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험일지 #03🥨 프레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프레즐 타임

"3.5초요? 그렇게는 안 될 것 같은데요?" 마스크를 낀 남자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남자는 앤티앤스 제품개발 담당자 김경원. 3.5초는 세계에서 프레즐을 가장 빨리 만드는 앤티앤스 프레즐 미국 직원의 기록이다.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곳은 서울 서초구의 앤티앤스 프레즐 교육장. 들어가자마자 1.5m 크기의 청동 프레즐 기념비...같은 게 있을 리 없다. 사진을 찍고 설명을 달지 않는다면 어떤 공간인지 알 수 없는 보통 공간이다. 그러나 마술사들이 자기 책상에서 온갖 마술을 보여주듯, 오늘의 모든 프레즐은 이 교육장의 책상 위에서 만들어지게 될 것이었다.

프레즐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 앤티앤스 프레즐

✅ 일시: 2021년 7월 무더운 수요일 오후

✅ 장소: 앤티앤스 프레즐 본사 교육장

✅ 탐험 난이도: 1.0/5.0 ➡ 맛있는 냄새에 배가 고팠던 것 외에는 무난한 난이도

✅ 획득 물품: 직접 만든 프레즐 9개 🥨🥨🥨

반죽부터 직접 만든다. 앤티앤스의 특징 중 하나다. 각 매장에는 도우가 되기 전의 프레즐 믹스만 들어가고, 그걸 직접 반죽해서 각 매장에서 프레즐을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매장마다 누가 가장 잘 만드는지를 겨룰 수도 있고, 3.5초 만에 프레즐 하나를 만드는 '프레즐 롤러 챔피언십'이 진행될 수도 있다. 한국의 비공식 프레즐 기록은 약 5초 정도. 이것도 상당히 빠르다.

"반죽부터 직접 하기 때문에 교육장이 있는 겁니다." 오늘 가장 설명을 많이 해준 마케팅 담당 조수근 대리가 옆에서 말했다. "처음 교육받으시는 분들은 프레즐 만들기도 어려워요. 10일씩 와서 하루 종일 교육을 받습니다." 10일이면 영업일 기준으로 2주다. 그만큼 훈련을 받아야 프레즐 메이커가 된다.

미국 맛의 뿌리

"모든 직원은 입사하면 프레즐 만드는 교육을 받아요." 조수근은 내게 설명해주다 말고 자연스럽게 라텍스 장갑을 꼈다. "이쪽에서 내가 정리할게."라는 말과 함께 김경원과 조수근은 각자의 일을 시작했다. "저희도 할 줄 알아야 프랜차이즈 점주들께 이야기를 할 수 있거든요." 조수근은 연주와 지휘를 함께 하는 피아니스트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이어나갔다. 함께 있던 홍보 담당 원소현 님마저 프레즐 조리에 합류했다. 모두 즉석에서 자신의 업무에 바로 투입되어도 자기 일을 해내고 있었다.

앤티앤스 프레즐은 다른 프랜차이즈처럼 최소한의 재료로 최대의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반죽 재료는 물과 프레즐 믹스와 소금뿐. 이걸로 반죽을 만든 후 &자처럼 생긴 앤티앤스 프레즐, 일자로 뻗은 스틱 프레즐, 크림치즈가 김밥 속 단무지처럼 들어 있는 크림치즈 프레즐을 만든다. 각각의 프레즐은 만드는 방법도 재료의 양도 다르다. 그런 소소한 비결은 역시 비밀.

같은 재료로 차이를 만든다. 이 원칙은 한국 앤티앤스와 미국 앤티앤스로 넓혀도 적용된다. 앤티앤스는 상상 이상으로 많은 식재료를 미국과 서양에서 들여온다. 프레즐 믹스는 물론 소금, 아몬드, 시나몬 슈가는 모두 미국에서, 앤티앤스의 번쩍이는 윤기를 만들어내는 버터는 영국에서 건너온다. 이쯤 되면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는 '미국 맛'도 착각이 아니다. 서양의 맛에는 한국과는 출발점부터 다른 기름기와 짭조름한 맛이 있다. 그런 맛이 느껴지는 데에도 이유가 있었던 셈이다.

