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시.사 레터 67회 (2022.08.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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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글 쓰는 하재영입니다. 소설로 등단했지만 현재는 논픽션을 쓰고 있어요. 한때 저는 소설이란, 새로운 인간형을 ‘창조’함으로써 이해할 수 없는 한 인간을 끝내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이상 소설-픽션을 쓰지 않지만 저에게 논픽션은 비슷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해할 수 없는 한 인간을 끝내 이해하려는 시도. 차이가 있다면 인간형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제 빈곤한 상상력이 닿지 않는 곳에서, 바로 현실에서 ‘발견’하는 것이지요.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타자를 이해하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불가능성을 ‘실현’하지 못하더라도 ‘시도’하면 좋겠습니다.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자는 결국 실패할 것입니다. 부디 우리가 성공적으로 실패하기를, 의미 있게 실패하기를, 그런 바람으로 글을 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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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작가가 사랑하는 첫번째 시💚
물가의 집 (강신애,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
짠내 나는 상점, 좁은 골목을 통과하면
바다
흔들리는 목조 주택
접이식 의자
유리창 속의 항구
하늘과 내통하는 바다의 광휘에
작은 근심과 떠들썩함 따위
훼방꾼으로 여기는 사람이겠지
고래 분수 위 무지개나
보석을 실은 채 가라앉은 선장 이야기
옆구리에 저보다 큰 참치를 묶고 달리던 배가
해변 말뚝에 부딪는 끽끽 소리에
조가비처럼 귀기울이는 사람이겠지
이 빛나는 덧없음,
광대한 심연에 무릎 꿇은
늙은 보헤미안이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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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이 물가에 집을 지을까”라고 시인이 묻습니다. 그는 “하늘과 내통하는 바다의 광휘에/ 작은 근심과 떠들썩함 따위/ 훼방꾼으로 여기는 사람” “이 빛나는 덧없음,/ 광대한 심연에 무릎 꿇은/ 늙은 보헤미안”이라고 시인은 생각합니다.
늙은 보헤미안의 초연하고 처연한 얼굴 뒤에 감춰진 서사란, 세상에서 내몰린 사람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더이상 밀려날 곳도 물러날 곳도 없어서 끝없는 바다에 의지하게 된 사람, 떠들썩하고 소란스러운 중심부에서 끝끝내 자기 자리를 마련하지 못한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그는 여기가 땅 끝이라는 사실을 매일 상기하겠지요. 두렵고 위태로워 오래전에 버린 신을 부를지도 모릅니다.
어떤 이에게 세상은 단단한 땅이고 굳건한 건물이고 휘황한 불빛이고 도시의 소음이지만, 그에게는 바닷물이 밀려드는 물컹한 땅이고 기울어진 채 흔들리는 집이고 밤바다의 어둠이고 파도조차 잠들어버린 침묵일 것입니다. 이제 그의 귀에는 사람들의 목소리 대신 “큰 참치를 묶고 달리던 배가/ 해변 말뚝에 부딪는 끽끽 소리”만 들립니다. 어쩌면 그는 문학이 더 자주 마주해야 하는 얼굴, 우리의 이야기에 영원히 소환되고 등장해야 하는 사람인지도 모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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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시인선 178, 정화진 시인의 28년만의 세번째 시집 『끝없는 폭설 위에 몇 개의 이가 또 빠지다』을 소개합니다✨
얘야, 갈 곳 없는 공원 뒷길 이층 카페에서 만나자. 바삭거리는 밀웜과 양상추와 에픽테토스의 지팡이로 기우뚱 세월을 견뎌보자꾸나. 양상추만 바삭바삭 아삭거리며 시간을 재촉하지 않니? 우리 대화나 나눌까. _「양상추만 바삭바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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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영 작가가 사랑하는 두번째 시💚
좋은 춤 (김박은경, 『못 속에는 못 속이는 이야기』)
매혹을 따라 헤엄칠 거야 헤엄치면 지느러미가 생길 거야 달리면 다리가 생길 거야 노래하면 음성이 생길 거야 치마가 부풀어오르잖아 강해졌고 분명해졌지 멀리 갈 거고 돌아보지 않지 행복해도 미안하지는 않아
