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를 걱정하는 익명의 동물들의 끼적임
기후가 너무 걱정돼가지규...끼적끼적 규우~

기후를 걱정하는 익명의 동물들 여러분, 
뉴스레터 <끼적끼적 규우>를 '규독'해주셔서 감사해요😃

 <끼적끼적 규우>는 구글 닥스에서 우연히(?) 만난 익명의 동물들(악어, 라이거, 너구리, 햄스터)이 기후위기 이슈에 관해 끼적끼적 하고 싶어서 시작한 프로젝트예요.
(❓혹시 '규우'가 무슨 뜻인지 모르시겠다면 - 입술에 힘을 주고 '기후'를 빠르게 발음해보세요 😁😅)

<끼적끼적 규우>에서는 한 주 동안 우리가 본 것, 들은 것, 읽은 것, 먹은 것, 입은 것 (이하 생략) - 즉 기후위기에 관한 거의 모든 경험을 나누려 합니다(feat. 의식의 흐름)😗

 <끼적끼적 규우>는 신규 규독자가 10명 더해질 때마다 발행됩니다. 그러니 주변에 다른 익명의 동물들에게도 <끼적끼적 규우>를 널리 알려주세요🙏
🐊익명의 악어 | 기후 독서 클럽 

나는 얼마나 풍요로워졌고, 서울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호프 자런,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은 『랩걸』에서 그랬던 것처럼 개인적인 이야기로부터 출발해서 세계를 보여줍니다. 그러고보니 책의 제목이 이 책의 이야기 방식을 담고 있어요. 각 장에서 그는 자신이 어렸을 때에 비해 지금 현재가 얼마나 풍요로워졌는지(나는 풍요로웠고)를 이야기한 후, 이어서 그 사이에 일어난 전지구적인 변화(지구는 달라졌다)에 대해 말하거든요.
예를 들면 이런 문장이 그래요.

“오늘날 내가 자란 마을의 농지에서는 
내가 태어난 1969년 생산량의 세 배가 넘는 식량을 생산하고 있다”

편안하게 미국 농촌 마을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확 바뀌어버린 지구의 환경 데이터들과 만나게 됩니다.

저는 서울에서만 30년 넘게 살고 있는데요. 물론 농촌 지역만큼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진 않겠지만 (오히려 기후위기에 영향을 주었겠지요) 그간 나는 얼마나 풍요로워졌고, 서울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졌습니다. 가끔 ‘나는 어렸을 때 고기를 한 달에 한 번 먹었는데 요즘은 고기가 정말 흔해졌다’고 생각할 때가 있어요. 플라스틱 비닐 봉지나 용기를 재사용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이런 ‘풍요로워짐’ 뒤에 서울의 변화는 어땠을까요. 전문 과학자 호프 자런만큼은 아니겠지만 내가 살아온 지역의 환경 변화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익명의 너구리 | 위기는 크고 나는 작고

273번 버스를 타고 출퇴근한다.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273번 버스를 탔다. 두 명이 앉는 좌석 안쪽 자리에 앉았다. 바로 앞엔 고등학생 또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이 앉아 있었다. 스마트폰에 빨려 들어갈 기세였다. 청년이 창문을 양껏 열어두어서 뒷자리까지 거센 바람이 몰아쳤다. 뭐, 괜찮았다. 덜 마른 머리카락이 덕분에 빨리 마를 테니까. 문제는 버스 에어컨이 가동 중이었다는 거다. 청년이 활짝 열어둔 창문으로 귀한 에너지가, 몹쓸 CO2가 엄청난 속도로 휘발되는 게 보이는 듯했다. 그냥 아무 말 없이 (시크하게) 창문을 닫아버릴까, 아니면 청년에게 "죄송한데(공손), 지금 에어컨 나오니까 창문 좀 닫을게↘요↗(친절)"라고 양해를 구해야 할까, 아니면 "저기(어깨 톡톡), 에어컨 나오는데 창문 좀 닫아주시겠↘어요↗?"라고 요청해야 할까 - 고민하는 사이 버스는 대여섯 정거장을 지나쳤다. 옆자리에 할머니가 앉으셨다. 할머니는 앞 좌석의 활짝 열린 창문에서 들어오는 거센 바람이 싫으실 거야, 그래서 청년에게 "학생, 창문 좀 닫아줘"라고 하실 거야, 그러면 다 잘 될 거야(?), 하며 조마조마 기대했다. 할머니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다시 고민이 시작됐다. 간간이 버스 기사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기사님, 에어컨 트셨으면 창문 좀 닫아달라고 한 마디 해주시지 왜... 또는, 아직 에어컨 틀 정도로 덥진 않은데 벌써 왜... 하고 있는데 앞자리 청년이 벌떡 일어났다. 여전히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로 하차 벨을 누르고 버스 뒷문 앞에 섰다. 나는 잽싸게 팔을 뻗어 앞자리 활짝 열린 창문을 닫았다. 탁, 소리 나게 닫고 싶었는데 그러진 못했다. 대신 이렇게 힘을 주어 탁, 탁 소리를 내며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익명의 라이거 | 네카네 관찰일지

라이거입니다. 바쁩니다. 일이 많거든요.
지난주 토요일(5일)에는 환경의 날이었죠. 최악이었어요. 여전히 개인적 실천만 강조하고 심지어는 청소년들이 환경교육을 받아야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당사자인지라 명확하게 평가를 내릴 수 있어요. 환경교육을 외치는 사람들, 청소년이든 비청소년이든 반성하세요.

이게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얘기냐면요 집에 불이 나서 119에 전화를 했더니 소방대는 출동하지도 않고 심폐소생술만 가르쳐주는 것과 같아요. 그리고는 이제 당신도 어엿한 구급대원이라면서 행운을 빈다고 하며 전화를 끊는 거죠. 우리에게 남은 건 다 타버린 집이에요.

