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가마니 취재’의 결과물로 영상을 한 편 만들었습니다. 아리셀 유가족의 49일을 돌아보는 영상입니

소주와 레쓰비 그리고 49재


지난 일요일, 코트워치 기자들은 49재에 다녀왔습니다.


경기도 화성시 리튬전지 제조업체 아리셀에서 발생한 폭발 화재로 노동자 23명이 희생된 지 벌써 54일이 지났습니다. 일요일은 49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49재는 고인의 사망일로부터 49일이 되는 날, 이승을 떠나 좋은 곳으로 가기를 비는 불교식 장례입니다. 가족들은 49일 동안 고인의 명복을 빌고 추모하며 고인을 떠나보낼 준비를 합니다.



소주와 레쓰비

 

이날 전곡산업단지 버스 정류장에서 만난 김주형 기자와 함께 아리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폭발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건물에 가까이 가니 빈 소주병이 보였습니다.

 

곧 도착한 유가족들은 새 소주병을 따서 전지 등 녹슨 잔해물이 널려 있는 울타리 안쪽에 소주를 뿌렸습니다. 건물을 올려다보며 그을린 울타리를 쓰다듬기도 했습니다.

 

49재를 치르는 상에는 파란 캔 커피인 레쓰비도 올랐습니다.

 

희생자들의 영정을 보며 소주보다 레쓰비가 어울리는 얼굴이 많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재난보도준칙


아리셀 참사 취재를 시작한 7월 초, 저는 실제 공간에서는 처음으로 '재난보도준칙'과 마주쳤습니다.


희생자가 이송되었다고 알려진 화성의 한 장례식장에서였습니다.


장례식장 대문과 사무실 문 앞, 계단 등등에 공지사항이 붙어 있었습니다. 바깥에 붙은 종이는 비를 맞아 쭈글쭈글해진 상태였고요.


빨간색 글씨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와 '재난보도준칙 준수 요청'. 그 아래에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참사 직후 빠르게 장례식장을 찾았을 기자들의 모습이 그려졌고, 이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묵묵히 맞기


코트워치는 유가족이 공식으로 참여하는 추모제 등에 가능한 한 많이 가서 지켜보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가마니(김주형 기자 표현)처럼 가만히 있다가 와도 되나', '더 적극적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지난 7월 27일, 유가족은 삼각지역 인근에서 출발해 서울역까지 걷는 ‘영정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그날은 비가 아주 많이 왔습니다.


이때도 저는 그냥 쭉 함께 걸었습니다. 우비를 쓰지 않고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걷던 유가족의 뒤에 섰습니다. 우산은 넣어두고 그의 뒷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이분은 (코트워치가 참석했던 자리에서는)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요. 다른 분들의 발언만큼이나 그날의 뒷모습이 많은 걸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 *


코트워치의 이런 '가마니 취재'로는 눈에 띄는 특종을 발굴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취재도 함께 진행하고 있고요.


그런데 오늘은 '가마니 취재'의 결과물로 영상을 한 편 만들었습니다. 아리셀 유가족의 49일을 돌아보는 영상입니다. 영상 링크를 함께 보냅니다.



(이 레터는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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