한국 앤티앤스만의 특징도 있다. 크림치즈 스틱 프레즐은 전 세계 앤티앤스 프레즐 중 한국에서 처음 개발했다. 김밥의 나라에서 나온 프레즐이랄까(참고로 이건 진짜 맛있었는지 이 프로젝트의 담당 마케터 아리아나 벤티 씨도 "드셔 보셨어요? 아직도 안 드셔보셨어요?"라고 계속 물어보셨다). 핫도그 프레즐에 들어가는 소시지도 한국산이다. '적당히 미국 맛이네' 싶은 앤티앤스 프레즐의 맛이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동안에도 프레즐 3인방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한 명이 더 들어왔다.

골든 브라운, 버터 냄새, 맛의 숙제

"손가락 하나 굵기로~" 검은 티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힘차게 등장한 양미현 님이 나에게 힘차게 알려주셨다. 미리 '취재 에디터가 프레즐을 만들어볼 수 있느냐'는 청에 따라 직접 가르쳐주러 오신 분이었다. 실제로 해 보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손가락 하나 굵기, 길이는 다섯 뼘 정도로 늘려 주세요. 반죽을 쓰다듬듯 쓱 쓱 해주면 잘 늘어나요."라고 양미현 님은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했지만 내 반죽은 선생님의 반죽처럼 굵기가 일정하지도, 표면이 매끈하지도 않았다.

“반죽이 조금 질어서 그래요.” 양미현 님은 학원의 나라 한국의 교육 담당답게 나의 진도와 상관없이 친절하셨다. 길어진 반죽을 들어올린 후 휙 돌리면 앤티앤스 오리지널 프레즐의 &같은 모양이 나온다. ‘휙 돌린다’고 했지만 여기도 요령이 필요하다. "왼손을 뒤로, 오른손을 앞으로"라는 설명에 의지했지만 나의 프레즐은 실패한 리본 매듭처럼 꼬이기만 하고 맺히지는 않았다. 세상에 쉬운 일 하나 없나 싶었는데 함께 한 아리아나 벤티 님과 사진가 송시영은 너무 잘해서 조금 창피했다.

내가 프레즐 반죽 사이에서 꼬여가는 동안 프레즐도 완성되고 있었다. 만들어진 프레즐은 베이킹 소다를 탄 물에 적셨다가 오븐에 들어간다. 오븐에서 구워지는 시간은 7분 내외지만 오븐을 한 번씩 봐 주다가 앤티앤스 프레즐에서 말하는 '골든 브라운' 색이 나올 때 빼낸다. 오리지널 프레즐을 녹인 버터에 담그면 지나가다가도 돌아보는 프레즐의 광택이 돌기 시작한다. 녹인 버터의 냄새, 갈색으로 구워진 빵의 냄새, 이 모두가 겹쳐진 뜨끈한 냄새 분자가 마스크를 쓴 코 안으로까지 들어와 이번에도 내가 먼저 물었다. "언제 먹어볼 수 있나요?"

앤티앤스 프레즐의 맛은 단순하나 만들기는 어렵다. 맛을 이루는 건 소금의 짠맛, 발효를 거친 믹스 반죽의 쫄깃함, 버터의 기름진 맛이다. 염도와 쫄깃함과 기름짐은 모두 적당한 정도와 밸런스를 맞춰야 최적의 맛이 나온다. 수많은 실험과 실제 상황을 거친 후 프랜차이즈가 찾아낸 맛의 최적화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 조금 짠가’ 싶으면서도 손을 멈출 수는 없는, 내 손이 춤추는 분홍신을 신은 발이 된 듯한 그런 기분, 그런 기분을 주는 맛. 그 맛의 스위트 스폿을 앤티앤스도 찾아낸 것이다.