간절히 부르지 쳐다보라고 애원하지 손을 잡아끌지 그래도 바라보지 않을 거야 먼지 같으니까 떠올리지도 않을 거야 지나갔으니까 없으니까 아니니까
춤을 출 거야 둥글고 커다랗고 좋은 춤, 나의 사자가 사슴과 고양이가 생쥐와 종달새가 크고 작은 벌레들이 기어나올 거야 얼굴 속에 얼굴을 내밀고 음성 속의 음성을 내면서 발과 발이 날개와 날개가 뒤섞이면서 커다란 춤이 될 거야 조금씩 빨라질 거야 아무도 따라 할 수 없어 멈추게 할 수 없어 점점 빨라 그림자도 없어 투명할 거야
빨아들일 거야 중심이 될 거야 궤도가 될 거야 괄호 안으로 괄호 밖으로 새로운 질문들이 떨어진다 해도 답은 변하지 않을 거야 달라졌으니까 다른 사람이 되었으니까 아가들 소녀들 언니들 아가씨들 엄마 이모 고모 할머니들 이름 없이도 아이를 낳고 어르고 기르고 밥을 짓고 걸레를 빨고 계절마다 햇살을 썰어 말리는 그 자리를 둥글게 둥글게 돌 거야
함께 부풀어 차오르고 넘치고 젖고 다시 마르도록 우리가 누군지 잊지 않을 거야 떠도는 바람은 떠돌게 하고 깨진 바람은 깨지게 하고 다음 스텝을 멈추지 않을 거야 밟는 곳마다 빛이 날 거야 가는 곳바다 빛이 될 거야 사랑하니까 그렇게나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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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춤을 닮았습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직선이 아니라 측정할 수 없는 곡선이라는 점에서. 속도도, 목적지도 중요하지 않은 하나의 몸짓이라는 점에서. 그래서 시 속에 담긴 춤은 동종교배입니다. 몸짓과 몸짓이 만나 더 난해하게, 더 불가해하게, 더 아름답게, 어딘가를 향하거나 향하지 않거나, 연결하거나 연결하지 않거나, 나아가거나 나아가지 않으면서 언어와 비언어,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가로지르는 욕망으로 진화합니다.
“매혹을 따라 헤엄칠 거야 헤엄치면 지느러미가 생길 거야 달리면 다리가 생길 거야 노래하면 음성이 생길 거야”라는 시인의 읊조림 혹은 선언으로부터 물속에서 춤추듯 불안정했던 저의 시절이, 지느러미도 다리도 음성도 없이 헤엄치고 달리고 노래하려 애쓰던 시절이 스쳐갑니다. 물은 늪처럼 저를 집어삼켰고 춤추는 일은 허우적대는 일처럼 고되었으나 그 순간에도 “빨아들일 거야 중심이 될 거야 궤도가 될 거야”라는 욕망은 버리지 않았으니 저를 살게 했던/살게 하는 것은 춤추는 자의 욕망이자, 시 쓰는 자의 욕망, 사랑하는 자의 욕망이 아니었을까요. “다음 스텝을 멈추지 않을 거야”라고 여전히, 비로소 말하는 것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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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아름다운 시 두 편을 추천해줄 시믈리에는 문학동네 마케터 김수인 님입니다. 문학동네의 막내 마케터는 어떤 시집을 읽을까요? 다음주 수요일, 두 편의 시와 함께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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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시.사의 시믈리에가 되어주실 분 🙋♀️💛
우시사 독자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시가 있다면 아래 링크의 양식을 작성해 제출해주세요. 차곡차곡 쌓아두었다가 하나씩 꺼내어 우시사 독자분들께 대신 소개해드릴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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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호 우.시.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
💬피곤한 수요일 너무 좋은 처방이 되었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매일 수십 장이 쌓이는 이메일함 속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는 게 있다면 우시사 아닐까요?
💬한 주의 한가운데인 수요일 아침 메마르기 쉬운 마음을 촉촉하게 해줍니다.
💚의견 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혹시 <우시사>를 못 받은 날이 있다면 스팸 메일함을 한번 확인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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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초 만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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