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보도준칙
아리셀 참사 취재를 시작한 7월 초, 저는 실제 공간에서는 처음으로 '재난보도준칙'과 마주쳤습니다.
희생자가 이송되었다고 알려진 화성의 한 장례식장에서였습니다.
장례식장 대문과 사무실 문 앞, 계단 등등에 공지사항이 붙어 있었습니다. 바깥에 붙은 종이는 비를 맞아 쭈글쭈글해진 상태였고요.
빨간색 글씨의 '관계자 외 출입금지'와 '재난보도준칙 준수 요청'. 그 아래에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 사람들에게 인터뷰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라는 조항이 적혀 있었습니다.
참사 직후 빠르게 장례식장을 찾았을 기자들의 모습이 그려졌고, 이내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쏟아지는 비를 묵묵히 맞기
코트워치는 유가족이 공식으로 참여하는 추모제 등에 가능한 한 많이 가서 지켜보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가마니(김주형 기자 표현)처럼 가만히 있다가 와도 되나', '더 적극적으로 비집고 들어가야 하는 건 아닐까' 고민하던 순간도 많았습니다.
지난 7월 27일, 유가족은 삼각지역 인근에서 출발해 서울역까지 걷는 ‘영정 행진’을 진행했습니다.
그날은 비가 아주 많이 왔습니다.
이때도 저는 그냥 쭉 함께 걸었습니다. 우비를 쓰지 않고 비를 온몸으로 맞으며 걷던 유가족의 뒤에 섰습니다. 우산은 넣어두고 그의 뒷모습을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었습니다.
이분은 (코트워치가 참석했던 자리에서는) 공개적으로 발언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요. 다른 분들의 발언만큼이나 그날의 뒷모습이 많은 걸 말해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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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워치의 이런 '가마니 취재'로는 눈에 띄는 특종을 발굴하기는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다른 방식의 취재도 함께 진행하고 있고요.
그런데 오늘은 '가마니 취재'의 결과물로 영상을 한 편 만들었습니다. 아리셀 유가족의 49일을 돌아보는 영상입니다. 영상 링크를 함께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