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주변에 부쩍 감기 환자가 늘었어요. 그래서 더욱 꽁꽁 싸매고, 손도 열심히 씻고 있습니다. 여름에는 그렇게 보기 싫었던 마스크가 요즘은 생존템이 되어가고 있는 거 보면 이제 정말 겨울이 오긴 왔나 봐요😷 여러분과 보낼 2022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네요. 다가올 2023년에도 글릿과 함께 해주실 거죠?

에디터들은 발 빠르게 연말을 준비하고 있어요. 신경 써서 12월호를 기획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도 준비하고 있죠. 이럴 때면 화려하고 복잡한 곡보다는 선율이 부드럽고 차분한 음악을 찾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준비한 오늘의 곡은 멜라니 보니스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입니다. 겨울에 어울리는 씁쓸하지만 차분한 음악인데요. 12월 첫 주, 편안한 마음으로 심호흡 한 번 하고 따라오세요!

‘멜 보니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멜라니 보니스는 1858년, 파리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어요. 이제껏 글릿이 소개했던 대부분의 음악가와는 달리, 보니스는 12살의 나이가 돼서야 독학으로 피아노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부모님 두 분 다 음악과는 거리가 멀었고, 집에 피아노가 있긴 했지만 칠 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대요😂 불행 중 다행으로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났기에 어릴 때부터 음악을 간접적으로 접할 수 있었고, 이는 그의 음악에 대한 관심의 시작점이 되었어요.

다소 늦은 나이에 음악을 시작했지만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가졌던 멜라니 보니스는 가족의 친구이자 파리 음악원의 교수였던 헨리 머리에게 발굴됩니다. 보니스는 1876년, 머리를 통해 세자르 프랑크를 만나게 되고 그의 제자가 돼요. 드뷔시와는 같은 반 친구였다고 하죠. 그럼에도 멜 보니스가 파리 음악원에서 공부하던 당시 영향을 많이 받던 동료 작곡가는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아메디 에튀시라는 음악가인데요. 한때는 연인이었던 그와는 서로 음악 창작에 있어 뮤즈가 되어주었고, 보니스가 결혼으로 약 10년간 작품활동을 하지 못했을 때 에튀시를 다시 만나 음악적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안티 딜레탕트 크로슈씨>는 드뷔시가 여러 매체에 기고했던 음악 비평문을 모아 출판한 책으로, 그는 음악애호가의 안티를 자처하는 부캐 크로슈를 내세워 각종 공연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작곡가가 음악 평론집을 출간할 정도로 수요가 있었던 음악 비평은 당시 대중들이 음악을 접하는 보편적인 통로이자 작품/공연 성패의 기준이 되었는데요. 이에 따라 음악비평가의 위상은 날로 높아져 갔습니다. 그의 펜 끝에 수많은 음악가들의 운명이 달려 있었죠. 이처럼 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비평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비평'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단순한 감상 이상으로 음악 현상을 분석하고 평가하며 이에 작가의 관점을 부여하는 것을 보통 비평이라고 합니다✍🏻 물론 개인의 의견을 표현한 자연스러운 비평은 예전부터 있어왔지만, 그것이 기록되어 발행되기 시작한 것은 17세기에 이르러서였어요. 이 시기 비평문들은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고대의 이론가들에게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데카르트나 스피노자 같은 철학자들에 의해 쓰였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음악 비평은 18세기부터 찾아볼 수 있어요. 함부르크의 이론가인 요한 마테존은 최초의 근대 음악비평가로 평가되기도 하는데요. 그는 음악만을 다룬 최초의 정기 간행물 <음악 비평 (Critica Musica)>을 발행하여 바하, 텔레만과 같은 당대의 음악가를 비롯한 음악 전반을 비평의 대상으로 보았어요. 이후 음악 비평은 음악계의 굵직굵직한 논쟁의 중심에 서며 소식통이자 담론의 장이 되었고, 모차르트, 하이든, 베토벤과 같은 작곡가들의 신작을 가장 먼저 대중에게 알림으로써 음악가와 대중을 잇는 다리가 됩니다.

멜라니 보니스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는 그의 작품 중 아마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닐까 싶어요.  이 작품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이 곡이 ‘소나타’라는 점입니다. 고정적인 형식에 따라 쓰이는 소나타는 자유로운 형식을 추구했던 낭만 시대의 주류 장르는 아니었거든요😮 낭만 시대에는 즉흥곡이나 환상곡 같은 장르를 선호하였는데, 그 안에서 작곡가들은 자신의 작품 세계를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펼칠 수 있었어요. 그런데 이 작품은 소나타라는 다소 고전적인 형식을 취하면서도 동시에 낭만 시대의 자유로움을 가지고 있다는 평을 받습니다. 이때 '플루트'라는 악기의 역할이 컸음을 짐작해볼 수 있어요. 스승인 프랑크나 바로 윗세대인 포레만 보더라도, 전통적으로 소나타는 현악기를 위한 장르였거든요!

이 곡은 뛰어난 플루티스트이자 절친한 친구의 딸이었던 Louis Fleury를 위해 작곡되었다고 해요. 멜라니 보니스는 흔치 않은 플루트를 위한 곡인 만큼 대단히 신경을 쏟았다고 전해지는데요. 그래서인지 이 곡은 길이도 길고, 음악적 깊이도 있어서 가볍게 백그라운드 음악으로 감상하기보다는 차분하게 제대로 감상하는 것이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연주자에게도 큰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이 작품, 여러분의 감상은 어떠신가요?👌🏻