미지, 브랜딩을 심고 싶어요
“초기 투자를 경험해 보니까 0에서 1로 가는 것은 약간 실력과 운의 조합인 것 같아요. 로또가 100% 운이고, 바둑이 100% 실력이라면, 포커는 운과 실력의 조합이잖아요. 0에서 1로 가는 과정도 이와 비슷해요. 아이템을 찾아내고 마켓 피트를 찾아내는 것은 운과 실력의 조합이 필요한 것 같아요. 하지만 1에서 10으로 가는 것은 완전히 실력에 달려 있는 것 같아요. 문제는 0에서 1로 가는 것을 아무리 잘해도 박수는 받을지 모르지만, 돈은 못 번다는 거예요. 1에서 10으로 가야만 돈을 벌 수 있어요. 그래서 1에서 10으로 가는 실력을 갖추고 있냐 없냐가 중요한데, 그 실력에서 중요한 것은 조직 관리 역량과 리더십이에요. 모든 회사는 대표처럼 된다는 대원칙이 있어요. 대표가 회사에 큰 영향을 미치니까요. 대표가 조직의 크기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냐 아니냐가 중요해요. 회사가 성장하면 조직도 커질 수밖에 없고, 그걸 감당할 수 있는 리더십이 필요해요.”
-결국 모든 요소의 핵심은 창업자와 리더십? 그렇다해도 창업자의 여러 면모 중에 가장 우선되는 것이 있다면. 야망인가, 실행력인가. “내부적으로 고민하는 건, 다양한 요소들 중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문제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꿈과 비전의 크기'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꿈이 너무 크면, 비록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실현하려고 노력하게 되거든요. 물론, 꿈만 크고 실행력이 없는 사람도 많아요. 실행력도 함께 중요하죠. 문제는 꿈과 비전이 없으면 전제가 성립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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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 수익률의 함정은 쫌아는기자들 기고멤버 원대로님의 페북 글이 정리가 잘 되어 있다 <페북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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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투자를 잘못하면 손실은 100%, 그런데 투자를 놓치면 손실은 무한대...
제2의 이승건, 김범석을 절대로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유망하게 보는 섹터가 있는가
“어쩔 수 없이 베이스의 일이 현재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로컬 비즈니스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제가 주창하는 한국에서 제일 뛰어난 창업자들을 바텀업으로 모으는 전략을 생각하게 됩니다. 바텀업이 레버리지를 크게 가지려면 탑다운이 잘 되어야 하잖아요. 그러면 그 탑다운의 기준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이 생깁니다.
예를 들어, 저희는 브랜드 투자도 많이 합니다. 시듵 투자를 했던 색조 화장품 회사는 LG 생활건강에 인수됐고요, 익스트림이라는 건기식 브랜드는 3년 만에 영업이익이 7~80억 원 정도 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했고요. 최근 한국이 문화적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소비자 브랜드들이 크게 성장했습니다. 과거 일본, 유럽, 미국에서도 다 그랬는데 아직 한국은 브랜드가 많이 없어요. 젠틀몬스터 정도가 대표적인데, 더 많은 브랜드들이 나올겁니다. 뷰티든, 패션이든요.”
-브랜드 스타트업은 타이밍도 잘 맞아야 한다. 운의 요소가 상당히 개입하는데. 브랜드 스타트업 외에도 딥테크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 맞아요. 브랜드 창업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투자할 만한 윈도우가 열리는 타이밍이 매우 좁고, 이를 구분해내기가 어렵다는 점이에요. 브랜드를 하시는 분들이 기업을 만들 것인가 브랜드를 할 것인가에서 혼동을 겪는 경우도 많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조건에 맞는 분들을 계속 찾아가는 것이 중요해요. 브랜드와 콘텐츠적인 힘을 가진 팀을 찾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고요.
또 하나는 딥테크 쪽에 대한 강화입니다. 저희가 시작할 때는 신현성, 강준열로 대변되는 플랫폼 커머스, 모바일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하우스라는 아이덴티티가 매우 유효했어요.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그 아이덴티티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그래서 딥테크 쪽 팀 구성을 위해 많이 노력했고, 올해부터는 딥테크 전담 인원도 모시게 되었어요.
딥테크에 투자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장이 좋아서가 아니고요. 한국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예전에도 제일 똑똑한 친구들이 전자과를 갔어요. 한국이 반도체나 국방 등 원천 기술을 아니더라도 응용 기술에 탁월한 역량이 있고, 이 역량을 발휘하기 좋은 환경입니다. 글로벌 진출 가능성이 높고요. IT 서비스나 제품에 희망이 없다는 것이 아니에요. 국내에서는 시니어 헬스케어가 여전히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봅니다. 시니어 시장에는 비어 있는 영역이나 커질 수 있는 영역도 존재하고요.”