환경교육은 절대로 기후위기 대응이 될 수 없어요. 상식적으로 교육을 한다고 해서 탄소가 줄어드나요? 어른이 되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라는 말은 그냥 지금의 책임을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밖에 안 돼요. 무엇보다 우리에게는 시간이 없어요. 청소년들이 자라서 어른이 된 후에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죠. 그리고 청소년들이 왜 환경에, 기후에 관심을 가져야 하나요? 깨어있는 청소년? 웃기지 마세요. 청소년들은 비청소년들이 계몽시켜야 하는 무지한 존재가 아닙니다. 청소년들의 권리라는 말 뒤에 숨어 자신들의 혐오를 정당화시키지 마세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제발 이제는 환경교육이, 개인적 실천이, 그리고 청소년들이 희망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영화 <그레타 툰베리>가 곧 개봉됩니다. 관련 캠페인 소식을 조만간 들고 올게요!

그럼 이만. 익명의 라이거가.

🐹익명의 햄스터 | 햄스터의 무쓸모 수다

지난 해 호주에서는 큰 산불이 났고 대한민국 영토 보다 넓은 12.4만 제곱 킬로미터가 불에 탔다. 호주 전체로 따지면 숲의 20% 이상이 잿더미가 되었다고 했다. 나는 그맘 때 환경단체였던 직장을 그만두고 요가를 다니는 중이었다.

직장을 그만두면 마음이 신이 나야 했지만, 내 마음은 아플 때가 많았고, 가만히 있을 때면 눈물이 나기도 했다. 5년이 채 되지 않는 직장생활도, 4년이 채 되지 않는 연애도 모두 허탈하게 끝나 있었다. 밑빠진 독에 물을 붓듯이 부어도 부어도 차오르지 않는 독을 앞에 두고 지내온 기간들이 내 몸을 아프게 했다.

요가 수업에 가서는 딱히 내가 어떤 일을 했던 사람이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 말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있는 그대로를 존중 받는 분위기여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몸의 정렬에 집중하는 동안 나는 실패한 환경활동가도, 연인의 오랜 거짓말로 괴로워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요가원에서의 어느 날 나의 요가 선생님은 호주 산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호주의 산불 뉴스를 보고 내내 그 생각이 났고, 자신의 몸의 일부가 뜨겁게 느껴질 정도로 그 아픔이 전해졌다고 했다. 그렇기에 앞으로 환경에 관련된 할 수 있는 일들을 시도해볼 생각이라는 이야기였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외면하고 싶어했던 환경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의 출신성분(?)을 들키기라도 할까봐 관심 없는 표정을 지었다.

집에 돌아와 앉으니 마음이 뛰었다. 한편으로는 하늘이 원망스러운 기분이었다. 왜 기후위기나 환경은 잊어버리고 살 수 없는 것일까. 알고 나서는 외면할수도 벗어날 수도 없기에 괴롭게 느끼면 굴레나 마찬가지라고 생각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니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나의 직업인으로서 활동은 종료되었지만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그 요가 선생님처럼. 더 이상 유능한 활동가가 될 필요가 없었다.

우연히 호주 산불로부터 전해져 온 아픔과 부조리가 요가 선생님을 통해 나에게 전달되었고, 선생님의 의도와는 상관 없는 영향으로, 나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그러나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호주 산불이 많은 것을 바꾸었겠지만 게 중에는 이처럼 긍정적인 순간들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일은 언제나 절망과 우울 안에서 아주 작은 긍정들을 발굴해나가는 일이 아닐까. (아니어도 어쩔 수 없다 그런 것이 없이는 이 시대를 살아가기가 너무 힘드니까. ㅎㅎ)


그래서 여러분께 드리는 익명의 햄스터의 질문 👉 호주 산불로 인해 당신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끼적끼적 규우>의 첫 번째 편지, 어떠셨나요?
 두 번째 편지는 새로운 규독자 10명이 더 모여야 발송된다는 슬픈 사실...
그러나 여러분이 주변에 <끼적끼적 규우>를 마규 뿌려주면 된다는 사실...
🧡소중한 규독자들의 후긔🧡
🐊익명의 악어 | 기후 독서 클럽 

: 🤔풍요로워졌다.. 는 말에 숨겨진 것들을 하나하나 생각하게 하네요 - 나리
얼마 전 이 책📒을 읽었었어요. 리뷰를 쓰러 한번 기억을 되살려 봐야겠군요..! - 트리
😥공감하며 읽었어요. 저도 요즘 우리가 경험하는 풍요로움에 회의감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고래

🦝익명의 너구리 | 위기는 크고 나는 작고

위기는 크고, 나는 작고... 너무 참 와 닿네요🌝 - 빵장
무언가 출퇴근의 모습이 그려지는 느낌이에요! 몰입이 되기도 하구요! 😀 - 트리
의식의 흐름에 따른 글... 재밌네요ㅋㅋ 근데 갑분싸 만드는 거 아닌가 싶긴 한데... 요새 코로나 때문에 에어컨을 틀더라도 창문을 조금씩 열어 환기를 시켜야 한다고 합니당😅 - 샘물

🦁익명의 라이거 | 네카네 관찰일지

: 옳습니다! 혐오를 정당화시키지 마세요22😠 제대로 보고 옳은 일을 해라! - 나리
: 잘 읽었어요 :) 우리에게 남은 건 다 타버린 집이라는 말이... 슬프네요😰 - 트리
: 그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직접 1시간 동안 듣느라 고통스러웠어요 😱  청소년 혐오로 점철된 말들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착한 청소년들, 기특하네' 라는 시선이 너무 불편했어요😣 - 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