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하니 그는 전문으로 중고품을 판매하는 사람인 것 같은데, 그동안 ‘찔러나 보는’ 구매자들에게 질린 모양이었습니다. 짐작컨데, 터무니없이 깎아 달라고 하거나, 구매 의사도 없으면서 이 질문 저 질문 해대거나, 구매하겠다고 했다가 ‘잠수’ 타는 등의 상황을 숱하게 접했겠죠. 그렇지 않으면 그런 식의 험상궂은 멘트를 적을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판매자의 심정이 이해가 가면서도 혹시 저도 그 사람에게 장난치는 구매자로 찍힐까 싶더군요. 제품에 관해서 질문 하나 하기도 무서울 것 같더군요. 아무리 화가 나도 공개된 사이트에서 ‘가만 안 두겠다’는 말은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물론 악성 구매자에게 경고하는 차원으로 한 말이겠지만, 저 같은 ‘선량한 구매자’까지 ‘잠재적 악성 구매자’로 모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우습게도 그는 본인이 판매하는 모든 물건에 그 멘트를 똑같이 ‘복붙’해 놓고 있었습니다. (어이구, 상남자 나셨네!)
그래서 결국 저는 ‘잘됐으면 좋겠네.’라며 기원 아닌 기원을 해주고 그의 알림을 지워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 순간 몇 만 원의 돈을 벌 기회를 잃었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이번엔 제가 판매자가 되어 불용품 하나를 당근에 싼 가격에 (눈물을 머금고) 올려놨습니다. 인기 있는 제품이라서 그런지, 십 몇 분만에 구매 의사 채팅이 들어왔습니다. 가장 먼저 구매 의사를 밝힌 사람에게 물건을 판매하는 게 중고장터의 불문율이지만, 저는 그에게 팔지 않기로 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이미 다른 분께 팔렸습니다.”라고 거짓말을 했죠.
왜냐하면 그가 보낸 구매 의사 메시지가 이렇게 왔기 때문입니다.
“님 아직 판매 중?”
‘뭐야, 왜 이리 말이 짧아?’ 기분이 확 상하더군요. ‘이런 무례한 사람에게 내 물건을 내줄 수는 없지!’ 그 순간 그는 인기 좋은 중고품을 싼값에 얻을 기회를 잃었습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언어로 인해 운이 들어오려다가 돌아나가 버립니다. 운이 좋으려면(아니, 적어도 운이 나쁘지 않으려면) 말을 하거나 글을 쓸 때 ‘생각이란 걸 좀 해야’ 합니다. 이 말과 글을 듣고 읽을 사람은 어떤 기분일지를. 오늘은 ‘행운은 횡재가 아니라 이삭 줍듯 차곡차곡 쌓이는 것’임을 마음에 담아 봅니다. 행복한 월요일 되세요.
덧글: 저 역시 누군가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말이나 글을 무심코 내뱉는 바람에 내가 얻을 운이 다른 이에게 주어진 적이 분명 있었을 텐데, 앞으로는 특별히 조심하겠다는 다짐으로 사과를 대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