-AI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활발합니다. 그에 비해 적극적으로 AI 관련 투자를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앱 생태계를 보면, 안드로이드나 앱 스토어가 기반을 깔아주었고, 그 위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출렁였어요. 처음에는 서비스들이 그 위에서 노는 공간이 꽤 컸지만, 지금은 그 기반을 제공하는 플랫폼이 더 두툼해졌고, 그 위에서 노는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들의 공간은 상대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AI 시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물론 어디 하나는 성공할 수도 있겠지만, 확률적으로 쉽지 않을 겁니다. 특히 AI 프로젝트들은 자본 집약적이예요. 거대 AI 프로젝트에 투자하겠다는 것은 조선소에 VC가 투자하겠다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죠. 단기적으로는 할 만한 것 같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물론 베이스인베스트먼트는 마크비전과 같은 AI 스타트업에 투자도 했고, 앞으로도 투자할 계획이 있습니다만. 한국에서 AI 창업은 더 뾰족한 접근을 고민해야 합니다.”
-금투세 논란, 막히는 상장 등 최근 IPO를 보면 결국 VC의 회수가 우려된다. 한국은 세컨더리펀드나 M&A가 활발한 곳도 아니고. 한국의 주식 시장이 제자리 걸음을 하면 VC 업계도 악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해외 LP분들을 가끔 만나 뵈면 왜 한국 시장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면, 의외로 상장 시장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전 세계적으로 이만한 상장 시장이 많지 않아요. 우리는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상장 시장의 규모로 보면 한국은 상당히 큰 시장이에요. 동남아 투자는 거의 안 해야 한다는 이유가 상장 시장이 아예 없기 때문이에요. 싱가포르 증시는 우리나라의 20%도 안 돼요. 중국, 한국, 일본 정도만이 주목받을 수 있는데, 중국은 손대기 어려운 상황이니까 한국과 일본 정도가 남죠. 전 세계에서 탑 10 안에 드는 시장이에요.”
-초기 투자를 생략하고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고수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IPO 직전의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도 있고요.
“실패가 무엇일까에 대해 생각해보면, 여러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어요. 우리가 투자했는데 잘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우리가 투자하지 않았는데 엄청 잘 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이 투자 구분을 해보면, 투자를 놓친 경우 경제적인 손실은 무한대예요. 그런데 투자를 잘못한 경우 경제적 손실은 100% 안정적이에요.
이걸 정말 많이 되새겨야 합니다. 인간의 뇌가 이를 받아들이기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우리는 자꾸 손실 회피 성향 때문에 잘못된 투자를 손절하지 못하고,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많아요. 결국 VC 투자의 핵심은 제2의 쿠팡, 토스, 두나무. 김범석, 이승건, 송치형을 만났을 때 절대로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저는 내부적으로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하려고 하지 말자고 많이 얘기해요. 손을 놓게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간에 더 좋은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신 케이스 스터디를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놓친 케이스에 대해 언제 만났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했는데 왜 거절당했는지, 그때 어떤 분위기였는지, 투자할 수 있었던 타이밍은 언제였는지 등을 분석해요. 잘못된 투자에 대한 복기는 주로 제가 합니다. 실무자에겐 너무 힘든 일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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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보컬은 스타트업, 투자사는 뒤에서 받쳐주는 베이스"
-개인적인 이야기. 왜 이 일을 시작하셨습니까?
"대기업(대우인터내셔널)에 다니기 싫어서요."
-왜 대기업을 다니기 싫으셨나요
"20년 뒤를 예측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 모습이 아름답지 않았습니다. 제가 2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뻔히 보였습니다. 제 미래가 안 궁금했습니다. 그 삶이 꼭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제가 그걸 상상했을 때 스스로 무언가를 계속 합리화하고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족 때문이다, 나는 무얼무얼 성취했다고요."
-창업이라는 방법도 있었을텐데요.
"창업할 용기나 능력은 부족했고요, 상사 회사를 갔던 이유는 저도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막상 보니까 제가 감냥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죠. 그래도 이 언저리에서 뭔가 일을 하고 싶었습니다. 친구가 당시 VC 심사역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이 일이 정말 재밌다고 이야기해줘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지원을 20~30군데 정도 했는데, 면접 하나 못 보고 다 떨어졌고요. 다행히 솔본인베스트먼트에서 저를 뽑았습니다. 물론 첫 1년 3개월 동안 딜을 하나도 못하는 심사역이었지만요. 성과를 별로 였지만, 일이 너무 재밌고 하면할수록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회사 이름의 베이스가 Bass가 아니라 Bass. 록밴드의 베이스기타다. 왜 베이스인가
"프론트에서 보컬하는 분이 스타트업이고, 저희는 뒤에서 배킹(backing). 받쳐주는 역할이니까요. 처음 이 사명을 제안했던 분이 고교 시절 밴드에서 베이스였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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