모든 프랜차이즈는 '훌륭한 맛을 어디서나 똑같게'라는 숙제를 받는다. 같은 정답을 위해 모두 다른 해답을 내고, 앤티앤스가 낸 해답은 철저한 교육이다. 이 모델에도 장단점이 있다. 매장에서 바로 만든 신선한 프레즐을 먹을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동시에 매장 스태프의 역량이나 태도에 따라 음식의 품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실제로 내가 가 본 앤티앤스 프레즐 모 지점은 오리지널 프레즐을 먹으려고 했더니 마감했다고 해주지 않았다. 본사에 가 보니 해달라면 해 주는 거라고 들었는데. 통제할 수 없는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앤티앤스 프레즐의 숙제인 듯했다. 자기 자신을 관리하기도 힘든데 전국의 프레즐 메이커 관리라니 물론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늘 답을 찾아낸다. 어떤 방식으로든. 앤티앤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취재가 끝난 날 밤 내가 만든 프레즐을 먹어보았다. 여기서 작은 팁 하나. 앤티앤스 프레즐은 버터를 바르지 않고 먹을 수도 있다. 주문하기 전에 버터를 바르지 말아달라고 하면 된다. 나는 시험 삼아 버터를 안 바른 오리지널 프레즐을 먹었다. 식어도 앤티앤스 특유의 쫄깃함과 단맛과 짠맛이 여전했고, 버터를 더하지 않아 오히려 더 담백했다. 다만 쪼그라든 &자 모양을 한 내 프레즐 앞에서 내 마음도 쪼그라들 뿐이었다. AI가 글을 쓰는 21세기에 프레즐도 잘 못 만드는 나는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이런 생각을 잠깐 했다. 어딜 가긴. 다음 공장 가야지.

지금 프레즐 주문하기

에디터 박찬용 @parcchanyong

분석적이면서도 읽는 맛이 살아있는 글을 쓰는 잡지 에디터. 《에스콰이어》 등에서 일하며 라이프스타일 업계를 취재하고 페이지 만드는 일을 해 왔다. 에디터 업무 내내 식당 취재가 업무의 일부였다. 《첫 집 연대기》 등 책을 4권 냈다. 지금은 각종 매체에 칼럼을 쓰며 《요즘 브랜드 2》를 준비하고 있다.

포토그래퍼 송시영 @siyong.song

지금 한국에서 가장 각광받는 젊은 사진가 중 하나. 레드벨벳, 트와이스, NCT 등 K-팝 아티스트의 앨범 커버나 화보 작업을 다수 진행했다. 《매거진 B》, 《신세계 빌리브》 등 에디토리얼 작업도 부지런히 병행한다.

📍 서울 서대문구: 연희단팥죽 & 팥빙수

더위에 지치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오후, 달고 차가운 음식 생각이 간절해질 때면 요기요를 열고 빙수를 검색한다.

몇 주간 여러 가게의 다양한 빙수를 시켜보다가 결국 빙수계의 오리지널 격인 ‘팥’빙수에 정착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연희단팥죽 & 팥빙수’. 팥죽집이라 역시 팥이 맛있다. 그냥 떠먹어도 될 정도로 달고 고소해 우유 얼음과 잘 어울린다. 옛날식으로 콩가루와 시리얼 토핑이 듬뿍 들어있는 것도 좋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여름이 갈 때까지 시켜 먹어도 질리지 않을 맛이랄까.

근처 오래된 단팥죽집에서 팥빙수를 팔고 있다면, 한 번쯤 도전해보면 어떨까? 의외로 마음에 쏙 드는 빙수와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 탐험 담당자 - 아리아나 벤티☕

요기요 콘텐츠 마케터. 음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어 요기요에 온 지 2년째.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면 벤티 사이즈도 거뜬하다. 음식 외에는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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